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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이 땅을 달구고, 남자를 내리쬐었다. 달궈진 땅은 스멀스멀 열이 올라와 남자의 몸을 끈적끈적해지게 만들었다. 계란을 톡 까서 바닥에 후라이를 할 정도의 뜨겁디 뜨거운 날씨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바리바리 택시에 짐을 옮긴 남자는 손을 탁탁 한번 털어주고 이마에 줄줄 흐르는 땀을 닦고는 밖에서 계속 걱정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그녀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어무이, 내 서울가서 공부 열심히 하고 오께. 걱정하지 말라카이.”
“니 가서 힘들다고 돌아와뿌면 죽는다캤다!! 내가 뭐라캤지?!”
“서울말을 쓰라고 했죠, 어머니. 하.하. 이거 맞나?”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에겐 어려운 서울말도 거뜬히 해내는 ─물론 억양은 다 틀려 이상하지만─ 남자. 멋지구나, 이 남자, 갖고싶다.
“억양 쥑인다~ 퍼뜩 가레이!”
“예. 알겠습니다. 어머니. 하.하.”
손차양을 만들어 지켜보는 엄마를 겨우 돌려보내어 택시에 올라타 손부채질을 요란스럽게 하는 그는 겁나 남자답고 남자답고 남자다운 24살의 건장한 청년, 도경수올시다.
소심한 남자와 게이빌라
(소남과 게빌, 소남게빌)
W.게빌
#. 웰컴 투 ‘게빌 라잌 어 데빌’ 上
한국여자들이 좋아라하는 사투리쓰는 남자, 까리한데~ 거칠고 남자다운 경상도 남자인 경수는 작년을 끝으로 끔찍한 4수생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 남자 고등학교라는 이유만으로 공부를 하지 않았던 경수는 옆 남녀공학인 고등학교를 부러워하며 그 고등학교 여학생들의 뒷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며, 니. 내꺼해라, 가스나야. 고백을 똥 누듯 일삼았고 매번 돌아오는 것은 수락의 의미가 아닌 따귀 한대. 그래, 거절의 의미였다.
운명의 고3이 되고나서야 정신을 차린 경수는 ‘재수’ 라는 목표를 가지고 고등학교 1학년 것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다. 머리가 돌머리라 아예 굴러가지도 않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경수기에 한번에 붙진 못하더라도 재수로는 붙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왠말인가. 재수해서 떨어지고 3수해서 떨어졌다. 처음 수능을 봐서 떨어졌을 때는 경수의 엄마는 이해해주었더랬다. 맘 잡고 공부한 것만으로도 미라클인지 뮈롸클인지, 무튼 기적이라면서 궁둥짝을 툭툭 쳐 주었다. 재수해서 떨어졌을 땐 엄마의 눈빛이 살기가 가득차고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하도 심하게 떨려서 지진난 줄 알았더랬다─ 참으셨다.
그리고, 3수해서 떨어졌을 땐… 경수의 엄마는 결국 썰고있던 김치를 던졌더랬다.
이대론 죽도 밥도 안 되겠다 싶던 경수는 아예 시간을 2년을 잡고 그 2년 동안 잠을 평균 2시간을 자면서 눈에 성냥개비를 꽂거나 테이프를 붙이고, 잠이 심하게 올 경우엔 얼음을 눈에 문지르는 둥 별의 별짓을 해 가며 수능 공부를 한 므째이 경상도 남자 도경수는 결국 4수 끝에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때 당시 감기에 심하게 걸렸던 경수와 경수의 엄마는 감격의 눈물대신 감격의 콧물을 흘리고 서로의 콧물을 닦아주며 기뻐했더랬다. 지방대학교였다면 김치가 아닌 김치를 썰던 칼이 날라왔을지도 몰랐기 때문에 경수는 더욱 기쁜 콧물을 흘렸더랬다.
