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얘들아
엄청 오랜만이지?
봄도 이제 완전히 가버리고 제대로 여름이 와버렸는데
그에 걸맞게 햇살은 너무 뜨겁고... 밖에 나가지도 않고 준면이랑 둘이 바닥에 대나무 돗자리 깔고 찰싹 붙어있는데도 쪄죽을것 같아..
지금도 너무 더워서 바닥에 누워서 노트북으로 글쓰고 있다?
이렇게 더운 와중에도 준면이는 굳이 내 등이 푹신푹신하다고 수달 모습으로 변해가지고 내 등 위에 올라가있는데 정말 죽을것 같다...
아무튼 오랜만에 왔으니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 레이와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마저 풀어보도록 할까?
다들 준비됐지? 사실 준비할것도 별로 없어 ㅋㅋㅋ 딱히 뭔가를 한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럼 시작한다!
저번에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하도 오래전이라 기억이 잘 안나는데... 아마 아이스크림 가져다 준곳까지 이야기 해준것 같은데, 맞지?
메로나 두개 말이야. 아무튼 둘 다 열사병으로 쓰러질것 같길래 커튼도 좀 치고 메로나를 가져다 줬었어.
준면이야 워낙에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니까 방방 뛰면서 좋아할거라는걸 예상했었는데, 레이도 준면이를 따라서 방방 뛰니까 조금 놀랍더라.
되게 얌전하고 소심해보이는 모습도 보이는 애였는데 너무 아이처럼 좋아하니까 ㅋㅋㅋ 귀엽더라고. 그 모습을 보니까 고양이를 키워볼까, 하는 생각도 조금 들고.
그런데 둘 다 동물 모습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니까 아이스크림이 자기들 몸통만한데 당연히 먹는데 오래걸릴거 아니야.
날씨는 점점 더 더워지고, 그래서 아이스크림이 계속 녹는거야. 그거 보더니 준면이가 그러더라고.
"어...! 아이스크림 녹는다! 주인! 이거봐! 영화에서 봤던 올라프 같다! 아이스크림 녹아!"
그 얘기를 듣고있던 레이가 옆에서 그러더라고. 올라프가 뭐예요?
그 질문 들은 우리의 뽐내기 좋아하시는 김준면씨는 이때다 싶어서 레이를 잡아 앉혀다가 올라프라는 존재에 대해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한거지 ㅋㅋㅋ
나 참, 수달이랑 고양이가 앉아서 겨울왕국에 나오는 캐릭터에 대해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게 너무 웃긴거야 ㅋㅋㅋ
그래서 픽픽 웃으면서 주방으로 가서 작은 접시 가지고 와서 먹고있던 아이스크림을 올려다가 냉동실에 넣어놨지. 녹으면 또 준면이가 얼마나 울상을 지을지 아니까...
준면이 울상 지으면서 한번 떼쓰기 시작하면 정말 못말리거든. 장난이 아니라 달래주기 정말 너무 힘들어. 워낙에 잘 삐지기도 하고, 애가 마음이 여려서.
아무튼 둘이 올라프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여기서도 김준면 (20대 초중반, 정체불명 수달)씨의 뻥이요 스킬이 화려하게 빛을 발해 주셨으니...
"올라프는 말이야, 그러니까 저기 베란다 앞에 커다란 산 보이지?"
"산이요? 아, 네. 저기 보여요."
사실 우리 집 앞에 산같은건 없거든. 그냥 커다란 언덕같은것만 하나 있는데, 그걸 산이라고 속이는 준면이나 그거에 홀랑 넘어가는 레이나.
도찐개찐이더라고 ㅋㅋㅋ 둘다 바보야. 내가 이런 얘기 인터넷에 써서 올리는거 알면 둘다 얼마나 부끄러울까? 어휴 ㅋㅋㅋ
"저런 산에 사는 엄청나게 커다란 괴물인데 몸이 고양이 20마리를 합친것보다 더 크대!"
"엥...? 20마리요? 그럼 산이 무너지지 않을까요? 저의 전 주인님이 산 아래에는 뜨거운 불이랑 끓는물이 있댔는데...
그럼 올라프는 식재료인가요? 끓는 물이랑 불이 합쳐지면 국을 끓이는 재료가 된다던데..."
