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GM :
정엽 _ 왜 이제야 왔니 inst
까칠한 정치프 I
W. 냉포뇨
"아씨... 뭐 이렇게 맘에 드는 게 하나도 없냐. 짜증나게."
어젯밤 정말 우리 집으로 들어올 듯한 정세운을 뒤로하고 급하게 들어와 현관문을 닫았다. 아니, 무슨 사람이, 어? 이렇게 훅훅 들어와. 기계도 아니고 말이야. 사람 온도가 어떻게 냉동실에서 갑자기 온돌방으로 가냐고. 사람 당황스럽게.
아주 정세운이 좋아 죽겠어요, 하고 말하는 것 처럼 나대는 심장을 겨우 진정시키고는 내일 입을 옷까지 정성들여 골라놓고 잠에 들었었다. 어차피 일하려면 청바지가 내 최대한의 꾸밈이긴 하지만... 염병. 그 중에서도 고르고 고른다고 아주 새벽을 다 보냈더니 일어나서도 겁나 피곤해 죽겠다. 그 와중에도 또 겉옷 고른다고 이 난리를 떨고있으니 나도 참 주책이네. 껄껄껄. (이 모습을 김동현이나 윤지성이 봤으면 리얼 비웃음 거리였을 듯.)
혼자서 시덥지 않은 생각을 하다 시간을 보니 이러다 진짜 지각할 것 같아서 그나마 나아 보이는 아이보리색 가디건을 챙겨 집을 나왔다. 주차장을 천천히 걸어 나가며 핸드폰을 켜 온 카톡들에 답을 해주려는데 맨 위에 있는 카톡에 시선이 고정됐다.
[냉동포뇨ㅗ]
성 선생
출근하면 내 방으로 와요 -08:30
또 부끄럽다고 피하지 말고. -08:31
부끄럽다고 피하지 말라는데, 이미 부끄러워서 얼굴 빨개진게 스스로도 아주 잘 느껴지고 난리. 갑자기 화끈해진 얼굴에 손부채질을 하다가 네에, 하고 귀엽게 생긴 이모티콘을 하나 전송했다. 미친, 내가 정세운한테 이런 이모티콘을 쓸 날이 올 줄이야...
아니, 그건 그렇고 저 이름부터 빨리 바꿔야지. 남자친구한테 냉동포뇨... 뻐큐... 는 좀... 내가 봐도 아니지, 응. 그치.
멘트는 너무 스윗한데(정세운 치고) 이름이 '냉동포뇨ㅗ'로 돼있어서 순간 흠짓했다. 근데 뭘로 바꾸지. 정치프님은 너무 정 없고, 그렇다고 세운님... 세운씨...? 세운 오ㅃ... 어우 미친 이건 아니야. 혼자 또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발을 동동 구르다 핸드폰을 쳐다보다를 반복하며 계속 고민을 하는데, 갑자기 옆에서 들리는 큰 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아니, 주차장에서 누가 아침부터 빵빵대, 겁나 시끄럽네 이 미친! 아주 맘에 안든다는 듯 한껏 짜증난 표정으로 옆을 봤는데,
"아, 미안... 놀랐어요?"
"...치프님?"
"같이 가려고 왔는데 조금 늦어서. 타요, 얼른."
"어어, 네..."
얼떨결에 올라탄 정세운의 차 안은 아늑했다. 근데 이 사람은 출근하면 자기 방으로 오래놓고 왜 갑자기 우리 집까지 왔대.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어리둥절해있는데 정세운이 뭔가를 기다리는 표정으로 나를 가만히 보고있다. 그에 덩달아 얼굴에 물음표를 한 이백 개 쯤 띄워놓은 채 고개를 갸웃하자, 순식간에 내 앞으로 다가온 정세운은 한 손으로는 내 어깨에, 다른 손으로는 의자를 짚어 10센치도 안 되는 거리에서 날 본다.
이, 이 미친... 이거 뭐야, 이거 뭔데, 벌건 대낮에 이 분위기, 이거, 어? 뽀뽀 분위기 아냐...? 이 싸라미 진짜, 어? 사람들 다니는 주차장에서 말이야...!
가까이 다가온 상태에서 아무말도 안 하고 나를 빤히 바라보는 끈적한(?) 시선에 온 몸으로 당황한 티를 내다가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
"...어어, 아니, 치프님, 그 지금 아침인데,"
"네, 아침이죠. 그게 왜요?"
