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밥 말아 드신 모델 박찬열
W. 레전드덕
" 아이고 머리야.. "
머리가 지끈거리는것이 여간 고통스로운게 아니었다. 아마도 어제 생각없이 진탕 들이킨 술 덕분이겠지.
눈도 채 뜨지 못하고 관자 놀이 주변을 꾹꾹 누르며 상체를 일으키는데 허전함이 감도는것이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평소 처럼 벗고 잠에 들었겠거니 하고 눈을 떴는데 여기가 어디지? 우리집은 저렇게 요란스런 샹드리에도 없고, 천장도 그닥 높지도 않는데.
머릿속을 파팍 하고 불꽃이 튀는 느낌을 난생 처음 느꼈다. 뭐가 잘못된게 분명하다.
나도 모르게 이불을 끌어 안았다가 낯선 감촉에 곧바로 떼어냈다. 이건 평소 내가 살 부비던 이불이 아니다.
' 히이익!! "
목속 깊숙이 감돌던 비명소리보다 내 손놀림이 더 빨랐다. 다행히도 억눌린 비명소리는 아주 잔잔하게 울렸다.
내 두눈을 의심했다. 아니 의심하고 싶었다. 내 옆에 곤히 누워 잠에 빠져 있는 사람은 친구 민지도, 내가 아는 그 누구도 아니었다. 오늘 처음 본 남자다.
붕 뜬 머리채를 잡아 뜯어도 어젯밤일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식상한 표현으로 누가 내 머릿속에 지우개를 심어 넣어둔것 같았다.
" ...침착해. 괜찮아. 아무일 없는거야...아냐..아무일 없을리가 없잖아!! "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듯. 아무일도 없을거라는듯 천천히 이불을 젖혀 보았고, 옆에 누운 남자 역시도 완전한 알몸상태다.
절망스러웠다. 내가 외우던 주문은 순식간에 바뀌었고, 그것이 진실이고 현실임을 깨달았다. 나가야한다. 이 남자가 눈뜨기전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정신을 용케 차렸을땐, 방 문턱을 넘기 전부터 침대 바로 아래까지 옷이 허물로 길이 나져있다. 윗속옷을 제일먼저 건져냈다.
" 미친거지. 미친거야.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지. "
습관 같은거였다. 어떤 상황이든 내가 원하는대로 돌아가지 않을때는 항상 생각을 입밖으로 꺼내는 아주 마음에 안드는 습관.
조용히 해도 모자랄 판에 주절주절 말이나 늘어놓고 있다니. 아랫속옷을 다 입을 때쯔음 이 습관으로 이내 곤히 자던 남자가 부스스 깨어난다.
내 계획이 완전 틀어졌다.
" 뭐야. "
" ..아..그러니까 저는..아..아니 "
" 아, 어제. 식탁 위에 지갑 있어. 원하는 만큼 꺼내고 꺼져. "
" ..네? "
" 사람 말 못알아들어? 돈 가지고 당장 이 집에서 꺼지라고! "
뭐냐는 내게 난 나에 대해서 설명할 생각이었다. 이럴 수록 침착해야한다고 생각했고, 생각한대로 실천에 옮기려고 했다.
허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남자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니 적나라하게 비춰진 남성에 저절로 고개가 푹 숙여지고 말문이 턱 막혔다.
옷걸이에 걸린 흰 목욕 가운을 걸친 남자는 내게 답답하다는듯 얘기하며 꺼지라고 하지만 난 말귀를 못알아 들은게 아니다. 기분이 나쁜거다.
" 이봐요. 지금 사람을 뭘로 보는거에요. 돈이라뇨? 지금 말 다.. "
" 뭘로 보다니. 돈 보고 들러붙은 여자. 아님 얼굴보고 들러붙은 여자? 원하는 대답인가? "
싸가지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솔직히 더 한말로 표현하고 싶지만 딱히 더한말이 생각이 나질 않는다. 목 안이 따끔거리고 뜨거워졌다. 억울할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변명을 하거나 따져야만 낫는 증상.
" 이봐요. 지금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는 모양인데요. 난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여자가 아니거든요? "
" 그런 여자라..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그런 여자라고 밖에 생각이 안드는데? "
" 하, 됐고 내가 왜 여기 있는 설명해줘요. "
" 나도 몰라. 너가 나를 따라왔거나. 따라왔거나 둘 중 하나겠지. "
" ... ... ... "
따라왔거나 따라왔거나라니. 육두문자가 혓바닥 끝까지 나왔다가 억지로 삼켜냈다. 여기서 욕해봤자 그런여자라고 낙인찍히는데 도움만 될뿐이니.
