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행동이지만 꽃이 펼쳐있는 모습에 기분이 나쁘지는 않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꽃내음을 맡았다.
한참을 꽃을 보고 있었을까 진님은 어디 있나 라는 생각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꽃밭에서 나와 큰 나무 밑동에 기대어 나를 바라보고 있다.
눈빛에 왠지 부끄러워 앉아버렸다.
꽃 사이에 숨어 앉아 꽃을 보고 있는데 위에서 들리는 말소리.
"왜 숨는 것이오. 꽃구경 잘하고 있었는데."
"그러시다면 꽃을 쳐다보시지 왜 소녀만을.."
"그대가 나의 꽃이지 않소."
폐월수화
閉月羞花
:달이 숨고 꽃이 부끄러워한다.
부제 ; 영원한 나비
그러며 웃는 진님을 쳐다볼 수 없어 꽃만 만지작거리니 손을 뻗어 그 꽃을 꺾어 내게 안겨준다.
"진님..이것은.."
"또 또. 괜찮다지 않느냐. 그저 그대는 내 앞에서 놀기만 하여도 된다. 걱정 하지 말거라."
꽃만 만지작거렸다. 어찌해야하나.
진님은 그 모습에 내 손을 끌고 나가기 시작한다.
"그대가 불편해하는데 어찌 그곳에 남아 있을 수 있을까. 딴 곳으로 가자꾸나."
아까처럼 같이 담으로 넘어갔다.
손에는 여전히 그 꽃 한 송이가 있고 다른 손은 진님이 끌고 가시는 바람에 진님의 손을 맞잡고 있다.
"이걸 어쩐다. 이제 어디를 가야할까. 그냥 그대를 보내기는 싫고"
앞서 걸어가시며 푸념하는 목소리에 살짝 웃었다.
그리고 갑자기 멈춰 서신 진님의 행동에 아까처럼 툭하고 부딪혔다.
"왜 멈춰서십니까."
"그대가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그렇지 않소! 다음부터는 조심하시오. 길에서 말고 단 둘이 있을 때 웃으란 말입니다."
아이 같은 모습에 또 살짝 웃으니 진님은 안 되겠다며 품에 날 안고 말하신다.
"다른 사내놈들이 쳐다보지 않소. 내 품에서 웃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말거라"
"어린아이처럼 투기가 심하시어 어찌합니까."
"그대 앞에서는 어린아이여도 상관이 없다. 그러니 화야 내 곁을 떠나지 말거라"
벌써 어느새 어두워진 길에 손을 잡고 화란으로 돌아왔다.
"아 어찌도 이리 보내기 싫을까"
라고 말하며 나를 보며 웃는 진님을 손을 꼭 잡아보았다.
그러자 내 손을 더욱 꽉 잡아주시는 행동에 진님을 쳐다보았다.
"내 약조하리다. 그대를 버리지 않겠다고. 저 달 앞에서 약조하리다."
말이라도 감사합니다. 그저 이리 말해주는 사람이 어렸을 때 있었다면 지금처럼 있지는 않았을 것이지요.
하지만 지금이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진님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 아닙니까.
차라리 그 길고 어둡기만 했던 밤길에서 홀로 걸어와 밝기만한 저 달 같은 진님을 만난 게 저는 더 좋습니다.
"그대는 뭔 생각을 그리도 하는지. 나와 헤어지는 게 아쉽지 안나보오."
진님의 말에 빙그레 웃어보였다.
"화, 그대는 여전히 아쉽다고 말하지 않구나. 그러면 나라도 말해야겠다. 아쉽다.
그대를 내 품에 앉고 돌아가지 못해 너무나 아쉽구나. 언젠가는 그대를 내 품 속에 가두어 데려갈 것이오."
그리고는 안아주는 진님의 온기를 가만히 느끼고 있다 품에서 떨어져 나와 말했다.
"이제 그만 돌아가시지요. 밤이 춥습니다."
내 말에 길을 걸어가면서도 돌아보는 모습에 말하였다.
"저도 아쉽습니다. 꼭 내일 다시 보러 와주세요"
내 말에 다시 길을 걸어와 안아주며 고맙다고 말하는 진님을 안아보았다.
