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대생 연하 남친 08
w.누 나
[김원식 시점]
그녀와 데이트 할 시간도 모자랄 판에 아무 예고 없이 농구 게임이 하나 잡혔다. 더 멋진 모습으로 그녀와 더 달콤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강제로 난 농구 코트 안에, 그녀는 관중석 안에 그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어야 했다.
농구 게임에 꼭 와달라고 그녀에게 얘기했지만 평소에 운동을 별로 즐겨 하지 않는 그녀에게는 농구게임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러울 시간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괜스레 미안한 마음만이 커졌다. 생각과는 다르게 흔쾌히 와 주겠다는 그녀. 예뻐 죽겠다.
경기 당일, 관중석에 사람들이 한두 명씩 차기 시작 했음에도 그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걱정되어 그녀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에 경기가 시작되었고,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보지 못한 채로 경기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 코트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선수들의 땀, 뜨거운 숨결과 거친 숨소리가 경기장 안을 후덥지근하게 만들었다. 공을 주고받느라 정신 없는 사이에도 혹시나 그녀가 왔을까 틈틈이 관중석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내 손으로 들어오는 공 때문에 그녀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은 채 몇 초도 되지 않았다.
경기가 막바지에 다다를 때 즈음에 관중석에서 빠져나가는, 꽤 익숙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내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간 그의 이름, 이재환. 그녀가 또 이재환과 같이 있었나 보다.
남자의 시선으로 봤을 때는 누가 봐도 이재환은 그녀에게 호감이 있었다. 아니, 호감 이상일지도 모른다. 그 새끼는 시간만 나면 그녀 옆에 붙어서 졸졸 쫓아다닌다. 누가 보면 이재환이 남자친구라고 생각할 만큼 꼭 붙어서. 그럼에도 그녀는 단 한번도 그를 밀어낸 적 없다. 그녀는 이재환을 딱히 좋아하는 것 같지도, 싫어하는 것 같지도 않아 보였고 그런 그녀의 모습은 나를 더 애타게 만들었다. 남녀 간에 우정은 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기에 언제 그녀가 나를 떠나버릴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에 그녀에게 더 애정을 쏟아 붙고 나만 봐달라며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생각이 오고 가며 경기 집중도는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상대편 선수가 내민 발에 보란 듯이 걸려 넘어졌고, 그 틈을 타 관중석을 올려다보니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로 혼자 우뚝 솓아있는 그녀가 보였다. 찾았다. 하지만 그 후에도 그녀에게 찾았다는 신호를 줄 만큼 잠깐의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고,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그녀에게 신호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녀에게 다가가려는 찰나에 얼굴도 잘 모르는 여학생 몇 명이 나에게 몰려왔다. ‘멋있어요’ ‘수고했어요’ ‘혹시 오늘 시간 있어요?’라며 조잘 거리는 그녀들이 귀찮기만 했다. 음료수를 내 손에 쥐여주려는 그녀들에게 한마디의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오직 내 눈은 그녀만을 향한 채 그녀에게 다가갔다.
햇살처럼 따뜻한 미소로 날 반겨주는 그녀다. 나에게 음료수를 건네주자 고맙다는 말과 함께 받아 마셨다. 얼마나 손에 꼭 쥐고 있던 건지, 차가워야 하는 음료수가 미지근해져 있었다. 그래도 그녀가 준거니까 좋다. 그냥 다 좋다. 내 여자친구가 되어준 것도, 내 옆에 이렇게 있는 것도, 나의 땀을 손수 닦아주는 것도, 넘어지면서 쓸려 빨개진 나의 무릎을 걱정하는 모습도, 그냥 다.
그렇게 예쁜 짓만 골라서 하는 사랑스러운 그녀에게 단 한가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다면, 이재환이랑 친구인 것. 딱 그거 하나다.
***
과제 때문에 이번에도 역시나 못 만나다는 그녀의 연락을 받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며칠째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거절당하니 신경이 곤두 설 수밖에 없었다.
