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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수] 우리는 몰라야 할 이야기 (Scabiosa) 00 | 인스티즈


[ Scabiosa ]


산토끼꽃과 체꽃속의 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꽃말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


[ 오늘 올 겨울 최강 한파가 찾아왔습니다. 체감 온도는 영하 20도로 전국이 꽁꽁 얼었습니다. ]

[ 오늘 아침 출근길 어제보다 더 두툼하게, 따뜻하게 챙겨 입으시길 바랍니다- ]




내가 5살이 되던 해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이었다.

매일 매일이 기록적인 한파라며 뉴스에선 떠들어댔고,
사람들의 옷은 더욱 두꺼워졌다.


하지만 그 날 우리 부모님 품에 안겨 들어온 아이는

얇은 가디건 하나만을 걸치고 있었다.


" 우리 주아, 오빠 갖고싶다고 했지? "


가만히 눈을 감은 채 안겨있던 그 아이가 살며시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

.

.

.

.

.

.

누구의 눈동자 였을까, 그 순간 크게 일렁이던 눈동자는.











#


그 때의 난 그 아이에 대해 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외동이였던 나는 그저 오빠가 생겼다는 사실에만 들떠있었고,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누구의 아이인지 전혀 의문을 갖지 않았다.


" 오빠, 나는 주아야- 오빠는 이름이 뭐야? "


엄마는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아빠를 쳐다봤고, 아빠는 나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어렸지만, 알 수 있었다.


" 주아야, 오빠가 조금 아파. "


아빠는 무척이나 슬퍼보였다.






그 아이는 조금 아팠다. 아니, 어쩌면 많이 아팠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아프다.











#


우리 부모님은 당시 꽤 잘나가는 법조인이였다. 그래서 난 어린시절부터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었다.

바쁜 부모님 덕분에 행복했지만, 불행했다.

혼자있는 시간이 많았고, 엄마가 아닌 시터의 보살핌이 익숙했다.

그리고 그 아이가 오기 몇 주 전 부터 부모님은 더욱 유난히 바쁘셨다.

내가 잠들면 퇴근하고 깨어나기 전에 출근하는 일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거의 얼굴도 볼 수 없었다.

그런 날들 중, 그 날 아침 오랜만에 본 부모님과 오빠라는 그 아이는 내게 크리스마스 선물 같았다.

그 선물은, 열어보지 말았어야 했을까.











#


[ 14년 만에 최강한파가 찾아왔습니다. 기온은 어제보다 2도 더 낮아 체감온도는 20도 안팎으로- ]

삑-


" 올해는 또 얼마나 추우려나.  "

" 그래도 난 겨울이 좋아. 오빠가 왔잖아- "


내 목에 목도리를 해주던 손이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마저 움직인다.


[ 나도 좋아 널 만나서 ]



[도경수] 우리는 몰라야 할 이야기 (Scabiosa) 00 | 인스티즈



생긋 웃으며 입모양 가득 대답하는 너와 눈을 맞춘다.

.

.

.

.

.

.

.

누구의 눈동자 였을까, 그 순간 크게 일렁이던 눈동자는.






















안녕하세요. 

써놓고 보니 되게 조잡하고 부족하네요...

부끄러운 글 솜씨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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