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그와트; 일곱 개의 호크룩스
11
“그쪽 나랑 얘기 좀 해요.”
“…….”
“이 상태에서는 소리도 못 들어요? 아니면 마음대로 못 변하나? 누군가가 위급상황일 때만 변하는, 파워레인저 같은 거예요?”
“…….”
“답답해 돌아가시겠네.”
화만 내 봤자 내 손해라는 건 진즉 알았지만 그래도 답답한 건 어쩔 수 없다. 칼이냐 사람이냐, 사람이냐 칼이냐. 개구리왕자처럼 마법이나 저주 뭐시깽이에 걸려서 온전히 사람일 수 없거나, 온전히 칼일 수 없거나 뭐 그런 건가? 말을 해 줘야 이 상황을 납득할 거 아냐!
“이때까지 잠잠하다가 왜 갑자기 변한 건데요? 네? 야. 반응 좀 해 보라고!”
테라스 탁자 위에 칼을 올려두고 죽어라 소리 지르고 노려본들, 누군가 보면 미쳤다 할 짓이니 관뒀다. 결국 그때 그 호수에서 비티타타를 두어 개 찾고, 나눠 가진 뒤에 헤어지고 나는 너무 피곤한 나머지 바로 곯아떨어졌다. 그리고 그 뒤로 절대 사람으로 변하지 않는 칼 덕에 수업 직전까지 씨름 중이었고.
결국 나는 단도로 변한 칼을 가방 안에 넣었다. 혹시라도 위험한 물건이라면 방 안에 두든 가지고 다니든 위험한 건 마찬가지니, 방 안에 둬서 나 혼자 일을 감당하는 것보다 비교적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일이 터지는 게 나을 거니까.
“이 여자는 또 자리에 없네.”
아직 수업시간 까지 5분이 남았으니까 초상화 여인이 올 때까지 기다려 볼까. 와, 저번엔 5분 남았는데 교실에 못 들어가서 엄청 식은땀 흘렸었는데. 이제 호그와트 학생 다 됐구만.
“이제 우아한 여인은 잘 찾아가네?”
계단참에 앉아있을까, 앞에 드리우는 그림자에 고개를 들면 그때 봤던 잿빛머리가 서 있었다. 아, 이젠 이름을 알지. 민윤기.
“네, 덕분에요. 근데 물어볼 게 있는데요.”
“응.”
“나 알아요?”
“……알지. 보류된 신입생. 이제 래번클로 됐나보네.”
오호, 이런 식으로 피한다 이거지. 본인이 답을 안 하니 이건 교장선생님이나 티에게 물어보는 게 빠르겠다.
“선배는 넥타이가 없어서 어딘지 모르겠네요.”
내 말에 피식 웃은 선배가 계단 난간에 기댔다.
“지금 복장불량이라고 지적하는 거야?”
“그렇게 들렸다면 그런 거죠, 뭐.”
“여인 오셨네.”
선배가 턱짓으로 가리킨 데를 보자 우아한 여인이 다시 액자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외출 좀 작작 해요! 교실문 관리는 해야 할 것 아녜요!”
ㅡ어머, 말버릇 좀 봐. 내가 외출을 하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야, 이 기지배야. 문 열어줄 거니까 썩 들어가.
곧이어 문이 열리고, 나는 투덜대면서 가방을 고쳐 맸다. 그림 주제에 이유가 있기는 개뿔이. 내가 저것도 교장선생님한테 다 말 할 거야. 괜히 초상화를 째려보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뒤에서 선배가 말했다.
“슬리데린.”
“……네?”
“슬리데린이야.”
“…….”
“…….”
“다음엔.”
“…….”
“이름도 알려줘요.”
“…….”
이미 알고 있지만요.
“슬리데린 선배.”
곧이어 종이 쳤고, 나는 교실로 들어서며 중얼거렸다.
“……민윤기 선배라고 할 걸 그랬나?”
한국고 교복을 입으나 래번클로 교복을 입으나 쳐다보는 건 똑같았다. 이것도 곧 있으면 사라질 시선들이겠지만 무시하고 지나가기에는 너무 노골적인 시선들이라서, 슬슬 짜증나기 시작한 나는 도리어 나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을 맞추며 연회장으로 향했다.
“나 그냥 그리핀도르에서 먹을래. 여기서 먹으나 저기서 먹으나 쳐다보는 건 똑같을 것 같아.”
“뭐, 우리야 좋지. 편한 데서 먹어.” 예림
그리고 나는 래번클로 첫날이지만 그리핀도르 식탁에 앉았다. 힐끔대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정작 눈이 마주치면 피해버리면서 뭐 하러 쳐다보나 몰라.