벤치에 앉아 그녀와 주고받은 문자를 쭉 읽고 있는데 대여섯 명의 여자들이 내게로 걸어와 말을 건다. 아까 경기가 끝나고 찾아온 그 여자들이었다. 시간 있냐고. 하필 이렇게 기분이 더러울 때 귀찮게 하는 애들이 꼬이니 짜증이 확 났다. 그 여자들을 한 번 흘겨보고 벤치에서 일어나 그녀들 눈에 안 띄게 최대한 멀리 가려고 무작정 학교를 나갔다.
아무 생각 없이 터벅터벅 길을 걷는 도중 어디선가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환청인가 싶어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내 눈에 그녀가 들어왔다. 이재환과 함께.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구랑 있냐고 묻자 들려오는 대답은 ‘이재환’이 아닌 ‘친구’였다. 이재환이라고 솔직하게 말해주지 않는 것은 분명 나에게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이었고, 그 뜻은 둘은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것이 되었다.
그녀에게 다가가 손목을 잡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갔다. 어디도 가지 못하도록 그녀를 벽으로 밀어붙여 두 팔 안에 가두었다. ‘이재환과 갈 데까지 갔을까’라는 생각만 내 머릿속에 맴돌 뿐이었다.
조별 과제 때문에 만났다, 잠깐 쉬느라 이재환과 함께 걷는 걸 내가 목격한 거다라며 이재환 편을 들어주는 그녀에 배신감이 느껴졌다.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면서 나의 신경을 긁는 그녀였다. 점점 서로의 언성은 높아졌고 툭 치면 금방이라도 깨져버릴 것 같이 우리 분위기는 얼음처럼 차갑게 얼어 있었다.
날 밀어내고 뒤돌아서 떠나려는 그녀. 그녀를 멈춰 세우고 무턱대고 입을 맞췄다. 아니, 입을 막았다. 그녀의 입에서 끝이라는 말이 나올 것 같아서 두려웠다. 그녀가 미웠지만 그녀와 이대로 끝내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 그녀와 함께 해야 할 것도, 해주지 못한 것도, 쌓아야 할 추억도 너무 많았다. 계속해서 밀어내는 그녀임에도 더욱 그녀를 끌어안아 그녀의 입 안을 거칠게 휘저었다.
갑작스럽게 나의 혀에 선명히 느껴지는 그녀의 이빨이었다. 비릿한 피 맛이 나자 입술을 떼어낼 수밖에 없었고, 입술을 떼자마자 짝- 소리와 함께 고개가 돌아갔다. 항상 사랑이 가득 담긴 손길로 나의 볼을 어루만져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나의 몸을 부드럽게 만져주는, 가장 기본적인 사랑을 표현하는 스킨십을 했던 그녀의 손이 나의 뺨을 때렸다. 그렇게 충격을 받는 것도 모자라 나에게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며 매정하게 뒤돌아서 나를 떠나버린 그녀였다.
***
“야 인간적으로 이번에는 누나가 잘 못한 거 아니냐?”
“병 신아, 왜 사냐?”
“뭐야, 너도 이재환 그 새끼 편이야?”
“너같이 멍청한 새끼는 내 생전 한 번도 못 봤다”
그녀에게 거의 이별 통보와도 다름없는 말을 듣자마자 이홍빈에게 전화를 걸어 할 얘기가 있다고, 술이나 마시자고 했다. 자주 가던 호프집에서 그를 만나고 도저히 맨 정신으로는 얘기할 자신이 없어서 취기가 오를 때까지 아무 말없이 술만 들이켰다. 한 병 정도 비웠나, 얼굴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져 그동안 그녀와 있던 모든 일을 그에게 털어놨다.
