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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찬열] 악연(惡緣)의 종말(終末)은 없다 | 인스티즈







와 함께 했던 많은 시간들이

모르고 지낸 행복했던 시간들이

이제껏 가 걸어왔던 길을

울며 외롭게 혼자서 걷던 길을

넌 모두 달라지게 만든거야





.

.

.



18살, 고등학고 2학년 여름방학이 절정에 다다르기 시작한 8월 초반 즈음의 일이었다. 나는 갑작스래 결정된 아버지의 전근소식으로 인해 우리 가족은 모두 서울 변두리에 있는 지역으로 올라가 살게 되었다. 그 바람에 나는 당연히 전학을 가야만 했으며, 나는 공부는 그리 잘 하지는 않았지만─한 학기만 더 지나면 곧 ‘고3’이라는 이름 아래에 내가 갑작스래 이사를 가고 전학을 간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내가 살던 지역은 그렇게 낙후된 시골도 아니었으며, 나름대로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꽤나 발전한 신도시였다. 아빠는 내가 살던 곳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 회사에 다니시면서 나름 만족해하셨던 것 같았지만, 서울 근교에 있는 다른 지부로 옮기면 승진을 할 수 있다는 아주 좋은 기회가 아빠에게,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왔기에 우리 가족의 이사는, 나의 전학은 나의 힘으로는 꺾을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사를 간다는 것은, 지금까지 함께 했던 친구들과 떨어져야 한다는 것을 직접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견뎌내기 힘이 들 정도였다. 워낙에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었기에 더욱이 전학을 간 학교에서 적응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했다. 게다가, 나는 빠르면 빨랐고 늦으면 늦었다고 할 수 있을─첫사랑의, 그러니까 남자친구와의 이별선상에 당장 다가서는 아주 저리는 고통과 마주해야 했으니. 방학 내내 그 아이의 얼굴 한번 제대로 마주하지도 못 했는데.
하지만 권태기였던 우리에게, 내게는 청천벽력같았던 우리 가족의 이사와 전학 소식은 오히려 지금 이 애매모호한 그 아이와 나의 사이를 깔끔하게 정리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말로 좋아하지만, 정말로 진심으로 좋아했지만, 매번 만나기를 꺼려하는 그 아이의 태도와 곳곳에서 들려오는 다른 여자아이를 만나고 있다는 소식으로 마음 아파하고 있을 참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별을 고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그렇게 고하고 받아들이는 대로 힘들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아이의 자주 볼 수 없는 얼굴을 몇 분이라도 만나는 것만으로도 정말이지 그 때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으니까. 이 기분을 모르는 10대 파릇파릇한 청춘의 여고생들은 아마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싸우고 미워 죽겠는데도, 만나면 어떻게 이루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러워서─모든 것을 다 용서해주고 싶은 사랑스럽고, 순수하고 어린 기분. 그래서 내가 장거리 연애를 생각해보지 않았던건 아니다. 권태기여도 첫사랑에다, 그 아이를 많이 좋아했으니까. 장거리 연애를 하면 서로 더 그리워지고 만나고 싶어지진 않을까 생각해보기도했다. 만나면 내가 다른 여자아이를 만난다는 소식에도 아픈 마음을 붙잡고 친절하게 대해주는데도, 헤어지는게 무서워서, 더 이상 나쁜 말들을 듣는게 무서워서, 혹시라도 그 아이의 입에서 내가 다른 아이의 입으로부터 들었던 다른 여자아이의 이야기가 나올까 혼자서 조잘재잘 떠들어 데고 붙잡아 보는데도 늘상 몇분 자리에 있지 못하고 떠나버리는 그 아이가, 내가 헤어지잔 말 없이 전학가고, 장거리 연애를 하자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안봐도 뻔할 뻔자의 스토리였다.


 고등학생들이 흔히 사귀는 모습은 그렇게 말 없이 헤어지기도 하고, 헤어지자는 말을 간단히 고하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행동하는 아이들도 있고, 상처받고 끙끙 앓아서 세상을 다 잃은 듯이 행동하는 아이들도 있고. 다양한 패턴이 있다.


 나는 아마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아했지만 속으로는 너무나도 힘들었고, 철이 없었기에 더 세상을 잃은 듯이 느껴졌던. 그런 패턴이었던 것 같다.


철 없던 고등학생이었기에, 그 아이를 사귀고 있을 때는 그 아이에게 헤어지잔 말을 듣는 것과, 그 아이에게 다른 무서운 말들을 듣는게 무서워서 그 아이의 비위를 다 맞춰주었다. 그래서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말했다. 그 아이의 입에서 듣는건 참기 힘들 정도로 무서운 일이었으니까. 억장이 무너질 정도였을테지. 그리고 나는 그 아이의 행복한 앞날을 빌지 않았다. 듣기 싫은 얼굴도 모르는 다른 여자아이의 행복 역시 마찬가지로 빌지 않았다. 오만한 질투심과, 그리고 짧지만 짧았고, 길다면 길었을 사귀는 1년여의 시간동안 기대에 못미치는 행동을 내게 상처로써 보여주었던 그 아이 때문에.





[EXO/찬열] 악연(惡緣)의 종말(終末)은 없다 | 인스티즈

“ 어,  그래. 헤어지자. ”



 그 아이의 대답은 아주 간단하고 명료했다.

 그리고 나는 그 다음날, 예정대로 이사를 갔다.


 일방적으로 친구들과도 연락을 끊었고, 페이스북 역시 탈퇴를 해 두었기 때문에─괜히 내가 그 아이의 소식을 접하려고 그 아이의 페이스북을 들여다 보게 될 까봐─ 그 아이의 소식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고, 빠른 절차를 밟아 나는 내가 지금까지 다녔던 고등학교가 아닌 다른 고등학교에서, 지금껏 입었던 교복과는 전혀 다른 교복을 입고서─고등학교 2학년의 2학기를 맞이했다.


