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정수정 번호 말고 그 쪽 번호요."
"..............네?"
"못 알아 들었어요? 그 쪽 번호 달라니까?"
내가 정수정이 아님을 알아차린 것에 1차로 멘붕이 왔고,
내 번호를 물어보는 그 조교에게 다시 한 번 2차 멘붕이 왔고,
마치 구두시험을 보듯 내게 대답을 강요하는 듯한 그의 당당함에 3차 멘붕까지 온 상태였다.
"..아..니 그러니까 제 번호를 왜, 아니 그리고 저 정수정인데.."
"아니 정말 내가 우리 학과 학생 얼굴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거야? 심지어 4학년을?"
내가 간과했었다. 무용학과의 한 학년 정원은 30명이 채 안된다는 것을.
게다가 정수정은.. 나랑 동갑. 그러니까 이제 곧 졸업을 앞두고 있는 헌내기 4학년이었다.
또 정수정이 결코 평범한 얼굴은 아니니까.......
"..아..니 그럼 왜 말을 안...해주셨...나...요?"
'사람 무안하게'. 라는 뒷 말은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마음 속으로만 혼자 속삭였다.
그렇게 질문을 던지고는 대답을 기다리는데 한참을 자판만 두들기면서 아무 대답도 해주지 않길래,
나 씹힌..건가..? 하고 바빠보이는 틈을 타 몰래 빠져나가려고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며 문 옆으로 한발짝 한발짝 걸어가고 있었다.
"맘에 들어서요. 그 쪽이."
내가 문 근처까지 다다랐을 때쯤 내게 눈 길 한 번 주지않던 그 조교가 이렇게 말하는거다.
이걸 나가야 돼ㅠㅠㅠㅠㅠ 말아야 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한참을 고민하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애꿎은 바닥만 신발로 쿵쿵 치고 있는데
갑자기 내 앞에 사람 그림자 같은 게 생기는 거다.
놀라서 고개를 확 들어보니 그 조교가 세 뼘 남짓되는 거리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나 진짜 마지막으로 말하는 거에요. 번호 줄 거에요 안 줄거에요?"
"...아......어...."
갑자기 바로 내 코 앞까지 훅 다가온, 오늘, 아니 그 것도 몇 분 전에 처음 본 사람의 얼굴에
온 몸이 다 빨개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겨우겨우 정신을 차려서 손에 들고 있던 내 핸드폰을 그 사람 쪽으로 내밀었다.
그제서야 그 조교가 조금 물러서더니, 내 폰에 자기 번호를 꾹꾹 입력하고는 자기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고서는 나에게 다시 넘겨줬다.
나는 핸드폰을 받아마자
"아 그럼 안녕히..계세요.." 인사하고 곧장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만신창이가 된 멘탈로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는데 뭔가 억울한거다.
내 인생에 처음으로 남자한테 번호를 따여봤는데, 그게 하필이면 안 좋은 소문만 무성한 무용학과 조교고.
게다가 어딘가 모르게 살짝 매서운 눈매에 학생주임 같은 까칠함이라니.
억울해 억울해!!!!!!!!!!!!!!!!!!!!!!!! 하면서 핸드폰으로 내 머리를 쿵쿵 찍는데
때마침 지잉- 하는 진동소리가 들렸다.
[나한테 번호 준 거 후회하고 있죠. 지금?]
..이 남자.. 신 기까지 있나봐....
그냥 솔직하게 네.. 라고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전 남자친구와 헤어진지 6개월 쯤 지나서 이미 내 마음은 외로워질대로 외로워져 있었고,
뭐 문자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몇 번 하다가 정말 아니다 싶으면 연락 끊어버리지 뭐. 하는 심정으로
답장할 내용을 고민하고 있는데,
또 지잉- 하고 진동이 울렸다.
[맞나보네.]
이 남자 진짜 신 기 있는 거 맞다니까.
[그건 아니에요ㅎㅎㅎ]
그래도 문자는 이어나가야 하니까... 하는 마음에 저렇게 보내놓고 멍 때리고 있는데
보낸지 30초도 안되서 곧 바로 지잉- 하고 진동이 울렸다.
[속는 셈 치고 한 번 만나봐요. 어떻게 알아. 내가 좋은 사람일지?]
왜 혼자 찔려서는 저래? 하는 생각에
[좋은 사람 아니라고 한 적 없는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고 보내니까
[아.. 나 긴장했나보다.]
이러는 거야.
아까는 내 코 앞까지도 얼굴 잘 만 갖다대던 사람이 문자 하나 가지고 무슨 긴장이야.
[ㅋㅋㅋ안 어울리게 왜 그러세요.]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는 만나봐야 알지 않겠어?]
그 문자를 읽고 한동안 다음 답장을 고민 중인데, 이어서 지잉- 하고 진동이 울렸어.
[만나자. 우리. 내일 당장.]
안녕하세요 우쮸쮸쮸 입니다.
무용학과 조교 썰은 정말 오랜만이죠?ㅠㅠ...ㅠㅠㅠ 다시 한 번 죄송하단 말.. 전해드리고 싶네요ㅠㅠ...
암호닉을 신청 해 주신 분들이 꽤 계셨는데ㅠㅠ..ㅠㅠ
다 살아계실지 모르겠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제부터 다시 제대로 연재 시작할테니
무용학과 조교 썰을 여전히 아껴주실 의향이 있으신 분들은 다시 한번 암호닉 신청해주세요 ♥
P.S. 썬더도 곧... 찾아뵐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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