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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 이루마 - Reminiscent >


*

 

 


언제나 문을 열면 너가 있었다.

너의 뒷 모습은 성숙함과 앳됨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어린 소년을 보여주었고,

너의 그 손놀림은 새하얀 캔버스를 아름다움으로 잔뜩 채웠다.

그리고 난 너를 따라, 그림이라는 새로운 흥미에 눈을 뜨게 되었다.

온전히 너를 보고 싶다는 마음에, 그 마음에 너를 따라 그림을 그렸다.

 

 

 

 


"이야, 박찬열 쩌는데?"

"고맙다, 역시 너가 보는 눈이 있어."

 

 

 

난 풍경화를 참 좋아했다. 어렷을 적 부터 엄마가 그려온 그림들은 죄다 풍경화였기 때문이기도 했고, 사진 찍는 것을 워낙 좋아했던 나라서일지도 모르겠다. 봄이 이제 시들어 가고 있었다. 나무들은 멋을 뽐내던 꽃들을 사뿐히 다시 자신의 기둥속으로 집어넣었고, 원색들의 느낌으로 우리의 마음을 좋게하던 꽃들은 이제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붓을 내려놓았다. 손에는 온통 물감들이 묻어있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손을 탁탁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아무리 그림을-풍경화이던, 자상화이던- 잘 그린다고 해도 내 그림 실력은 '그 녀석'에 비하면 한 줌의 재였다. 그 녀석의 그림을 멍하게 보고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그 그림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림을 느낌있게 그리는 것. 선생님이 항상 강조하고 강조하던 포인트였다. 명화의 포인트를 잘 잡아 복제본으로 그려도 원본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느낌. 그 녀석은 그림을 그리는 것을 참 좋아했다. 그림에 모든 것을 걸었고, 자신의 인생은 그림으로 시작해 그림으로 끝난다고 스스로 자부 했다.

 

 

 

"근데 넌 아무리 그려도 도경수가 발로 그리는 정도다."

"야, 듣겠어."

"들으라고 하는 소리잖아. 솔직히 쟤, 존나 재수없지 않냐?"

 

 

 

동그란 뒷통수를 가진 소년이 힘차게 붓을 그어나가던 것을 잠시 멈추었다. 저 변백현 개새끼를, 한번 째려보자 깨갱하며 내 옆에 슬그머니 앉았다. 잠시 후, 다시 붓을 꺼내 든 도경수가 붓질을 계속했다. 나무를 그리고 있었다. 도경수는 나무를 잘 그렸다. 예를 들자면, 살아있는 생명의 나무와 반 쯤 죽어가는 나무, 어린 가지를 가진 나무, 단풍이 송이송이 달린 나무... 뭐랄까, 도경수의 나무는 마치 계절을 대신하는 것 같았다. 천재적인 화가. 어렷을 적 부터 천재적이었던 도경수. 전 세계가 열광하고, 환호하는 도경수. 그리고 변백현이 재수없다고 하면서 매번 손가락질 하는 상대이자, 내가 그림을 시작하게 된 이유. 열성적으로 도경수에게 매달리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도 아니다. 힐끔힐끔 바라보는 정도. 순전히 내가 미술부에 들어온 것은 도경수 때문이였다.

 

 

 

 

싸가지 없는 애가 전학왔다더라, 그 애 이름이 도경수라고 하더라. 인터넷과 SNS상에서 칭찬과 동시에 욕을 받는 고등학생. 전 세계에서 주목한다는 천재적인 새끼가 우리 학교로 온다더라. 라는 변백현에 말에 처음에는 무심했다. 그 애가 그렇게 그림 실력이 뛰어나다고? 엄마가 종적을 감춘 이후로 그림의 '그' 자도 꺼내지 않았다. 미술 시간 때마다 항상 잠을 자거나, 수업을 듣지 않았다. 미술 수업을 들으면서 실습을 하면, 엄마가 내 손을 잡아주며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오버랩 되기 때문이였다. 그래, 엄마를 그리워하는 거다. 도경수라는 애와 나는 평생 아무 인연 없을 것 같았다. 그저 같은 학교에 다닌 동창생? 정도로 기억 남을 것 같았다. 물론, 내 생각은 헛된 착각이였다.

