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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전

오메가버스 세계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거부감이 있으신분은 피해주세요.

 

[EXO/카디] 행복이 오기까지의 시간 05 (오메가 버스) | 인스티즈

 

 

문을 나오자마자 웬 멀대 같은 놈이 체육복 차림으로 벽에 기대어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다름 아닌 세훈이었다. 내심 기대감으로 찬 경수의 마음이 식어내렸다. 어젯밤 잠시 집에 재운 건 거지가 아니라 거머리일지 모른다고 경수는 생각했다. 세훈이 경수의 인기척을 느꼈는지 핸드폰 화면을 끄고 싱글벙글 미소를 지었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세훈의 표현과는 다르게 그 모습을 보는 경수는 얄밉다고 느꼈지만 말이다.

 

" 뭐야. "

" 배 안고프냐? 아 야박한 집주인이 밥을 안 줘서 난 배고프다. 같이 매점이나 가자."

세훈은 마치 절친한 친구 대하듯 자연스럽게 경수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고 경수는 짜증 내며 세훈의 팔을 쳐냈다.

" 내가 너랑 왜 같이 매점에 가야 하는데"

" 생명의 은인. 은혜 갚을 기회는 주셔야죠. 암 고러지 고러지~"

" 야박한 집주인이라며"

" 오구 오구. 경수 삐져쪄?"

 

경수는 세훈의 놀림을 무시하고 물을 사기 위해 매점으로 걸음을 옮겼고 싱글벙글 웃는 세훈이 종종거리며 경수를 따라 걸었다. 쉬는 시간이라 그런지 복도에는 학생들이 많이 나와있었고 자기들만의 이야깃거리를 떠들며 모여있는 아이들도 있는가 하면 경수와 세훈 쪽을 보며 속닥거리는 여자애들도 있었다.

복도에서 세훈과 경수 쪽을 힐끔거리던 여학생들의 말소리가 둘의 귀에 들려왔다.


" 헐. 쟤야? 생긴 건 완전 멀쩡하게 생겼는데? 말도 안 돼."

" 이래서 사람 일은 모른다니까? "

세훈이 걸음을 멈추고 복도 한쪽에서 수군거리는 여학생들을 바라봤다. 잔뜩 구겨진 인상이 세훈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표현해주고 있었다.

"뭘 수군거려 씨발년들아. 니들도 따먹히고 싶냐?"

크게 떠들다가도 세훈이 욕을 하자 빌빌 기면서 아닌 척 오리발을 내미는 여학생들은 세훈을 족제비눈으로 째려봤다. 한껏 풀이 죽은 소리로 여학생들은 작게 쟤 뭐야. 뻔뻔하다 하며 속삭였고 그 소리는 너무 작아 다른 이들은 들을 수 없을 정도였다.

" 니들은 못생겨서 줘도 안 먹어. 어디서 줘 터진 호박같이 생겨가지고. "

세훈의 이어진 일침에 주변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웃었고 여학생들은 창피한지 각자의 반으로 슬금슬금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조금 멀리서 본 경수는 다른 애들처럼 웃어젖히진 않았지만 나름 통쾌하다고 생각했다. 여학생들이 반에 들어가자 세훈이 또 쪼르르 웃으며 경수의 옆으로 따라붙었다.

" 완전히 양아치네."

" 근데 경수는 예쁘니까 형이 먹어줄 수 있는데."

" 미친 새끼."

" 왜 이렇게 까칠할까 우리 경수. 우리 같은 집에서 하루를 보낸 사이야 왜 이래. 근데 너네 집 좋은 냄새나더라. 지금 너한테 자꾸 좋은 냄새난다."

" 누가 네 경수야. 붙지 마."

세훈이 경수에게 가까이 붙어 연신 킁킁거렸다. 세훈의 숨결이 뒷덜미에 닿자 순간 놀란 경수가 반사적으로 멈칫하며 세훈을 밀어냈다. 만약 세훈이 알파이고, 맡은 냄새가 자신의 페로몬이라면 좋지 않은 징조였기에 경수는 매점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서둘러야 했다. 대낮에 공개적인 장소에서의 섹스는 경수가 생각하는 최악 중 최악의 상황이었기 때문이었기에 그런 일이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됐다. 더군다나 이제 겨우 이름만 아는 상대라면 더더욱. 애초에 자신이 오메가임을 알고 접근한 건가. 방심하고 있던 경수에게 초조함이 피어올랐다. 갑자기 걸음이 빨라진 경수를 보며 세훈은 자신의 음담패설에 기분이 상한 거냐며 비아냥거리면서 뒤를 쪼르르 따라붙었다.


" 학교에서 아는척하지 마."

