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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김남길 몬스타엑스 이준혁 강동원 엑소 성찬
l조회 2190l


고된 하루였어, 입버릇이 되어버린 그 말을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샤워도 했고, 과제는 아까 끝마쳤으니 남은건 꿀잠을 자는것이다.
나른한 몸을 이끌고 방문을 열었다.
풍기는 내 방 특유의 달짝지근한 냄새와 함께 편안함이 밀려왔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놓은 탓에 방안 공기가 약간은 서늘했다.
어두컴컴한 방 안으로 발걸음을 내딛었고, 이내 푹신한 감촉이 느껴졌다.
침대는 여느때처럼 푹신하고 포근했다. 새 침대라서 어제까지만해도 새 물건 특유의 향이 났었는데 그것도 어느새 동화된듯,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것같이 익숙했다.
그것에 내 몸을 맡겼다. 정확히는 맡기려했다.
내 볼에 닿은 뜨거운 것은 누군가의 숨결이 분명했고, 혼자 쓰기엔 좀 넓었던 침대는 비좁았다.
순간 밀려온 공포에 참고 있던 숨을 들이킨 순간 바질향이 코끝이 저릿해질 만큼 풍겨왔다.


[B.A.P/힘찬] 환절기 (上) | 인스티즈


어둠에 익숙해지지않아 무거운 눈을 돌려 옆을 봤을 때 보인 흐릿한 형체는 녀석인 것 같았다.
열린 창문 사이로 네온사인 불빛이 비추었고, 남자치고는 이상할정도로 희멀건 녀석의 얼굴이 드러났다.
간간히 부는 바람은 녀석의 머릿결을 흔들어놓았고, 차츰 익숙해지는 바질향에 나는 쥐죽은 듯 녀석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평소의 냉소적이고도 완벽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매우. 희미하게 보이는 녀석은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 날보다도 더 위태로워보였고,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호 본능을 자극했다.


여긴 대체 어떻게 온걸까. 하필이면 이 시점에.


예고없이 들이닥친 누군가에게 내가 이토록 관대한 적이 있던가.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절대 아니였다. 하물며 전 남자친구가 서프라이즈라며 집을 무작정 찾아왔을 때에도 나는 그에게 조금 화를 냈었다.
가로등 불빛이 방안으로 새어들어왔고, 자세히 들여다본 녀석의 얼굴에는 크고작은 생채기들이 나있었다. 조용히 이불을 걷어내고는 창문을 닫았다.
그리고 자주 넘어지는 탓에 갖고 다니던 약을 찾으려 가방을 뒤적였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



정신을 차리자마자 온몸이 저려왔다. 일단 허리가 끊어질듯 아팠다.
이렇게 딱딱한 바닥에서도 어쩜 그렇게 잘 퍼잤는지. 아무래도 피로가 쌓인 모양이였다. 오늘은 토요일이니 어디 가지말고 집에서 푹 잠이나 자야지.
기지개를 피며 어질러진 이불-, 아 잠시만.
그제서야 어제의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꿈인줄 알고 망각하던 그것은 내 눈으로 똑똑히 보이는 현실이였다.
녀석은 내 침대위에 태평하게 누워있었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야 일어나!"


역시나 꼼짝도 하지않았다. 내 동생보다도 징한 철면피새끼. 너가 어딜가겠어.
궁시렁대며 녀석을 깨우는 것은 뒤로 한 채, 가방을 챙기던 나는 오늘이 휴일이라는 것을 깨닫았다. 어제저녁 부모님은 제사라며 집에 들어오지 않으셨다는 것 또한.
발각되지않은 것을 조상신님께 감사드리며 침대위에 올라가 녀석의 어깨를 흔들었다.
부모님은 내일쯤 오실예정이였고, 모처럼 찾아온 이 휴일을 녀석에게 얽매여 보낼 수는 없었다.


"일어나라,"


말을 마치기도전, 머리가 아찔할 정도로 녀석의 체취가 온몸에 감겨왔고 싫지않은 온기가 몸에 퍼졌다.