"그, 아침부터 막, 이런 분위기가 되면은... 조금, 어, 제가 조금 당황스러운데..."
"...아니, 벨트해주려고."
...이 시발.
정세운의 손이 있던 곳이 의자가 아니라 벨트였구나. 이런 시발. 존나 당황해서 말도 제대로 못 한 내가 얼마나 우스웠을까. 존나 인생의 수치다. 거의 뭐 음란마귀 수준으로 보겠지... 나를...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니 반박하지 않겠다. 그저 수치스러울 뿐.)
벨트를 채워준 정세운은 창피해서 죽으려고 하는 내 표정을 보더니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아주 한가득 웃음을 머금은 채로 고개를 돌려 또 나를 빤히 본다. 그에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괜히 헛기침만 두어번 하며 창 밖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염병할 내 마음 속 음란마귀를 쥐어 패면서.
"성 선생."
"네?"
"왜 대답만 하고 나 안 봐요."
"....."
"나 안 봐줄 거예요?"
"...얼른 출발 안 하면 늦을 것 같은데요 치프님."
"나 안 봐주면 출발 안 할거예요."
아니, 애야? 정세운 애냐고. 유치뽕짝이다 진짜. 나 놀리는 게 그렇게 재밌냐 너는? 어?
...라고, 마음같아서는 그렇게 말했겠지만, 아직까지 개쫄보인 나는 결국 망설이다 고개를 돌렸다.
까칠한 정치프 I
W. 냉포뇨
"아씨... 뭐 이렇게 맘에 드는 게 하나도 없냐. 짜증나게."
어젯밤 정말 우리 집으로 들어올 듯한 정세운을 뒤로하고 급하게 들어와 현관문을 닫았다. 아니, 무슨 사람이, 어? 이렇게 훅훅 들어와. 기계도 아니고 말이야. 사람 온도가 어떻게 냉동실에서 갑자기 온돌방으로 가냐고. 사람 당황스럽게.
아주 정세운이 좋아 죽겠어요, 하고 말하는 것 처럼 나대는 심장을 겨우 진정시키고는 내일 입을 옷까지 정성들여 골라놓고 잠에 들었었다. 어차피 일하려면 청바지가 내 최대한의 꾸밈이긴 하지만... 염병. 그 중에서도 고르고 고른다고 아주 새벽을 다 보냈더니 일어나서도 겁나 피곤해 죽겠다. 그 와중에도 또 겉옷 고른다고 이 난리를 떨고있으니 나도 참 주책이네. 껄껄껄. (이 모습을 김동현이나 윤지성이 봤으면 리얼 비웃음 거리였을 듯.)
혼자서 시덥지 않은 생각을 하다 시간을 보니 이러다 진짜 지각할 것 같아서 그나마 나아 보이는 아이보리색 가디건을 챙겨 집을 나왔다. 주차장을 천천히 걸어 나가며 핸드폰을 켜 온 카톡들에 답을 해주려는데 맨 위에 있는 카톡에 시선이 고정됐다.
[냉동포뇨ㅗ]
성 선생
출근하면 내 방으로 와요 -08:30
또 부끄럽다고 피하지 말고. -08:31
부끄럽다고 피하지 말라는데, 이미 부끄러워서 얼굴 빨개진게 스스로도 아주 잘 느껴지고 난리. 갑자기 화끈해진 얼굴에 손부채질을 하다가 네에, 하고 귀엽게 생긴 이모티콘을 하나 전송했다. 미친, 내가 정세운한테 이런 이모티콘을 쓸 날이 올 줄이야...
아니, 그건 그렇고 저 이름부터 빨리 바꿔야지. 남자친구한테 냉동포뇨... 뻐큐... 는 좀... 내가 봐도 아니지, 응. 그치.
멘트는 너무 스윗한데(정세운 치고) 이름이 '냉동포뇨ㅗ'로 돼있어서 순간 흠짓했다. 근데 뭘로 바꾸지. 정치프님은 너무 정 없고, 그렇다고 세운님... 세운씨...? 세운 오ㅃ... 어우 미친 이건 아니야. 혼자 또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발을 동동 구르다 핸드폰을 쳐다보다를 반복하며 계속 고민을 하는데, 갑자기 옆에서 들리는 큰 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아니, 주차장에서 누가 아침부터 빵빵대, 겁나 시끄럽네 이 미친! 아주 맘에 안든다는 듯 한껏 짜증난 표정으로 옆을 봤는데,
"아, 미안... 놀랐어요?"