" 아 알겠어 장난 안칠게. 거 별거 아닌 걸로 생색이네. 사람 무안하게"

세훈이 끝내 두 팔을 들어 보이며 항복 의사를 표현했고, 경수는 세훈과의 거리를 점점 넓혀갔다. 세훈도 까칠한 경수의 반응에 빈정이 상했는지 구태여 따라붙어 대지 않았다. 새끼 참 깐깐하네. 세훈의 눈엔 경수가 앙칼진 여고생 정도로 비치는듯했다. 특별히 연을 이어갈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물론 여태까지 몰랐던 대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이건 그저 옷깃만 스치는 인연보단 숨겨둔 보물을 찾아낸 쪽에 가깝다고 세훈은 생각했다. 이름도 몰랐던 경수와 하룻밤을 보낸 후 이상하게 경수에게 이끌리는 이유. 보드란 이불 속에서 살 내음을 느낀 원 나이트보다 흙투성이 인체 차가운 현관에서 잠을 잤던 경험이 왜 머릿속에 더 남는 것일까. 색다른 경험에 나온 충격? 아니면 단지 경수의 곱상한 얼굴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입술이 어릴 적 키우던 금붕어를 닮아서? 세훈은 그 부분이 궁금했기 때문에 은혜를 핑계로 정확한 답을 위해 경수의 반을 찾은 것이었다. 바로 답해주지 않을 까칠한 경수를 보며 세훈은 조만간 더 지켜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겼다


내가 널 찾아간 이유가 뭘 였을까. 겨우 그제야 알게 된 네가 궁금한 이유는 뭐였을까.

*

 

반에 도착한 경수의 손엔 거의 바닥까지 비어있는 물병과 빵 서너 봉지가 들려있었다. 떵떵거리며 자신이 계산하겠다는 세훈의 주머니에선 십만 원짜리 수표가 나왔고 그 장면이 뭐가 웃긴지 계속 웃어대는 통에 계산의 몫이 경수에게 넘어갔다. 차라리 십만 원어치 빵을 사라던 세훈의 말에 진짜 그래버릴까 싶던 경수였지만 매점에 있는 빵을 다 골라도 십만 원이 안 나올듯했다. 만약에 산다고 한들 그게 다 누구 뱃속에 들어갈지. 비효율적인 낭비를 하느니 자신이 계산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경수였다. 약을 먹는 베타의 모습은 어색하지 않다는 걸 새삼 곱씹은 경수는 제2의 백현을 만들지 않기 위해 매점에서 물을 사자마자 약을 매점에서 약을 삼켰는데 그 모습을 본 세훈이 무슨 약이냐고 물어왔다.경수는 자연스럽게 키 크는 약이라며 둘러댔고 그럼 자기도 한 알 달라던 세훈의 말에 대수롭지 않다는 듯 호르몬 억제제를 넘겼다. 세훈은 달콤한 맛이 나는 비타민이라고 생각했는지 생 알약을 오독오독 씹어댔고 그 결과 얼굴이 오만상으로 구겨지며 자신의 물을 뺏어 벌컥벌컥 삼켜댔다. 거의 다 마셔버린 물병을 보며 만약 세훈이 정말 알파라면 모든 알파들이 똑똑한 건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경수였다. 하긴 네가 알파로 쭉 살아왔다면 네 주변에 어떤 오메가가 대놓고 억제제를 먹었겠냐 그리고 약 먹고 어디 가 아파도 네가 아프지 내가 아프냐. 경수가 세훈을 보는 눈빛에 한심이라는 단어가 내비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훈은 얼굴을 구기기 바빴다. 사주기는커녕 오히려 얻어먹은 꼴이 된 세훈은 나중에 한 턱 쏘겠다며 경수를 툭툭 치며 제 반으로 돌아갔고 빵 봉지를 잡느라 손길을 못 피한 경수는 자포자기한 듯 반으로 돌아와 백현의 책상 위에 빵 봉지를 내려놓았다.


" 아까 그 남자애 누구야?"

" 그냥 이름만 아는 애"

" 걔 1반일 텐데. 예전에 찬열이네 반 놀러 갔다가 본 거 같기도 하고.. 아닐 수도 있고.."

" 몇 반인지는 몰라."

그렇냐며 빵 봉투를 뜯으려 한 백현의 손이 멈췄다. 수업 시작 종이 울렸기 때문이었다. 이번 시간은 종이 치자마자 들어오기로 유명한 선생님이었기 때문에 경수는 재빨리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수업 준비를 해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종이 울리자마자 교과 선생님이 교실 앞문으로 들어왔고 세훈에게 치여 쉴 시간이 없던 경수는 한숨을 내쉬며 책을 폈다. 앞자리 백현의 고개가 자꾸 책상 서랍 쪽으로 꽂히는 것이 빵을 먹을지 말지 내적 갈등을 하는듯했다.

*

지루한 수업시간이 다 끝나갈 즈음 꼼지락거리는 백현의 움직임에 경수가 백현을 지켜봤다. 마무리하는 분위기를 타 백현의 손이 책상 서랍으로 내려가는데 아마 수업시간 내내 빵 생각을 했나 보다. 칠판에 긴 문장을 쓰는 선생님을 본 백현이 그 틈을 타 책상 서랍에서 재빨리 빵을 떼어 입에 넣었다. 뒷자리의 경수가 조용한 교실에서 비닐 소리를 내지 않으려 살금거리는 그 모습이 웃긴지 입술을 깨물며 선생님을 힐끔거렸다. 그때까지도 선생님은 뒤돌아 칠판에 열심히 수업 정리를 하고 계셨지만 말이다. 빵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는듯한 백현의 몸이 무언가 게워내듯 앞으로 쏠렸다.

