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서점에는 단골손님이 있다.
단골손님이라 해도 하루에 한 번씩 찾아오는 손님은 굉장히 드물다.
근데, 왜, 이 녀석은 도대체 왜! 매일 찾아와서 나를 귀찮게 하냐 이 말이다!
" ○○누나! 오늘은 그 만화책 신권 안 들어왔어요? "
" 누나! ○○누나! 오늘 저 문제집 살 건데 뭐가 좋아요? "
" 저 ○○누나! 이 소설책 읽어봤어요? 내용 어때요? 재밌어요? "
아마 이 녀석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한 시점은 올해 봄이었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집안끼리 알고 지냈던 착한 동생 경수의 옆에 찰싹 붙어서 경수는 문제집을, 이 녀석은 만화책을 사갔더랬다.
오랜만에 만난 경수와 안부를 묻는 도중,
" 도경수, 서로 아는 사이야? "
" 누나, 누나 이름이 뭐예요? "
" 반가워요, ○○누나! 저는 백현이요, 변백현! "
그래, 첫 만남까지만 해도 귀여운 동생이 하나 더 늘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매일 찾아와서 책은 사지도 않고, 심지어 가지런히 정리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책을 막 섞어놓는 녀석을 보면 정말...!
" 누나, 저 오늘 누나가 좋아하는 딸기우유 사왔는데~ "
" ○○누나! 오늘 학교 앞에서 어떤 사람들이 부채 나눠주길래 받아왔어요! 이거 누나 가져요! "
도경수한테 물어본 것인지 내가 좋아하는 우유.
에어컨이 있어서 시원한 서점 안인데도 날 생각해서 다른 사람한테 받아온 척 건네는 이 앞 문구점에서 파는 부채.
게다가 눈까지 곱게 접어가며 나를 향해 웃어주는 저 얼굴.
책으로 확 때려버릴까 싶다가도 변백현의 귀여운 행동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 누나, 제 말 듣고 있어요? "
" 응, 듣고 있으니까 얼른 말하고 집에 좀 가... "
" 에이, 이제 겨우 15분 지났는데요? "
니가 여기에 몇 시간을 있든 상관은 없어, 백현아.
하지만... 니 뒤에서 책 계산도 못하고 안절부절 하고 있는 초딩은 안 보이니? 어?
영업방해로 신고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초딩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했다.
" 나도 더 어렸으면 좋았을텐데. "
" 무슨 소리야? 꼬마야, 7,800원이야. "
" ○○누나한테 ... "
백현의 끝말이 웅얼거림으로 변했다.
뭐라고? 다시 물어봐도 녀석은 고개를 젓고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녀석은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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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의 서점 알바생 ○○과 18살 고딩 변백현
서점 단골손님 변백현, 부제는 못 말리는 서점 단골손님의 짝사랑 이야기
저, ○○ 씨! 못 말리는 단골손님 받을 준비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