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01
글 민어
신은 애초에 인간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에게 인간은 시험 삼아 만들던 피조물에서 떨어져 나온 본능과 이성의 어중간한 덩어리였으니까.
하지만 그런 인간이 구름 밑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신의 아이가 인간을 사랑했으니까.
자연에 깃든 영혼이 가득한 일명 '침묵의 시대'를 지루해하던 신의 아이는 본능과 이성을 가진 인간을 사랑했다.
어쩌면 단순히 흥미였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신의 아이는 신에게 간청하여 비옥한 구름 밑 땅에서 인간을 살게 했다.
설령 인간들이 서로를 해칠 무기를 만들어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전쟁을 치를지라도. 신의 아이는 공평하게 인간을 사랑했고, 공평하게 그들에게 생명의 빛을 뿌렸다.
무고한 자를 죽이고 새로운 영토를 얻은 자의 얼굴에도, 억울하게 죽은 참담한 시체의 얼굴에도. 그는 무서울 정도로 공평했다.
그가 생각하는 사랑은 그래, 공평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혼란과 격동이 난무하던 시대가 지나고 인간들은 세계를 세 개의 제국으로 나누고 살아가게 되었다.
그중 하늘과 가장 가깝게 맞닿아 신의 총애를 받는다는 제국. 오빌리아.
신과 가장 맞닿아있다는 제국인 만큼 오빌리아는 종교를 중심으로 문화가 발달하였고, 세 개의 제국 중 가장 거대한 규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5년마다 조건에 만족하는 새로운 성녀를 뽑아 신과 그 아이의 뜻을 전하는 대신관이 된다고 한다.
성녀는 오빌리아 제국만의 독자적인 종교 문화로 ...
{ 소설 Apocalypse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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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마감을 마친 나는 툭 치면 부서질 것같이 찌뿌둥한 몸으로 간신히 스트레칭을 해냈다. 고개를 한 번 돌릴 때마다 뚝, 뚝 소리가 나는 게 아무래도 오래는 못 살 것 같다.
내 직업은 백수 겸 소설 작가. 여차여차 추가 합격으로 대학엔 합격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학과와 내겐 존재하지 않는 친화력 DNA 덕분에 대학에 들어와서도
그 흔한 술 약속 하나 없이 아웃사이더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뼛속까지 외롭던 나에게 유일한 친구가 하나가 있었는데 바로 판타지 소설이었다.
중학교 때까진 나름 책장 한 권을 빼곡 채울 정도로 판타지 소설을 사랑하던 나였지만 고등학교에 들어와선 생기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판타지 소설을 붙잡고
살 순 없었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판타지 소설을 끊은지 어느덧 3년이 지났다. 하지만 첫 상경과 대학교에 대한 낯섦으로 피폐해지던 나에게 판타지 소설이 다시 친구를 자처한 것이다. 초반엔 읽는 것으로 만족하던 소설이었지만 '아, 이 부분은 이게 아니라 이런 장면이면 좋을텐데.' , 이렇게 사소하게 쌓여가던 생각들이 내가 작가라는 직업을 갖게 만들었다. 처음 장난처럼 써본 판타지 소설의 반응이 나쁘지 않고, 꽤 수익을 냈기 때문에 난 출판사의 권유로 벌써 두 번째 작을 집필하고 있었다. 하지만 취미가 아닌 작가로써 글을 쓰는 건 내 생각보다 고역이었다. 지켜야 하는 마감날, 출판사 직원의 독촉. 하는 수없이 학교를 휴학하고 난 칩거 생활을 시작하며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22살의 나는!