"식재료? 아니, 아니야! 올라프는 뜨거운것에 닿으면 녹아버려! 쿵쿵 대면서 산을 돌아다니다가도, 여름만 되면 살이 다 녹아내려버려서 무서운 모습으로 소리를 지르는거야."
꾸아아앙! 이러면서 소리를 질러!
이렇게 말하면서 두 다리로 서가지고 팔까지 귀까지 올리고 비명을 지르는데 그 모습을 보고 레이가 놀랐나봐.
고양이들이 놀라거나 경계할때 보이는 행동 있잖아. 척추를 구부리고 귀를 착 붙인다음에 꼬리까지 바싹 세우고 내는 위협적인 소리.
놀라가지고 레이가 자기도 모르게 준면이한테 위협적인 소리를 내면서 뒷걸음질을 치더라고. 그래가지고 내가 준면이를 쳐다봤더니 더 웃긴게 ㅋㅋㅋ
준면이는 그런 레이 모습에 자기가 더 놀래서 놀리다가 말고 나한테 막 달려오는거야.
나는 소파에 앉아서 구경하다가 갑자기 달려오더니 안아달라고 그러니까 얼떨결에 집어들고 안아줬지.
계속 셔츠에다가 얼굴을 파묻길래 간지러워서 쳐다보니까 위협적인 모습에 당황했는지 준면이가 계속 레이를 흘깃흘깃 곁눈질 하더라고 ㅋㅋㅋ
하여간 김준면도 허당끼가 다분해. 레이 겁주려다 되려 자기가 놀래서 주인한테 안겨있는 꼴이라니 ㅋㅋㅋㅋ 그 모습이 너무 웃긴거야
그래서 소리내서 막 웃었더니 준면이가 웃지 말라고 그러면서 앞발로 막 내 가슴을 때리더라고. 레이는 상황파악이 안되가지고 계속 눈만 동그랗게 뜨고있고.
그래서 내가 올라프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을 해줬지.
한참 인기있던 디즈니라는 회사에서 나온 유명 애니메이션 영화인데, 그곳에서 나오는 눈사람의 이름이 올라프다.
올라프는 눈사람이니까 당연히 뜨거운곳에 있으면 녹고, 몸집이 산만하거나 그렇지는 않다, 뭐 이런식으로 설명을 해줬저니 나중에 레이가 눈을 세모꼴로 뜨더라고.
그러면서 준면이보고 그러는거야.
"우리 전 주인님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랬는데. 준면이는 거짓말을 한 수달이니까 나쁜 수달입니다."
이러면서 실망했다는 얼굴로 준면이를 막 쳐다보더라고. 그 말 듣고 준면이는 가만히 있다가 풀 죽어서 그러는거야 ㅋㅋㅋ
"...장난한건데..."
근데 하루종일 칭찬만 해주던 레이가 자기한테 나쁜 수달이라고 그러니까 서러웠나봐.
막 울먹울먹 하더니 내 옷에 얼굴 파묻고 안나오려고 그러더라고 ㅋㅋㅋㅋ 삐진건지 아니면 레이가 한 말때문에 슬퍼서 그런건지...
근데 레이도 정말 착하더라. 준면이 울먹거리는거 보더니 마음이 약해졌는지 자기가 다시 다가와서 먼저 사과하더라고.
준면이는 뭐 레이가 뭔저 사과해주니까 마지못해 받아주는척 해놓고 자기가 더 좋아하는게 티가 다 났지만 ㅋㅋ..
아무튼 둘이 화해도 한것 같길래 둘이 다시 같이 놀라고 실뭉치를 던져줬거든. 레이가 고양이라 실뭉치를 좋아할것 같아서 털실을 동그랗게 말아놓은걸 던져줬지.
그래서 이번에는 어떻게 놀까 싶어서 잠시 바라보고 있었더니 보통 고양이처럼 털실을 툭툭 건드리기도 하고 거기에 몸을 비비기도 하고, 잘 놀더라고.
준면이도 그 옆에서 괜히 털실 한번씩 툭툭 치고 구경하길래 좀 놀게 둬도 괜찮겠다 싶어서 둘을 두고 나는 주방 청소 좀 하러 주방으로 갔지.