"...치프님?"
"같이 가려고 왔는데 조금 늦어서. 타요, 얼른."
"어어, 네..."
얼떨결에 올라탄 정세운의 차 안은 아늑했다. 근데 이 사람은 출근하면 자기 방으로 오래놓고 왜 갑자기 우리 집까지 왔대.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어리둥절해있는데 정세운이 뭔가를 기다리는 표정으로 나를 가만히 보고있다. 그에 덩달아 얼굴에 물음표를 한 이백 개 쯤 띄워놓은 채 고개를 갸웃하자, 순식간에 내 앞으로 다가온 정세운은 한 손으로는 내 어깨에, 다른 손으로는 의자를 짚어 10센치도 안 되는 거리에서 날 본다.
이, 이 미친... 이거 뭐야, 이거 뭔데, 벌건 대낮에 이 분위기, 이거, 어? 뽀뽀 분위기 아냐...? 이 싸라미 진짜, 어? 사람들 다니는 주차장에서 말이야...!
가까이 다가온 상태에서 아무말도 안 하고 나를 빤히 바라보는 끈적한(?) 시선에 온 몸으로 당황한 티를 내다가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
"...어어, 아니, 치프님, 그 지금 아침인데,"
"네, 아침이죠. 그게 왜요?"
"그, 아침부터 막, 이런 분위기가 되면은... 조금, 어, 제가 조금 당황스러운데..."
"...아니, 벨트해주려고."
...이 시발.
정세운의 손이 있던 곳이 의자가 아니라 벨트였구나. 이런 시발. 존나 당황해서 말도 제대로 못 한 내가 얼마나 우스웠을까. 존나 인생의 수치다. 거의 뭐 음란마귀 수준으로 보겠지... 나를...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니 반박하지 않겠다. 그저 수치스러울 뿐.)
벨트를 채워준 정세운은 창피해서 죽으려고 하는 내 표정을 보더니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아주 한가득 웃음을 머금은 채로 고개를 돌려 또 나를 빤히 본다. 그에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괜히 헛기침만 두어번 하며 창 밖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염병할 내 마음 속 음란마귀를 쥐어 패면서.
"성 선생."
"네?"
"왜 대답만 하고 나 안 봐요."
"....."
"나 안 봐줄 거예요?"
"...얼른 출발 안 하면 늦을 것 같은데요 치프님."
"나 안 봐주면 출발 안 할거예요."
아니, 애야? 정세운 애냐고. 유치뽕짝이다 진짜. 나 놀리는 게 그렇게 재밌냐 너는? 어?
...라고, 마음같아서는 그렇게 말했겠지만, 아직까지 개쫄보인 나는 결국 망설이다 고개를 돌렸다.
까칠한 정치프 I
W. 냉포뇨
"아씨... 뭐 이렇게 맘에 드는 게 하나도 없냐. 짜증나게."
어젯밤 정말 우리 집으로 들어올 듯한 정세운을 뒤로하고 급하게 들어와 현관문을 닫았다. 아니, 무슨 사람이, 어? 이렇게 훅훅 들어와. 기계도 아니고 말이야. 사람 온도가 어떻게 냉동실에서 갑자기 온돌방으로 가냐고. 사람 당황스럽게.
아주 정세운이 좋아 죽겠어요, 하고 말하는 것 처럼 나대는 심장을 겨우 진정시키고는 내일 입을 옷까지 정성들여 골라놓고 잠에 들었었다. 어차피 일하려면 청바지가 내 최대한의 꾸밈이긴 하지만... 염병. 그 중에서도 고르고 고른다고 아주 새벽을 다 보냈더니 일어나서도 겁나 피곤해 죽겠다. 그 와중에도 또 겉옷 고른다고 이 난리를 떨고있으니 나도 참 주책이네. 껄껄껄. (이 모습을 김동현이나 윤지성이 봤으면 리얼 비웃음 거리였을 듯.)