"그대는 정말 나를 보내기 싫게 만드는 재주가 있구나."
"저도 아쉬워서 그럽니다. 하지만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내 말에 품에서 날 놓으며 손을 잡는다.
그러더니 내게 다가와 입을 맞춘다.
눈을 감았다. 그저 느껴지는 건 내 앞의 진님의 숨결과 온기.
그 짧은 순간이 너무나 행복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언제 다시 이런 행복함을 느낄 수가 있을까.
"계속 있다간 날이 새어 버릴 것 같구나. 내 먼저 떠나야 화, 네가 잠이 들 수 있겠구나. 내일 보자"
이번에서야 멀리 걸어가시는 진님의 모습에 고개 숙여 인사했다. 조심히 가십시오.
화란의 물을 열고 들어갔다. 여전히 이곳은 시끄럽고 술 냄새만이 가득하다.
내손에 들려있는 꽃 한 송이의 내음을 맡으며 내 방으로 갔다.
그리고 비어있던 도자기 병에 물을 담아 꽃을 넣었다.
시들지 말아다오.
시들려거든 진님께서 이 미천한 몸뚱이에 질릴 때 그때 시들어 부서지어라.
눈을 떴다. 눈을 뜨자 보이는 건 진님이었다.
놀라 일어나려하자 손으로 꾹 눌러 자신의 허벅다리에다 눕혔다.
진님 위에서 잠든 건가. 아프실 텐데..
"진님께선 여기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그대는 내가 일이 있어야 찾아오길 바라는 것이오?"
"그게 아니.."
"장난이다. 화야, 내가 너의 마음 하나 몰라주겠느냐"
진님의 다리에 누워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보는 것이냐"
"그냥.. 그냥 보았습니다."
진님은 내 대답에 싱겁구나 하며 자신의 손으로 내 코를 콕 눌러본다.
날 괴롭히는 진님을 보며 봄바람이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것이 잠이 오기 시작하였다.
진님을 앞에 두고 자기 아쉬워 눈을 떠보려하지만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한번.
두 번 천천히 떴다 감았다만 반복했다.
"같이 자자꾸나. 봄바람이 부는 지금 내 옆에서"
봄바람이 부는 지금 진님 옆에서.
상상도 되지 않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하루하루가 행복함에 빠져들고 있다.
눈을 떴다. 여전히 진님께선 주무시는지 눈을 감고 계신다.
손을 올려 예전부터 예쁘다 생각했던 입술을 콕 눌러 보았다.
그저 반응 없이 숨만 고르게 쉬고 있는 진님의 모습에 볼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좋아합니다. 정말로 좋아합니다. 비록 말 재주가 없어 이렇게나마 마음을 전합니다."
"알고 있다. 그대의 마음을 내가 알아야지, 누가 알겠느냐"
"주무신 것이 아니옵니까."
내 말에 조용히 눈을 감은 채 속삭이는 그 모습에 손을 들어 볼을 건드려보았다.
"나는"
혹시 너무 예를 지나친 것일까.
"그대의 것이다."
그러고는 내 손을 잡고 자신의 얼굴로 가져간다.
"화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하거라. 나는 무엇이든 좋다."
살짝 살짝 쓰다듬어 보았다.
꿈일까 이것은. 이것은 없는 일이 아닐까.
"화야. 사랑한다."
저도 사랑합니다. 진님을
말 안해도 알아듣는지 그저 나를 보고 웃는 모습에 따라 웃었다.
그렇게 한참을 내 손만 잡고 계시던 진님이 일어선다.
"오늘은 할일이 많구나. 미안하다. 내일 오마"
나가는 진님을 배웅하였다. 매일 매일을 진님과 함께했던 터라 오랜만의 혼자인 시간이 어색하다. 장이라도 나가 진님의 선물을 사 드릴까하여 화란을 나섰다.
어떤 것을 사드릴까 고민하여 보는데 옆의 말소리가 들린다.
"요새 왕께서 기생 년한테 빠져 다닌대"
"누가 들으면 어쩔라. 쉿"
그 말에 내 옷차림을 보았다. 확실히 다른 기생보다는 수수하지만 그래도 나 역시 티가 난다.