" 우읍.."


수업 정리 내용을 필기하던 아이들의 고개가 백현 쪽으로 쏠렸다. 그리고 수업 정리 내용을 쓰던 선생님의 몸이 백현의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백현이 재빨리 구역질을 참는 듯 손으로 입을 막았다. 하지만 이내 또 토악질이 토기가 올라오는 듯 몸을 움찔거렸다.

" 서, 선생님... 저.. 으읍.."

" 어어그래. 빨리 다녀와."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백현은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고 이곳저곳에서 아이들이 수군거렸다. 오분 정도 남은 수업시간은 잠시 흐트러지는듯하더니 칠판에 글이 적힘으로써 다시 조용한 수업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잠시 후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렸고 그제야 백현이 교실문을 열고 반으로 들어왔다. 수업자료를 정리하며 나가려는 선생님이 괜찮은 거냐며 걱정 어린 말로 백현에게 건넸고 백현은 괜찮다며 작게 웃어 보였다.


*


괜찮다며 대답한 백현의 안색은 선생님이 나가면서 달라졌다. 반으로 돌아온 백현의 안색이 부쩍 좋지 않았다. 자리로 돌아가면서 반 아이들이 괜찮냐며 걱정했고 백현은 애써 안 좋은 표정을 감추며 연신 괜찮다고 둘러대길 바빴다. 자리에 돌아온 백현의 입가가 젖어있었다.

" 변백현 괜찮아?"

" 아. 흐흐.. 괜찮아.. 근데 좀 배고프네."

진짜 괜찮은 거냐며 다시 묻던 경수의 말에 네가 사다 준 빵인데 못 먹어서 미안하다며 답을 했고 오늘은 밥이 먹고 싶다며 점심시간에 급식실에 가자며 웃어 보였다. 경수는 걱정이 가득했지만 혹여나 자칫 실수로 백현의 임신 사실이 탈로 날까 말을 아꼈고, 백현의 등을 토닥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흙먼지 속에서 웃으며 뛰놀던 백현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자 안심할 수 없던 경수가 혹시 크게 아픈 건지 양호실에 가는 게 어떠냐고 물었지만 백현은 진짜 괜찮다며 남은 수업을 평상시처럼 받았다.

*


점심시간이 되자 찬열이 어김없이 경수의 반으로 찾아왔고 손에는 여전히 도시락통이 들려있었다. 백현은 찬열이 완전히 반에 들어와 앉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급식실을 가자고 이야기했고 찬열은 기다렸다는 듯 잘 생각했다며 백현의 손을 잡고 방방 뛰어댔다. 참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애교 있는 찬열의 모습이 경수의 눈엔 낯설었다. 짝을 지어 교실을 나가는 모습을 보며 경수가 머뭇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백현은 얼른 오라고 손짓했고 찬열은 백현이 배고프니까 얼른 오라고 이를 갈아댔다. 그제야 경수는 둘의 뒤를 졸졸 따랐다.학교에서 백현을 만나 처음 해보는 것들이 꽤 많았던 경수였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지금 가는 급식실에 가는 것이었는데 1학년 초 삼삼오오 모여 떠들며 밥을 먹는 무리들 사이로 끼는 걸 포기한 경수는 그 후로 급식실을 찾지 않았었다. 중학생 때부터 점심을 거르거나 대충 때우던 경수에게 급식실에서 밥을 먹는다는 건 마냥 처음 해보는 신기한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차분한 찬열과 백현과는 다르게 경수는 급식실을 가는 내내 신이 난 아이처럼 보였다.


" 도경수 어디 소풍 가냐? "

" 야 왜 그래. 크크 왜 애를 놀려! 귀여웠는데."

너무 신 난 티를 냈던 건지 경수의 모습을 발견한 찬열이 경수를 놀렸고 그 모습을 보는 백현이 찬열을 혼내는 듯 같이 경수를 놀려댔다. 경수는 신이 난 발걸음을 멈추고 얼굴을 붉히며 뾰로통한 표정으로 둘을 쳐다봤고 백현은 그 모습을 보며 오구 오구 소리 내며 아이를 달래듯 경수를 야 골렸다.
급식실에 가까워질수록 맛있는 냄새가 짙어졌고 도착한 급식실은 시끌시끌 밥을 먹는 아이들로 자리가 만 원이었다. 숟가락과 젓가락 그리고 식판을 차례대로 챙기는 둘을 보며 경수가 그 모습을 따라 했고 배식을 받으며 아주머니께 인사하는 둘의 모습을 힐끔 본 경수가 둘을 따라 아주머니께 인사를 했다. 백현과 찬열이 자리를 잡기 전 키득거리며 웃어댔지만 경수는 둘이 왜 웃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급식을 다 먹고 나가는 학생들 덕에 생긴 자리에 생겨 찬열이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에 앉았다. 맞은편엔 백현이 앉았고 백현의 옆엔 경수가 나란히 앉았다. 자리에 앉고 찬열이 자신의 도시락을 백현 쪽으로 펼쳐놓았고 다 펼쳐진 풍경은 제법 그럴싸한 진수성찬이었다. 백현이 정말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밥을 떠넘겼고 찬열은 천천히 먹으라며 백현을 달래기 바빴다. 경수는 그 모습을 보며 밥을 깨작거렸다. 초식동물의 식단인지 맨 풀 뿐인 식판에 경수는 젓가락질을 아꼈다. 초록 초록 거리는 반찬을 고개 숙여 그저 눈으로만 먹는 경수였다.