혼자서 시덥지 않은 생각을 하다 시간을 보니 이러다 진짜 지각할 것 같아서 그나마 나아 보이는 아이보리색 가디건을 챙겨 집을 나왔다. 주차장을 천천히 걸어 나가며 핸드폰을 켜 온 카톡들에 답을 해주려는데 맨 위에 있는 카톡에 시선이 고정됐다.
[냉동포뇨ㅗ]
성 선생
출근하면 내 방으로 와요 -08:30
또 부끄럽다고 피하지 말고. -08:31
부끄럽다고 피하지 말라는데, 이미 부끄러워서 얼굴 빨개진게 스스로도 아주 잘 느껴지고 난리. 갑자기 화끈해진 얼굴에 손부채질을 하다가 네에, 하고 귀엽게 생긴 이모티콘을 하나 전송했다. 미친, 내가 정세운한테 이런 이모티콘을 쓸 날이 올 줄이야...
아니, 그건 그렇고 저 이름부터 빨리 바꿔야지. 남자친구한테 냉동포뇨... 뻐큐... 는 좀... 내가 봐도 아니지, 응. 그치.
멘트는 너무 스윗한데(정세운 치고) 이름이 '냉동포뇨ㅗ'로 돼있어서 순간 흠짓했다. 근데 뭘로 바꾸지. 정치프님은 너무 정 없고, 그렇다고 세운님... 세운씨...? 세운 오ㅃ... 어우 미친 이건 아니야. 혼자 또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발을 동동 구르다 핸드폰을 쳐다보다를 반복하며 계속 고민을 하는데, 갑자기 옆에서 들리는 큰 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아니, 주차장에서 누가 아침부터 빵빵대, 겁나 시끄럽네 이 미친! 아주 맘에 안든다는 듯 한껏 짜증난 표정으로 옆을 봤는데,
"아, 미안... 놀랐어요?"
"...치프님?"
"같이 가려고 왔는데 조금 늦어서. 타요, 얼른."
"어어, 네..."
얼떨결에 올라탄 정세운의 차 안은 아늑했다. 근데 이 사람은 출근하면 자기 방으로 오래놓고 왜 갑자기 우리 집까지 왔대.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어리둥절해있는데 정세운이 뭔가를 기다리는 표정으로 나를 가만히 보고있다. 그에 덩달아 얼굴에 물음표를 한 이백 개 쯤 띄워놓은 채 고개를 갸웃하자, 순식간에 내 앞으로 다가온 정세운은 한 손으로는 내 어깨에, 다른 손으로는 의자를 짚어 10센치도 안 되는 거리에서 날 본다.
이, 이 미친... 이거 뭐야, 이거 뭔데, 벌건 대낮에 이 분위기, 이거, 어? 뽀뽀 분위기 아냐...? 이 싸라미 진짜, 어? 사람들 다니는 주차장에서 말이야...!
가까이 다가온 상태에서 아무말도 안 하고 나를 빤히 바라보는 끈적한(?) 시선에 온 몸으로 당황한 티를 내다가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
"...어어, 아니, 치프님, 그 지금 아침인데,"
"네, 아침이죠. 그게 왜요?"
"그, 아침부터 막, 이런 분위기가 되면은... 조금, 어, 제가 조금 당황스러운데..."
"...아니, 벨트해주려고."
...이 시발.
정세운의 손이 있던 곳이 의자가 아니라 벨트였구나. 이런 시발. 존나 당황해서 말도 제대로 못 한 내가 얼마나 우스웠을까. 존나 인생의 수치다. 거의 뭐 음란마귀 수준으로 보겠지... 나를...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니 반박하지 않겠다. 그저 수치스러울 뿐.)
벨트를 채워준 정세운은 창피해서 죽으려고 하는 내 표정을 보더니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아주 한가득 웃음을 머금은 채로 고개를 돌려 또 나를 빤히 본다. 그에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괜히 헛기침만 두어번 하며 창 밖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염병할 내 마음 속 음란마귀를 쥐어 패면서.
"성 선생."
"네?"
"왜 대답만 하고 나 안 봐요."
"....."
"나 안 봐줄 거예요?"
"...얼른 출발 안 하면 늦을 것 같은데요 치프님."
"나 안 봐주면 출발 안 할거예요."
아니, 애야? 정세운 애냐고. 유치뽕짝이다 진짜. 나 놀리는 게 그렇게 재밌냐 너는? 어?
