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마약이라고 했었나, 그럴거다. 사실 발견한건 이홍빈이랑 같이 발견했는데 겁 많은 쫄보인 난 무시했고, 이홍빈은 그 궁금증을 넘기질 못하고 다운을 받았다. 그게 화근이었다. "씨발, 부작용이 있었어……." 그래, 미친놈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그딴거 들을 때 부터 알아봤어. 한심하다는듯 쳐다봐주면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다가도 읏, 하고 입을 틀어막곤 잠시 방바닥을 지그시 바라본다. "왜, 아파?" 어깨를 살짝 잡아주며 물어보면 파리해진 안색으로 고개를 잘래잘래 저은 이홍빈이 어눌한 발음으로 말하는 것이다. "아니, 아픈건 아닌데…." 그러면서 털어놓는 이야기는 가히 기가 막힐 정도다. 아이도저는 뇌파를 조종해서 마약이나 최면 비스무리한 효과를 얻는건데, 이 미친놈은 'Sexual'을, 그 중에서도 'Ecstasy'를 선택했다고 한다. 동정 새끼, 궁금하면 물어보길 하지, 왜 미련한 짓을 하는건지……. 쯧쯧 혀를 차면 짧은 다리로 내 정강이를 꽁 찬 녀석은 '하여튼,' 하고 말을 잇는다. "이게 부작용이 있더라고." "무슨?" 힐끔, 나와 시선을 맞춘 이홍빈의 귀 끝이 빨개진다. 꽁기한 반응에 뭔가 심각한건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말해봐. 무슨 부작용?" 입을 가린 채, 이홍빈의 동공이 슬쩍 옆으로 치워진다. "입 안을……." "입 안을?" 녀석은 부끄러워하며 작게 중얼거린다. "그, 그걸로 입 안을 쑤시는 느낌이야…." 그걸로……? 그거가 뭔데…? 내가 생각하는 그거……? 씨발. 한동안 뻥져 있었단걸 애써 부인하진 않겠다. *
컴퓨터로 열심히 지식in을 뒤적이는 사이, 이홍빈은 침대에 누워선 그새 잠이 들었다. 한숨이 자동으로 푹푹 나온다. 내 팔자야, 친구 하나 잘못 둔 바람에 무슨 생고생이니.
하긴, 뜬금없이 보이는 환각이며, 환청에 심지어 촉각까지 느껴진다고 하니 잠을 제대로 잤을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좀 안쓰럽기도 하고.
"야야, 이홍빈. 일어나봐. 너같은 부작용은 없는데?"녀석의 옆에 엉거주춤 앉아서 툭툭 치면 이홍빈은 커다란 눈이 반쯤 풀려선 게슴츠레 나를 바라본다. 새까만 눈동자가 마음에 쿵 들어박혔다.
붉은 혀가 아랫 입술을 핥고 쏙 들어가는걸 보자, 같은 남자에다 무려 7년이 넘게 알아온 녀석인데도 마른 침이 넘어갔다.
입이 바짝바짝 마르는 느낌에 이홍빈의 볼을 툭툭 치며 야아, 하고 어색하게 부르면, 이홍빈은 하얗고 작은 손으로 내 손을 잡아 깍지를 끼며 엄지 손가락으로 손등을 살살 쓸어낸다. 물 묻은 손으로 콘센트를 만진듯 척추뼈에 전기가 찌르르 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반사적으로 발가락이 움츠러들고 허리께가 당겨왔다. "뭐, 뭐야…, 왜 그래, 인마……." 당황해서 손을 뿌리친 후 몸을 뒤로 물리면 이홍빈은 몸을 일으켜서 내 쪽으로 엉금엉금 기어오는 것이다. 잠에 취한 눈을 하고, 그렇게 다가와서는 어느새 벽에 기댄 나를 자기 양 팔 사이에 가둬놓고 어스름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식아-…." 미쳤다. 백퍼센트, 이 놈은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나긋나긋한 콧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귀와 볼을 애써 무시하고 이홍빈을 밀치면 침대 헤드에 몸을 부딪히곤 눈을 꿈벅거리다가 이내 인상을 팍 쓰곤 욕지기를 내뱉는다. "미친놈아, 정신 들어?" "어, 새끼야. 씨발, 힘만 존나 세서는……. 아흐, 아파." 어깨를 잡고 몸을 웅크리며 낑낑대는 이홍빈을 애써 외면했다. 아까부터 계속, 놈을 보면 사타구니가 뻐근해졌다. 애써 침을 삼키고 후끈거리는 속을 달랬다. 이럴리가 없는데. 분명히 난 여자가 좋은데. …그렇게 김원식 인생 18년 만에 난생 처음으로 성적 취향을 의심하게 됐다. 사실 이홍빈이 미친게 아니고, 내가 미친게 아닐까. * 꿈에서 존나 쌔끈한 사람이 나왔더랬다. 그래서 그냥 달려들었고, 입술이 닿기 직전-그 때가 내가 밀어버린 순간이었댄다. 듣자하니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약을 했다고 해도 그렇게 리얼하게 느껴질 리가 없는데. "뭐, 시발. 의심스러우면 너도 해보던가." 여상스럽게 말하며 이어폰을 툭 던지는 이홍빈을 보다가 그냥 고개를 저어버렸다. 말없이 멀거니 바라만보면, 뒷머리를 벅벅 긁은 녀석이 라면을 끓여온다며 나갈 때 까지 차마 물어보질 못했다. 왜 그럼, '그 쌔끈한 사람'을 보면서 내 이름을 부른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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