" 그렇게 편식하니까 약을 먹어도 키가 안 크지. "

누군가 찬열의 옆자리. 즉 경수의 맞은편에 식판을 가지고와 앉았고 설마 했던 마음에 얼굴을 들어본 경수의 눈에 세훈이 들어왔다. 지긋지긋한 새끼. 찬열이 제 옆자리에 앉은 세훈의 얼굴을 보더니 얼굴의 웃음기를 싹 지웠다.

" 찬열이 여자친구. 밥 잘~ 먹네? 네 이름이 변백현이었나? "

백현이 밥을 몇 번 우물거리더니 꿀꺽 삼키고 입을 열었다.

" 나 알아?"

" 조금 알아. 아아 성이 특이해서 알아 "

아아. 백현은 대수롭지 않게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무신경한 백현과는 다르게 찬열은 심기가 불편한 듯 인상을 잔뜩 구기고 있었다. 세훈을 경계를 하는 듯 주변 분위기가 어딘가 불편해졌다. 세훈은 밥을 먹는 백현을 잠깐 구경하더니 고개를 돌려 경수를 바라봤다.

" 뭐 하러 왔는데 "

" 같은 반 친구끼리 쌀쌀맞게. 오해하지 마 새끼야. 우리 경수 보러 온 거야 "

경수가 세훈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레가 들린 건지 콜록거렸다. 학교에서 아는척하지 말라는 자신의 말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나 보다. 아까의 분위기라면 평범한 고등학생들의 급식실 풍경에 동화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기류가 흘렀고 넷은 묵묵히 불편한 자리에서 밥을 넘겼다. 세훈의 말을 끝으로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 백현도 언짢아 보이는 찬열을 보았는지 말을 아꼈다. 말을 끝낸 세훈은 그러거나 말거나 제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경수의 입술을 바라보기 바빴고 경수는 그 부담스러운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지 못 했다.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는 불편한 급식실에서의 시간이 끝나고 물을 마시는 찬열이 경수에게 다가와 작게 약 먹으라며 중얼거렸다. 그리곤 백현의 손을 낚아채 먼저 올라가겠다며 백현을 끌고 계단을 올랐다. 점심시간에 준면을 찾아가야 하는 경수는 둘을 따라가지 않고 교실에서 보자며 인사했고 물 한 컵을 떠 억제제를 삼켰다. 그 모습을 세훈이 옆에서 뚫어져라 쳐다봤다. 경수가 세훈을 보며 억제제 통을 흔들어 보이며 하나 줄까?라며 물었고 세훈의 얼굴이 자동적으로 일그러졌다. 어색한 급식실 분위기의 내막을 알리 없는 경수는 조금은 풀어진 분위기에 세훈의 얼굴을 보며 못생겼다고 비웃었고 약을 다 먹은 경수는 물컵을 내려놓고 교무실이 있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따라올 줄 알았던 세훈은 예상과는 다르게 보이지 않았다.


급식실에서 나온 경수는 찝찝하지만 처음 겪은 새로운 경험에 약간은 들떠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교무실에 도착한 경수가 문을 열어 인사를 하곤 준면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음악실에 있을법한 준면은 다행히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웃으며 경수를 불렀다.

책상 아래에 있는 보조의자 하나를 꺼내 앉으라는 준면의 입에서 제일 먼저 나온 말은 경수가 잊고 있던 상담에 관한 이야기였다.

" 어.. 경수야 상담받은 건 어떤 거 같아?"

"..."

잊고 있던 고민거리. 상담의 일정에 오늘도 포함된다는 걸 경수는 문득 생각해냈다. 방금까지만 해도 들뜬 마음이 순간 식어내렸다. 분명 어제 상담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피를 뚝뚝 흘리는 자신의 모습. 최악이었다. 하지만 내심 기대감을 비치는 준면의 얼굴을 보며 경수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다. 경수의 말을 기다리는 준면을 보며 경수는 식은땀을 삐칠 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준면의 책상으로 볼일이 있는 학생이 경수 앞으로 다가왔고 준면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종인이었다. 하필이면 제일 보고 싶지 않은 인물을 여기서 맞닥뜨리다니. 제발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경수의 바램과는 다르게 종인이 앉아있는 경수를 보며 웃으며 인사했고 주면은 그 모습을 뿌듯하게 바라봤다. 경수는 종인의 웃음을 보고 마음속 어느 한 부분이 뒤틀리는듯했다.

" 둘이 친해졌나 보네? 상담은 잘 했고?"