...라고, 마음같아서는 그렇게 말했겠지만, 아직까지 개쫄보인 나는 결국 망설이다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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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아까 해동포뇨랑은 다른 표정이다. 에이씨, 사람 미안하게 진짜... 이렇게 된 이상 핑계 타임이다.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하고, 억울한 눈썹을 한 채로 입을 열었다.
"그, 저희 병원에서는 숨기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알아요, 이해해요."
"아니이, 그런 게 아니라..."
"나 먼저 갈게, 회진 때 봐요."
표정이 뭔가, 화났다기 보다는 진짜로 서운해보여서 뭐라 더 말도 못했다. 존나 정세운이 서운한 게 백번 이해가 가서 더 할 말이 없는 거다. 염병. 나레기 진짜... 나 같아도 서운하겠다. 그렇게 화들짝 놀라면서 티나게 피했는데. 에휴. 한숨을 푹 내쉬곤 정세운이 떠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터덜터덜 탈의실로 걸어갔다.
겨우겨우 해동시켰던 포뇨를 어떻게 풀어줘야할지 생각이나 해야겠다, 하루종일.
***
까칠한 정치프
W. 냉포뇨
***
"야, 성ㅇㅇ."
"......"
"야 인마, 잘생긴 형님이 부르는데 쳐다도 안 보냐."
"...딸기 라떼?"
"뭐, 뭔 라떼? 설마 사달라는 거 아니지? 나 돈 없어."
"알아 미친놈아. 야, 오전 회진 차트 좀."
"...너 이 병원 일찐이지? 어? 아주 병원 짱 먹었어, 말버릇 하고는."
"동현아. 입. 닫고."
"치..."
입술을 비죽이던 김동현이 곧 차트를 건네주자 아까 정세운이 나한테 했던 것 처럼 김동현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었다. 잘했어, 우리 뽀삐. 하면서 칭찬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고.
아까 회진을 돌면서도 슬슬 정세운의 눈치를 봤는데, 평소처럼 냉동포뇨 상태로 일만 잘 하더라. 나한테도 아무렇지 않게 오더 잘 내리고 딱히 불편해보이지도 않길래 뭐...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별로 서운하지 않았나보다! 그냥 살짝 좀 삐진 정도였나보다! 이정도인 줄.
근데, 회진 끝나고 해산하기 직전에 그게 아니라는 걸 친절하게도 알려주셨다. 냉포뇨는.
'오늘 저녁 수술 끝나고 논문 정리할 게 좀 있으니까, 김동현 선생은 잠깐 내 방으로 와요.'
존나 자연스럽게 나랑 둘이 있을 기회를 김동현에게 넘기는 그 말에 깨달았다. 아. 안 서운한 게 아니라 존나 삐졌구나. 삐진 게 아주 확실하구나. 김동현은 왜 하필 저냐면서 한숨을 푹푹 내쉬며 투덜거렸지만, 나는 정세운의 기분을 어떻게 풀어줘야할지만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 저녁에 정세운 수술 되게 길다던데, 그럼 겁나 예민하고 피곤하겠지...? 갔는데 내쫓으면 어떡하지...? 아냐, 딸기 라떼와 함께라면 내쫓지는 않을지도...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대다가 김동현을 툭툭 치고는 인심쓰듯 입을 열었다.
"야, 이따 포뇨 논문 정리 내가 대신 가줄까?"
"미친, 정말?! 아니, 네가 왜 갑자기..."
"크흠, 뭐 그냥. 너 오늘 저녁 오프니까 누님이 배려 좀 해주는 차원에서."
"고맙긴 한데... 왜 갑자기 착한 척 하고 그래 무섭게..."
"...입 안 닫으면 없던 걸로 한다."
"아니. 사랑한다고. 뽀뽀해줄까?"
"미친놈."
극혐이라는 표정으로 김동현을 바라봐주자 '지도 맨날 뽀뽀해주냐고 하면서...' 라며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못들은 척 했다. 좋아. 일단 정세운이랑 둘이 있을 시간을 만들긴 했는데. 어떤 멘트로 풀어줘야할지는 도저히 모르겠다. 정세운은 해동이 다 된 것 같아도 난 아직 멀었다고... 적응이 안 된단 말이야. 부끄러워서 뒤져버리면 어쩌지.
