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김종인X실장님 도경수
The Guess Who - Shakin' all over
등 뒤로 따가운 시선이 박혀든다. 이 불편하고 곤란한 기분을 느낀지도, 또 그래서 본능의 감으로 무시하고 지낸지도 벌써 며칠째인데 어찌 이 느낌은 사그라들지를 않는다. 집요하고 고집스런 시선에 넌더리가 나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아뿔싸.. 그냥 고개 처박고 공부할걸.
"왜, 불편한거 있어요?"
얌전한 중저음. 자그마한 체구에 칭칭 동여져있는 시꺼먼 후드티. 마치 독서실 벽 귀퉁이에 자생하는 곰팡이같이 음험한 기운의 그는 이 독서실의 실장, 도경수이다. 입꼬리를 당겨올려 간신히 웃는 얼굴을 보이며 아니라고, 괜찮다고 손사래를 친 후 고개를 되돌렸다. 허허.. 도실장이 변태같이 흘리는 웃음을 들었다. 분명 내 어색한 대답을 비웃은 것이다. 모의고사 기출문제집을 과목별로 싸 갖고 왔는데 한장 한장 찢어발겨서 저 인간 좀 꺼지라고 굿이라도 하고싶어진다. 책상에 깊은 한숨을 뱉어낸 후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수라도 하고 집중해야지.
기이익-
녹슨 의자다리 때문에 귀를 긁는 소음이 작게 났다. 그 덕에 옆자리에 앉아있던 친구놈이 고개를 들었다.
'왜'
벙긋벙긋 입모양으로 묻는다. 응당 같은 식으로 대답해주었다. '세수 좀 하게.'
터덜터덜 실내화를 끌고 독서실 문고리를 잡으니 도실장이 힐긋 나를 흘긴다. 설마 따라 나오기야 하겠어. 안의 공기와 밖의 공기는 마찬가지로 텁텁하지만 일단은 심리적으로 좀 더 가벼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남고 밀집지역의 독서실인지라 화장실에서는 변기 옆으로 흩뿌려진 암모니아 방울들이 제 몫을 다하고 있었기에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수도꼭지를 틀어 찬물을 있는대로 돌려 콸콸 틀었다. 그리곤 그대로 수도꼭지에 고개를 처박고 얼굴에 찬물을 끼얹었다. 푸왁- 합- . 오 좀 괜찮은데? 맑아지는 정신에 만족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아아악!!!"
거울 속에 후드모자를 뒤집어 쓰고는 먼지괴물의 의인화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도실장이 보이는 것이었다.
"거..거기서 뭐하세요.."
후드에 가려 얼굴의 반이 그늘진 도실장이 음침하게 웃는다.
"종인학생, 이렇게 보니까 더 잘생겼네."
오, 갓..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이젠 신기하기까지하다. 저렇게 작고 왜소한 몸집에서 어쩌면 저런 중년 아저씨같은 분위기가 나오는것인가.. 슬금슬금 화장실 문턱으로 움직이며 대꾸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저 먼저 가볼-"
"나 좀 도와주고 가죠, 종인학생."
문장 자체에는 하나의 악의라곤 없는데 왜 내 귀에는 저 말이 마치 '어딜 나가려고 이 새끼가' 처럼 들리는 것일까. 대체 협소한 화장실에서 내 도움이 뭐가 필요해서 굳이 날 따라나와서까지 이러는 것일까. 도실장이 내 소매를 붙잡았다. 오버사이즈의 후드가 한 품이나 남아돌아 손등의 반을 가리는게 영판 어린애같다. 몸을 도실장님쪽으로 고쳐 돌렸다.
"네? 무슨..?"
도실장이 장막처럼 가려놓고 있던 후드모자를 걷어내는 식으로 벗으며 말을 했다. 나도 세수좀 할까했는데 이 모자가 자꾸 흘러내려서.. 종인학생이 좀 잡고있어줄래요? 앞머리를 탈탈 털며 도실장이 부탁을 해온다. 근데..근데...
"어어..네...."
새까맣고 결 좋은 생머리, 바둑알같이 동그랗고 까만 눈동자와 흰 뺨에 수염자국 하나없는 매끄라운 턱선. 이..이게 도실장 얼굴이란 말이지? 쇼크에 빠져 벙찐 나에게 도실장이 예의 그 변태같은 말투로 말을 건다.
"왜요, 뭐해요. 안 잡아주고."
아, 도실장님이 맞긴 맞는데. 수동적으로 도실장의 후드모자를 움켜잡아 그의 등 위로 끌어올렸다. 도실장이 조막만한 얼굴을 찬물로 적신다. 그 모습을 거울을 통해 지켜보는 내 마음이 점점 심란해졌다. 내가 잡은 도실장의 후드를 다시 내려다보았다. 그 아래로 뻗은 희고 얇은 목덜미가 공포의 도실장 것이라는게 믿기지가 않는다. 내가 상상한 도실장은 입술만 두껍고 여드름 폭발에 멸치같이 생긴 30대 백수였단 말이야!
도실장이 세수를 끝냈는지 물이 뚝뚝 흐르는 얼굴을 들었다. 앞머리가 젖어서 이마에 달라붙어있다. 풀린 눈으로 나에게 감사인사를 한다. 고마워, 종인학생 하며 엉덩이를 톡톡 두드린다. 10분 전의 나라면 질겁을 하고 도망갔을 일이지만 이제는 아니다. 목석같이 굳은 나를 흘긴 도실장이 자기 손을 내 엉덩이에 올리고 대놓고 문질문질대며 말을 이었다. 차분한 목소리가 이 상황이라던가 도실장의 비주얼이라던가, 내 기분이라던가 하는 어떤 것에도 적절히 들어맞지 않아서 소름이 끼쳤다.
"종인학생은 참, 몸이 예뻐."
하며 날 위아래로 스캔했다. 고개를 돌려 내 시선을 피하는 도실장이 침을 삼키는 것을 나는 보았다.
"그, 어.. 그러니까 이제 다시 공부하러.."
"그래, 그래."
도실장이 내 등에 손을 얹고 가볍게 밀었다. 나는 얼떨결에 걸음을 옮겼다. 독서실 안으로 돌아가는 내내 도실장은 콧노래를 부르며 내 목선을 훑어보고, 팔뚝을 주무르고 나를 관찰하듯이 만졌다.
"열심히 해요, 종인학생?"
도실장이 격려하는 투로 내 뒷목을 쓰다듬었다. 오소소 닭살이 돋았다.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책상에 앉아 깊은 사색에 빠졌다.
아 물론, 너머의 소파에 앉아 여전히 나를 주시하는 도경수 실장의 시선을 받으면서 말이다.
ㅇ호 헐 하 글잡에 글 처음써보는데 귀엽게 봐주실꺼죠????
대충 3편까지 생각하고 있고 마지막편 불맠이에여~~~~~~~~관심많이 가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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