어마어마한 쌍놈일세. 난 상대할 가치도 그럴 힘도 없다. 담배를 입에 물며 방을 나가는 남자의 뒷통수를 확 처버리려다 말았다. 닿지도 않을것 같으니.
마지막으로 핸드백을 챙겨 남자가 원하는대로 조용히 꺼질 생각이었다. 내 성격과 거리가 먼 행동이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 아 잠깐, 연락처 있음 두고가.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
" ...연락처는 개뿔. "
" 내가 누군지 모른는건 아닐테고. 나중에 혹시라도 있을 사태에 대비하는거니까 두고가는게 좋을걸. 그게 그쪽한테도 좋을테니까. "
" 당신이 누군데. "
" 모르면 말고. 연락처 두고 빨리 나가. "
욕실로 들어간다. 자기가 뭐 대단한것처럼 말하는것이 허세까지. 으- 최악이다.
식탁 주위에 있는 포스트잇에 순순히 번호를 남겼다. 그 누구를 위한게 아니라 나를 위한거니.
쏴아- 물 소리가 들려오고 난 현관 쪽으로 걸어나가다 뒷걸음질 쳐 욕실 앞에 섰다. 발로 욕실 문을 쾅쾅 두어번 차자 물 소리가 멈춘다.
" 너 내가 누군줄 알아? 우리 엄마 딸이다 이 새끼야! "
그 말만 남기고 난 도망치듯 그 저주스런 집에서 뛰쳐나왔다. 다시는 엮일이 있은 절대 없을 거라 생각했던건 큰 오산이었다.
*
" 야, 강민지! 나 두고 가면 어떻게! 책임지고 집에 보냈어야지! "
" 아 미안미안. 나도 술에 절어가지고 집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몰라. "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책임 못질거면 술이라도 먹이지 말던가! 너 때문에 "
" 나도 이렇게 될 줄 알았냐. 왜? 지하철에서 잔거야? 아님 길바..닥? "
" 아니거든? 시발 나...아..몰라. 생각하기도 싫다. 내일 죽을 줄 알아 너. "
말 하려고 했다. 그럴 생각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치만 말이 꺼내지지도 않았고, 꺼낼 수도 없었던 이유가 내가 항상 입에 달고 사는 말이
" 난 혼전순결을 지킬거야. " 인데. 술먹고 모르는 남자랑 잤어..라는 말이 쉽게 나올리가 없지 않는가. 그냥 나 혼자 뭍으면 된다. 그러면되. 조용히
인생은 내가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샤워를 마치고 잠을 청했다. 꿈을 꿨다. 수십명, 수백명의 사람들이 내 뒤를 쫒는 꿈. 다리도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고, 난 끝내 그들에게 붙잡혔다.
꿈에서 깼다. 이런 재수 없는 꿈은 또 처음이네. 꿈이라서 다행이야라는 생각으로 이마에 땀을 훔치며 핸드폰을 쥐어들었다. 뭐야.
카카오톡 미리보기를 보니
[ 저 지금 검색어 2위야. 톡 보면 바로 전화해. 당장! ] - 핫바민지
핫바디민지라고 강제저장 되었다가 살짝 바꾼 핫바민지 가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왜 검색어 2윈데?
이렇게 평범하디 평번한 내가 왜! 왜! 왜! 왜!!!!!!!
초록창에 들어갔다.
검색어 순위
1. 박찬열
2. 박찬열 스캔들
3. 박찬열 여자친구
4. 너구리 태풍
5. 디스X치
6. SM
7. 브라질 독일
8. 연예가중계
9. 앵두장수
10. 비정상회담
2위가 아니라 3위였다. 난 설마했다. 아주 설마했다. 아닐거야. 아니겠지. 또 한번 주문을 외웠다. 오늘만 몇번째 외우고 있는지.
클릭했고. 곧바로 뜨는 기사들과 그에 딸린 사진들이 날 아주 절망 구렁텅이에 빠트렸다.
[ 모델 박찬열, 여자친구와 함께 집에들어가는 모습 포착.. ]
[ 여자 친구 없다던 모델 박찬열, 비밀 연애 중 디스패X에 발각... ]
[ 열애설 OOO이 아니라 일반인을 여친으로? 집안으로 함께 들어가.. ]
[ 9시 45분 집 밖을 나서는 일반인 여자친구, 아침까지 무엇을... ]
저 옷, 저 가방, 저 구두 모두 내것이다. 틀림없이.
모자이크가 되어있다. 그래도 아는 사람이 보면 나 인걸 알 정도였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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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연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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