경수의 답을 들을 수 없던 질문을 종인에게 돌리는 준면이었다. 만약 사실대로 말하면 어떻게 하지.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모를 상황이 떠올라 경수가 종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 네. 아무 문제없이요. 그렇죠 형?"


평온한 종인의 목소리였지만 경수에겐 마치 엄청난 문제가 있었다는 듯 뼈가 박혀있는 말로 들려왔다. 약점을 잡힌 듯 찝찝했고 자리에 앉아있는 게 숨기 막힌 듯 답답해져왔다. 종인 이 마치 무언의 압박으로 경수를 짓누르는 듯 느껴졌다. 경수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준면이 무안했는지 종인을 한 번 더 불렀고 종이 한 장을 건넸다. 다름 아닌 종인이 준면을 찾아온 진짜 이유였다.

 

" 그래 그럼. 너희 반 음악 수행평가점수 사인받아서 다시 제출해줘."

" 그럼 가보겠습니다. 형 이따 봐요."

 

종인이 교무실을 나가고 불편한 듯 멀뚱히 앉아있던 경수를 보며 준면이 웃어 보였다. 꼬치 꼬치 캐묻는다고 대답해줄 경수가 아니었기에 오늘은 이만 놓아주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준면이었다.


" 오늘도 상담 잘 받고! 도움 필요하면 선생님한테 말해 경수야"


경수는 고개를 꾸벅거리며 간단한 인사를 하며 교무실을 나왔다. 교무실에서 종인을 만난 시점부터 경수의 마음엔 걱정이 응어리지기 시작한 듯 무거웠고 방과 후 상담 시간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모락모락 피어났다. 교실에 도착한 경수의 눈에는 백현과 찬열이 보이지 않았고 백현은 수업 종이 치기 전 아슬아슬하게 반으로 들어왔다.


*

상담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경수는 자신을 보며 웃던, 아니 비웃는 것처럼 입꼬리를 올린 종인의 얼굴이 생각났다. 활기를 띤 수업 분위기를 내팽개치곤 방과 후에 집으로 도망이나 갈까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유혹해왔지만 점심시간의 준면의 기대나 상담 후까지 기다려주는 백현과 찬열을 생각하면 그건 너무 지나친 이기심이었다. 이도 저도 못하고 끙끙 앓던 경수를 본 교과목 선생님이 경수의 이름을 불러일으켰고 당연히 딴생각을 하느라 정신이 팔렸던 경수는 대답하지 못해 큰 굴욕을 당해야 했다. 정신 차리라는 선생님의 호통을 듣고서야 앉을 수 있던 경수의 기분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도움도 안되는 상담 때문에 놀림거리나 되고. 이게 뭐야. 아 상담을 왜 시작했을까.

*

종례가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들이 교실 밖으로 우당탕 뛰어나갔다. 그 틈 사이로 백현은 경수의 팔을 잡았고 경수는 싫은 티를 내며 끙끙거렸다. 이 행동의 전말은 마지막 교시의 쉬는 시간에 상담을 받기 싫다고 한 경수의 말에 있었다. 진짜 가기 싫다니까? 경수의 말에 백현은 도리질을 치며 막 들어오는 찬열에게 경수의 팔을 붙잡으라 했고 경수는 버둥거리며 상담실 앞까지 강제로 끌려왔다. 마치 치과에 가기 싫어하는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결국 상담실 앞에서 마주한 종인을 보고 자존심이 상했는지 아닌 척 팔을 놔달라며 상담실로 들어가는 경수였다. 백현과 찬열은 경수의 팔을 놓았고 들어가는 경수의 엉덩이를 토닥거렸다. 앞에서 기다릴 테니까 도망갈 생각하지 말고 잘 받고 오라는 백현의 말에 경수는 콧방귀를 끼며 문을 닫았다.

 
상담실에 들어와 앉자 종인이 경수를 보며 웃어 보였다. 경수는 자신을 보며 매번 웃는 종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어제의 모습과는 다르게 경수가 자리에 앉자마자 입을 열었다.


" 아까 왜 웃었어?"

" 네? 반가워서요. 그래도 앞으로 싫으나 좋으나 얼굴 볼 텐데 웃는 얼굴이 좋잖아요. 기분.. 나빴어요?"

" 비웃은 거지? "

" 왜 그렇게 생각했어요?"

" 네 마음을 내가 어떻게 알아"

" 비웃은 거 아니에요. 진짜 믿어주세요. "

" 못 믿어"

" 어떻게 하면 믿어줄래요?"

" ... "

 

또박또박 받아치던 경수가 조용해지자 상담실에 고요함이 감돌았다. 종인 이 잠시 무언가 생각을 하는듯하더니 핸드폰에 시선을 두며 입을 열었다.


" 아.이건 어때요? 가끔 인터넷하면 떠돌아다니는 색깔 심리테스트가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고 하더라고요. 한번 해볼래요?"


" 그런 테스트를 공감하는건 그냥 바넘효과때문이야. 정확하지않잖아."


