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도경수아세요? |
창가를 향해 내리쬐는 햇살이 제법 따가웠다. 책상에 엎드려 이리뒤척 저리뒤척이던 종인이 인상을 찡그리며 떠지지않는 눈을 간신이 뜨고는 멍하게 칠판을 쳐다봤다. 공부라는것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종인에게는 알수없는 말들로 가득한 수업시간은 죽음의 시간이나 다름없었다. 제 잠을 깨운 봄 햇살을 살짝 째려보다 종인은 밀려오는 허탈함에 픽 웃고는 턱을 괴 수업에 열중하는 선생님을 멍한 눈으로 쳐다봤다. 오늘이 3월 몇일이지? 20일? 20번. 교과서 79쪽 읽어보자. 3월 20일 이라는 소리에 종인의 어깨가 움찔하고 떨렸다. 기억하고싶지 않은 옛 과거에 종인이 질린다는 표정을 짓고는 다시 책상에 엎드렸다. 3월 20일은 그녀석이 죽은 날이다.
그녀석은 내 옆에서 떨어질줄 몰랐던 진드기같은 녀석이었다. 무심한 표정으로 그녀석을 대해도, 그녀석은 항상 한결같은 표정과 행동으로 나를 대했다. 처음에는 이녀석 뭐하는 새끼야? 라고 생각했다. 그저 일년에 한 번 나를 귀찮게하는 그런 녀석들과 동급인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에 불과했다. 그녀석은.. 진심으로 나를 좋아했다.
요란한 종소리에 책상에 엎드려 숙면을 취하고있던 몇몇 아이들이 그제서야 얼굴을 들었다. 설명을 하고있던 선생님은 그런 아이들을보며 혀를 2백미터정도 차시고는 교과서를 챙겨 교실 밖으로 나갔다. 야, 방금 과학년 표정봤냐? 어, 봤어봤어. 존나 웃기지않냐. 그년은 맨날 그따위 표정이야, 시발. 입에 모터를 단듯 따박따박 얘기하는 녀석들을 아무런 표정없이 쳐다봤다. 간간히 과학선생님을 향한 음담패설이 들리기도 했다. 저렇게 말해봤자, 변하는건 아무것도 없는데. 한심하기 그지없다. 종인은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녀석들을 지나쳐 교실 밖으로 나왔다. 오늘따라 담배가 더 땡긴다.
밖으로 나오자 색다른 햇살이 비친다. 자신의 피부를 따갑게 달구던 햇살이 아닌 은은하게 내리쬐는 햇살에 종인이 픽 하고 웃었다. 왜 수업시간에는 이런 햇살년이 안오냐? 종인은 주머니에 손을 꼽아넣고는 멍하니 창밖을 내려다봤다. 오늘따라 만사가 귀찮다. 다시 반으로 들어가는것도, 다시 꿈나라로 빠지는것도, 지긋지긋한 선생들의 목소리를 듣는것도 모두 귀찮아졌다. 종인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게 고역이었다.
다음날 종인은 침대에서 늦장을 부리다 9시가 다 되서야 밖을 나섰다. 오늘따라 교복 와이셔츠 단추를 매는게 어찌 그렇게 귀찮던지. 종인은 지친다는듯 웃으며 어제 남겨놨던 마지막 담배를 입에 물었다. 교복에 담배를 꼬나물고있는 종인의 모습에 거리 청소를 하고있던 아주머니가 종인을 쳐다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마치 학생, 머리도 피도 안마른게 담배가 뭐야, 담배가. 라고 말하는듯했다. 저한테서 신경 좀 꺼주시겠어요.
학교는 예상대로 조용했다. 간간히 힘 좋은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들리곤했다. 3학년 2반 앞, 우리의 목적은 수능이라느니, 지금만 힘내면 좋은 대학에 갈수 있을거라니 등의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대는 3학년 2반 담임 선생님에 종인은 비웃듯 피식 웃었다. 웃기고 앉았네. 다 부질없는 짓이야. 종인은 올라간 바짓단을 슥슥 내리고는 자신의 반인 3학년 5반의 앞 문을 당당하게 열었다. 아이들의 시선이 종인에게로 쏠렸다. 아, 이런거 싫은데. 종인이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반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ㅡ김종인, 잘하던 녀석이 요즘따라 왜이래? 빨리 자리에 가서 앉아. 예,예. 제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고개를 끄덕이던 종인이 자리로 들어갔다. 아니, 들어가려고했다. ㅡ아, 저기.. 난 도경수고.. 우물쭈물거리며 자기소개를 하는 경수는 종인의 시선을 받기에 충분했다. 종인은 부끄러운듯 양 볼을 붉게 물들일 경수를 멍하게 쳐다봤다. ㅡ시발.. 도경수는 소름끼치게 그녀석을 닮아있었다. |
| 냠냠 |
세륜냠냠 사라져주세요..라고..yo...? 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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