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지 못 할 정도로 밝은 빛에 의해 자연스럽게 팔이 눈쪽으로 가버렸다. 눈을 가렸어도 아플정도였다. 그때 갑자기 바로 앞에 누군가가 온건지 기분좋은 향기가 나면서 그늘이 진 듯 살짝 시야가 어두워졌다. 어느정도 적응이 되어 살짝 눈을 뜨고 팔을 내렸다.
"아..."
"..."
"저, ..."
"누구야, 너?"
"저기 혹시, 여기 괴물같은거...없었어요?"
"...너, 인간이야?"
"그럼 인간이지 너는 외계인이세요?"
"야, 너 미쳤냐? 너가 어떻게 왔어?"
잠깐, 아까부터 저 남자가 하는 말이 이상하기 느껴졌다.
"...아니, 제가 여자건물로 넘어온건 잘못인데..."
"여자건물? 그게 무슨 말 이야?"
"저희 교칙에 남학생은 볼 일이 없는 이상 여자건물 출입을 금지 한다...고,"
"야 인간, 너가 여길 누구의 도움을 받고 어떤식으로 왔는지 모르겠지만, 여기 너가 있던 곳 아니야. 알아?"
"그게 무슨, ...아, 설마 제가 아직 꿈에서 못깬거에요?"
"너 좀 돈것같다. 어떻게 말해야 알아듣겠냐."
지금 이 사람이 하는 말이 이상하다. 그러니까 지금은 현실이고 나는 내가 있던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게 말이 될리가 없잖아.
"잠깐!"
"뭔데,"
나와 또래로 보이는 남자는 방향을 바꿔 갈길을 가려는 듯 해 재빨리 그를 붙잡고 물었다.
"너는, ...사람이 아니에요? 여기가 어디에요? 저, 못돌아가나요? 아니, 혹시 승희, 승희알아요?!"
"아 좀, 천천히 물어봐. 난 사람, 음, 이곳에서는 인간 너랑 비슷한 거긴 하지만……."
"하지만 뭐요, 하지만 뭐!!"
"진정하고 들어봐, 여기는 너가 있던 곳이 아니야. 그리고 거의 못돌아간다고 봐. 아, 승희? ...혹시, 장승희 말하는거야? 장동우 동생말이야."
"마,말도안돼...정말, 진짜로 방법 없습니까? 저, 진짜...못돌아가요? 아, 이건, 진짜.."
"안타깝지만, 나. 가도돼지?"
"아, 잠깐만. 저, 진짜, "
나는 정말 안됀다는 눈빛과 그의 옷깃을 꽉잡는 것으로 도와달라는 표현을 대신했다. 눈치가 빠른듯, 한숨을 쉬어대더니 잠시만 기다리라 한다.
"...아버지,어머니...아아악!!"
이건 정말, 있을 수가 없는 일이야. 말이 돼냐고, 난 그냥 여자 아이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을 뿐인데, 내가 왜. 설마, 여기서 평생 살아야되는건 아니겠지 설마. 불행한 생각을 하며 머리를 마구 쥐어 뜯자 지나가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들이 재밌다는 듯이 구경을 한다.
"뭘봐요!! 가던 길 가십쇼, 재미있습니까? 재밌어요?" 사람들은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며 나를 욕하며지나갔다. 심지어 몇몇의 그것들은 나를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한다. "저사람, 정신이 이상한가봐. 우리, 돈도 많은데 후원이라도……."
"야, 너네 얼른 안꺼져?!"
화가 슬슬 돋기 시작해 내얘기를 하던 여자들에게 소리를 꽥 질러버렸다.
"아, 이제 어쩌냐.."
일단, 몰려오는 충격을 가시려 내가 서있던 잔디밭에 주저앉았다. 주위를 둘러보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솔솔 풍겨오는 풀내음과 내가 고개를 완전히 젖혀도 눈에 들어 오지 않을 듯한 큰 나무를 보며 현실감이 들기 시작했다. 문득 본 그 나무는 마치 내가 있던 곳에 소나무와 벚꽃나무가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리게 섞인 모습이었다. 내가 살던 세상에서 학업에 찌들다보니 이런 풍경을 보며 쉬는 것도 나름 괜찮을 거라는 미친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진짜로, 못돌아가면 어떡하냐."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아, 진심반 농담반으로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까 그 남자는 뭐야. 설마 나혼자 여기다 버리고 혼자 튄거 아니야? 씨발,"
"씨발? 씨발이 뭔데."
아, 갑자기 뒤에서 괴상한 주스를 들고 나타난 남자의 놀라 심장부근을 쓸었다. 처음에 볼때는 몰랐는데 꽤나 순수한 얼굴을 가진 그였다.
"씨발도 몰라요? 씨발은 말이야. 그냥 씨발이에요,"
"...뭐야, 씨발."
"..."
"어때? 자연스러워?"
어쭈, 이거 알면서 일부러 나 엿먹이려한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라 이런 문화는 전파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마요, 뜻 안좋아. 나도 안쓸게요."
"슬슬, 적응이 되나봐?"
"...어쩌면, 아직 망각을 못하고 있어서 그럴지도."
근데 이 흉측한 음료수는 뭐에요, 하고 묻자 무슨소리냐며 이 곳에서 제일 인기가 좋은 주스라고 대답한다. 그럼, 나한테는 코카콜라나 펩시정도 되는건가?
"으에, 맜있다."
"뭐야,"
맛이없을 줄 알고 먹어보니 꽤나 상큼하고 톡톡튀는 맛에 놀라 리액션과 대사가 다르게 나가버렸다.
"근데, 너는 이름이 뭐에요?"
"인간, 너네는 말투가 원래 그래?"
"인간,인간, 거리는 거도 기분 나쁜데. 내가 무슨, 뭐..짐승인가?"
"그럼 니가 인간이지, 뭐라불러. 너네도 이름같은게 있어?"
"허, 있어요. 김성규."
"아아, 김성규?"
"...혹시, 이름을 알면 돌려보내줄 수 있다거나…."
"그만하지? 이제 돌아갈 방법 없다니까 그러네, 난 남우현이야. 그리고 반말해. 근데 내가 인간, 너보다 훨씬 오래 살았을수도 있고. 맞다."
"..."
단호하게 돌아갈 방법이 없다고 말하는 남우현이라는 남자의 말에 충격을 받고 가만히 그남자의 말을 듣는둥 마는둥했다.
"일단, 여관같은데서라도 지낼거냐?"
"에? 나데려갈거 아니었어...?"
"내가? 내가왜, 너랑 나랑 아는 사이도 아닌데."
"아, 제발. 한번만 살려줘.."
"몰라, 나도 내집 아니니까 너가 알아서 하든지."
저 사람이 앞뒤가 안맞게 얘기하는 듯 했지만 일단 지낼 곳이 생겼다는 안도감에 앉아있던 푹신한 잔디밭에 이젠 아예 눈을 감고 누워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