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셔틀 01
툭.
책상 위로 쪽지가 떨어졌다.
뭔가 싶어서 가만히 쳐다보다가 선생님 눈에 띄지 않게 펴보려는데
고개를 숙이던 내 뒷통수를 누가 치는게 느껴진다.
기분이 나빠서 인상을 펴니,
아. 일진 최준홍이다.
*
" 야, 정대현아. 쪽지 좀 갖다줘라. "
새학기인데, 새로운 학교인데.
며칠 전부터 일진이라는 최준홍의 수발이나 들고 있다.
수발보다는 쪽지를 전달해준다는게 맞는 말인거 같긴 하지만.
지가 좋아하는 남자애한테 쪽지를 갖다달란다.
살짝 표정을 찡그리면서 쪽지를 받아가니까
그 새를 안 놓치고 내 어깨를 휘어잡아 방금 뭐했냐고 묻는다.
인소 뺨친다.
" 방금 표정 찡그린거야? 싫어서? "
" 그런 거 아니야. "
아니라는데 자꾸 꼬치꼬치 캐묻는건 무슨 심보죠?
" 아, 됐고. 빨리 김힘찬한테 이거 전해주고 와. "
지가 잡아놓고서 됐대, 이기적인 놈.
터덜터덜 걸어가 뒷자리인 김힘찬한테 쪽지를 던져줬다.
같은 반이면서 쪽지 전달해주는게 귀찮은가요?
김힘찬한테 쪽지를 전해주고 앞자리에 앉으니
쪽지를 펴봤는지 킥킥대는 목소리가 들린다.
좋으세요?
혹시 고백?
현게?
이상한 상상을 계속 하다가 뒤에서 톡톡 등을 치는 느낌에 고개를 돌렸다.
" 대현아, 너 이거 봤냐? "
눈 앞에 쪽지를 팔랑거리면서 보여주려고 하는데 다 보이지도 않고 애만 태운다.
최준홍 같은 새끼.
" 보여줄거면 그냥 보여줘. "
짜증나서 툭 하고 내뱉으니 싫단다.
정말 최준홍같아.
" 대현아, 너 근데 나한테 쪽지 언제까지 전해줄거야? 안 지겨워? "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귀찮아 죽겠어. 소리를 삼키곤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 한번도 펴볼 생각은 안했어? 아, 그러면 최준홍이 건드리나? "
" 아네. 그럼 이제 말 걸지마, 귀찮아. "
내가 생각해도 멋진 말이었다.
말을 듣고 똥 씹은 표정이 된 김힘찬은 보나마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