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랜더 증후군*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늙지 않는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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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그를 괴물이라 불렀다.
괴물로 부르지 않는 사람들은 인간이 아니라 칭했다.
나 역시 그를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
그를 처음 봤을 때,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는 한결같았기 때문에.
그를 처음 만났을 때는 내가 갓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였다.
작은 꽃집을 운영하고 있던 그에게 어버이날을 맞아 카네이션을 사러 갔었다.
빨갛고 작은 카네이션 두 송이와 서비스라며 쿠키를 건네주던 그는
생기넘치는 흔한 동네 꽃집 청년이었다.
그 후로도 기념일만 되면 그 꽃집을 찾았다.
그와 나는 형 동생 사이가 될 만큼 가까워졌고,
고민상담은 물론 그의 집에도 놀러가는 사이가 되었다.
그런 그를 이상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내가 대학에 입학한 후였다.
동네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근거가 아주 없지도 않았다.
내 기억에도 그는 처음봤을 때와 단 하나도 변하지 않았으니까.
내가 키가 크고 체형도 변하고, 청소년티를 벗고 청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젊은 꽃집 청년이었다.
"형은 왜 늙지도 않아?"
장난식으로 던진 말에 순간적으로 그의 표정이 굳었다가 풀어졌다.
"야 관리를 잘하니까 이정도지. 너 잘못하다가 훅간다?"
어느 정도 이해를 하려고 했다.
자기 관리를 꾸준히 잘 하는 사람이라서, 그래서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는 내가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할 때까지도 달라지지 않았다.
처음 봤을 때보다 무려 16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를 처음 봤을 때의 내 마음도 변하지 않았다.
"솔직히 얘기해줘."
그의 집에서 어느 정도 술이 들어갔을 때 얘기를 꺼냈다.
"몇 살이야?"
그는 나에게 처음 봤을 때 스무살이라 했었다.
현재는 서른 여섯살이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이십대 초중반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내가 형으로 보일 만큼.
그는 당황한 듯 했지만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혁아"
그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넌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믿어줄거지? 다른 사람들처럼 날 이상하게 보지 않을거지?"
그는 내가 반평생이 넘도록 바라본 사람이다.
내 정체성에 혼란이 와 여자친구를 사귀면서도 바라본 사람이다.
답답하면서도 그의 옆에 있기 위해 나의 마음을 숨겼었다.
그런 그가 울고 있다.
"나도 내가 이상해. 나도 내가 괴물같아."
우는 그를 달랠 수가 없었다.
그가 울며 던진 지갑의 신분증은 그가 현재 오십줄을 바라본다는 숫자가 쓰여있었다.
그는 약 삼십년 전부터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의 얼굴은 스물 한 살 때의 모습이라고 했다.
그를 이해해야만 했다.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마음에 담은 유일한 사람이었으니까.
몇 년 후,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우울증 때문이라고 했다.
나도 그와 같은 길을 걷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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