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의 사랑 전쟁같은 켄택 그 날은 여느 때와 다를 게 없던 평범한 하루였다. 여느 때 처럼 맑은 날씨에 여느 때 처럼 택운와 데이트를 하는 중이 였다. 정말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그 여느 때와 다름없던 그 날, 재환이 택운에게 헤어짐을 고했다는 것 뿐이였다. "그래서, 지금 제가 잘못했다고 말하는 거예요?" 원체 사랑받는 것을 좋아하는 재환은 본인이 사랑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끔찍하게 여겼고, 그로 인해 택운이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둘이 싸우게 되는 계기가 되곤 했다. 다른 사람은 쳐다도 보지마. 나만 바라보고, 나만 사랑해줘. 그게 재환의 주장이였고 택운은 그것을 한심하게 여겼다. "니가 잘못하고 있는 거야. 난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모른다고 말했잖아. 그만하자, 자꾸 이런 거로 싸우고 싶지않아." "그 남자랑 아무 사이가 아니라면, 아니 모르는 사이라면 왜 둘이 같이 있었어요? 둘이 같이 서있었잖아, 나란히." "글쎄, 난 내 옆에 누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그 사람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나보지, 내가 널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그러기엔 너무 다정하게 서있었다니깐? 솔직히 말해봐요, 그새끼 누구예요? 또 어디서 어떤 새끼를 잡아서 나 몰래 만나고 다니는 거예요?" 제 말은 믿지않고 자신은 누군지도 모르는 그 남자가 누구냐고 추궁하는 재환을 보며 택운은 답답함을 느꼈다. 그 답답함을 표현하듯 택운의 미간은 보기싫게 구겨져있었고, 택운은 단정하게 끝까지 채운 셔츠 단추가 제 목을 옭아매는 기분에 긴 손가락으로 거칠게 단추 하나를 풀었다. "그만하자, 나 진짜 싸우기 싫다고 했잖아." "싸우기 싫은 게 아니라 그 새끼 얘기를 하기싫은 거 아니예요?" 어느 새 재환은 이름모를 그 남자를 그 새끼라 칭하고 있었고, 제 멋대로 택운의 말을 해석하고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이재환, 그만해. 그런거 아니라고 했잖아. 그 남자, 누군지도 모른다니깐? 그냥 옆에 우연히 서 있던거 뿐이라고 말했잖아. 넌 내 말을 뭘로 듣고있는거야 대체?"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깝게 서 있었다잖아! 도서관 앞에 넓은데 왜 굳이 형 옆에 서 있던 건데? 그리고 너도 그 새끼 바라보고 있었잖아, 그 새끼도 너 바라보고 있었고!" "말도 안되는 억지 부리지마. 난 그 남자를 쳐다본 적도 없고, 아니 애초에 누군지도 모르는 그 남자가 내 옆에 있던 것도 몰랐는데 대체 쳐다보긴 뭘 쳐다봤다는거야?" 벌써 30분째다.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며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게. 처음엔 질투가 좀 많은 어리광쟁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재환은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졌고 택운은 그런 재환에 지쳐갔다. "씨발, 이럴 거면 헤어지자. 너 이딴 식으로 다른 새끼들이랑 붙어먹는거, 이제 더 이상 못 참겠다." "뭐?" "헤어지자고. 이제 맘껏 다른 새끼들이랑 놀으시라고요. 씨발, 참는 것도 한 두번이지." "하?" 택운은 맹세코 재환과 사귀는 4년동안 재환 이외의 다른 사람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런데 재환은 항상 자신을 재환 본인과 사귀며 다른 놈들과 붙어먹는 그런 하찮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어이가 없다 진짜. 너 지금 누가 하고싶은 소릴 하는거야?" "누가 하고싶은 말을 하냐고? 그럼 니가 나한테 헤어지자고 해야돼? 그게 말이 돼? 니가 딴 새끼들이랑 붙어먹어놓고?" "말까지마. 난 4년동안 너말고 다른 사람들 만난 적없어. 맹세해." 재환은 저를 매섭게 노려보는 택운을 바라보곤 콧웃음만 지을 뿐이였다. 택운은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않는 재환에 억울함을 느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 새끼한테 이런 취급을 당해야 되는거야? "그래, 헤어지자. 나도 이딴 취급받으면서 너하고 사귀고 싶은 맘 없어." "끝까지 지가 잘했지? 지금 잘못했다고 해도 모자를 판에 그래, 헤어지자? 씨발. 그렇게 살지마라 진짜." 재환은 말을 마치자마자 옆에 놓인 가방을 낚아채곤 씩씩거리며 카페를 나갔다. 재환이 나가자마자 택운은 크게 한숨을 쉬더니 작게 욕을 중얼거렸다. 개같은 새끼.
