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연기자 X 젊은 회장님.
독한 와인한병을 다 마신듯 빈병과 빈 글라스 하나가 소파위의 경수앞 작은 탁자에 놓여있었다.
깜빡, 깜빡. 눈은 감겼다 떠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벽에 아무것도 걸어놓지 않는것을 선호하는 탓에, 티브이 옆에 놓아둔 디지털 시계는 밝은 빛으로 새벽 2시 30분경을 나타내고 있었다.
..눈이 시린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동이 트자마자 소속사에 전화를 해 청소와 더불어 저 디지털 시계를 치워줄 것을 당부해야겠다고 생각한 경수다.
잠이 몰려왔다. 그가 오기로 한 시간은 아직 삼십분가량이 남았는데.
그는 오자마자 경수를 탐할 것이 분명했다.
자면 안되는데.
그렇게 경수는 그나마 나아진 기분을 느끼며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그가 곧 내옆에 있기를 바라며.
*
어슴프레 한 빛도 없는 어두컴컴한 새벽, 건조한 도어락해제음이 경수가 잠든 집을 울렸다.
조심스럽게 집안에 발을 들였다라고 표현하기에는 항상 그렇게 조용하게 다니던 사람이다.
"..."
말없이 경수를 내려다보는 눈이 답지않게 다정한 빛을 띄고 있었다.
회사 간부들이 보면 티는 못내겠지만 또 다시 경수를 잡아먹을 계획을 세울 터였다.
"... 이걸 다 마셨네.."
시간이 시간인지라 낮게 깔린 목소리가 거실에 공허하게 울렸다.
부엌, 방, 드레스룸, 화장실. 집안을 살피던 그는 조용히 경수를 안아들었다.
*
밝은 빛이 잠식했다.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잘 하지도 못하는 술을 답답함에 이기지 못하고 과하게 마시게 되면 나타나는 증상이였다.
"김종인."
내집은 본디 밝은 걸 좋아하지 않는 탓, 그리고 언제나 잘 따라붙는 파파라치들을 피하기 위해
블라인드가 가득 내려져있는 구조였다. 어느쪽에 서면 어느쪽이 안보이는.
가끔 집을 들르곤 하는 소속사대표는 참 너같은 집구조라 명명했다.
그런데, 이렇게 환하게 밝은 빛으로 잠식되는 침실은 답지않게 침실에 대한 신조가 있는 그남자의 집이 분명했다.
이주 전인가, 저가 사다놓은 은은한 방향제 향이 가득했다.
정작 내 집은 이렇지 않은데,
둘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에 둘의 취향을 담기 위해서 무던히도 노력했다.
그래서 어젯밤 이곳에 오지 않으려 한 노력도 있었다.
같이 있으면서 혼자 있는 느낌은 정말이지 지옥같지만, 혼자 있으면서 같이 있는 느낌을 받는 것 또한 내 취향은 아니었다.
"일어났네."
".,."
아무렇지도 않게 침실 문턱에 기대 서서 나를 바라보는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천천히 돌려 그의 모습을 약 일주일만에 눈에 담았다.
"왜. 너무 반가운가."
"...이리와."
아직도 아무렇지않게 무미건조한 투로 분명 저가 듣고싶었을 말을 툭툭 내뱉는것에 갑작스레 그 품에 안기고 싶어졌다.
"잘 못지낸것 같네."
"안아줘."
그런 사람이었다 늘. 안아달라는 말 한마디에 달려와서 안아주는, 그래서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의 사라짐이.
"안물어 볼거야."
"뭘?"
"왜 나 두고 그렇게 갔는지."
"..."
"전날 너때문에 촬영을 앞두고 목이 쉴 만큼 격정적인 정사를 보냈고."
"..오케이."
"그 다음날 눈을 뜨니까 넌 없었고."
"많이 당황했겠네."
당황. 글쎄, 그저 상실감이 아니었을까.
나를 가득히 가졌던 전날밤의 '내 남자'가 사라졌다는 그런 상실감.
"....당황은 아니겠지."
"당황하라고 그딴행동 했을리는 없고."
