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용과 A to Z
; Perfume
A.
고등학생 김여주와 이태용은 친구다.
B.
졸업생 김여주와 이태용은 친구가 아니다.
한 쪽의 불순한 마음이 들통났으므로.
***
“태용아, 우리 졸업하네 그치.”
“그러네, 졸업...”
“앞으로 얼굴 보긴 힘들겠지?
너도, 나도 바쁠테니까.”
가끔 김여주가 의미없이 뱉는 말은 태용에게 원인모를 용기를 주었고
둘의 졸업식 날도, 그러했다.
“여주야”
“응, 태용아, 왜?”
“나, 너 좋아해.”
“정말 많이.”
“나 좀.”
"좋아해줘."
말을 맺음과 동시에 무너져 내린 이태용은
간절함에 눈물 흘렸다.
달뜬 숨과 열꽃이 핀 얼굴을 하고서.
마음속으론 한 마디만 끊임없이 되뇌이면서
제발 좀, 나 좀.
좋아해 줘.
C.
불순한 관계는 지속되지 못한다.
김여주는 이태용의 앞에서 울었고
그럼 우린, 아무것도 아니었네. 라는 공허한 말과 공허한 눈빛을 남기고 돌아섰다.
김여주의 말이 맞았다.
목적이 다른 애정은 완전하지 않으므로.
D.
김여주가 원치 않음을 알았기에
추접하게 쫓아다니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이태용은 김여주를 잊지 못했다.
죽기 살기로 공부해 조향사가 된 이태용이 만들고자 한 향수는 단 하나였다.
김여주의 향
이태용은 김여주를 잊지 못했다.
E.
독한 이태용.
모두가 아는 독한 이태용은 결국 만들어냈다.
Lee’s Perfume no.1
-Fleur de Fleurs
꽃중의 꽃
F.
똑똑한 이태용은 멍청하다.
이태용은 향기가 김여주의 빈자리를 채워줄 줄 알았으나
향기는 이태용에게 공허함을 선물해주었다.
향기는,
그저 향기일 뿐이었으므로.
스물 일곱의 이태용은 더 이상 얼굴에 열꽃을 피우진 않았다.
그러나 되뇌이는 것은 늘 같았다.
나 좀,
좋아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