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저녁해가 고즈넉히 동산을 넘어간 한가로운 오후.
다른 일도 딱히 하지 않고 온종일 그가 차려줄 저녁만을 기대하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그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
" 일찍 왔네요. 아직 덜 됐는데. "
" 괜찮아요! 천천히 기다리면 되죠 뭘. "
" 손님을 어떻게 기다리게 해요. "
" 어마무시하다.. "
" 집구경 해도 돼요. "
두리번거리던 나를 보았는지 그는 흔쾌히 집구경을 허락했다.
구조랄것도 다를 것 없이 다 똑같은 옆집이었다.
거실에 키보드가 있고, 내 허리까지 올만큼 잔뜩 쌓인 악보들 말고는 거실도 꽤 비슷했고, 회색빛으로 온통 맞춘 침대시트와 베게시트는 비를 좋아한다는 그의 말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특이한 점이라면 침대 옆에 놓인 커다란 천체 망원경과, 창문을 향해 놓인 베이지색 흔들의자.
" 망원경은 왜 있어요? 비오면 날 어두워서 별도 안보이는데. "
" 잠깐 잠깐 비 그치면 더 잘보여요. 장마 끝나고 하루정도는 정말 쏟아질 듯이 많고. "
" 진짜 예쁘겠네요.. 우와.. "
" 장마 끝나면 같이 별 봐요. 아마 좋아할걸요. "
" 진수성찬이다. 우리 엄마도 이런거 안해주는데. 잘먹을게요! "
레드와인과 잘 구워진 스테이크, 스프까지.
혼자라면, 아니 외식이라면 꿈도 못 꿀 음식들을 천천히 입 안에 넣으며 그와 몇마디 이야기를 더 했다.
" 저, 택운씨는 몇살이에요? "
" 스물 일곱살이요. "
" 아.. 저는 스물 다섯살이에요. 말 놓으셔도 되고.. "
" 그럼 놓을까. "
" 저는 아직.. 나중에 더 편해지면 놔도 되는거죠? "
" 언제든. "
밥도 먹고, 커피도 얻어마셨다. 한참을 그와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빗줄기가 더욱 거세진다.
" 빗소리. 좋아해? "
" 비 자체를 싫어해서. "
" 나중에 꼭 시간내서 들어봐. 좋아질지도 모르니까. "
" 택운씨만 할까. "
머그잔을 입에 가져다 대던 그가 내 말에 피식 하고 웃었다. 그의 웃음을 보니 나도 괜시리 차오르는 웃음에 따듯한 머그잔을 손에 쥐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르겠다.
" 오늘 진짜 너무 고마웠어요. 답례는 꼭 할게요. "
" 답례는 무슨. 가게나 자주 와. "
" 내일도 아침 먹으러 갈게요! 잘자요 "
" 내가 할 소리를. 문 꼭 잠그고 자. "
달이 또 차오른다.
아마 오늘 밤도 무수히 많은 빗줄기가 내려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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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만이죠! 앞으로 쭈욱쭉 연재해 나갈게요ㅜㅠㅠ 티켓은 잘 받으셨나요? 제 티켓은.,.... 없습니다...ㅎ..ㅎ..ㅎㅎ... ㅠㅠㅠㅠㅠㅠ
반가워요 독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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