그녀와 예쁘게 사귀고 있는데 갑자기 이재환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와 우리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한다고. 그녀는 나를 사랑하는지, 이재환을 사랑하는지 모를 만큼 이재환에게 관심을 쏟아붓는다고. 심지어 오늘은 그 새끼랑 바람을 피웠다고. 그런데도 그녀는 당당하게 변명만 해댔고, 나에게 뺨까지 때리며 각자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그 이후로는 연락이 안 된다고. 그동안 참아왔던 억울한 나의 심정을 그에게 모두 털어놓았다.
하지만 내 편일 줄 알았던 이홍빈은 내 말을 듣더니 머리를 세게 내리쳤고 병 신이라고 반복해서 얘기할 뿐이었다. 내가 뭘 잘 못 했지?
“그건 누가 봐도 바람피는 거였다고. 내 앞에서만 보여주던 웃음을 그 새끼 앞에서 보여줬다니까?”
“재밌네 이 새끼. 어디 한번 더 해봐”
“아니, 아 진짜 너랑도 말이 안 통하네. 근데 나 누나 진짜 사랑하는데 어떻게 하냐? 그 새끼 죽여야 되냐? 어떻게 하면 누나가 나만 볼까?”
“그 새끼 죽이기 전에 내가 너 죽일지도 몰라”
“나 어떻게 하냐, 홍빈아. 그 새끼한테 누나 양보해야 되는 거냐?”
“병 신아, 나 같으면 벌써 잡았다.”
“......”
“나 같으면, 네가 이렇게 친구 만나서 술 마시고 있을 사이에 내 여자 잡았다고.”
“......”
“너 정말 그 누나 사랑하는 거 맞아?”
“당연하지. 엄청 사랑하지”
“그럼 왜 사랑하는 사람 말 안 믿어줘? 야 이 병 신아, 누가 봐도 넌 병 신이다. 여자 처음 만나냐? 너 답지 않게 왜 이래”
“내 두 눈으로 직접 봤다니까? 바람 피우는 거?”
“그건 바람이 아니라고. 가서 누나한테 누나 없으면 못 살겠다고 해.”
“......”
“빨리 가, 병 신아”
이홍빈이 가라고 하자마자 어디에 홀린 듯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그녀를 찾아 온 동네를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녀가 자주 가던 카페, 학교 벤치, 그녀 집을 다 돌아다녀도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큰마음을 먹고 이재환에게 전화를 해 봤지만 그도 모른다고 할 뿐이었다. 밤이 점점 깊어갈수록 나는 애가 탔다.
갑자기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예전의 그녀가 나에게 장난으로 한 말. ‘나중에 정말 스트레스받는 일이 생기면 클럽은 한번쯤이라도 가보고 싶어. 시끄러운 노래에 맞춰서 춤추면 스트레스 달아난다잖아.’
...클럽.
그녀의 집 앞에 있는 클럽부터 시작해 우리 학교 근처에 있는 클럽을 하나둘씩 찾아다니면서 그녀를 찾기 시작했다. 그녀의 뒷모습과 비슷한 여자들은 수없이 많았고, 비슷한 실루엣의 여자들을 볼수록 나의 발은 점점 더 바삐 달렸다.
거의 두 시간 째 그녀를 찾느라 뛰어다녀 힘이 빠질 대로 빠져버렸다. 술까지 들어간 상태라 평소보다 더 빨리 지쳤지만, 오늘이 아니면 그녀를 평생 놓쳐버릴 것 같다는 생각 하나로 버텼다. 클럽 한 곳을 구석구석 살피자 어느 한 구석진 테이블에 앉아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 여자가 그녀임을 본능적으로 깨달았지만 조금 더 지켜보고 싶었다.