밀린 설겆이들도 좀 처리하고, 접시들도 좀 닦고 식탁도 좀 닦아내고 하다보니까 시간이 금방 가더라고.
한 40분 정도가 흘렀었나...? 왠일로 아무 소리도 안나고 잘 놀길래 뭘 하고 노나 궁금하더라고.
그래서 거실로 가봤더니 아니 이건 뭐; 레이가 실타래에 완전히 속박이 돼가지고 옴짝달싹을 못하고 있는거야;
그 주위를 준면이는 계속 빙글빙글 돌면서 실타래를 풀어보려고 난리고 ㅋㅋㅋㅋㅋ..
나는 하도 그 상황이 어이가 없으니까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거든. 어떻게 하나 궁금하기도 해서. 근데 레이가 나를 발견하고 먼저 그러더라고.
"도와주세요. 못움직이겠어요."
레이가 도와달라고 그러는데 외면할수가 없잖아?
그래가지고 내가 가서 레이 앞에 주저앉았는데 준면이가 계속 어떻게든 실타래를 풀어보려고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안간힘을 쓰는거야;
근데 그것때문에 나는 더 정신이 없어서 아예 준면이 얼굴을 겨드랑이 사이에 끼워넣고 못움직이게 만든다음 레이 몸에 얽힌 실들을 풀어내려고 했지.
근데 김준면은 계속 놔달라고 낑낑대면서 발버둥치지, 레이는 계속 불편한지 꼼지락대서 실들이 여기저기로 엇갈리니까 진짜 못풀겠더라고.
그래가지고 주방으로 가서 가위를 들고 오니까 레이랑 준면이가 기겁을 하더라. 뾰족한걸 들고 오니까 둘다 겁을 먹었는지 아무말도 못하고 눈말 꿈뻑이더라고.
그래서 안심 시켜주려고 그냥 실들을 끊을떄 쓰려고 가지고 온거라고 설명해주고 실을 가져다가 잘라버렸더니 실타래가 금방 풀리더라.
레이는 다시 움직일수 있게되니까 되게 답답했는지 펄쩍펄쩍 뛰어다니다가 나중에 나한테 고맙다고 인사하더라고.
반면에 김준면 그 철딱서니는... 휴... 고맙다는 인사는 커녕 가위가 무섭다고 치우라면서 계속 나를 떠미는거야.
진짜 말도 안 듣고 말이야. 김준면 언제 날 잡아서 한번 혼내줘야겠다는 생각이 막 들더라.
아무튼 실타래를 끊어내고 정리를 하다가 내가 레이보고 물어봤거든. 어떻게 하다가 그렇게 실이 온 몸에 감기게 됐냐고. 그랬더니 레이가 그러더라.
자기가 실을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준면이가 갑자기 오더니 그러더래. 그냥 가지고 노니까 심심하다고.
그래서 레이가 그럼 어떻게 놀꺼냐고 물어봤더니 무슨 요요놀이인가를 해보자고 그랬대. 그래서 레이가 그게 뭐냐고 물어봤더니 갑자기 레이를 가만히 세워놓더래.
세워놓더니 실타래를 막 풀길래 레이가 그러면 주인한테 혼난다고 면박을 줬는데도 들은척도 안하더래. 김준면 이게 주인 무서운줄을 모르고...
발정기때 괴롭힘을 제대로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지. 아무튼 그러더니 막 풀어진 실들을 레이 몸에 이리저리 감고 다니더니 그 상태로 레이보고 땅에서 굴러보라고시키더래.
그래서 레이가 굴렀더니 실들이 몸에 오히려 더 꼬이더라는거야. 준면이 말에 의하면 실들이 다 풀리고 레이가 자리에서 일어나야 정상이라는데 ㅋㅋㅋ
근데 얘기를 듣다보니까 바보같은 김준면이 레이보고 실이 풀리는쪽이 아니라 오히려 남은 실들을 몸에 감는쪽을 향해서 구르라고 레이한테 지시를 내린거야.
그래놓고 무슨일이 벌어진건지 이해를 못해서 혼자 멘붕이 와가지고 레이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얽힌 실들을 풀려고 그렇게 안간힘을 쓴거고.
