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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준이들 살짝 등장시킬게요?
"저...백현아."
"왜."
"....그게...있잖아..."
"뭐가 있는데."
"아니...그게..."
"질질끌지마. 뭐. 빨리 말해."
참을성은 도경수 한정인 변백현은 앞에서 꾸물대는 준면을 대강 훑었다. 준면은 불같은 변백현의 성질을 아는터라 빨리 말을 꺼내고 싶은데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백현이 곧 미련없이 그런 자신을 지나쳐 대기실에 들어서려는 모습에 준면은 재빠르게 백현의 팔을 잡았다.
"누가 오기로 했어!"
"그래서."
"그게...누가 오기로 했는데..."
"근데."
"걔가 혼자 오거든...그래서..."
"그래서 뭐."
"내말은..."
"존나 한번에 좀 말할 수 없냐."
"여기 일본에서 혼자 뭐하겠어 걔가..그래서 말인데...어차피 경수도 혼자 있ㄱ...백현아!!"
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기실로 들어가버린 백현의 모습에 준면은 크게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저럴까봐 어제부터 말할 기회만 엿보다가 전전긍긍한건데...어제 아침, 상쾌하게 눈을 뜬 준면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전화가 걸려왔다. 그건 바로 김준면의 오만방자 썸남 오세훈. 나 내일 일본가여. 왜오냐는 당황스런 물음에 세훈은 간단히 답하고 끊었다.
왜냐니. 너 보고싶으니까여.
준면은 눈을 한번 질끈 감았다 떴다. 진짜...아주 성가시게 하는데에는 도가 텄다니까. 준면은 다시 대기실로 들어가 경수의 옆에 앉은 백현의 앞에 섰다. 휴대폰 게임에 열을 올리는 경수의 옆에서 입으로 스킬을 전수하느라 앞에 준면이 온지도 모르는 둘을 향해 준면이 헛기침을 했다. 흠. 흠.
"백현아. 이렇게?"
"아니-거기서 쭉 가다가 점프해야지."
"어..어..어!!진짜야!!나 먹었어!!"
"잘하네 우리 도경수."
"나 이제 52위야!!"
"...뭐? 미친. 박찬열이 40윈데? 내놔봐."
"ㅇ..어?"
"내마누라가 저런 병신보다 순위가 낮다니."
40위나 52위나...둘 다 병신같은건 마찬가진거 같은데...준면은 저의 존재를 한번 더 알리고자 조금 더 크게 헛기침을 했다. 크흠! 크흠! 그제서야 경수가 고개를 들고 준면에게 맹하게 웃어보였다.
"어! 준면아! 왜? 너도 게임할래?"
아니...난 그거 이미 1위 찍고 그만둔지가 언젠데...준면은 썩은 미소를 억지로 참은채 경수의 휴대폰을 잡고 박찬열의 순위를 뛰어넘으려고 용쓰는 백현을 힐끗 바라봤다. 왠일로 도경수한테 말거는데 가만히 있나 했더니 아주 제대로 집중을 하셨구만. 도경수를 움직이면 변백현은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준면은 절대적인 이치를 이미 깨우친지 오래였다.
"아니..그게 아니고...심심하지 않아 경수야?"
"아니? 나 괜찮아!"
아니..너 안괜찮아야 돼..그래야 오세훈을 데리고 온단말이야...
"너 하루종일 대기실에서 심심하잖아."
"아니야! 너네 공연도 보고 백현이가 게임기도 엄청 사줬어!"
지루한 도경수를 위해 게임샵을 털어 온 변백현. 준면은 입술을 감쳐물고 조금 더 경수에게 다가가 경수의 어깨를 손을 얹었다. 변백현이 안볼 때나 가능한 터치.
"경수야. 그래도 같이 게임할 사람이 있으면 덜 심심하지 않겠어?"
"그거야..그렇지만..."
"니가 심심할 것 같아서 내가 누구 한명을 초대했는데..."
"정말?"
"응...어때 경수야?"
"누군데..? 내가 모르는 사람이야?"
낯가림의 킹 오브 킹 도경수답게 경계어린 눈으로 저를 쳐다보는 모습에도 준면은 보살과도 같은 미소를 띄우고 말했다.
"아니 너 아는 사람이야. 오세훈이라고 이번에 우리 소속사로 이적한 앤데 너도 저번에 같이 촬영했다며."
"아-그 오미자들 오세훈?"
"응. 괜찮지 경수야? 걔 게임도 되게 잘하고 애기도 좋아해서 타오랑도 잘 놀아줄걸?"
오세훈이 게임에 관심이 많은지 야동에 관심이 많은지 김준면은 전혀 모를뿐더러 애기를 좋아한다는 사실 역시 사실무근이었으나 김준면은 상관하지 않고 마구 내뱉었다.
"정말? 그럼 나도 좋지-"
"야. 도경수 봐. 너 24위 됐어."
"와 진짜!"
"니 서방 존나 짱이지."
"응. 백현이 너 존나 짱이야."
"욕하지 말라고 했어 안했어."
"니가 먼저 존나 짱인지 아닌지 물어봤잖아."
"내가 그렇게 물어봐도 넌 욕하지마."
"왜! 너는 맨날 하면서 나는 왜 하면 안되는데!"
"우리 도경수는 예쁘니까 예쁜 말만 해야지."
미친 니가 태양이냐. 내가 바람펴도 넌 절대 피지마 베이베? 나는 욕해도 넌 절대 하지마 베이베? 백현은 가슴속에 태양 선배님을 소환한 준면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제서야 준면을 발견하고 떨떠름히 표정을 굳혔다.
"넌 또 뭐."
"백현아! 오늘 세훈이 온대!"
"...뭐?"
"준면이가 초대했대. 게임도 되게 잘한대. 재밌겠지?"
"그새끼를 여기 왜부르냐."
"너는 싫어 백현아..?"
"...대기실에서 많이 심심하냐 우리 도경수."
"아니이...괜찮은데...그래도..게임도 같이 하고오...그럼...좋으니까..."
준면은 승리를 확신했다.
"..그래..우리 도경수가 좋으면."
"진짜 사람이 절라 많네여."
"그래. 많지."
"칭찬 안해여 나?"
"칭찬을 왜 해?"
"내가 선배님을 보려고 일본까지 날아왔잖아여."
"......"
"존나 변백현선배 같지않나여?"
"......."
"표정이 왜그래여."
"..너 백현이 따라하고 싶어서 왔지."
"그리고 선배님도 보려고 왔지."
"또 말 똑바로 안하지."
"깐깐하기는."
"아무튼. 너 대기실에서 경수랑 잘 놀아야된다."
"그 선배가 무슨 앤가여."
"너 백현이한테 잘보이고 싶지."
"네. 진짜 변백현 선배 존멋."
"그럼 경수한테 잘해."
"네?"
"경수한테 잘보이면 변백현은 게임끝이야."
준면은 단지 세훈이 백현의 눈밖에 나지 않을정도의 팁을 준 것뿐이었다.
저의 썸남 오세훈이 어떤 사고를 가진 사람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김준면의 과오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