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rumental Core - Minute Of Life
저 남자의 손에 붙들려 있는 저 여자가 진짜 내 동생이 맞는건가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한번 그 여자를 바라 보았다.
내 동생이 맞다. 입고 나갔던 원피스, 베이지색 플랫슈즈, 아빠께서 생일 선물로 주신 손목에 있는 저 시계도 모두 내 동생의 것이 맞았다.
머리가 새하얘졌다.
"아, 저는, 저, 아니, 저기 제 동, 동생이"
"뭐?"
"제 동생인데, 동생요, 저거 내 동생 신발인데, 시계도 똑같아요."
손이 떨렸다.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말도 더듬었다. 앞뒤가 맞지 않아 남이 들으면 이해 하지 못할 말들도 막 해댔다.
"아니 저 그게, 지금 당신 손에 붙들려 있는 여자가, 제 동생인데."
"그래서?"
"네?"
"그래서 어쩌라는건데"
*
꽉 쥐고 있던 손에는 땀이 나고, 힘을 주고 있던 눈에서는 자꾸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이 상황이, 이 남자가, 너무 무섭다.
이러다가 나까지 죽는 것은 아닐까. 내 동생은 어떻게 되는걸까. 설마 내가 보는 앞에서 내 동생을 죽이는건 아니겠지. 설마 나랑 동생 같이 죽이려나.
밑에 쓰러져있는 아줌마랑 남자처럼 나도 기절 시킨 다음에 죽이는 것은 아닐까.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네 동생을 돌려주면 나한테 득 될게 있어?"
"아, 아니요.."
"네가 네 동생 대신에 피라도 빨라고 목덜미 내놓을거야? 니 동생 풀어주고 니가 피 빨릴래?"
"......"
"봐봐 씨발, 아니잖아. 존나 웃기네 이년."
"아, 아닌데"
"내가 저번에 너처럼 나한테 걸려서 죽을 뻔 했다가 질질 짜고 무릎까지 꿇으면서 살려달라고 빌길래 불쌍해서 보내준 년이 하나 있었는데,
걔가 그 다음날에 뭐 했는 줄 알아? 날 경찰서에 신고했어. 존나 미친년이지. 은혜도 모르고 뒷통수나 때리고.
내가 걔 때문에 한동안 경찰 피해 다니느라 이쪽 근처에도 못오고, 인간 피도 못먹고, 미치는 줄 알았잖아."
"이, 인간 피라뇨,"
"나, 뱀파이언데."
"네?"
"나 뱀파이어라고. 뱀파이어 뜻 몰라? 흡혈귀. 피 빨아 먹고 사는."
씨발. 동네에 퍼졌던 그 터무니 없는 소문이 진짜 였나 보다. 초딩도 안믿을거라는 그 코웃음이나 치고 흘려 들었던 그 뱀파이어 이야기.
그 뱀파이어가 지금 내 눈앞에 있다. 아니, 아니다. 생각을 잘 해보자. 거짓말 일 수도 있잖아? 나도 모르는 사람한테 뱀파이어라고 구라치는거랑 다를게 뭐가 있어.
난 팔랑귀가 아니다. 절대 믿지 않는다. 저런 유치뽕짝 이야기가 나한테 먹힐거라 생각하나.
"당신이 뱀파이어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요."
"뭐?"
"이 세상에 뱀파이어가 어딨어요. 개그 잘 치시는 분이시네."
"너 지금 내가 뱀파이어란걸 못 믿어?"
남자는 말이 끝나자마자 쓰러져있던 남자분을 한손으로 잡아 목덜미를 가리는 옷을 걷어내서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지금 뭐하는 걸까.
20초 정도가 지났을 쯤, 남자는 고개를 들고 입 주위에 피를 가득 묻힌 채로 나를 노려보았다. 은색 빛이였던 남자의 눈동자가, 빨갛다.
베일듯한 날카로운 송곳니도 눈에 들어온다. 아까는 보통 남자들과 똑같은 평범한 이빨이였는데, 날카롭게 변했다.
진짜, 진짜 뱀파이어다. 피를 먹는다.
"이래도 안 믿어?"
"아니 저, 세상에 뱀파이어가 있다는게 말이 안되잖아요. 그, 그래서. 아 진짜인줄 몰랐어요. 진짜로. 마, 말도 안돼."
"네 눈으로 봤잖아. 아오 시발. 남자들은 역시 내 입맛에 안 맞는다니까."
남자들은 역시 내 입맛에 안 맞는다. 그러면 여자만 먹었다는 소리인가. 여자. 여자.