실타래 풀어서 난리 쳐놓은거 알면 내가 혼낼걸 뻔히 아니까 레이한테는 조용히 하고 있어달라고 부탁을 한 모양이더라고. 하여간 말도 안듣고 잔머리만 많아서는..
계속 그러고 놀다보니 저녁이 다 돼버려서 둘 다 욕조로 데리고 가서 씻기는데 레이는 고양이라서 그런지 물을 좀 무서워하더라고.
준면이가 옆에서 계속 물장구를 치고 물을 막 튀기니까 더 그런것 같기도 했는데, 그래도 발버둥 치거나 그러지는 않아서 씻기는데 힘들거나 그러진 않았어.
레이 말 들어보면 자기가 준면이보다 나이가 조금 어리다던데, 어째서 준면이보다 더 성숙한건지 참 알수가 없어. 그 성숙함을 우리 준면이가 반만 닮았어도... 됐다ㅋㅋ
바랄걸 바래야지. 둘 다 샤워 시켜준다음 선풍기 바람 앞에 눕혀주니까 나른하니 잠이 왔나봐. 아주 카펫 위에서 골아떨어지더라.
준면이는 평소에 코도 잘 안고는데 드르렁 코까지 굴면서 자더라고 ㅋㅋㅋㅋ 레이는 청각이 예민해서 그런지 그 소리 듣고 중간중간 놀래서 깨기는 했는데
워낙에 고단했는지 바로 다시 눈 감고 자더라고. 그래서 둘 사이에 쿠션 하나 놔주고 나도 방으로 들어가서 좀 쉬었지.
여기까지가 레이와 함께한 하루의 일과였어. 정말 별거 없지? 그래도 얌전한 아이라서 집도 별로 난장판으로 변하지 않았고, 나도 신경을 많이 안써줘도 되니까 좋더라.
찬열인가...? 그 강아지가 왔을때는 며칠동안 집안 정리를 해야했거든. 털도 정말 많이 빠지고 워낙에 이것저것 다 물어뜯고 다녀서...
별로 볼것도 없는 일상이야기였는데 읽어줘서 고맙고. 너무 오랜만에 찾아와서 이런 지루한 이야기만 주구장창 늘어놔서 미안해!
다음에는 카이라는 고양이 기억나니? 그 고양이를 데리고 와서 보냈던 하루에 대해서 이야기 해줄게.
미리 이야기를 해주자면 카이라는 고양이, 정말 잘생겼더라. 까만 고양이라서 그런지 풍기는 아우라가 장난 아니더라고.
고양이가 아니라 꼭 미니 흑표범을 보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고양이 치고는 덩치가 좀 커서 더 그래보였나봐 ㅋㅋㅋ
아무튼 금방 또 카이와의 하루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올게! 기다려줘서 고맙고, 나중에 또 보자!
참, 준면이가 요즘 털갈이를 하는데 털의 색이 자꾸만 옅은 금색으로 바뀌고 있어!
원래 여름이나 가을쯤에 털갈이를 하는데 한번씩 털 색이 바뀌거든. 옅은 금색에서 한동안 머물다가 겨울이 되면 완전히 하얀색으로 바뀌어버리곤 해.
꼭 보호색으로 몸을 치장한것 같아서 진짜 웃긴데... 나중에 사진 찍어서 꼭 한번 보여주고싶다! 그리고 준면이가 요즘 아이스크림을 조금 덜먹어!
저번에 너희들이 써줬던 메세지를 보여줬더니 감기 걸리면 아프냐고 나한테 물어보더라고.
그래서 내가 엄청 아프다고 말해줬더니 그 이후부터 아이스크림을 조금 덜 먹더라고. 근데 요즘 감기에 걸리면 정말 아픈게 맞냐면서 자꾸 의심을 해서 그게 또 걱정이야.
너희들이 감기에 걸리면 얼마나 괴로운지 준면이한테 설명해주지 않을래? 댓글로 적어주면 내가 준면이 컴퓨터 앞으로 데리고와서 꼭 보여주도록 할게!
응원의 글들이나 준면이에게 하고싶은 말도 적어주면 내가 준면이한테 읽어줄테니까 걱정말고 다 적고가~ 그럼 정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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