" 테스트에선 4가지 색을 선택하라고 나와있어요. 그중 세 개를 맞추면 나 믿어주는 거 어때요? 4개는 무리고 2개는 운이라고 해도 3개는 힘들잖아"


" 못 맞추면? "


" 준면선생님한테 형 상담 담당 바꿔달라고 해볼게요"

 

종인의 말에 순간 경수의 눈이 번득였다. 상담실에 있던 시간 중 가장 총기를 담은 눈을 지금에서야 보인 경수였다. 밑져야 본전인 파격적인 제안을 거절할리 없는 경수였다. 눈앞에 보이는 상담 안내서 책자 모서리를 찢는 행동으로 종인의 제안에 답했다. 종인은 가방을 뒤적거려 볼펜 하나를 경수에게 건넸고 핸드폰을 이리저리 조작한 후 이미지를 띄운 화면을 경수에게 건넸다.

 

 

[EXO/카디] 행복이 오기까지의 시간 05 (오메가 버스) | 인스티즈

 

 

 


" 형은 색을 보고 숫자를 쓰고 저는 해석을 보고 숫자를 쓸게요. 내가 독심술사도 아닌데 그 정도는 이해해주세요."

" 그러던지."


경수는 자신만만한 종인의 행동을 의심해 뒤돌아 테스트 용지에 번호를 적었다. 핸드폰을 보며 눈을 뜨고 감는 걸 반복한 경수가 한 번씩 슬쩍슬쩍 종인의 눈치를 보자 종인이 눈을 맞추며 웃어 보였다.


" 아무 번호나 쓰면 무효."

 

종인의 말에 경수가 적어둔 번호를 볼펜으로 벅벅 지우고 새로 써야 했다. 몇 분 후 번호를 다 쓴 경수가 종이를 두 번 접어 손에 쥐었고 핸드폰을 다시 종인에게 건넸다. 종인은 테스트의 해석본을 눈으로 꼼꼼히 확인하며 숫자를 지우고 쓰길 여러 번 반복했고 경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붙잡고 종인을 기다려야 했다.

 

" 다 적었어요."

 

둘은 소파 가운데 위치한 작은 탁상에 각자의 종이를 펼쳐 보았다. 경수의 종이엔 7 9 24 29가 적혀있었고, 종인의 종이엔 9 24 29 23이 적혀있었다. 눈동자를 굴려 결과를 확인한 경수가 종인을 노려봤다.

 

" 속임수 쓴 거지?"

" 믿어주기로 했잖아요. 저 진짜 생각 많이 했어요. 봤잖아요 형."

" 그래서.. 9 , 24, 29 번 해석이 뭔데"

종인은 해석이 바로 생각나지 않아 핸드폰 화면을 보며 다시 확인했다.

" 9. 도움이 필요함, 24. 초조함, 29. 망설임, 불안 이요"

 

경수는 결과를 듣고 자신이 졌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여러 경우의 수중에 자신의 상황과 연관성 있는 세 숫자를 맞추는 것은 분명 우연이라고 보기는 힘들었기 때문이다. 종인은 자신의 선택을 믿었고 경수의 마음을 읽었다. 불신과 의심으로 쌓인 벽이 허물어져 무너져 내릴 때가 다가온 것이다.

 

" ..네가 고른 23번은? "

" '희망'이요."

" 희망은 왜 고른 거야? "

" 아마 나중에 이 테스트를 한 번 더 할 때쯤이면, 형 눈에는 23번 색이 보이지 않을까 해서요."

" 자신감이 넘치네"

"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야죠. 그럼 형은 왜 7번이 인상에 남았어요?"

" 7번이 뭔데?"

" '피'요"

" 아아."


테스트 참 소름 돋네. 종인이 자신의 번호를 맞출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했던 것도 잠시 종인에 대한 의심을 그친 경수는 잠시 다른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음료를 들어 입을 축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 일단 세 개는 맞췄고 약속은 약속이니까 ..믿고.. 얘기해줄게."

 