낮게 울리는 그의 웃음소리가 이런 상황임에도 짜증나게 설레였다.
"자기야."
"누가 니 자기야."
"이쁘긴."
"나도 언젠간 한번 너 미친듯이 홀려놓고 다음날 사라질거야"
"그러기만 해 ."
어름장을 놓는 나를 이해해 주기는 커녕, 그러기만 하라며 낮게 으르렁거리는 그를 다독였다.
정말이지 덩치만크고 본인이 탐하는 사람의 마음은 하나도 모르는 게 확실한 인간이었다.
"그럴땐 그냥 듣고싶은 말 해주는거야."
"싫은데."
"...나 지금 갈수도 있어."
"그러기만 하라고, 한국 다 엎어서라도 하루안에 찾아낼 테니까."
"무서워라."
"기억좀 해주시지."
"뭘,"
"니가 지금 안겨있는 이 남자가 능력이 있는 남자라는거."
"퍽이나."
"실감을 못하시네요 자기."
*
어처구니 없고, 아주 불쾌하게 내 집앞으로 손수 찾아온 남자는 기어코 내 집 안으로 입성했다.
그때부터 그와 나의 고집이 아주 팽팽하게 맞설 것이라는 예감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차, 안내오나?"
"불청객한테 차 내올 생각은 없는데."
"그래, 그럼 그냥 얘기하지뭐."
"아, 할말은 있어서 찾아온거였나 보네."
"그냥 와서 시간 버릴정도로 한가한 사람이 아니라서."
"그래서?"
"너 띄워줄 수 있냐고 물었지."
"니가 날 띄워줄 수 있다 한들, 그딴 짓 안해."
"김대표가 참 자존심세다고 하더니 진짜네."
"이건 자존심이 센 게 아니라 아닌 걸 안하겠다는 얘기야."
"몸파는 느낌드나봐."
"..."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가 아닌 이젠 수치심까지 들 지경이었다.
정말이지 그가 나를 찾아와서의 두번째 만남은 개새끼 그 자체가 아닐 수 없었다.
"아니면, 그냥 내가 마음에 안드나."
"둘다네. 몸파는 느낌이고, 당신이 정말 역겨울 정도로 싫고."
"..."
"답 나왔으니까 얼른 꺼져요, 난 그쪽한테 스폰받을 생각 없으니까."
"스폰이라고 하면, 어느정도 대가가 따르는데,"
"그딴대가 안치르니까 안한다고."
"대가없이는 어때,"
"..."
이새끼는 또 뭔 소리를 해서 사람 진을 빼 놓으려고,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이러나 싶은 생각이 들자,
그 생각이 얼굴로 바로 드러나고야 말았다.
*
[프라자호텔, 12시까지. 4204호. 늦지않게 가라.] pm. 5. 57.
이새끼가 진짜.
목끝까지 욕이 들어차는 기분이 들었다.
안한다고, 니가 나한테 강요하는순간 경찰에 신고하고 가만 안두겠다고 개 지랄을 떨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와 그새끼가 약속한 시간이 나에게 통보되었다.
일찍이 있었던 스케줄은 취소되었고, 나는 지금 집 안이었다.
전화기를 들어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난 후, 대표는 받자마자 탐탁치않은 목소리로 말을하기 시작했다.
[야, 그냥 가보라니까? 그런 사람 아니ㄱ-]
"그새끼 전화번호 내놔."
[...]
"끊는다."
차라리, 차라리 이렇게 될 거였다면 내 페이스대로 하고 싶었다. 물론 그 전에 안하면 더 낫겠지만.
[010-0000-0000 적당히해라 경수야.] pm. 6.17.
그리고, 그와 나의 신경전이 시작됬다.
*
[네 김종인입니다]
"...도경수인데요."
[...안녕, 오랜만이네.]
"짜증나니까 얼른 말하고 끝낼게요."
[...]
"그쪽 집에서 봐요."
[...]
전화기 너머로 낮게 웃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자로 보내줘요."
전화를 끊으려 귀에서 떼어내는 순간 귀에 한마디가 들려왔다.
[위험한데.]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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