아직까지 투덜대는 김동현 옆에서 한숨을 푹 내쉬고는 고개를 저었다. 몰라, 이따 생각해야지. 머리아파 죽겠다.
***
똑똑-
"들어오세요."
"저, 치프님..."
저도 모르게 말꼬리를 늘이며 ㅇㅇ가 쭈볏쭈볏 세운의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ㅇㅇ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인지, 세운은 피곤한 듯 눈을 두어번 비비더니 모니터에 시선을 둔 채 입을 열었다.
"거기 소파에 앉아서 자료 찾으면 돼요. 윤 교수님 자료니까 좀 까다로울..."
들어온 사람이 누군지조차 신경을 쓰지 않고 모니터만 빤히 바라보던 세운의 시선이 갑작스레 제 책상 위로 올려진 딸기 라떼로 향했다.
"야, 성ㅇㅇ."
"......"
"야 인마, 잘생긴 형님이 부르는데 쳐다도 안 보냐."
"...딸기 라떼?"
"뭐, 뭔 라떼? 설마 사달라는 거 아니지? 나 돈 없어."
"알아 미친놈아. 야, 오전 회진 차트 좀."
"...너 이 병원 일찐이지? 어? 아주 병원 짱 먹었어, 말버릇 하고는."
"동현아. 입. 닫고."
"치..."
입술을 비죽이던 김동현이 곧 차트를 건네주자 아까 정세운이 나한테 했던 것 처럼 김동현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었다. 잘했어, 우리 뽀삐. 하면서 칭찬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고.
아까 회진을 돌면서도 슬슬 정세운의 눈치를 봤는데, 평소처럼 냉동포뇨 상태로 일만 잘 하더라. 나한테도 아무렇지 않게 오더 잘 내리고 딱히 불편해보이지도 않길래 뭐...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별로 서운하지 않았나보다! 그냥 살짝 좀 삐진 정도였나보다! 이정도인 줄.
근데, 회진 끝나고 해산하기 직전에 그게 아니라는 걸 친절하게도 알려주셨다. 냉포뇨는.
'오늘 저녁 수술 끝나고 논문 정리할 게 좀 있으니까, 김동현 선생은 잠깐 내 방으로 와요.'
존나 자연스럽게 나랑 둘이 있을 기회를 김동현에게 넘기는 그 말에 깨달았다. 아. 안 서운한 게 아니라 존나 삐졌구나. 삐진 게 아주 확실하구나. 김동현은 왜 하필 저냐면서 한숨을 푹푹 내쉬며 투덜거렸지만, 나는 정세운의 기분을 어떻게 풀어줘야할지만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 저녁에 정세운 수술 되게 길다던데, 그럼 겁나 예민하고 피곤하겠지...? 갔는데 내쫓으면 어떡하지...? 아냐, 딸기 라떼와 함께라면 내쫓지는 않을지도...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대다가 김동현을 툭툭 치고는 인심쓰듯 입을 열었다.
"야, 이따 포뇨 논문 정리 내가 대신 가줄까?"
"미친, 정말?! 아니, 네가 왜 갑자기..."
"크흠, 뭐 그냥. 너 오늘 저녁 오프니까 누님이 배려 좀 해주는 차원에서."
"고맙긴 한데... 왜 갑자기 착한 척 하고 그래 무섭게..."
"...입 안 닫으면 없던 걸로 한다."
"아니. 사랑한다고. 뽀뽀해줄까?"
"미친놈."
극혐이라는 표정으로 김동현을 바라봐주자 '지도 맨날 뽀뽀해주냐고 하면서...' 라며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못들은 척 했다. 좋아. 일단 정세운이랑 둘이 있을 시간을 만들긴 했는데. 어떤 멘트로 풀어줘야할지는 도저히 모르겠다. 정세운은 해동이 다 된 것 같아도 난 아직 멀었다고... 적응이 안 된단 말이야. 부끄러워서 뒤져버리면 어쩌지.
아직까지 투덜대는 김동현 옆에서 한숨을 푹 내쉬고는 고개를 저었다. 몰라, 이따 생각해야지. 머리아파 죽겠다.
***
똑똑-
"들어오세요."
"저, 치프님..."
저도 모르게 말꼬리를 늘이며 ㅇㅇ가 쭈볏쭈볏 세운의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ㅇㅇ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인지, 세운은 피곤한 듯 눈을 두어번 비비더니 모니터에 시선을 둔 채 입을 열었다.
