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훈이, 학교 잘 다녀오구 공부도 열심히! 아직도 졸린 표정으로 신발을 신고 있던 세훈의 엉덩이를 두드려준 백현이 웃었다. 언제 봐도 교복 입은 모습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처럼 감격스럽다. 어릴 적부터 봐왔던 세훈이 커가는게 눈에 훤히 보여서일까. 꼬꼬마 시절에 형아, 형아하면서 옷깃을 잡아당겼던 때가 어제가 같은데 벌써 저보다 훌쩍 큰 키에, 떡 벌어진 어깨가 놀라웠다. 마음으로 키웠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문이 쿵 소리를 내며 닫히고 나서야 백현은 참았던 하품을 내뱉었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아침 준비하고 깨워 보내느라 기력을 벌써 소비했다. 요즘 고등학교는 왜 이렇게 일찍 부르는 거야. 맹한 얼굴로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백현이 눈가를 부볐다. 졸려..
아침부터 복적거려 정신없긴 했지만 늘 봐오던 모양새라 그런지 그래도 백현은 버텨낼 만 했다. 수그러든 사람들 수에 휴, 하고 한숨을 뱉어냈다. 마지막으로 계산한 손님마저 카페를 나서자, 카운터를 담당하고 있던 루한이 의자에 주저앉았다. 이건 진짜 월급 올려달라고 말해야 돼. 루한이 카운터 테이블에 고개를 묻고서 투덜거리자 타오가 억울한 투로 말했다. 사장님 나빠요. 도심 근처에 자리한 베이피 핑크색 간판이 예쁜, 작은 베이커리 카페 안에서였다.
평일 아침, 주위의 고깃집, 국밥집은 한산하고 늘 '엑소 플래닛'만 출근길 러쉬에 시달렸다. 아침으로 먹기에는 무거운 주제의 음식들 덕분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람들이 몰려오는 탓이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맛으로 들르는 단골 고객들이 더 많았다. 언젠가 한번 루한이 말했는데, 항상 처음 보는 손님들은 다음날 꼭 다시 한번 들른다고 했다.
그러나 맛 보다도 더 큰 이유가 있었으니, 그 짧은 출근 시간 안에 여사원들을 꽃단장하게 만드는 직원들 탓이기도 했다. 얼굴 보고 뽑는다는 루머가 돌 정도로 엑소 플래닛은 잘생긴 청년들로만 구성된 베이커리였다. 언제 한번 인기 투표 비스무레한게 여사원들 사이에서 진행되기도 했는데, 그 중 1위는 백현과 미미한 차이로 루한이 등극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타오는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형들보다 훨씬 큰데, 왜? 엑소 플래닛의 직원들에게 주어진게 외모라면, 타오를 제외하고선 모두 작았다. 그리고 타오는 이 날 루한에게 정강이를 까였다.
뭉친 어깨를 이리저리 주무르던 백현이 이내 테이블에 코를 박고 낑낑대기 시작했다. 겨우 출근 시간이 지났는데 그새 많이 늙은 모양인지 체력이 금방 바닥나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세훈이를 보내고 나서 쇼파에 기대 깜박 잠이 든 탓에 아침도 못 먹었다. 벌써부터 꼬르륵거리는 배를 부여잡고 있던 백현의 머리 위로 준면의 목소리가 울렸다. 백현아, 얼른 와서 일해야지. 입술을 삐쭉 내밀고 몸을 일으키려던 백현의 등을 누군가가 내리눌렀다. 형, 백현이 아침 좀 먹이고요. 백현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경수가 웃으며 테이블 위로 잔을 내려놓았다.
이거, 딸기 스무디지!
내가 너 밥 잘 먹고 다니라고 했어, 안 했어?
내용은 엄한데 말투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백현이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으로 경수를 바라보았다. 마치 완전 멋있어, 하고 말하는 것 같다. 경수가 어깨를 으쓱이며 허리 뒷춤에 숨겨두었던 초코 쿠키도 보여주자 결국엔 목덜미를 얼싸 안고 우리 경수 짱을 연발한다. 졸지에 목이 붙잡힌 경수가 켁켁대며 숨 막히는 척을 하자 그제서야 놓아주었다. 경수 완전 센스 넘쳐! 백현이 쿠키를 반으로 갈라 입 안으로 넣으며 우물거렸다. 어휴, 이 놈의 백구. 배고프다고 축 처져있다가 뭐 하나 물려주니 곧바로 기운을 차리는게 영 애 같다, 애. 경수가 백현의 맞은편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으며 웃었다.
오늘따라 폭풍이네요ㅠㅠ 오랜만에 컴퓨터를 잡아서 그런가.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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