이번에 새로 집필하고 있는 작품의 제목은 [Apocalypse]. 장르는 성장형 판타지. 제목을 내 입으로 말하긴 힘들지만 나의 데뷔작 [드래곤 황녀] (....) 는 나름 로맨스 요소를 갖춰
호기롭게 낸 일명 로·판 (로맨스 판타지) 작품이였다. 하지만 로맨스 씬이 세상 어색하다는 편집장 님의 엄청난 혹평을 듣고선 결국 사랑을 나눠야 할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전우애를 나누게 되었다는, 그런 슬픈 비하인드가 있는 작품이었기에 나는 내가 로맨스 작품엔 소질이 없다는 걸 빨리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래서 내 두 번째 작이자 로맨스 따위 싹 빼고 담백한 성장형 판타지로 준비한 게 바로 이 [Apocalypse] 인 것이다.
Apocalypse의 주인공은 베아트리스, 라는 이름을 가진 백금발에 자안(紫眼)을 가진 수려한 외모의 시골 아가씨다.
그녀가 사는 곳은 정말 외딴 시골이었기에 백금발에 보라색 눈을 한 베아트리스는 돌연변이 취급을 받아 결국 숲에 고립된 채로 살아가는데 베아트리스가 사는 제국에선
5년에 한 번씩 성녀를 뽑아 신과 신의 아이의 말을 전하는 대신관의 자리를 맡기게 된다. 숲에 고립되어 살아가는 베아트리스에겐 당연히 성녀가 무엇인지 심지어
신과 신의 아이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조차 없다. 하지만 소설 속 클리셰답게 하필 마을에 성녀 후보를 뽑으러 온 날, 배고픔에 지친 베아트리스는 마을로 내려오고
그녀는 특이한 외모 덕분에 성녀 후보로 뽑혀 제국의 수도인 '레터' 까지 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베아트리스는 진정한 성녀로 거듭나 대신관의 자리까지 오르고
구름 위 신과 신의 아이의 말씀을 전하는 자안(紫眼)의 성녀가 되어 지하에서 항상 인간계를 멸망시키려 하는 일명 지하신까지 해치운다는... 여하튼 그런 이야기다.
사실 초기 구상엔 베아트리스와 엮을 남자 주인공들만 A4 네 장 분량이었지만 이번에도 로맨스 요소를 넣는다면 정말 계약을 해지 할 거라는 편집장의 으름장에
난 눈물을 머금고 로맨스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미안, 베아트리스...
시계는 벌써 새벽 3시를 가리켰다. 1권 마감도 끝냈으니 이젠 조금 삶의 여유가 생기는 듯했다. 아침에 상쾌하게 일어나 파일을 보내기만 하면 당분간은 자유다!
기대에 부푼 나는 침대가 아닌 노트북 옆 쇼파에 기어 올라가 대충 담요를 덮고 잠을 청했다.
왠지 오늘 꿈에선 꽉 찬 통장과 내 작가 생활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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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불이 꺼진 작은 원룸엔 한 사람의 고요한 숨소리와 아직 꺼지지 않는 노트북이 돌아가는 전자기기 소리로 가득했다.
또한 마우스 커서가 홀로 똑딱똑딱 기묘한 소리가 마치 앞으로 움직일 운명의 시계를 대변하듯 외롭게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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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도 죽지 못하고, 살아도 살지 못한 채로. 그렇게 살아. '
어둠 속에서 광기에 번뜩이는 눈이 그렇게 말한다.
' 미안해. '
예리한 칼날이 가슴을 헤집는다. 비록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일지라도 난 그것이 당신임을 알고 있다.
죽을 만큼 달콤한 향기가 주마등 대신 스쳐 지나간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달큰한 향.
... 반드시 죽여버릴거야.
방금 속삭인건 누구야?
당신?
아니, 이건 내가 아니야.
그럼, 너는.
조용히 해.
이제 깰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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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ocalypse
01
신이 되는 자
Fin
프롤로그만 달랑 올리고 사라져서 죄송합니다 ;ㅅ;
초록글도 올라갔다 왔더라구요,,,
이제 시험도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달려봅시다 >_<
무슨 내용일지 예상이 가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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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의외로 악필이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