아마 주변의 사람들도 진님과 나를 보며 생각하겠지. 진님을 보며 기생 년한테 눈길 팔며 지낸다고 진님을 욕보이겠지.
손에 쥐었던 저고리를 놓았다. 떨리는 목소리로 아저씨께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정신없이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그러던 와중 인적이 드문 길에 나있는 돌부리하나를 보지 넘어지려하였다.
그 순간 누군가 내 팔을 잡아 세워준다. 얼굴도 보지 못한 채 떨어져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대는 나 없는 곳에서도 여전하구나."
진님.
"분명 아까 바쁘시다고.."
"그대가 넘어지는 것보다 바쁜 것이 무엇이겠느냐."
아까 그 말소리가 들린다. 그 기생년. 기생년과 도련님.
"진님. 이제 그만 하실 때도 된 것 같습니다."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
"다른 사람들 눈에는 진님은 그저 저한테 꼬임당한 불쌍하고 멋모르는 도련님 일뿐입니다. 이제 제 장단에 그만 맞추어 주셔도 됩니다."
진님은 내 손을 잡고 말한다.
"멋모르는 도련님이라. 그대는 내 말을 귀 기울여 듣지 못했나보구나. 나는 항상 말했었다."
단단히 내 손을 잡은 채 내 눈을 바라보는 눈길에 고개 숙이자 손으로 얼굴을 잡고는 말한다.
"힘 있는 사람이라고. 그대가 무엇을 상상하든 나는 그 상상을 초월 할것이다."
"진님이 무엇입니까. 저는 모르겠사옵니다. 알려고도 묻지도 않았지만 진님께선 제게 먼저 말해주신 적 없지 않으셨지 않으십니까."
"나는"
진님이 내 손을 풀어준다.
"이 나라의"
그리고 내 얼굴을 잡는다.
"왕이오."
입맞춤하는 진님을 밀어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오히려 지금도 내게 농을 치시는 것일까 생각했다.
왕이라니. 그 순간 궁에서 말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리고 장에서 들은 말도 생각난다.
'괜찮다. 그대가 보기에 내가 많이 어려보이고 믿지 못하겠지만 나름 힘 있는 사람일세. 그러니 걱정 말고 이것을 봐보거라.'
진님의 목소리
'요새 왕께서 기생년한테 빠져 다닌대'
장에서 들은 목소리.
그 두개가 요란히 섞여 혼란스럽게 만든다.
진님을 밀쳐냈다. 그제야 진님은 웃어주며 나를 꼭 잡는다.
"진님은 요새 어떤 소문이 도시는 줄 아십니까."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모르시구나..
사실대로 말할까 아니면 아니라고 얼버무릴까 고민했다. 그냥 얼버무리려고 아니라고 말하려 하자 진님은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이 나라의 왕이 기생 치마폭에 쌓여있단 소문을 말하는 것이냐? 맞는 말이지 않느냐. 그대에게 둘러싸여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
아무 말 없이 있는 내 손을 한 번 더 잡아끌어 나를 안으시곤 말한다.
"곧 이곳에 피바람이 불 것이오. 그대 먼저 딴 곳에 가있지 않겠소. 내 곧 따라가리다."
고개를 저었다.
"진님도 위험하시지 않습니까. 같이 가주세요. 저 혼자 가지 못하겠습니다."
"왕이 나라를 버리면 어쩌란 말이오. 걱정 말고 먼저 가 있거라."
"싫습니다."
단단히 말하는 내 행동에 진님은 엷게 웃으시며 들어가 보라고 말하신다.
더 이상 보챌 수도 없어 인사를 하고 걸어갔다. 뒤에서는 진님의 약간의 투정이 들리고 나는 웃으며 못 들은척 걸어간다.
며칠이 지났을까 진님을 보지 못한지 꽃도 점차 시들어간다. 버티어다오. 꽃아 아직 나는 살아있단다. 나의 진님이 나를 죽이실 때까지 버티어다오.
갑작스레 문이 열리고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들어온다.