경수의 엄마는 서울 모 대학에 입학한 경수를 위해 2학기 때부터는 학교 기숙사말고 방을 얻어서 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좋은 남편을 만나 서울로 출세한 숙자 아줌마에게 부탁하여 숙자 아줌마의 소유인 빌라를 구해주었다. 다행히도 딱 한 집이 남았더랬다. 숙자 아줌마는 빌라가 대학교 근처인지라 다 젊은이들이 살고있다고 했다. 숙자 아줌마의 빌라는 독특한 형식의 빌라였다. 펜션같다고 해야할까. 각각의 집이 집이라는 개념이 아닌, 방이라는 개념에 더 가까웠다. 빌라 입구에 잠금장치가 있어 머물고 있는 젊은이들은 집문을 열고 지낸다고 했다. 그만큼 친하고 허물없는 사이라고. 서로 집을 그냥 드나들기도 한댔다.
“어무이, 그라믄 젊은 마들이라 카믄 가스나들 천국이가?”
“그럴 수도 이꼬, 아닐 수도 있을끼다. 내는 모른다.”
여학생들이 문을 활짝 연 채로 지낸다… 흐흐흐, 생각만 해도 좋고만. 경수는 기대감에 부풀어 서울로 상경하기 전날 밤 잠도 못잤더랬다. 아 이노무 눈까리는 왜 감기지마라칼 때는 감기삐고, 감기라칼 때는 안 감겨뿌노.
***
처음으로 타본 KTX 열차에 경수는 와- 마, 쥑여뿌네. 처음으로 서울에 와본 경수는 와따- 겁나 까리하구마잉. 그리고 무엇보다도 처음으로 서울 가시나들의 짧은 똥꼬치마를 보며 와, 시발. 경수는 코피가 줄줄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와, 마. 시발. 쑥 캐는 할매들의 궁둥짝을 보다 어여쁜 가스나들을 보니 미치겠고만.
대학 합격발표가 난 후로 부터 경수의 엄마는 경수가 사투리쓰는 촌놈 머스마로 보이기 싫어 되지도 않는 서울말을 가르쳤다. 니, 가스나들 꼬실라믄 서울말은 해야하지 않겠나. 경수는 일리가 있는 말에 경상도 출신 엄마에게 서울말을 배웠더랬다. ─물론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하다. 구사할 줄은 아나, 억양이 이상했더랬다. 자기네들은 그것도 모르고 서울말 잘한다며 서로 좋아했지만─
목이 말랐던 경수는 빌라까지 걸어오는 길의 건너편에 ‘별벅스’ 라는 유명한 커피숍을 발견해 곧장 들어갔다. 필요한 짐만 가져왔다지만 ─나머지 짐은 어젯밤에 택배로 부쳐, 내일 빌라로 온다─ 갖고다니기 불편하고 힘들었던 경수는 잘됐다싶어 시원한 커피숍 입구에 짐을 내려놓고 계산대로 갔다. 걸어서 15분 거리지만 시내에만 있는 ‘별벅스’ 커피숍이 빌라의 근처에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무엇으로 드시겠습니까?”
난관에 봉착했다. 어머니는 말씀하셨지. 발음을 세게하면 안 된다고. 딱 알아본다고. 그걸 기억해낸 남자, 멋진 경수다. 갖고싶다 도경수. 이따 빌라가서 뽀뽀해줄게 경수야. 혼자 자만에 빠진 남자답고 거친 입을 가진 거친 남자 경수는,
“아, 어. 가베라데 주세요.”
“…예?”
종업원의 되물음에 소심남이 되어버렸다.
“가, …가베라데요.”
“가, 뭐, 뭐요?”
등줄기에 더위에 흐른 땀이 아닌 식은땀이 흘렀다. 왜 못알아쳐묵나. 속으로는 수십번을 종업원을 욕했지만 겉으로는 소심소심하게 가, 가베… 거렸다. 와따, 미쳐뿌네.
경수는 계속해서 되묻는 종업원을 쳐다보다 문득 그의 가슴팍에 달려있는 금색 명찰이 보였다. 박찬열. 와, 마. 이제 알아들을 때도 되지 않았노. 도비닮은 게. 경수는 식은땀을 손으로 훔쳐냈다. 뒤에 밀린 서울 가시나, 남정네들이 짜증을 내었다.