경수가 잠시 입술을 축이며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내 준비가 됐다는 결심을 한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아마 이 색이 기억에 남은 이유는 빨간색이 있어서 일 거야. 어릴 때부터 빨간색을 좋아했거든. 좋아한 이유가 두 가지 있었는데 그중에 일단 하나는 영웅의 대장은 항상 빨강 색이었기 때문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엄마 때문이었어. 우리 엄마는 내가 아주 어릴 때 새빨간 원피스나 구두 아니면 적어도 입술. 하나에는 꼭 붉은색이 들어갔었어. 그게 아니면 작은 꽃병에 항상 빨간 장미를 꽂아두시거나. 지금 집 형편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닌데 적어도 내가 어릴 땐 좋았다고 하더라고, 일단 남아있던 기억에서 엄마는 몸에 빨간색이 있는 날에는 기분이 좋으셨는지 활짝 웃으셨어. 아마 지금까지 이 기억을 할 수 있었던 건 엄마가 웃는 모습 때문이었을 거야. 아주 행복해 보였거든. 그 후에 우리는 이사를 했고, 그 집이 지금 사는 집인데 아마 집안 형편이 안 좋아져서 였을 거야. 우리 집은 그때부터 색이란 걸 찾을 수 없었거든. 다 검고 칙칙했어... 빨간 장미를 사다 아무리 꽃병에 꽂아둬도 다음날이면 까맣게 변했어.엄마는 그 후부터 웃질 않으셨던 거 같아. 내가 뭘 하든 그저 아무 표정 없이 바라봤거든. 학교에서 배운 노래를 불러줘도 춤추면서 재롱을 피워도 한결같으셨어... 어느 날은 학교가 끝나서 집에 돌아오는데 집에서 엄마 웃음소리가 크게 들리는 거야. 엄마가 왜 웃고 계실까 괜히 기분이 좋아서 헐레벌떡 방으로 들어갔는데 엄마 손목에선 피가 떨어지고 있었어. 그땐 자해라는 개념을 알지 못했어. 단지 어린 내 눈에 보이는 건 엄마의 웃는 모습뿐이었어. 그게 잘못된 일이란 걸 알았어도 나는 말리지 않았을 거야. 엄마 모습은 아주 행복해 보였거든. 나는 엄마가 손목에 상처를 낼 때마다 옆에서 그걸 구경했고 엄마가 웃을 땐 은근슬쩍 엄마품에 안기기도 했어. 머리가 자라고 잘못된 걸 알게 되면서까지도. 내가 말리지 않은 거야. 엄마를 더 상처냈지. 나는 내 행복을 위해 엄마의 상처를 이용한 거야. 지독히도 나쁜 아들이었지.그래서 우리 엄마가 나를 떠나고 나간 걸지도 몰라. 어쩌면 내가 말려주길 바라고 있었을지도 몰라. 그 순간 엄마는 웃으면서 끝까지 내 눈을 바라봤거든."

 

차분히 말을 이어나가던 경수의 목소리가 조금씩 떨려왔다. 경수는 잠시 숨을 크게 들이쉬고 말을 이어나갔다.

 

" 엄마가 나가고 아버지마저 집을 나가셨어. 왜 엄마가 그 집에서 무표정으로 있었는지 알겠더라. 우리 집에 하나 있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참 밋밋하더라고. 그때 손목을 그으면서 웃던 엄마 생각이 났고, 잘못된 걸 알면서도. 그 행동을 따라 했어. 처음에 손목을 그었을 땐 참 찌릿찌릿한 게 아프더라. 근데 신기한 게 피를 보고 나면 그런 생각이 없어지는 거야. 그래서 외로울 때마다.."

 

끝내 울먹거리던 경수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경수의 내부에 쌓여있던 감정적인 벽과 고통 어린 정신적 장애물들이 눈물에 같이 흘러나왔다. 아마도 경수의 눈물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 사랑, 그리고 혼자였을 때 느낀 외로움이 담겨있을 것이다. 참 구슬픈 눈물방울이 경수의 손위로 떨어졌다. 아직 더 말할게 남아있는 듯 말을 이어나갔지만 울음소리에 먹혀 나오지 않았고 종인은 조용히 경수를 안아 등을 쓸어주었다.


" 거기까지만 말해줘도, 이제 괜찮아요. "


경수의 눈물로 종인의 셔츠가 어깨 부근이 젖어들었다. 경수는 종인의 다독거림을 받으며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어느 누구 앞에서도 보이지 않았던 가장 약한 모습을 종인에게 또 들키고 만 거다. 하지만 그 모습이 부끄럽다고 느끼지 못 했다. 자신을 믿어준 종인에게 마음을 열어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경수는 구태여 종인을 밀어내지 않았고 그렇다고 그간 참았던 눈물을 멈추지도 않았다.


" 나 제대로 살..고 싶어.. 종인 아."


" 아무리 아픈 마음의 상처라도 그걸 인식하는 순간부터 치유가 시작되는 거래요. 하루아침에 완치되는 상처는 없으니까 천천히, 오늘처럼 조금씩 조금씩 보여주세요.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도와줄게요."
 
종인은 계속해서 경수를 다독였고 서서히 울음소리가 잦아든 경수가 종인에게서 떨어졌다. 경수는 잔뜩 눈물이 번진 종인의 어깨를 보며 붉어진 눈을 깜빡였다.

" 옷.. 다 젖었어."


" 이런 건 금방 말라요. 그런 걱정 마요. 울릴 생각은 없었는데 미안해요."


" 안 울었어. "


" 믿어준 건 고마워요."

종인이 다시 경수를 보며 웃어 보였고 더는 종인의 미소 어린 표정이 기분 나빠 보이지 않는 경수였다. 눈꼬리가 붉어진 경수가 자신보다 어린 종인 앞에서 운 사실이 이제야 창피했는지 눈을 비벼댔고 탁상 위에 놓인 휴지로 연신 볼을 닦아냈다. 종인이 핸드폰 화면을 켜 상담 시간이 오분이 채 남지 않은 걸 보고 경수에게 이야기해주자 경수는 어제와 같이 과자를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다. 움직이는 손과 손바닥. 그 셔츠의 소매 사이로 봉합된 상처 부위가 보였다. 하지만 종인은 경수의 상처를 건들 맘이 없었기에 조용히 경수의 행동을 지켜보다 입을 열었다.

