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네게
w.백소
: 8 :
마주할 용기가 없어 거짓말을 치게 된다는 건
01
안무 연습 들어가려고 아침 일찍 일어나 샤워하고 나와 바로 옷 갈아입고 있는데, 항상 보이던 손목시계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간 걸까, 싶으며 주변을 열심히 찾고 있는데 문득 어제 헬스장에서 운동 끝나고 나오면서 미처 가져오지 못한 것 같았다.
아씨, 거리며 서둘러 현관으로 나와 신발을 신고 곧장 헬스장으로 향했다.
헬스장에 도착하자마자 카운터로 걸어가 시계의 행방에 대해 물었다.
다행히도 어떤 남자가 시계를 발견하고 맡겨놨었다. 빙긋 웃으며 시계를 받고 인사를 하며 나가려는데, 문득 여주가 생각났다.
전에 정국이와 태형이 말을 들으니까 여주도 여기서 운동한다고 하던데.. 정말 있을까 궁금해져서 잠시 안에 들어갔다가 금방 나온다고 하고 들어갔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며 여주를 찾고 있는데, 러닝머신을 타고 열심히 운동 중인 모습이 포착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웃음을 지은 채 가까이 다가가려는데 그런 여주의 곁으로 한 남자가 다가왔다.
그 모습에 잠시 조금 떨어져 그들의 대화가 들릴 정도의 거리에서 지켜봤다.
처음에 엿들었던 대화는 누가 봐도 여주의 번호를 따갈 것처럼 말하는 남자였다.
꼬시는 건가? 싶어서 미간을 찡긋거리며 계속해서 듣고 있는데, 어이없게도 듣다 보니 화가 나서 표정이 굳었다.
따지듯 말하는 남자의 말에 점점 여주의 머리를 숙여갔고, 주위에 많지 않은 수의 운동하는 사람들도 어느새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잠시 뒤를 힐끗 보던 남자의 시선을 따라가니 그의 친구들인 듯 연신 비웃고 있는 모습의 두 남자가 보였다.
다시 여주를 보니 주먹을 꽉 쥔 채 부들부들 떨리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화가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꼈다.
더는 지켜볼 수만은 없어 남자를 향해 고개를 숙이려는 여주의 어깨를 잡고 몸을 돌려 안았다.
그러자 움찔거리는 여주가 느껴졌지만 아랑곳 안 한 채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 되게 어이가 없네요. "
" 뭡니까? "
" 전 여기 있는 예쁜이 오빠 되는 사람입니다. "
" 예쁜이… 오빠? "
내 말에 뭐가 웃긴 것인지 웃으며 나와 여주를 번갈아보는 남자다.
그때 꿈틀대며 품에서 나오려는 여주가 느껴져 안고 있던 손을 풀어 놔줬다.
하지만 손목은 여전히 꽉 잡은 채 놔주지 않았다.
왠지 옆에 네 편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그런 내 마음이 닿을지 안 닿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손은 놔주지 않았다.
" 뭐… 여자친구? "
" 안 들린 건가요, 못 들은 건가요? 오빠라고 했잖아요. "
" 저, 오빠. 그러지 마요… "
그러지 말라며 손목을 잡고 있는 내 손을 반대 손으로 살며시 잡는 여주를 보다가 다시 시선을 들어 남자를 노려봤다.
그런 남자의 뒤에 어느새 붙은 두 남자였다.
그걸 남자도 눈치챈 건지 갑자기 의기양양한 모습이 되는 남자였다.
" 도대체 뭐가 어이가 없다는 겁니까? "
" 듣자 하니까 화가 나더라고요. 제 동생이 그쪽한테 피해 준거 있던가요? "
" 피해? 피해야 많죠. 나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한테? "
" 도대체 어떤 큰 피해를 줬기에 이렇게 사람을 대놓고 쪽을 주시나. "
내 말에 피식 웃으며 여주를 흘겨보더니 뒤에 있던 친구들과 함께 웃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날 보는 남자다.