술도 잘 못 마시는데 혼자 저렇게 술 마시다가 누구한테 찍혀서 무슨 일이라도 당할 것 같았다. 계속해서 그녀의 주변을 맴돌며 그녀를 감시하는데 갑자기 일어서서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는 그녀였다. 그녀를 따라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니 먹잇감을 찾은 하이에나들처럼 나에게 달라붙는 여자들. 짧은 옷차림에 독한 향수를 뿌리고 온갖 액세서리로 제 몸을 치장한 여자들이었다. 그런 여자들은 오늘은 자기로 선택해달라는 듯 나에게 점점 더 밀착해 왔고 나의 몸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불쾌한 마음에 그 여자들을 떼어냈고 두리번 거리며 그 여자들 때문에 놓친 그녀를 찾기 시작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다른 남자와 입을 맞추고 있는 그녀였다.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화가 머리끝까지 나 이성을 잃고 그 남자를 떼어내 있는 힘껏 주먹으로 남자를 쳤다. 땅으로 쓰러지며 입술에 피를 흘리는 남자에게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녀를 노려보다가 클럽 밖으로 나갔다. 예상과는 다르게 잔뜩 주눅 들어 내 뒤를 졸졸 따라오는 그녀였다.
짧아도 너무 짧은 길이에, 파여도 너무 파인 원피스. 그녀의 모습은 아까 나에게 달려든 여우 같은 여자들과 어느 한구석 다른 곳도 없을 만큼 똑같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화가 나면서 동시에 나 때문에 이랬을 거라고 생각하니 미안했다.
“아까 화내서 미안해.”
“......”
“내가 생각해봤는데, 나 누나 없이는 안될 것 같아.”
“...미안해. 미안해 원식아.”
“앞으로 더 잘할게. 누나가 다른 남자한테 눈길 한번 안 주도록 내가 더 잘할게.”
이홍빈의 말 대로 그녀에게 그녀 없으면 안되겠다고, 다시 돌아와 달라고 얘기했다. 그러자 그녀도 미안하다며 입을 맞춰주었고, 그렇게 서로의 복잡한 마음은 정리가 된 듯하였다.
이대로 헤어지면 다음에 만날 때 괜히 어색해질 것 같아서 그녀의 집에서 같이 자고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이번만큼은 다른 목적이 아닌, 정말 순수하게 같이 자기로 하였다. 그녀의 집으로 들어가 둘 다 샤워를 마치고 그녀의 머리를 말려주었다. 머리를 말려주면서 빛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나는 그녀의 약지에 끼워진 우리의 커플링이 계속해서 눈에 들어왔다. 생각해보니, 그녀는 내가 반지를 선물해 준 이후로 단 한 번도 반지를 빼고 다닌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이재환을 만났을 때도, 클럽을 갔을 때도. 단 한순간도 반지를 빼놓지 않았다.
바람을 피우고 있던 그녀였다면, 이재환을 만날 때만큼은 반지를 빼고 만났을 텐데, 그녀 손에는 내가 준 반지가 껴져 있었다. 그렇게 그녀를 확실히 믿을 수 있게 되었고, 생각이 짧았던 내 스스로를 탓했다.
그리고 확신했다.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고. 많이 사랑한다고.
******
[이재환 시점]
김별빛. 처음 봤을 때부터 그냥 놔두기에는 아까운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녀와 친해지고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게 되면서 그녀에게는 이미 애인이 있는 걸 알게 되었고, 그 사실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녀의 애인이 누군가 알아보니 두 살 연하 김원식이란다. 김원식에게 별다른 감정을 갖고 있지는 않다. 단지 그녀를 그에게서 빼앗아 오고 싶었다. 그녀를 내 여자로 만드는 것, 그게 내 목표였다.
다른 동기생들과 일부러 같이 다니지 않고 오직 그녀 옆에 딱 붙어 다녔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워서 날 밀어내는 듯싶더니 나중에는 그런 나를 당연시 여기기 시작한 그녀였다. 가끔가다 그녀와 다니지 않게 되는 날이면 ‘오늘은 바쁜 일 있나 봐?’ ‘무슨 일 있어?’ ‘어디야?’라는 식의 문자들이 왔다. 그녀는 김원식 아니면 나에게 의존하였다. 사실 김원식보다 나와 함께 있는 시간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같은 학년에 몇 강의 빼고 다 같은 강의를 듣고 심지어 조별 과제마저 함께 하니까.