현재까지 24명의 희생자. 그중 남자는 1명, 나머지는 모두 여자. 여자의 비율이 월등히 많았다.
설마.
"지금 인터넷이랑 TV에 떠들썩한 그 살인사건, 그거 당신이 한 짓이예요?"
"당연하지"
말도 안돼.
*
"곧 너도, 네 동생도 뉴스에 나오게 될걸."
"네, 네..?"
"네가 네 입으로 말했잖아. 떠들썩한 살인사건."
"저...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곧 피해자가 27명이 되겠지. 이번엔 한번에. 너랑, 네 동생이랑, 저 아줌마랑, 방금 내가 피 빨아먹은 저 남자까지 4명 추가. 내일 아침 볼만 하겠다. 그치?"
"아니, 저 그게 아니라요. 저 아직 살 날 많이 남았는데요. 제 동생도요. 저 피 맛 없어요 진짜....살려주세요. 죄송해요 진짜 모든게 죄송해요. 제 동생이랑 살려주세요.
진짜 저한텐 저 년이 진짜 제 옷도 마음대로 빌려가는 썅년에다가 오늘도 나가지 말라고 했더니 지 맘대로 나가고 밖에서 보면 서로 아는체도 안하고
너무 미운, 흡, 데요, 흐극, 흐어어어어..죽,여도 상관, 흑, 없을 것 같았는데, 흐엉"
결국 저 남자 앞에서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서럽게 울면서 눈물 콧물을 다 뽑고 있는데 저 남자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동생을 땅바닥에 집어 던지듯이 내려놓고
그대로 내 쪽으로 걸어왔다. 못생긴 얼굴에 질질 짜기까지 하니 그렇게 두눈 뜨고 못 봐줄 정도였나. 음? 저 남자가 내 앞에서 한쪽 손을 올린다. 시발,
내 뺨을 때리려는 건가? 눈을 질끈 감았다.
"야, 시발 진짜 울어?"
내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 위로 차가운 손길이 느껴진다. 때리는게 아니였나.
아.
....
헐
저 정체 모를 남자가 내적 트름을 해도 들릴 거리에서 내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고 있다. 이게 무슨 레파토리일까. 당연히 나한테 욕짓거리를 쳐하길래 뺨 때리는 줄 알았지.
근데 이 남자. 가까이서 보니 진짜 잘생겼다. 아깐 눈물 참느라 뿌얘서 시야도 잘 안보여서 형체만 알아 볼수 있었는데 시발 얼굴이!!!!!!!
존나게 잘생겼잖아. 연예인 하면 인기 꽤 얻겠는데. 시발 존나 무섭게 생겼는데 존나 잘생겼어.
아아니지 정신 차려라. 난 지금 죽을 위기에 놓여 있는거야. 저 황홀한 미모에 넘어 가선 안된다. 와 근데 시발 존나 잘생겼다..
"야 뭘 뚫어져라 쳐다봐."
"흐끅, 죄, 죄송해요"
"야 일단 뚝 그쳐봐. 울면 저쪽에서 사람들이 우는 소리 듣고 여기로 올거 아냐."
"오면 당신은 그냥 그 오는 사람들도 잡아, 끅, 먹을거잖아요."
"야, 내가 위가 막 대용량으로 있는 줄 아나. 나도 배부르거든? 배부르면 먹고 싶은 의욕도 안생겨"
"흐어어어어어어어어!!!!!!!!!!!!"
"씨발 울지 말라니까 왜 더 울고 지랄이야!!!"
"나랑, 동생이랑, 저 아줌마 피 빨아먹어서 배부를거라는, 흑, 소리잖아요 흐어어!!!!!!!!!!"
"야 넌 무슨 여자 주제에 울음소리가..."
"씨발!!!!!!!!내 동생 놔줘요!!!!!!"
"욕 썼냐 지금?"
"아, 아니요 흐엉, 안, 흑, 썼어요"
나는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저 남자는 눈물에 약하다. 계속 울면 나를 풀어 줄지도 모른다.
"흐엉 시발!!!!!!!!!!!!!!나 죽는다 흐엉!!!!!!!!흐어어어어어ㅀ!!!!!!"
"시발 닥치라니까?????"
"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아오 진짜.."
저 남자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나를 피곤하다는 듯의 눈빛으로 쳐다 보았다. 나도 지금 있는 힘껏 빽빽 울어대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죽는다는 생각을 하면 할수록 눈물은 메마를 새도 없이 더 차올랐다. 난 아직 학생인데, 공부에만 찌들다 (사실 공부는 하지도 않았다.) 이렇게 생을 마감 하는건가.
