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ve me your budget (부제:양동생) |
Bim - Head Over Heels
가늘고 길게 연명하던 숨이 끊기던 순간이었다.아무리 정신을 왔다갔다 하는 사람이라도 죽음의 문턱 앞에 선 것은 누구나 두려운듯,호흡기를 떼어내려는 의사의 손을 꽉 잡으며 덜덜 떨어댔다.떼지마,항암주사로 인해 쇠약해진 목소리로 내뱉는 말에 의사는 머뭇거렸지만,곧,가차 없이 아버지에게서 호흡기를 앗아갔다.삐-일정한 초록색이 그려지고,아버지의 죽음을 알리는 소리가 병실에 가득찼다. "2013년 3월 17일 김혁진 회장,사망하셨습니다." 의사가 아버지의 사망시간을 읊자마자 어머니는 그대로 병실바닥에 쓰러져 눈물을 흘렸다.아이고,힘찬 아버지,이렇게 가면 난 어떻게 살라고.그야말로 엉엉,곡소리를 내며 울어대는 어머니에게 차마 손을 뻗을 수 없었다.안타깝게도 난 아버지의 죽음이 슬프지 않았다.누군가 내 생각을 읽는다면 불효자라고 손가락 질을 할지도 모르지만,아버지의 업적이라 생각했다.
give me your budget W.현재
난 사업에 관심도 없었으며,아버지의 억압적인 태도에 언제나 자유를 꿈꾸는 '자유인'이었다.이런 나를 못마땅히 여긴 것은 아버지였고.그런 나에게 아버지는 언제나 굳은살이 박혀있는 손으로 내 머리를 강타하거나,뺨을 때리는 등의 폭력을 서슴없이 행했다.아버지의 폭력에도 굴하지 않은 나는,밤에 여자를 끌어들여 밤을 지새우고,폭주족의 클럽에 들어가 감방에 쳐 박히는 등의 행동을 강행했다.아버지는 이제 나를 완전히 포기라도 한듯,더이상 어떠한 폭력과 욕설을 꺼내지않았다.더이상의 욕설과 폭력이 없자,두둥실 떠오를 듯한 기분에 나는 집안에 친구들을 불러들여 파티를 하는 짓거리를 하는등 망나니 짓을 하고 다녔을 무렵이었다. 아버지는 다른 방법을 찾았다.아버지는 더이상 나를 아들 취급을 하지 않았다.다른 아들을 찾아 홍콩을 누빈다는 소식을 어머니에게 듣는 순간, 나는 미용실을 찾아가 샛노랗게 물들였던 머리를 검정색으로 바꿨다.아버지는 무섭지 않았지만 아버지가 쥐고있는 상속권이 무서웠다.처음으로 밤9시에 들어가는 집은 어색하기만 했지만,곧 있으면 퇴근할 아버지를 반기기위해 갈색의 가죽쇼파에 가만히 앉아있었다.잔뜩 피곤한 얼굴로 들어오는 아버지는 쇼파에 가만히 앉아있는 내모습에 적잖히 놀란듯 눈을 크게 떠보이셨다.나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지만,아버지가 파란색의 파일을 나에게 건네주는 순간,다시 머리를 샛노랗게 염색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니 양동생이다." "...아버지." 파란색의 파일안에는 잔뜩 겁에 질린 듯한 모양새로 찍혀있는 남자아이의 모습이 들어찼고,그 밑에는 그아이에 대한 인적사항으로 가득했다.정대현.한국 출생,길거리에서 버려져있던 대현을 고아원에서 구출해내,홍콩으로 입양.홍콩으로 입양했음에도 불구하고,양부모에게 버려져 뒷골목을 방황하던중.다시 한국으로 입양.그야말로 이 아이는 10억 당첨의 로또가 수십개는 갑자기 들어닥친 상태였다.운도 좋네,씨발. "집 안으로 들일꺼예요?" "그러고 싶은데..." 말 끝을 흐린 아버지의 눈길이 나에게 닿았다.그 눈길은 아무리 돌 머리인 나도 눈치챌 수 있었다.내가 있어서,내가 그 새끼를 괴롭힐까봐 못 들여 보내겠다는 말.의심쩍은 눈빛을 가득담고 한참이나 날 응시하던 아버지가 나에게서 파일을 거두어갔다.그 파일 안의 정대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있던 아버지의 얼굴에는 실로 오랜만에 보는 미소가 지어졌다.그 미소에 소름이 발 끝부터 머리까지 차올랐다.어쩌면,얼굴만 아는 저새끼 한테 유산을 뺐길지도 몰라.벌써부터 막연한 불안감이 앞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