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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백도] 괴물을 보았다 01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고 밖으로 나섰다. 물론 두껍지 않은 얇은 외투를 하나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가을이 오려 하니까. 아니나 다를까, 아파트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한 줄기 바람이 머리칼을 한 차례 헤집고 지나갔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조금 쌀쌀한 바람이 얇은 옷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나도 모르게 한기를 느끼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바람이 파고드는 느낌. 분명 운동화가 그리 얇지는 않을 건데 말이다. 

그 녀석에 대한 의문점들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채워나갔다. 하나를 생각하면 두 개가, 다른 의문점을 생각하면 또 다른 하나가 머릿속에서 비눗방울처럼 퐁퐁 떠올랐다. 아버지가 경찰이셔서 그런지 그 녀석에 대한 집착은 누구보다도 강했다. 항상 힘들게 일하시는 아버지를 돕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렇게 비눗방울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던 중, 그 비눗방울들을 한 번에 터뜨려버리는 날카로운 벨 소리가 울렸다.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만나자고. 늦은 시간인데 괜찮으냐고 물었다-그녀의 부모님은 상당히 엄격하셨다. 다행스럽게도, 그녀의 부모님은 오늘 집에 계시지 않다고 하셨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얼굴에 홍조를 가득 띄었다. 늦은 시간에 만나는 건 거의 처음이라 그런지 가로등에 비친 그녀의 표정이 한껏 들떠 보였다. 




"조심히 들어가. 요즘 위험하니까 빨리 들어가야 한다, 알았지?"

"응, 나도 알어. 너도 빨리 가. 들어갈게!"


세 시간은 됐으려나. 오랜만의 데이트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밤은 더 깊어졌다. 그렇게 그녀의 집 근처까지 바래다주고서는 뒤를 돌았다. 운동화 앞머리를 돌려 느릿하게 걸었다. 또다시 몸속을 파고드는 바람에 무의식적으로 두 손을 외투 주머니 안으로 찔러 넣었다. 어? 무언가 낯선 것이 손에 잡혔다. 휴대폰. 여성스러운 케이스가 씌워진 휴대폰이 손에 잡혔다. 휴대폰 케이스 끝에 조그맣게 그려진 귀여운 캐릭터를 보고 눈앞에 그녀의 미소 띤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다시 운동화 앞머리를 반대 방향으로 돌렸다.


끝없는 스케치북에 먹물을 흩뿌려놓은 듯 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흔히 서예에 쓰는 청량한 향기가 나는 먹물이 아닌, 어디에선가 한 방울 한 방울씩 떨어지는 답답한 먹물을 뿌려놓은 듯 새까만 하늘. 짙다. 옆의 골목길처럼 짙고 까만 하늘. 그때였다. 옆의 작은 골목길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라기 보다는, 사람의 소리. 목소리가 들렸다. 왠지 모를 수상한 느낌에 가까이 다가갔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숨을 죽였다. 왜? 나도 모른다. 그저 머릿속에서 시키는 대로 행동했다. 골목은 비좁고, 불쾌하고, 어두웠다. 블랙홀처럼. 블랙홀에 빨려 들어갈까 봐 무섭지만, 블랙홀의 비밀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어 위험한 걸 알면서도 욕망에 사로잡힌 듯, 그렇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게 왜 혼자 남았어, 응?"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사람의 실루엣이 어렴풋이 보였다. 한 사람은 차가운 시멘트 벽에 기대어 구부정한 자세로 서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바닥에 누워 있었다. 순간 직감했다. 침을 삼켰다. 몸을 더 움츠렸다. 



"뭐야 놔두고 왔나."


등 뒤로 한 줄기 땀이 흘렀다. 그토록 기다리던 순간인데, 아무것도 하지를 못했다. 아니, 몸이 제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래서, 겁쟁이처럼 더욱 숨을 죽이고 몸을 웅크렸다. 그 상태로 얼마나 있었을까, 발이 지렸다. 그래서 발을 살짝 옆으로 틀었다. 

부시럭-

발 옆에 있던 빈 과자 비닐봉지를 밟아버렸다. 평소에는 작고 사소한 소리였지만, 이런 순간에 부시럭하는 소리가 난다는 것은 곧 큰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을 알았다. 남자가 고개를 내 쪽으로 틀었다. 등 뒤로 또 한 줄기의 땀이 흘렀다. 땀 흘러내리는 소리마저 들릴까, 숨 쉬는 소리마저 들릴까, 숨을 참았다. 다행히도 남자는 잘못들었다고 생각했는지 시선을 돌렸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이 풀렸는지 다시끔 다리가 저려왔다. 무의식적으로 발을 옆으로 틀어버렸다. 

부시럭-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이번에는 틀렸다. 남자가 나를 봤을까.




"뭐야...?"



불행하게도, 남자의 눈이 나를 봤다. 남자의 얼굴이 보이진 않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남자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고.
그리고, 달빛이 비치는 아래, 남자의 옆에 누워있는 사람은, 그녀라고.








-





백현은 잊을 수 없었다. 그 조그만 남자의 형체가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렸다. 새까만 머리카락, 크고 둥그런 눈, 흰 피부. 그 오목조목한 얼굴이 백현의 뇌리를 스쳤다.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백현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백현은 곰곰이 생각했다. 여자의 목을 조를 때? 여자의 뒤를 따라갈 때? 여자가 살려달라고 울면서 빌 때?

"아니야, 아니야."

그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기분이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느낌. 딱히 이러한 기분이다,라고 단정 지을 수 없었다. 백현은 알 수 없는 답답함에 신경질적으로 컴퓨터 전원을 켰다.



백현은 정신병을 앓고 있었다. 겉으로는 아주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머릿속은 보통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른, 그런 정신병. 백현은 흔히 말하는, 사이코패스였다. 백현은 사이코패스 중에도 사람을 죽일 때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사이코패스였다. 죄책감을 느끼긴 커녕, 오히려 쾌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백현에게도 어젯밤부터 알 수 없는 느낌이 피어났다. 그 작은 남자를 본 후부터.

불이 꺼진 어두컴컴한 방에 컴퓨터 모니터만이 환하게 빛났다. 그 앞에서 백현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마우스 휠을 거칠게 돌렸다. 모니터를 보고 있던 중 시종일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던 백현의 표정이 갑작스레 변했다. 백현의 입꼬리가 말려올라갔다.


"찾았다."


거칠게 마우스 휠을 돌리던 손가락을 멈추고 마우스를 천천히 움직여, 모니터의 글자에 고정시켰다. 백현의 눈도 그 글자에 고정되었다. 마치 무언가 재밌는 것을 발견한 듯, 백현이 소리 없이 웃었다.






"도경수, 23세, 경영학과, 카페 아르바이트."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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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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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대박.. 백현이가 싸이코패스라니...와ㅠㅠㅠㅠㅠ잘보고가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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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백현이 무서워ㅠㅠㅠㅠㅠ 경수랑 어떻게 될지 넘 궁금해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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