" 이유가 간단하죠. 네 동생이 여기서 운동한다는 자체? "
" … "
" 어차피 운동해도 빠질 살이 아닌 것 같던데 왜 그렇게 열심인지. 차라리 수술을 시켜주시던가. "
" … "
" 아, 말실수했네? 저 몸은 수술을 하면 도중에 죽나? 하하하. "
" 야. "
뭐가 그리 웃긴지 미치게 웃던 남자를 노려보며 목소리를 낮춰 불렀다. 그러자 웃던 남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더니 야? 라며 되물었다.
" 야라고 했냐? 너 지금 나한테 반말했어? "
" 반말은 네가 먼저 하고 있었어. "
" 이야, 역시 요즘 어린놈은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
주먹을 들어 내 얼굴에 그대로 꽂으려던 남자의 손을 피하지 않고 맞으려는데, 이상하게 퍽 소리가 들렸는데 나는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옆에서 신음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여주가 자리에 쓰러져있었다.
" …정말 괜찮은데… "
" 괜찮긴 뭐가 괜찮아! 아씨… 얼굴이 이게 뭐야… "
" 아, 안 아파요. "
" 안 아프긴. 거기서 왜 나서 나서긴. 그대로 내가 맞았으면 그 남자 서에 넘길 수도 있었잖아. "
" 아무리 그래도 오빠는 연예인인데 그냥 내버려 둬요? 연예인은 얼굴이 생명인데… "
" 괜찮아 난 남자라서 금방 나아. 하지만 넌 여자면서 대신 왜 맞아? "
" …저 정말 괜찮은데? "
" 김여주. 너 거울 보고 나서 나 그런 얘기해라. "
" 아… 진짜… 하지 마요, 이러다가 파파라치에게 찍히면 어떡해요… "
" 찍히라지. 나중에 기사 나면 동생이라고 당당히 말하면 되지. 사람이 죄짓고 살 수 있어? 솔직함만이 용서의 길이지. "
좀 전에 지민과 남자의 말싸움이 벌어지던 중 자신의 화를 주체 못 하고 바로 주먹을 날려버리는 남자.
그런 남자의 주먹에 피하지 않고 가만히 있던 지민의 앞으로 튀어나가 그대로 내가 맞아버렸다.
크나큰 충격에 몸이 견디지 못하고 그만 중심을 못 잡고 휘청거리는 바람에 자리에 철퍼덕 소리를 내며 쓰러져 버렸다.
맞는 순간 눈앞에 하얀 백지장이 보이더니 쓰러지고 나니 천천히 시야가 보였지만 이상하게 눈알을 주체 못 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눈알에 어지러워 그만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이어 들리는 지민의 외침과 함께 볼에서부터 얼얼함이 느껴져왔다.
내 얼굴을 맞춘 남자와 그의 친구들은 주변 시선을 의식하더니 이내 욕을 내뱉으며 헬스장을 도망치듯 나갔다.
그런 그들을 잡으려는 듯 쫓아가려는 지민의 다리를 붙잡아 자리에 세웠다.
결국 나 때문에 그들을 잡지 못하고 나를 세워 의자에 앉히더니 급하게 어딜 뛰어나가려는 지민이다.
그런 지민을 다시 붙잡고 차라리 여기서 나가자고 말했다. 쪽팔리다고…
그래서 결국 헬스장을 나와 함께 간 곳은 편의점이었다. 편의점에 들어간 지민은 계란을 사갖고 나왔다.
그리고 맞은 얼굴에 계란을 대고 살살 굴려주는 지민이다. 그런 지민의 손에서 계란을 받아들고 내 스스로 돌렸다.
잠시 내 얼굴을 걱정스러운 얼굴로 보더니 약국에 금방 갔다 온다 하고 급하게 주변 약국에 뛰어갔다.
그런 지민을 보며 생각했다.
왜 저렇게 필사적일까. 왜 나 때문에 싸움까지 일어나게 만든 걸까. 맞은 건 오히려 나인데 왜 저렇게 자기가 더 심각하게 행동하는 걸까.
조금 헷갈렸다.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내자고 하더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도가 지나쳤던 것 같다.