"거기 소파에 앉아서 자료 찾으면 돼요. 윤 교수님 자료니까 좀 까다로울..."
들어온 사람이 누군지조차 신경을 쓰지 않고 모니터만 빤히 바라보던 세운의 시선이 갑작스레 제 책상 위로 올려진 딸기 라떼로 향했다.
"야, 성ㅇㅇ."
"......"
"야 인마, 잘생긴 형님이 부르는데 쳐다도 안 보냐."
"...딸기 라떼?"
"뭐, 뭔 라떼? 설마 사달라는 거 아니지? 나 돈 없어."
"알아 미친놈아. 야, 오전 회진 차트 좀."
"...너 이 병원 일찐이지? 어? 아주 병원 짱 먹었어, 말버릇 하고는."
"동현아. 입. 닫고."
"치..."
입술을 비죽이던 김동현이 곧 차트를 건네주자 아까 정세운이 나한테 했던 것 처럼 김동현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었다. 잘했어, 우리 뽀삐. 하면서 칭찬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고.
아까 회진을 돌면서도 슬슬 정세운의 눈치를 봤는데, 평소처럼 냉동포뇨 상태로 일만 잘 하더라. 나한테도 아무렇지 않게 오더 잘 내리고 딱히 불편해보이지도 않길래 뭐...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별로 서운하지 않았나보다! 그냥 살짝 좀 삐진 정도였나보다! 이정도인 줄.
근데, 회진 끝나고 해산하기 직전에 그게 아니라는 걸 친절하게도 알려주셨다. 냉포뇨는.
'오늘 저녁 수술 끝나고 논문 정리할 게 좀 있으니까, 김동현 선생은 잠깐 내 방으로 와요.'
존나 자연스럽게 나랑 둘이 있을 기회를 김동현에게 넘기는 그 말에 깨달았다. 아. 안 서운한 게 아니라 존나 삐졌구나. 삐진 게 아주 확실하구나. 김동현은 왜 하필 저냐면서 한숨을 푹푹 내쉬며 투덜거렸지만, 나는 정세운의 기분을 어떻게 풀어줘야할지만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 저녁에 정세운 수술 되게 길다던데, 그럼 겁나 예민하고 피곤하겠지...? 갔는데 내쫓으면 어떡하지...? 아냐, 딸기 라떼와 함께라면 내쫓지는 않을지도...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대다가 김동현을 툭툭 치고는 인심쓰듯 입을 열었다.
"야, 이따 포뇨 논문 정리 내가 대신 가줄까?"
"미친, 정말?! 아니, 네가 왜 갑자기..."
"크흠, 뭐 그냥. 너 오늘 저녁 오프니까 누님이 배려 좀 해주는 차원에서."
"고맙긴 한데... 왜 갑자기 착한 척 하고 그래 무섭게..."
"...입 안 닫으면 없던 걸로 한다."
"아니. 사랑한다고. 뽀뽀해줄까?"
"미친놈."
극혐이라는 표정으로 김동현을 바라봐주자 '지도 맨날 뽀뽀해주냐고 하면서...' 라며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못들은 척 했다. 좋아. 일단 정세운이랑 둘이 있을 시간을 만들긴 했는데. 어떤 멘트로 풀어줘야할지는 도저히 모르겠다. 정세운은 해동이 다 된 것 같아도 난 아직 멀었다고... 적응이 안 된단 말이야. 부끄러워서 뒤져버리면 어쩌지.
아직까지 투덜대는 김동현 옆에서 한숨을 푹 내쉬고는 고개를 저었다. 몰라, 이따 생각해야지. 머리아파 죽겠다.
***
똑똑-
"들어오세요."
"저, 치프님..."
저도 모르게 말꼬리를 늘이며 ㅇㅇ가 쭈볏쭈볏 세운의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ㅇㅇ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인지, 세운은 피곤한 듯 눈을 두어번 비비더니 모니터에 시선을 둔 채 입을 열었다.
"거기 소파에 앉아서 자료 찾으면 돼요. 윤 교수님 자료니까 좀 까다로울..."
들어온 사람이 누군지조차 신경을 쓰지 않고 모니터만 빤히 바라보던 세운의 시선이 갑작스레 제 책상 위로 올려진 딸기 라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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