"아 진짜 시끄럽네. 들키면 어쩌려고."


허, 참. 이 말이 내 집에 무단 침입한 네가 할 말이야?
헛웃음을 삼키면서도 예전과 같은 모습, 목소리에 한시름을 놓았다.
그것도 잠깐. 아직도 나를 구속하고있는 녀석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힘에 바쳐서인지 얼굴은 금새 뜨거워졌고, 녀석은 그런 나를 더 꽉 끌어안았다.


"좀 더 자. 나 피곤해."
"저리가, 이 변태,"


새끼. 새끼. 마음속으로는 수천번도 외쳤던 말이 잘 나오지가 않았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간 밤보다 녀석의 냄새는 덜 했지만, 하필이면 크게 나 있는 창문 때문에 들어온 햇빛은 녀석의 얼굴을 더욱 선명하게 비추었고 덕분에 나는 녀석을 피할 수 없었다.
아둥바둥하며 녀석을 밀어낸 나는 기껏 갠 이불을 던졌다.


"바닥에서 자던가, 나가던가. 니 마음 대로 해!"


큰 소리가 날 정도로 문을 세게 닫은 나는 화장실로 향했다.
녀석이 없는 세상도 살아갈만 했다. 그저 어릴 때 앓은 홍역이라 생각했다. 그 때도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났다 사라진 녀석이였으니.
 얼마나됬다고 다시 익숙해지는 걸까.
부정을 할 수 없었다. 맞는건 맞는것이였고, 나는 녀석이 반가웠다.
그래, 이걸로 만족하자.
그렇게 화장실을 나가던 내 얼굴이 밝았던가.

대충의 예의는 갖춘 후 방안에 들어섰다.
왠지모르게 문고리가 뻑뻑한 느낌이 들었다.
녀석은 배게를 끌어 안고는 나를 쳐다봤고, 나는 녀석을 살짝 노려보았다.
이렇게 자연광 아래에서 본 녀석의 얼굴에는 어제보다 생채기가 더 두드러져보였다. 아직도 얇은 피부 탓에 조금만 붉어져도 티가 나는 모양이였다.


"얼굴은 왜 다쳤어."


[B.A.P/힘찬] 환절기 (上) | 인스티즈


내말을 듣곤, 물끄러미 바라보는 녀석이였다.
입을 끝끝내 다물고 있는 녀석에게 다가가 어제 꺼내놓은 연고를 면봉으로 살살 펴발랐다.
혹여나 어제처럼 숨이 닿을까 숨도 참았다.
녀석이 웃었다.
다시 와닿은 숨결에 나도모르게 숨을 들이마셨다.


"걱정해주는거야? 고맙네. 나 그렇게 안챙겨도 되는데."


아, 저놈을 그냥 한대 때릴까. 아니, 한대로는 모자라. 몇년이 지나도 변한게 하나 없을수 있어.
조소를 지은 채 능글거리는 말을 능숙하게 해내는 녀석이였다.
그 모습은 예전과 너무 똑같아 마치 다시 그 때로 돌아간것같다는 착각까지 불러 일으켰다.
다혈질의 대명사인 내가 그 말에 발끈한것은 당연한 것이였고, 나는 녀석에게
누가 너 걱정한대? 챙겨주는 거 아니거든?
이라며 다시 소리를 질렀고, 녀석은 어깨를 으쓱할 뿐이였다.

괜시리 신경질이나서 밴드를 꼭꼭 눌러붙이고는 돌아섰다.


"나가, 밥 먹게."


***



집에서 먹으려니 요리도 못하고, 2인분을 만들다가는 또 의심받을것이 뻔했다.
혹여나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 지름길도 마다하고 몇골목을 돌아서 내가 온 곳은 집에서 가까운 분식점이였다.


"밥을 여기서?"


의외라는듯 나를 쳐다보는 녀석을 무시했다.


"응. 불만있어?"
"하긴. 고등학생 주머니에서 뭘 뜯어먹어."