친오빠 동생 사이라도 저렇게 행동했을까, 지민은?
잠시 후 약국에서 뛰어나와 내게로 달려온 지민은 약봉지에서 바르는 약을 꺼내 내 얼굴에 살살 바르고 있었다.
그런 지민의 손길을 거부했다. 싫어서가 아니라, 이곳은 공공장소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이런 곳에서 대놓고 이런 행각을 한다면 분명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고, 파파라치에 찍혀 찌라시가 나올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민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이란 이미지에도, 회사에도 큰 타격이 갈 수도 있다.
그래서 서둘러 괜찮다며 지민의 손길을 거부하는데 내게 사람이 죄짓고 살 수가 있냐, 솔직함만이 용서의 길이다.라며 오히려 내 손을 자신이 거부했다. 지민의 고집도 만만치 않게 센 편이라 어쩔 수 없이 내가 포기하고 얌전히 있었다.
그런데 내 볼에 약을 바르는 지민의 손길이 새삼 느껴져왔다. 그러다 점점 마음이 복잡 미묘해져갔다.
왜 이러는 걸까. 이상하게 심장이 새삼 크게 울려오는 것 같았다.
왜지? 슬쩍 시선을 들어 지민의 얼굴을 보는데, 눈이 마주치자 씩 웃어버리는 지민이다. 그 시선에 내가 먼저 피해버렸다.
허공에 마주친 시선에서 설렘이 느껴졌기에…
" 저, 저… 오빠. 그… 오늘부터 안무 연습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
" 어? 아 맞다! 지금 몇 시지? "
" 열시 반이요… "
" 큰일이다, 열시 반까지인데! "
" 늦은 거예요? 혹시 저 때문에… "
" 어? 아냐아냐. 나 때문이지… "
" 하지만 시간이… "
" 내가 헬스장에 깜빡하고 시계 두고 간 원인이 크지. 하지만 뭐, 그래도 덕분에 크로커다일로부터 널 구해낼 수 있었잖아? "
" 크로커다일이요? "
" 응. 아까 그 자식 생긴 거 뭔가 되게 못생긴 악어같이 생기지 않았어? "
" 악… 어? "
지민의 물음에 헬스장에서 봤던 남자의 생김새를 떠올려봤다.
그러고 보니 진짜 악어같이 생겼었네.
그 생각에 풋. 거리며 웃어버렸다.
그러자 앞에서 그치? 그렇지? 라며 되물어오는 지민의 목소리도 들렸다.
" 아. 그래도 어떡하죠… 지금 빨리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
" 가야지. 근데 가서 아까 있던 일 얘기해주면 조금이라도 풀어주실거야. "
헤헤. 거리며 웃는 지민을 보는데 그의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려왔다.
액정을 보는 순간 표정으로부터 드러나는 긴장에 덩달아 나도 긴장이 되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것인지 피식 웃어버리더니 머리를 쓰담는 지민이다.
" 괜찮아, 조금 늦는다고 한 대 맞는 것도 아니고. 그나저나 넌 어쩌냐? "
" 뭐가요? "
" 운동. 할 수 있겠어? "
" 오늘은 집에 가서 줄넘기하면 돼요. 원래 오늘 쉬는 날인데 그래도 운동 나왔던 거라 상관없거든요. "
" 진짜? 대단한 거 아니야? 그래도 무리는 하지 마. "
" 네. 오늘 감사했어요 오빠. 어서 빨리 전화받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끊기겠어요… "
" 아, 으응. 집에 혼자 갈 수 있겠어? "
" 금방 가요. "
" 응, 그래. 나 그럼 지금 빨리 가봐야겠다… "
지민의 다급함이 보이는 표정에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러자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서둘러 전화를 받으며 뛰어가는 지민이다.
그런 지민이 뒷모습을 지켜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설렘, 긴장. 이런 거 때문이 아니라 고민, 걱정 때문에.
02
꾹무룩ㅠㅠㅠㅠ
상상하니까 더 귀여워.....
다음 화에서는요! 들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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