 내가 겪었던 철 없던 시절은, 그리고 기억하기 싫고─상처로만 가득했던 그 시절은 그 때 그 아이에게 이별을 고한 시점으로부터 끝이라고 내 스스로 결말을 지었다.

그래서 나는 그 아이와 함께 했던 이 이야기가 더 이상 지속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 스스로 얇기도 하고, 두껍기도 한 이 동화라고 하기에는 무거운 그 아이와 나의 이야기에 The End. 라는 마침표를 찍었으니까.









악연(惡緣)의 종말(終末)은 없다.
00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처럼
몇 겁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

.

.






내가 그 아이에게 헤어지자고 말을 건넸던 그 날은, 그 아이와 사귀게 된 지 1년 반이 조금 안 되어가는 시점이었다. 바쁘다고, 만나기 싫다고 하는 내게 어떻게든 꼭 오늘 만나야 겠다며 처음으로 그 아이에게 고집을 부렸다. 그 아이의 페이스북에는 여전히 다른 여자아이들의 이름이 가득했다. 나는 그 아이가 안된다 하면 무조건 안되고, 그 아이가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았고, 하라는 것은 해야 했으며, 그 아이에게 만큼은 순종적으로 굴던 나였다. 친구들은 그런 나를 보며 항상 바보같다고 했다. 나도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래서 더욱, 그 아이에게 헤어지자고 고백하던 날─나는 그 아이에게 내가 서울 변두리로 이사를 가며, 전학을 간다는 사실은 결코 말하지 않았다. 철없던 나는 생각보다 꽤나 이기적이여서, 그 아이가 개학한 뒤에 나의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 나를 상처준 사실에 대해 후회하길 바라기도 했다.


 조금은 후회하고, 그렇게 나를 그리워했으면.


그렇게나 행복을 빌지 않았으면서도, 참 이기적인 생각으로 그 아이는 나를 그리워하면 좋겠다고, 후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람 마음은, 왜 이렇게 자주 변해가고, 아픔에 무뎌지고, 하지만 그 아픈 상처를 다시 자극받으면 또 도지는지.





지금 생각해봐도 나는 내 스스로를, 내 자신을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나 겁이 많아서, 그 아이가 조금이라도 굳은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면 언제나 무서워헀던 나였는데,

어째서 그 날 만큼은 그 아이에게 한 치의 표정 변화도 없이, 그렇게 매정하게 말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머리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마음은 이해할 수는 있었다. 내가 왜 그 때 그런 선택을 했는지.



드라마에서나 봐왔던 여자 주인공이 이별을 고하고 뒤를 돌아 도망치듯 걸어가면서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런 장면이 TV 속에서 나오기라도 하면 나는 베개를 끌어안고 옆에 앉아 같이 TV를 보던 엄마 몰래 눈물을 훔친 적이 꽤나 있었다. 나 역시 내가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나도 그렇게 눈물을 흘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의 눈을 맞춰 이야기를 하면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고, 처음으로 그의 앞에서 웃어주지도 않았고, 말도 전혀 더듬지 않았고, 일어서서 집에 도착하는 그 순간까지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도 않았다. 나는 집에 도착하고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를 한 층 한 층 올라가고, 현관문을 열고서야……비로소 고통과 온전히 마주했다.


그 아이의 표정은,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언제나 나를 마주하던 그 모습 그대로, 굳은 얼굴이었던것 같았다. 마치 처음부터 예상했다는 것 처럼.


왜 눈물이 나오지 않았던걸까, 나는 그 당시에 아픔을 이기기 힘들 만큼 걸음을 잘 뗄 수도 없었는데. 그리고 나는 이사를 간 뒤에도, 밤하늘을 방 한켠에서 바라볼 때면, 구름이 그 아이의 빛깔을 닮았던 달이 보이지 않곤 할 때면─항상 그 밤을 눈물로 지세웠는데. 이건 내가 그에게 헤어지자고 말하기 전, 그를 기다리면서 빌었던 저주의 효과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솔직히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아쉽기도 했다. 바보같은 생각을 한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내가 헤어지자고 말하고, 돌아서면서 눈물을 흘리면, 그 아이는 조금이라도 흔들려줄까?


하지만 나는 그 아이의 앞에서 사귀는 오백여일의 시간동안, 나는 그 아이의 앞에서 울 수는 없었다.

울기라도 하면, 뼛속까지 사무칠 정도로 굳어지는 그 아이의 얼굴이, 나는 너무 무서웠다….

그러나 내가 울지 않는다고 웃어 줄 그가 아니었다.


나는 헤어지자고 하면 그가 웃어줄 줄 알았다.


마지막 까지도 나는 그의 굳은 얼굴을 보며, 또 한번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그를 사랑하지만, 그에게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걸까?

구속 아닌 구속으로부터, 그리고 괴로운 나의 사랑의 종말을 찾아서.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물처럼 고여들 네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주고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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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앙신알신울려서왓쟈냐욮그글도 이글도 제취향저격 기대할께욥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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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 대바기에여 ㅠㅠㅠㅠㅠ여주 ㅠㅠㅠㅠ힘들었겠다 ㅠㅠㅠㅠ 신알신하구가여!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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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89.143
저 시의 제목이 뭐죠...? ㅠㅠㅠㅠ저거 맨 마지막 구절 좋아하느데ㅠㅠㅠ아지 저 시 자체를 좋아하는데 시 제목을 기억 못하게써여....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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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은 곳으로 - 이정하
입니다:)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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