무심하게 메뉴를 쳐다보다, 김밥을 먹겠다며 손가락으로 툭툭, 메뉴판을 치는 녀석의 모습에 약이 올랐다.


"아 그래, 너 잘났다. 못살아서 죄송하네요."


투덜대며 점원아주머니를 불렀다.
휴대폰으로 친구들과 x톡을 하다 녀석을 문득 쳐다보았다.
이런데 와서 밥을 먹어본 적도 없겠지. 전에 몰래 숨겨줬을 때에도 내가 간간히 간식을 가져왔지만 이런 종류는 아니였으니까.
새삼 나와 다르다는걸 느꼈다.
우리가 [이런 관계] 라는 것도 신기할 지경이지.
가게 밖을 쳐다보던 녀석이 내 쪽으로 시선을 천천히 돌렸다.


"야 변태."


나른한듯 여유로운 녀석의 목소리가 귀에 감겨왔다.
변태? 지금 나 부른거야?
황당함에 어이가 절로 사라져 헛웃음이 나오는 지경이였다. 누가 누구보고 변태라는거지.

"밤에 창문으로 기어들어와서 여자 침대에 누운게 누군데. 주거침입죄로 확 신고해 버린다?"

낮이라 손님은 별로없었지만, 그래도 신경쓰여 녀석에게는 확실히 들릴 정도로만 말했다. 혹시나, 아주 혹시나 벌어질 일을 생각해서.


"나 환자잖아, 아파."


주변 시선은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는 듯 약간은 큰 소리로 말 하는 녀석이였다.
또 저 표정.
예나 지금이나 녀석의 표정은 애시당초 읽을 생각 조차도 할 수 없었다.
흥미롭다는 건지 참으로 여유로운 표정으로 나 아파, 라니. 무슨 환자라는 사람이 저런 표정으로 아프다그래. 병원가봐라 누가 믿나.


" 밤에 아픈 사람 빤히 쳐다보는건 변태 아닌가?"


화를 채 가라 앉히기도 전 녀석의 말에 당황한 것은 내쪽이였다.
밤에..? 설마 깨 있었던 거야?


"누가! 난 너 자는거 안봤거든? 볼게 뭐가 있다고."


발끈해 소리를 질러버렸다.
뭔 멍멍이소리야 이건. 진짜 열올라 죽겠네.
아, 그래 물론 내가 잠깐 보긴했지. 근데 아주 잠깐이였고 빤히쳐다본거 까진 아니였거든.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뻗어 그런 나의 머리를 살짝 눌렀다.

"밥 나왔어."

어쩌면 저런 말을 하고도 뻔뻔하게 밥을 먹는지. 화를 낸 내가 바보가 되는 기분이였다.
작은 스킨십, 아 어쩌면 이건 스킨십 축에도 안들지 몰라. 그래도 이런 행동에 금새 얼굴이 달아올랐다.
녀석의 페이스에 항상 휘말리는건 나였다.
묵묵히 밥을 먹는 녀석이 얄미워, 몇일 챙겨먹지도 않은 밥을 속이 더부룩해질정도로 입에 집어넣었다.
그러는 도중 녀석을 마지막으로 봤던 그때 생각이 났다.
그것도 벌써 몇년전이였더라.

"근데 우리 마지막으로 봤던 날에,"

뜬금없는 내말에 놀라긴 했나보다. 아무리 포커페이스인 녀석이라 해도.
숫가락질을 멈춘 채 손을 고정했다.

"그때 나한테 얼른 크,"
"너 몇살이지?"


말을 끊은 채 나에게 시선을 고정하는 녀석이였다.
왠지 모를 민망함에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녀석은 항상 나에게 말 할 때 눈을 마주쳤고, 나 역시도 그런녀석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열아홉살."


잠시 뜸을 들이던 녀석은 고개를 돌렸다.



사담

반가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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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좋다 ㅜㅜㅜㅜㅜㅜㅜㅜㅜ 다음 편 기대 돼요!!!!
9년 전
비회원31.171
야밤에 이야ㅑ 감사합니다 좋아요 ㅠㅠㅠ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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