그녀의 옆에 붙어서 졸졸 쫓아다니다 보면 나를 귀찮아하는 게 가끔가다 느껴지기도 한다. 김원식과 데이트를 하지 않을 때면 거의 나와 하루 종일 함께 하는 사이니까 그럴 만도 하다.
내가 그녀와 있을 때면 김원식은 항상 어디선가 나타난다. 그게 어디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그녀와 함께 하고 싶었다. 김원식이라는 사람을 잘 알지도 못하지만, 단지 그녀의 남자친구라는 이유만으로 그를 괴롭히고 싶었다. 김원식이 버티다 못해 지쳐서 떨어질 때까지 그녀의 옆에서 그를 괴롭히고 싶었다. 내가 그녀와 있을 때마다 그가 나타나서 나를 쳐다보는 눈빛은 매번 나에게 더 큰 재미를 주었다. 한 번만 더 눈에 띄면 죽이겠다는 표정.
김원식 주변에는 여자가 많다. 그를 따라다니는 여자도 많고 만났던 여자도 많다. 김원식이 그녀를 만나면서 다른 여자를 만나는지 안 만나는지는 그 밖에 모른다. 김원식이 그녀를 정말 사랑해서 만나는 건지, 아니면 그도 내가 그를 경쟁 상대로 생각해서 단지 날 이기기 위해 게임 용으로 그녀를 만나는 건지는 그 밖에 모른다. 그녀보다 더 좋은 여자도 많은데 굳이 그녀 하나만을 고집하는 게 사실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하지만 한가지 확신하는 것은, 김원식에게 그녀는 스쳐 지나가는 듯 만나는 수많은 여자들 중 하나라는 것이다. 다른 여자들과 다르게 순수히 제 말만 따르는 그녀를 일부러 노리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언제까지나 나의 추측뿐, 속마음은 김원식 제 자신밖에 모른다.
그런 그녀를 갖기 위해 일부러 오해할 상황을 만들기도 하고, 일부러 곤란하게끔 그녀를 몰아넣었다.
그녀와 조별 과제를 하기로 한 날, 일부러 조원들에게는 만날 수 없다고 다른 날로 잡자고 얘기하고 그녀에게는 다른 일이 있어서 우리밖에 없다고, 우리 둘이라도 하자고 하면서 조별 과제 하는데 왜 빠지냐고 다른 조원들을 함께 욕했다. 마침 피곤에 쩔어 꾸벅꾸벅 조는 그녀를 보자 (나 혼자) 데이트도 할 겸 같이 걷자고 했다. 그렇게 그녀와 함께 발을 맞추어 걷는 도중, 불청객이 나타났다.
그녀의 손목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가버리는 김원식. 평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왠지 둘 사이에는 보란 듯이 큰 벽이 생길 것 같았다. 나쁜 생각인 거 알지만, 그녀가 김원식과 헤어졌으면 좋겠다. 적어도 그보다는 내가 더 잘해줄 자신이 있으니까.
그녀가 다시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와 함께 있던 카페 앞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내 예상대로 그녀가 내 쪽으로 걸어왔다. 나를 보자마자 꼭 끌어안아 나의 셔츠를 눈물로 적시기 시작했다.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며 그녀를 달래주었다. 김원식과 그녀, 틀어진 게 분명하다. 그녀가 내 품에 안겨 울고 있을 사이에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애써 참아내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힘들 때면 옆에서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
독자님들 안녕,
어쩌다 보니 일주일 만에 찾아오게 되었네요.
사실 급하게 쓰느라 뭐라고 썼는지도 모르겠지만..ㅇㅅㅇ
이번 한 편을 원식이랑 재환이의 시점을 쓰면서 둘의 속마음을 드러낸 거는 괜히 드러낸 게 아닐 거예요, 그렇죠?
암호닉분들, 포로리님 귤님 택구나님 보일라님 당근님 안녕님 배꼽님 피노키오님 사랑님 윤슬님 설탕님 항상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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