2. 역시나 나의 사랑 전쟁같은 엔택 모텔 앞에서 차학연과 마주쳤다. 근처 게이바에서 낚은 남자 품에 안기다싶이 기대어 모텔로 들어가던 나를 낚아채 듯 붙잡은 차학연, 나의 연인. "여기서 다 털어놓을까? 내가 어제 니 전화 왜 안 받았는지?" 제 3자가 듣는 다면, 다른 남자와 모텔로 들어가다 연인을 마주친 사람이 하는 말 치고는 뻔뻔하게 들리겠지만, 관심없다. 일부러 차학연과 마주치려고 이 모텔로 온 것이니까. 차학연이 자주 다니는 게이바, 그 근처에 차학연이 게이바보다 더 자주 드나드는 모텔. 더 이상의 부가 설명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학연아, 너랑 나 둘 중 누가 더 나쁜걸까?" 우습다. 내 눈 앞의 차학연은 그저 우스울 뿐이였다. 먼저 시작한 게 본인인지는 깨닫지 못하고 상처받은 표정이라니. "내가 말해줄까? 니가 누구 누굴 울렸는지?" 피해자인 척, 상처받은 척, 동정을 바라는 표정이 역겨웠다. 짜증스러운 내 표정은 보이지도 않는지 차학연은 툭-치면 울 듯이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메달고 날 보고있었다. "벌써부터 울 거 없어,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너와 나. 둘 중 누가 더 아플까. 너는 짐작할 수나 있을까? "학연아, 진짜 그렇게 살지마." 난 미련없이 차학연을 등지고 돌아섰다.
3. 그리고 내가 앓다죽을 랍택 "좋아해." 한 번 입밖으로 튀어나온 말은 폭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억눌렸던 내 마음에 보상이라도 하고싶은 듯 퍼져나오는 고백은 지난 날의 맘고생이 떠오르자 점점 울부짖는 소리를 내었다. 결국 나는 주저 앉아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울어버렸다. 그리고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너의 경멸어린 눈빛과 목소리를 감당해낼 수 없는 나란 걸 누구보다 내가 잘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한참을 우는데 갑자기 누군가 내 양 볼을 붙잡아 고개를 들게 하더니 귀에서 손을 떼어버려 놀라 눈을 뜨니 내 눈 앞엔 나와 같은 자세로 쭈그려앉아 나를 바라보는 네가 있었다.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벅차던 너는 오늘만큼은 마주하고 싶지않은 얼굴이였다. 자꾸만 고개를 숙이자 너는 나의 볼을 붙잡고 눈을 맞추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할 줄 알고 귀를 막아요? 나 쳐다보지도 않고." 너는 다정하다. 날 더럽게 보지않는 걸까? 아니, 그럴리가 없다. 너도 내가 좋은 걸까? 아니, 그럴 일은 더 더욱 없다. 네 입에서 나올 말이 두려웠다. 나를 희망고문하는 듯한 네가 미웠다. 그래서 자꾸만 너를 피하고 싶었다. "형." 너는 나와 눈을 마추곤 나를 불러주며 웃었다. 그리고 나를 끌어안았다. 네가 나를 안아주었다. 욕하고 때리는 게 아니라 안아주었다. 머릿 속은 혼란으로 가득찼다. "고마워요, 겁쟁이한테 먼저 다가워줘서. 나는 평생 형한테 다가가지 않고 형 주위만 빙빙 맴돌았을 거예요, 형의 주변인임에 감사하며 살았을 텐데... 이런 겁쟁이인 나한테 다가와 줘서 먼저 손을 내밀어 줘서 고마워요, 정말." 너도 내가 좋은 것일까? 너의 말을 그렇게 해석해도 되는 것일까? 네 말이 무슨 뜻이든 난 지금 너에게 안겨있음이, 네가 날 내치지않았음이 감사해 더 크게 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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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