“그래서, 룸메이트는 누군데?”
“맞아. 래번클로 마지막 방은 자리가 남아서 2인실이라던데!” 유빈
“어…… 방은 안 바꿨어. 내가 교장선생님께 말씀 드렸거든.” 희완
“교장선생님한테?” 시아
“응. 그 방에 정 들기도 했고……” 희완
사실, 생각해 보면 티를 만나기 위한 것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교장선생님이 순순히 허락해주셨어?” 시아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라 하시더라. 본인이랑 전교생이 납득할 만 한 이유.” 희완
“그래서 뭐라고 했는데?” 예림
“마구 질러버리는 바람에 정확히는 기억 안 나. 그냥…… 낯선 곳에 날 데리고 왔으면서 방 정도는 선택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뭐 그런…….” 희완
“낯선 곳? 흠. 넌 그럼 머글세계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온 거야?” 시아
“응. 회장이 날 데리러 오기 전까진 아무것도 몰랐어. 이런 곳이 있는지도.” 희완
“그래서 교복도 까먹었었구나.” 예림
“하하 그렇지…….” 희완
예림이의 말에 어색하게 웃었다. 그건 그냥 내 실수였기 때문에…….
“나는 납득이 안 되는데.” 시아
“어?” 희완
“낯선 곳에 온 거랑은 별개로 여긴 학교잖아. 혼자 독방을 쓰는 건 원칙에 어긋나지. 거기에 교장선생님이 응해주셨다니 조금 실망이네.” 시아
“하하, 시아 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기억이 잘 안 난다잖아! 다른 이유들이 더 있었겠지.” 유빈
“…….” 희완
시아의 말에 유빈이가 당황하며 시아를 툭 쳤다. 하지만 시아는 반응하지 않고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이 기분, 전에도 느꼈었는데.
“독방이라도 기숙사랑 멀리 떨어져 있고 안 좋은 점도 많은데, 뭐. 각자 다 장단점이 있지. 짐 옮기기도 귀찮을 텐데 잘 됐네. 밥 먹자, 밥!”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고 있는데 예림이가 상황을 정리했다. 나는 밥을 먹으면서도 생각했다. 그리핀도르가, 머글들을 싫어했던가?
“어, 부엉이다!”
마치 ‘선생님 오신다!’처럼 누군가 외친 한 마디에 다들 문을 바라보았다. 부엉이들이 떼거지로 몰려오는 게 아무리 봐도 지진전조현상인데. 하나둘 주인을 찾아가는 우편물들 사이로 묵묵히 밥을 먹고 있는데 내 접시 위로 무언가 쾅, 하고 떨어져 수저를 놓쳤다. 뭔가 하고 옆을 보니 털은 하얗고 눈을 맑은 금빛의 부엉이가 털을 정리하고 있는 게 아닌가.
“헐, 희완이 네 부엉이야? 완전 예쁘다!” 유빈
“글쎄…… 나도 처음 보는데.”
나는 강아지에게 혀 소리를 내는 것처럼 탁자 위에 서 있는 부엉이에게 손가락을 내밀었다.
“네 부엉이 맞는가 본데? 너한테 이렇게 친하게 대하는 거 보면.” 예림
그리고 부엉이는 내 손가락을 보고 냉큼 올라타는 것이다. 와, 나 동물이랑 교감하는 거 너무 오랜만이라 신기해.
“근데 이게 뭐야? 얼른 풀어 봐!” 유빈
부엉이를 보고 신기해하는 것도 잠시, 내 식사시간을 방해한 이 거대한 것은 무엇인고. 얼른 포장을 풀어 보았다.
“이건……”
“파이어볼트잖아!”
“그게 뭔데……?”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는 유빈이의 말을 대충 요약해 보자면, 그러니까…… 저번에 다이애건 앨리에서 봤던 님부스 어쩌구보다 좋은 것 같다. 이때까지 나온 빗자루들 중에 제일 빠르다고 하니.
“이게 있으면 퀴디치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이야!” 유빈
“그렇게 빠르면 오히려 내가 감당 못 할 것 같은데…….”
“그럼 이제부터 적응하면 되지.” 예림
“헐, 그러네. 오늘부터 퀴디치 연습은 이걸로 해야겠다!”
“근데 이제 시험 2주 남았는데 퀴디치 연습을 해?” 시아
“응?”
“퀴디치 연습 하냐고.” 시아
“아니, 시험……?”
응. 시험. 2주 뒤 첫 시험이잖아. 시아의 말에 빗자루를 내려놓았다. 아. 제발. 거짓말이라고 해줘…….