"무슨 일이옵니까"
"왕의 부름이다. 이리오거라"
진님께서 사람을 불러 오라는 일은 처음이었다. 순순히 일어서 그들을 따라갔다. 궁이 아닌 처음 보는 길.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진다. 진님.. 진님이 아니시군요.
눈을 뜨자 보이는 건 짚 들이였다. 손과 발이 묶인 채 눕혀져있었다.
이건 뭐하는 상황일까. 아무도 없는 창고 같았다. 어쩌면 좋을까. 이 상황을.
우선 둘러나 볼까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앉기까지는 그나마 수월하였으나 일어서기는 무린가 싶어 앉은 채로 둘러보았다. 정말 아무것도 없구나.
쾌쾌한 냄새. 그리고 배고픔.
그 속에서 홀로 버티었다. 진님을 기다리는 것은 포기하였다.
나와 그분의 가치는 다르다.
백 명의 내가 죽는 게 그 분이 죽는 것보다 낫다.
그러니 빨리 죽어버렸으면 싶기도 했다.
점점 생각하는 시간도 줄어들고 그저 아무것도 안한 채 앉아 있기 만했다.
그때 이었을까. 쾅 하는 소리와 진님이 온 것은.
어두웠지만 진님이었다.
아마득한 시선으로도 당신은 빛이 나시군요.
하지만 당신은 이곳에 있으시면 아니 되옵니다. 이곳은 위험합니다.
"마마. 이곳을 떠나시옵소서. 저를 두고 그저 멀리 사라져 가십시오."
"화야..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내가 왔다. 일어나거라."
내 손과 발을 풀어주며 말한다. 진님 이제 모든 것을 끝내야합니다.
"마마 이제 저를 놓아 주십시오.저는 마마의 사람이 아니옵니다."
위험합니다. 제발 떠나주세요.
"닥치거라! 누가 뭐라 하든 너는 나의 소유물이다. 도망치려하지 말거라"
네 저는 진님의 것이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 있을 것이 아니옵니다. 진님은 할일이 많으신 분입니다. 이곳에 있으셔서는 안 됩니다.
"기생놀음이나 한다는 소리를 듣고서도 이러십니까."
"세상에서 너만 있으면 된다 하지 않았느냐."
"모든 백성들이 당신을 원망합니다."
그리고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는 너에게만 원망 받지 않고 살아가길 원한다. 모든 사람이 욕하더라도 너만 내 곁에서 웃어준다면 상관없다. 그러니 어서 가자꾸나."
당신은 왜 그리도 잔인하십니까.
이리 모진 말을 하여야합니까.
"저는 일부로 당신을 피해 이곳으로 온 겁니다. 그러니 제발 제 눈에 띄지 마시옵소서."
거짓말.
"화야.. 반역이다."
"네?"
"반역이 일어났다.그러니 가자꾸나.제발"
덜컹 심장이 주저앉는 기분이었다. 다친 곳은 없으신가 살피었다. 다행이도 진님은 멀쩡해보였고 나는 눈물을 흘렸다.
"가자꾸나. 너의 집 화란으로"
진님은 나를 잡아 올려 말에 태웠다. 덜커덩거리는 익숙지 않은 느낌에 진님 옷자락만 붙잡았다. 그
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도착하였다. 진님과 손을 잡고 나란히 내 방에 들어왔다.
마치 꽃송이도 생기를 찾아보였다.
"화야. 사랑한다."
"저도 마찬가지 옵니다. 사랑합니다. 진님"
둘이서 자리를 만들어 누웠다. 살려고 발버둥 대지도 않았다. 그저 순응하고 살아가는 것 이것이 전부였다. 일어나면 진님과 내가 행복하길.
바라며 눈을 감았다.
눈을 떴다. 보이는 건 꽃 한 송이의 꽃잎 없는 메마른 모습. 그리고 나의 정인이 쓰러져있었다.
나의 손을 잡고 웃으며 그리고 그 꽃 한 송이의 꽃잎이 그를 위로하듯 그의 상처에 내려앉아있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진님의 심장에 박혔던 칼을 뽑아 찔렀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소녀 진님을 만나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 꼭 저 먼 미래에는 우리가 끝까지 웃었으면 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나의 영원한 나비여.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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