계속해서 저, 저기 손님… 거리는 박찬열이라는 남정네를 쳐다본 경수는 결국 돈을 쥔 손을 계산대에 내리치며,
“와따, 미쳐뿌네!!!! 까뻬라떼 달라꼬!! 까뻬라떼!!! 마!!!! 왜 자꼬 못 알아 쳐묵는데?!!! 문디 자슥아!!!!! 마, 니 똥꼬에 휘핑크림 짜 넣어 섞어뿌까, 마!!!!!”
거친 상남자, 본 성질이 나와버렸다. 화들짝 놀란 종업원과 뒤에있던 서울 사람들은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종업원은 예, 예!! 알, 알겠습니다!! 라며 재빠르게 계산을 했고 옆에 있던 한 종업원이 경수의 눈을 피해 킥킥 웃어댔다. 경수가 자그맣게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고개를 휙 돌려,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그 종업원은 갑자기 커피를 만드는 시늉을 했다. 으흠~ 이야~ 커피냄새 좋다~ 하하하. 곧이어 사라지는 종업원이었다.
뒤늦게 쪽팔려진 경수는 쪼꼬만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길고도 긴 시간을 기다렸다. 사람들은 저마다 경수를 보며 가베라데- 라며 몰래 실실 웃고 지나갔다. 그리고 진동이 울리자 경수는 재빠르게 가베라데, 가 아닌 카페라떼를 들고 짐을 서둘러 챙겨서 나갔다.
“씨뽜!!! 졸라게 쪽팔린다!!!!!”
경수는 빠르게 횡단보도를 걸었다. 어무이, 이번엔 내가 김치 던질 차롄가부다. 쪼매 기달리소.
***
빌라 앞으로 가자, 숙자 아줌마가 문 앞에서 팔짱을 낀 채로 기다리고 있었다. 경수는 땀을 삐질삐질흘리며 다가갔다. 아줌마! 오랜만이에요! 경수는 서울말로 숙자 아줌마에게 인사를 건넸고, 숙자 아줌마는 오, 도경수~ 서울말 잘하는데?
“빌라에 가스나들 많나요?”
“…다 남정네들인데.”
“뭐라꼬요?! 꼬추달린 자슥들만 있다꼬여?!”
서울말인지 경상도말인지 모를 말을 내뱉은 경수를 보고 킥킥대며 웃은 성은 노요, 이름은 숙자이니라. 노숙자 아줌마는 일단 소개부터 해줄게. 좋은 놈들이야. 일단 올라가자, 아줌마 집에 다들 모여있어. 라며 경수의 손에 들린 몇개의 짐을 갖고 빌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힐세라 경수는 재빨리 따라 들어갔다.
101호, 1층에 위치한 숙자 아줌마의 집에 숙자 아줌마가 문을 열려고 도어락을 열자 경수가 아줌마의 손목을 잡았다. 저, 저 아줌마!!
“왜?”
“저, 경상도 남자라꼬 소개하시믄 안 돼여. 알았죠?”
“늬 엄마가 니보고 그러카든?”
“왕따 된다꼬….”
“알았다, 경수야.”
깔깔 웃으며 문을 연 숙자 아줌마를 따라들어온 경수는 시끄러운 집안에 눈이 동그래졌다.
이 남자들, 야생동물인가.
저마다 트렁크 팬티를 입고 뛰댕기고 있었다. 숙자 아줌마는 표정이 점점 굳더니 얌마, 문디 자슥들아!!!!!!! 라며 소리를 질렀고 춤추며 발광하던 빨간빤쓰 남자, 소파 위를 뛰다니던 노란빤쓰 남자, 노란빤쓰를 보며 낄낄대는 분홍빤쓰 그리고 조용히 파란빤쓰를 입고 단어 외우는 남자까지 모두들 아줌마를 쳐다보았다. 뭐 이런 빤쓰같은 것들이 다 있노.
“경기도에서 왔다. 24살 도경수. 202호 쓸 거야. 알았냐 다들.”
“오, 대박 눈 개커.”
춤추며 발광하던 빨간빤쓰가 경수에게 다가왔다. 그러자 숙자 아줌마는, 니 애인 주황팬티는 어딨고? 라며 물었고 걔 커피숍 알바 갔음. 이라며 대답하는 빨간빤스였다. 빨간 빤쓰는 경수에게 손을 뻗으며 인사했다.