“2주 뒤 시험인데 연습은 계속 하시네요?”
“와, ‘래번클로’ 김희완이네?”
점심을 먹고 온 퀴디치 연습장. 2주 뒤 시험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연습하는 학생들이 꽤 많았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찾아왔는데 회장도 여기 있었고.
“김남준한테 들었는데 눈으로 보니까 실감 난다. 난 네가 래번클로에 들어올 줄 알았어.”
“제가 파란색이 잘 받아서요.”
“이제 농담할 여유도 생겼다 이거지?”
“이렇게라도 안 하면 이 험한 호그와트 생활을 어떻게 하겠어요.”
“하하! 진짜 적응 잘 하고 있나 보네. 그건 그렇고, 연습하러 온 거야? 빗자루까지 들고 오고.”
“아뇨, 이건 받은 거라……. 퀴디치복 미리 받으러 왔어요.”
“아참 그렇지. 잠시만 기다려 봐.”
내 말에 회장은 창고로 향했고, 나는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아 하늘을 쳐다봤다. 빗자루를 받긴 했어도 이걸 준 사람이 누군지를 모르니 타도 되는지를 모르겠네. 포장지를 아무리 둘러봐도 발신인이 적혀있지 않았다. 자꾸만 발신자를 알 수 없는 소포가 온다는 것은, 누군가 나를 직접 만날 수 없다는 뜻일까? 아니면 직접 만나서 주면 안 되는 물건이라서? 그럼 적어도 쪽지 정도는 써 줄 수 있잖아.
“자. 프리사이즈라서 바지랑 망토 둘 다 그냥 입으면 돼. 이제 정식으로 기숙사가 생겼는데, 그게 래번클로라니. 래번클로에 들어온 걸 환영해.”
“저 같은 인재가 들어왔는데 당연히 환영해야죠. 참, 혹시. 이 부엉이 제 부엉이 맞아요?”
나는 가방에 빼꼼 머리를 내밀고 있는 부엉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 맞아. 오늘 만났어?”
“네. 이 빗자루를 배달해줬어요. 그래서 그런데, 이거 누가 보낸 건지 알아요?”
“아니. 보낸 사람 이름이 없었어?”
“네.”
“흐음…….”
“내가 한 번 알아볼게.”
“어떻게요?”
“이런 걸 알만 한 사람이 있어.”
“혹시 그 민윤기라는 사람이에요?”
내 말에 회장이 멈칫했다.
“어어…… 발신인을 추적하는 마법은 고등마법이거든. 걔 그런 거 잘 해.”
“이 부엉이를 잘 아는 사람이기도 하구요.”
“잘 알지. 내가 키웠는데.”
그때 경기장 입구에서 잿빛 머리칼이 들어왔다.
“민윤기, 네가 여기 웬 일이야?”
“너한테 할 말이 있어서. 그런데 손님이 있는 줄은 몰랐네.”
민윤기는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말을 이었다.
“내가 어릴 때부터 봐준 애야. 부엉이가게에서 방학마다 일 했었거든.”
“그런데 왜 나한테 줬어요?”
“너한테 준 적은 없는데.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으니까.”
잠깐의 정적. 모든 의문은 풀렸지만 아직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무언가가 있다. 이때까지 묘하게 피해 다니던 답이 갑자기 굴러들어오니 도리어 체하는 기분이다.
“그럼 이 빗자루는 누가 준 건지 알아요?”
체했을 때 내가 쓰는 방법은 주로 세 가지다.
“파이어볼트. 좋은 거 구했네.”
하나는 손가락을 따 나쁜 피를 빼내는 거고,
“추적마법 잘 한다고 들었어요. 누가 준 건지 좀 알아 봐 주실 수 있어요?”
하나는 알약이든 물약이든 소화제를 먹는 거고,
“글쎄. 안 그래도 될 것 같은데.”
“왜요?”
하나는 오히려 무언가를 더 먹어서,
“나.”
“…….”
“네?”
체한 것을 넘기는 것.
“내가 보냈으니까.”
그렇게, 꾸역꾸역.
민윤기 알고 보니 금수저였던 것임
제가 계산을 해봤는데요 이게 총 3부작인데 2주 텀으로 연재를 했다가는 내후년까지 연재하게 생겼더라고요
미래의 제가 지금의 저를 욕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욕 먹으면 오래 살고 좋지만,,,, 열심히 연재하겠다는 다짐을 다졌습니다*^^*
근데 진짜 다져지기만 했을 수도 있어요 장담 X (답도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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