 

" 과자 좋아하나 봐요?"

" 그다지 좋아하진 않아."

" 근데 왜 그렇게 주섬주섬 챙겨갔어요?"

" 최근에.. 친구가 생겼어. 근데 그 친구가 과자를 좋아해."

" 그 손바닥에 적혀있는 친구요?"

" 응.봤나보네"

"힘내고 있네. 예뻐요."

 

칭찬이 서툴었던 경수는 간신히 가라앉힌 얼굴을 또 붉게 피워냈다. 종인은 그 모습을 보며 소리를 내어 웃었고 짓궂은 장난을 쳤다.

 

" 내 번호도 적어줄까요?"

"  됐어. "

" 아아 매정해라"

잠시 후 상담 시간이 다 지나갔다는 알람이 종인의 핸드폰에서 울렸고 경수는 가방을 챙겨 상담실 문고리를 잡았다.


" 아. 형!"

종인의 부름에 경수가 문고리를 잡은 상태로 뒤돌았고 가방을 뒤적거린 종인이 경수의 손에 무언가를 쥐여주었다. 손을 펴보자 노란 캐릭터 반창고 두 개가 보였다.

" 이걸 왜?"

" 흔적 남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붙이면 그 시간만이라도 안 볼 수 있잖아요."

" ..울었다고 소문이나 내지 마."

" 안 울었다면서요."

".. 내일 봐"


경수가 종인에게 받은 반창고 두 개를 손으로 꼬옥 쥐고 있었다. 상담실을 나온 경수가 백현의 손에 과자를 털어놓았다. 백현은 웃으며 고맙다는 말을 했다. 털어놓는 손끝 코끝 눈꼬리가 붉었지만, 상담실 밖에서 경수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던 찬열과 백현은 경수에게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저 어깨를 다독여주고 잘했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줬을 뿐이었다.


" 상담은 어땠어? "

" ..좋았어."

" 거봐. 잘 받고 올 거면서 "

뒤늦게 상담실을 정리하고 나온 종인은 셋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다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제야 걸음을 옮겼다.


 

-----------

심리테스트에 관한건 글을 위해 픽션을!! 이해해주세요 ㅠㅠ~

오늘도 재밌게 읽으셨는지 모르겠네요 ㅠㅠ 조만간 본가에 다녀올 예정이라 조금 서둘러서 올리네요ㅠㅠㅠ

매번 봐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암호닉 신청은 항상 받고있으니 많은 관심부탁드려요 ^^~

암호닉 신청자분들께는 완결후 특별번외를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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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세훈이가 정확하게 어떠한 인물인지 짐작이 안가네요..암호닉 신청 가능한지 몰랐네요! 아모로 해주세요ㅎㅎ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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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아
아직 정확한 정의를 내리긴 힘들지만 음..캐릭을 설정해드리자면 제멋대로 불량학생 정도로 보시면되요~ 하고싶다가도 귀찮으면 안하는? 그런이미지 생각해주세요!! 별 생각없이 내키는 대로 하다가도 금방 질려하는 정도로 설명이 가능할거같아요~ 오늘 글은 재밌으셨는지요 ㅠ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암호닉 신청도 감사합니당~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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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이렇게 금방 다음편이 나올 줄 몰랐는데 ㅎㅎ 굉장히 좋네요 ㅋㅋ 오늘도 잼있게 읽고 갑니다
본가 잘다녀오세요ㅎㅎ다음편 기대하겠습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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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아
재밌게 보셨다니 다행이네요 ㅠㅠㅠ 매번 읽어주시고 기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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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암호닉신청해도되나여ㅎㅅㅎ글이너무재밌어요!!♥♥되면루루로해주세여♥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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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아
암호닉 신청해주셔서 감사해요 ㅠㅠ 워낙 장문의 글인데 읽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ㅠㅠ!! 혹시 이해안되거나 이상한부분있으면 바로 물어보세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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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저요저...암호닉 뿡이로해주세요..경수가 맘을 열게 되는게 진짜좋아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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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아
암호닉신청 감사합니다^^! 긴글읽느라 수고하셨어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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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금이에요~항상 불안하던 경수가 이제 점점 나아지는 것 같네요!작가님 잘 읽고 가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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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아
!! 안녕하세요 금님~~ 매번 ㅠㅠ보러와주시고 댓글도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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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색깐 심리테스트 해봤는데 저 왜이런 결과가ㅋㅋㅋㅋㅋㅋ색깔 심테가 카디 관계의 좋은 시작이 되었네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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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ㅠㅠㅠ지금 정주행중인데..ㅠㅠ 몰아서 마지막 업뎃 된 편에 댓글 적으려고 했거등요 ㅠㅠ 작가님께는 죄..죄송하지만 ㅠㅠ... 혹시 위에 제시된 심리테스트? 이건 뭔지 알수있을까용?ㅜ.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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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아
그 네이버에 색깔심리테스트 검색하시면 나오는데 sns에서 유명한 테스트더라고 하더라고요 !! 되게 신기하게 잘 맞는다고 하는 부분도 있으니 한번 해보세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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