“변백현. 24살! 너도 그럼 4학년이야?”
“…그, 그게. 1, 1학년인데….”
“헐.”
빨간빤쓰 백현은 입이 떡 벌어졌다. 동갑인데 1학년이래. 깔깔깔 웃어재끼는 백현이었다. 내 애인은 커피숍에서 일하는 중, 이따 오면 소개해줄게. 라며 씨익 웃었다. 커피숍이라고 하자 생각난 그 눈 큰 도비닮은 종업원, 왜일까.
경수는 손을 맞잡았다. 이마와 등에 흐르던 땀이 몽땅 식었다. 빨간빤쓰가 손을 맞잡고 흔들자, 뒤이어 노란빤쓰와 분홍빤쓰가 다가왔다. 둘이 겁나 닮았고만, 예쁘장하게 생겨삤네. 경수는 서울말을 하는 이들을 보고 점점더 위축되었다. 내가 배운 억양은 저 억양이 아닌데, 와 저러코롬 말하노.
노란빤쓰가 경수에게 손을 건네며 말을 꺼냈다.
“나는 오세훈이에요 형. 20살. 저 새끼랑 일년 꿇어서 저기 앞에 고등학교 다녀요. 내 옆은 내 애인, 중국인 루한.”
“중국에서 왔어. 25살이니까 그냥 루루형이라고 불러.”
와, 중국인이 나보다 서울말을 더 잘하네. 부럽고만.
오세훈이라고 소개하는 노란빤쓰가 가르키는 곳엔 파란빤쓰가 있었다. …잠깐만,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둘, 둘이 사귄다꼬?!
“뭐, 뭐라꼬?! 둘이 사귄다꼬?!!”
“오, 형 사투리 잘하시네요.”
천진난만하게 웃고 넘어가는 노란빤쓰는 중국인이라는 25살 졸라게 어여쁘게 생긴 ‘루루형’ 이라는 분홍빤쓰와 함께 다시 거실 쪽으로 걸어가 서로 꺄르르 웃는다.
단어를 외우던 파란빤쓰는 책을 딱 덮더니 경수앞에 섰다. 와따, 이 머스마는 얼굴 겁나 까맣네. 경수는 압도적인 눈빛을 발사하는 파란빤쓰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 안녕. 나는 도, 도경수야.
“소심하네요, 형. 김종인이요. 저 201호에 살아요. 안녕.”
파란빤쓰 김종인은 경수를 지나쳐 아줌마의 집을 나갔다. 눈매가 굉장히 짙고, 입술도 두껍고, 얼굴 까맣다. 종인의 얼굴을 떠올리던 경수는 스파크 튀기듯 머릿속을 휙 지나간 단어가 있었다. 그래, 김종인. 임마, 너. 나 못지않게,
“까리한데?”
종인의 잘생긴 얼굴을 생각하며 입 벌리고 멍때리던 경수가 정신차린 건 노란빤쓰 세훈과 분홍빤쓰 루한의 뽀뽀장면을 발견하고 난 뒤였다. 저 머스마들은 조심성이 없노!!! 게이새끼들 아니여?!!!
경수가 그들을 이상하게 쳐다보자 숙자 아줌마가 물을 마시며 말했다. 얌마, 그만들 좀 해라.
“백현이 애인도 남자야. 경수야.”
그 말을 들은 경수는 절망에 빠졌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자 동시에 귀에서 인간극장 노래가 흘러나왔다. 어무이, 진짜 김치로 궁둥이 좀 맞아야 쓰겄어. 아니, 내 좀 정신차리게 어무이가 김치로 때려주소. 여기 꿈인 것 같어.
여자들을 보면 환장하는 상남자, 거친남자, 멋진남자 경수가 조용히 울먹이자, 세훈은 소리쳤다.
“웰컴 투 게이빌라!!!!!”
아니다. 어무이, 어무이도 말고, 내도 말고, 저 자슥부터 김치로 싸닥션을 날려삐야 한다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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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ㅋㅋ 게빌입니다!! 재밌으신가요..?ㄷㄷㄷ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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