 

 

 

"도경수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내 앞자리에 앉은 그 녀석, 도경수는 말을 종체 하질 않았다. 짝도 머뭇거리면서 대화하는 것을 꺼려했고, 쉬는 시간마다 도경수를 힐끔힐끔 보며 곁눈질하는 애들이 대부분이였다. 물론 나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미술을 잘한다는 것이 너무 짜증이 났고, 도경수의 동그란 뒷통수를 볼 때마다 엄마가 생각이 났다. 시발. 같이 조 활동을 할 때도 그랬고, 프로젝트를 할 때도 그랬다. 도경수는 날 자꾸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난 그 시선이 너무나도 짜증이 났고 도경수에게 소리라도 질러볼까 했다. 어느 날은 자꾸 나를 의식하면서 연필을 잡는 그 녀석을 보며 화가 났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난 후 이야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학교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도경수가 가방을 메고 달려간 곳은 다름 아닌 미술실이였다. 야자를 빼도 너그럽게 이해하시던 선생님이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쟤 야자 빼 먹어도 뭐라 안 하는 유일한 학생이지. 내가 뒤에 있는지도 모르는 채 총총걸음으로 달려간 도경수는 뒷문을 홱 열었다. 미술실은 온통 그림들이 벽에 걸려있었다. 제대로 본 적도 없어서 그런지 온통 새로운 것들이 내 눈앞에 보였다. 도경수는 의자를 끌어 앉아 캔버스를 주섬주섬 꺼내 이젤에 얹었다. 꽃이 그려져 있었다. 직접 스케치를 한 건가? 소문대로 도경수는 그림을 잘 그리는 것 같았다. 붓을 꺼내들은 도경수가 미소를 머금으며 물감을 묻혔다. 도경수가 웃는 모습은 처음보았다.

 

 

 

붓놀림은 예술적이였다. 마치, 피카소를 보는 듯한 느낌이였다. 미술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피카소는 미술 선생님의 훌륭한 멘토이자 스승이셨다. 피카소 동영상을 볼 때마다 피카소의 붓놀림을 강조하던 미술 선생님이셨는데, 우연스럽게도 피카소의 붓놀림이 생각났다. 빨간색 물감과 하얀색 물감을 혼합하여 예쁜 분홍색 물감을 만들어내었다. 조심스러우면서도 강렬하게, 주저하지 않고 색칠하는 도경수의 뒷 모습은 제3자가 보아도, 매력적이였다. 처음 보는 도경수의 신선한 모습에 온 시선을 뺏겼다. 그림을 그리는 도경수의 모습은 예뻤다. 잘생겼다, 멋있다라고 생각해야하는 게 맞을 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눈으로는 예뻐보였다. 공부하는 모습보다, 그림그리는 모습이 더욱 더 마음에 들었다. 삼십 분 만에 도경수는 훌륭하디 훌륭한 꽃을 완성해내었다.

 

 

 

"...?"

 

 

 

만족스러운 듯 헤벌쭉 웃으며 도경수가 뒤를 돌아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곧 도경수의 얼굴이 빨개졌다. 마치 이건 좋아하는 소녀의 뒷 모습을 보는 소년의 모습 같았다. 그리고, 소년이 소녀와 눈이 마주쳤을 때 소녀가 수줍게 미소짓는. 미소를 입에 머금고 도경수가 뒷 문을 열었다. 우린 아직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박... 찬열..?"

"......난, 난! 할... 말이 있어서 온... 온거야!"

 

 

 

이게 뭐야. 당황해서 말을 더듬어가며, 도경수에게 횡설수설 이야기하는 내 모습은 내가 상상한 모습과는 정 반대였다. 단호하고 박력있게, 너 왜 자꾸 나 보고 그래? 라고 말 하려고 했건만. 당황하는 내 모습에 도경수도 어쩔 줄 몰라했다. 학교에서는 잘 나가는 이미지로 이름 불리는 난데, 모든 애들이 날 부러워하는 그런 난데. 도경수 앞에서는 왜, 왜! 그러질 못하는 거지? 어색한 정적을 깬 것은 도경수였다.

 

 

 

"...너도 그림... 좋아, 해?"

 

 

 

긴장을 한 듯 조심스럽게 묻는 도경수였다. 무슨 대답을 해야할까.

 

 

 

"...응."

 

 

 

거짓말을 했다. 도저히 '아니' 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저 고운 눈이 일렁이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의...외네. 애들이 하는 말로는 전혀 안 그렇게 생겼는데."

"..하하, 그래..?"

"너 되게 잘생겼더라."

"응? 아, 아..! 고.. 고마워!"

"당황하는 모습도, 멋있다."

 

 

 

뜬금없이 잘생겼다라고 말 하는 도경수 때문에 말문을 잃은 나는 또 말을 더듬어버렸다. 수줍어하는 소년으로 보일까? 도경수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의문심이 들었다. 도대체 왜 내게 잘생겼다라고 말을 한 걸까.

 

 

 

"있.. 잖아, 도경수!"

 

 

 

엄마, 엄마가 떠나기 전에 나한테 그랬잖아.

절대로 나만은 그림에 손 대지 말라고. 엄마는 좋아서 한 거지만 난 절대 하지 말라고.

엄마가 나 훌륭한 사람 되라고, 천한 화가가 되지 말라고 했잖아. 근데 엄마, 내가 만약에.

만약에, 엄마랑 똑같은 길을 걷고 싶어한다면.

 

 

 

"응? 왜, 찬열아?"

"나도 그림, 그리고 싶어."

 

 

 

그럼 엄마는 어떻게 말해줄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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