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징그러워." 멀리서 니가 외친다. 아니, 멀리가아니라, 코앞에서.. 그게아니라.. "진짜..... 소름끼친다." 어지럽다, 니 얼굴이 ..보이지않는다. 지금 내 앞에 있는건 니가 맞는데, 너는 왜 나를 이렇게.. "제발 사라져줘, 내 인생에서, 제발.. 부탁할게." 밀어내는가. 1 "저, 다들 인사해, 103호 새로 들어온 학생이야." "안녕하세요, 윤보미 입니다.." 쑥쓰럽게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이 귀엽다. 이미 김종대는 빠져버린듯 입꼬리가 내려갈 생각이 없어보인다. 대놓고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인사하는 폼이 올해 고시도 망칠 삘이다. 그리고 102호에 살고있는 오세훈은, "두어 달 있을거라던데 그래도 이웃끼리 잘지내." 집주인 아줌마가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다. 어제 저녁부터 새 식구가 생길거라고 난리를 떠시는데 여학생이라기에 관심조차 없었는데, 그게 윤보미라고? "저, 짐 좀 풀고와도 될까요?" "아, 그래 가봐. 아줌마가 밥은 항상 하는데, 밥하기 귀찮으면 와서 먹어도되고 아니면 아가씨 방에서 해먹어도되고.." "아, 저녁은 아까 터미널 부근에서 먹고와서 괜찮아요!" 환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니가 이쁘다. 왜 왔을까, 왜 나한테 또 왔을까. 저녁을 먹고 침대에 누워있는데 옆방에서 정리하는 소리가 다 들린다. '옆 방에 윤보미가 있다'니..... 이건 꿈인가? 한참 생각에 빠져있던 중에 똑똑,하고 노크소리가 들린다. 나쁜 짓 하다 들키기라도 한 듯 화들짝 놀란 세훈은 하얗게 경직되선 문을 연다. "안녕하세요! 저 103호인데요- 아까 인사를 못드려서..히히" "아," "저는 윤보ㅁ.." "제가 지금 좀 바빠서." 하고 102호 문이 쾅, 닫힌다. 문 앞 보미의 표정이 당황스러움에 일그러졌을 게 뻔히 상상이 된다. 하지만 그게 맞는 것같다,너를 위해. 이사를 가야하나. * "아줌마, 102호 사시는 분은 아침 안먹으러와요?" "글쎄, 주말이라고 안일어났나?" ".... 원래 성격이 좀 그래요?" "누구 성격이?" "그...102호에.." "아가씨랑 무슨 일 있었어?" "아아뇨.. 그런건 아닌데," "보미씨, 오세훈이랑 뭔 일 있었어요?" 같이 앉았던 종대가 끼어들어 한마디 한다. "네?아뇨,아뇨.." "왜 뭔데요?" "그게 아니라 별거아닌데 그냥 어제-" 하려던 말은 세훈의 등장에 끊겨버렸다. "어, 오세훈, 잘왔네. 너 보미씨랑 뭔일 있냐? 첫 날 부터 말이야, 어." "...." 세훈의 눈썹이 세모가 되선 대답도 없이 나가버린다. "아 뭐야, 진짜 뭔 일 있어요?" "그냥.." 세훈의 슬리퍼가 일부러 탁, 탁 소리를 내며 걷는다. 서운하고, 화나고, 슬프고, 기쁘고. "제가 싫은가봐요.." 온갖 감정이 얽혀서 풀릴줄 모른다. * 아이씨, 비 온다는 얘기 없었잖아. 화방에 들렀다 나오는 길의 세훈의 얼굴이 짜증으로 일그러진다. 그래도 한 두방울 쯤이면 맞고가지 하던 심산이었는데 집이 가까워질 수록 빗방울이 세진다. 700m쯤 남은 것 같은데 사기엔 아깝고 걷기엔 멀다. 그래도 기껏 산 캔버스가 젖을려나 싶어서 결국엔 편의점으로 들어간다. 들어온 김에 아이스크림도 하나 골라서 손에 잡았다. 우산을 사려고보니 하나 남았다. 운이좋다. "으아아..." "어서오세요." "우산 어딨어요 우산???" "저기 코너 뒤쪽에요." 목소리까지 울상이되서 들어온 손님을 세훈은 듣자마자 알아챘다. ...씨발, 그냥 맞고 가지 뭐. 잡았던 하나남은 투명우산을 놓고 아이스크림만 들고 계산대에 간다. "어?" 보미가 눈을 크게 뜨고 뒷통수를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지만 절대 뒤돌아보지 않는다. 왠지 짜증이 솟는다. 딸랑, 하고 닫히는 편의점 문 너머로 '102호-' 어쩌고 하는 목소리가 들리다 닫혀버린 문 덕에 소리가 뭉그러졌다. 비는 또 왜이렇게 많이와? 슬리퍼를 신고 나서는게 아니었다. 입고 나온 흰티도 다 젖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냥 샤워하는 꼴이다. 한 오십미터쯤 걸었나, 뒤에서 탁탁탁하고 뛰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세훈의 머리위로 쏟아지던 비가 멈춘다. "저기요..헉..헉.. 같이쓰고...가요...아, 숨차." 숨을 좀 돌리곤 눈을 땡그랗게 뜨고 세훈을 쳐다보는건 역시나 보미다. "싫어요." 와, 호의를 이렇게 고민도 없이 차갑게 거절하는 남자가 또 있을까, 그것도 저렇게 귀여운 여자한테. 보미는 물론 세훈도 같은 생각이다. 하지만 세훈의 표정은 단호하다. 그러곤 빠른걸음으로 우산에서 나와 빗속을 걸어간다. "아니!!!잠시만요!!!!세훈씨!!!!" 하고 또 뛰어와선 우산을 굳이 씌워주는 보미에 세훈의 발걸음이 멈췄다. "왜요." "같이 쓰고가요, 같은 집이잖아요.." 그래, 너 그런성격이었지. 어차피 고집을 못꺾을 것 같았다. 그냥 너랑 마주치는게 아니었어. "그리고 이거.. 우산 사려던거 아니에요?" “아닌데요.” “....아...” 무안한지 바닥만 쳐다보는 모습이 새끼오리같다. 이 얘기 내가 옛날에도 했었는데, 너 아기오리 같다고. 근데, 이젠 그런 말 절대 안하려고. 키차이때문에 보미가 든 우산 끝이 세훈의 얼굴을 찔러대고 어깨는 비에 다 젖고있으니 이건 쓰나마나다. 게다가 보미는 나름 팔을 높이 들고있는데 팔이 슬슬 아파오는 눈치다. "어," 아무말 없이 우산을 뺏아 높이들자 그제야 높이가 맞다. "제가 들면되는데." "...." 대답도 안하네, 진짜 뭐 저런 애가 다있어 생각해도 세훈은 할 말이없다. 사실 그러길 바란다. "근데요." "...." 대답않는 세훈이 이제 보미는 익숙해진듯하다. "저랑 나이 같으시다면서요?" "...." "저 말 놓으면안되요? 세훈씨? 우리 옆집인데 친하게.." "안." "지내.." "안돼요." "아.." "싫어요." 보미의 얼굴이 빨개진다. 이쯤 되면 정말 어느 사이트에서 짜증나는 옆집 남자 썰로 돌아다녀도 인기글에 오를법한 싸가지다. 대단하다 오세훈. 그렇게 보미와 세훈은 집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걸었다.
이 시리즈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EXO/세훈보미] 소년은 괴물이 아니다 00+01 13
11년 전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