나는 이제 어떻게 죽을까. 아까 저 남자처럼 목덜미에 송곳니가 박혀 피를 빨리고 죽는걸까.
"야."
"ㄴ..네?"
"너 그냥 니 동생 데리고 가라."
"어???????"
"오늘 날 봤던 일은 없던걸로 해. 니 동생은 어차피 나에 대한 기억도 없을테니 아무 얘기도 언급하지 말고."
"아 세상에, 감사해요. 진짜 감사합니다!"
"절대 날 만났다는 얘기 아무한테도 하지마."
"근데, 제 동생은 어떻게 된거죠?"
"기절한걸거야 아마. 죽이진 않았어. 아무튼 진짜 나 봤다는거, 혼잣말으로라도 하지마. 알리면 너 가만 안놔둬,"
"아, 알리면 어떻게 되는데요?"
그 남자가 능글맞게 웃으며 내 귀에 속삭였다. '네 피 다 빨아먹을거야.'
*
골목에서 나와 동생을 들쳐 업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방금 꿈을 꾼걸까. 뱀파이어, 살인사건. 모든게 꿈처럼 한순간에 일어나고 한순간에 끝난 느낌이였다.
진짜 하루하루를 존나 감사하며 살아야지...
동생을 방에 데려다 주고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선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은색 눈동자에다 머리카락도 은색, 옷은 기억은 안나는데 옷도 은색이였나? 그건 아닌 것 같다.
아까 전에 진짜 제일 놀랐던 것은, 솔직히 머리카락은 요즘 염색하는 사람 많으니까 됐고, 눈동자 색깔도 요즘 써클 끼고 다니는 남자 하나 둘 아니니까 그렇다 쳐도,
남자의 피를 빨아 먹을 때 눈동자 색이 빨간색으로 변한 것, 송곳니가 날카로워 진 것,
내가 옛날에 동화를 보며 상상했던 뱀파이어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나저나, 아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백지였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남자 진짜 연예인해도 손색 없을 외모였는데. 키도 엄청 크고
어깨도 되게되게 넓었는데! 뱀파이어들은 다 그런건가? 그럼 뱀파이어 모두 은색 머리에다가 은빛 눈동자 일까??? 아니면 아까 그 남자가 은색을
유난히 좋아한걸까? 설마 은색 성애자?
*
아, 그리고 가기전에 한가지 더 말해줄게 있는데.
네?
아까 내가 풀어줬다가 경찰서에 신고한 년 얘기 해줬지?
네? 네..
그 년 내가 어떻게 했게?
...모르겠는데요.
존나 잔인하게 죽였는데, 니가 듣고 충격받아서 일상 생활 불가능 할까봐 못 말해주겠다. 너도 그 꼴 나고 싶지 않으면 그냥 입 닥치고 조용히 있는게 좋을거야 아마.
모르겠다. 존나 피곤하니 잠이나 푹 자야지.
*
"형, 쟤예요!!"
"얘라고?"
"네. 아마 맞을걸요."
"아 시발 잘 자고 있었는데 누구야!!!!!!!!!!"
"와 당돌하시네."
"맞죠 형. 얘 되게 말투가 왔다갔다 이상해요. 너 나 아까 기억하지? 골목에서"
"으...은색 성애자?"
"뭐 씨발? 풀어줬더니 장난치냐?"
헐, 마음 속으로만 하려던 말이 튀어나왔다. 아까 골목에서 봤던 남자가 왜 창가에.. 어? 우리 집 아파트인데? 게다가 15층인데? 왜 때문에 창문밖에 있는거?
"우..우리집 15층인데 왜 밖에 있어...가 아니라 왜 밖에 계세요?"
"뱀파이어가 못하는 거 봤냐?"
"....아 네.."
"형, 그래서 쟤 어떻게 하게요??내가 아까 풀어줬는데??"
형? 형이라고?
그제서야 아까 봤던 남자 옆에 있는 낮선 얼굴의 남자가 보였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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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암호닉분들♡
변맥현님, 달님, 숏다리님
사담(이라기 보단 사랑고백) |
1화보고 반응이 이렇게 좋을줄 상상도 못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 암호닉 관련해서 말씀 드리자면, 암호닉은 계속 꾸준히 받지만 추후 암호닉 공지를 따로 올릴 생각입니다! 그때 신청해 주셔도 상관 없어용 :) 아무튼 정말 감사합니다...♥ 완결까지 쭉쭉 달려봐요 우리!! 그나저나 우리 세훈이는 나이트메어에서 츤데레인가요...흠 츤츤거려 츤츤 이런 오데레 같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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