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Gorillaz - Broken
typhoon
*갬갬
15
세훈과 종인은 나란히 씽크대에서 설거지를 하고있다. 'Righteous Brothers - Unchained Melody' 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함께 설거지하는 세훈과 종인의 뒷모습은 마치 영화 '사랑과 영혼(GHOST)'의 한 장면을 연상케했다. 둘은 도자기를 만들고있는것이 아니었지만, 둘의 서로를 쳐다보는 눈빛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기에 충분했다.
"세훈아."
"응."
"나 내일 장보러가는거…"
"안돼."
같이가면안돼? 라고 물으려고했던 종인이 금새 인상을 구겨왔다. 대체 왜 안된다는거야.
"왜?"
"형, 우리 교통사고당했어. 난 아직도 형 밖에 내보내기 불안해."
단호한 세훈의 표정에 종인은 금새 수긍할수밖에없었다. 넓지만 갑갑한 세훈의 집이 마치 새장같이 느껴졌다.
"기억이 돌아오면?"
그릇의 물기를 닦아내던 세훈의 손이 멈칫 했다. 세훈은 종인의 표정을 눈만굴려 슥 찾아보더니, 다시 물기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종인은 고개를 숙인채 골똘히 무언가를 고민하고있는듯 보였다.
"…안돼."
"왜?"
세훈이 거듭 단호한 대답을 하는데도, 종인은 자꾸만 고집을 피우며 질문을 던져왔다. 잠시 느슨해졌던 긴장의 끈이 다시 팽팽해진듯 했다. 종인은 고개를 들어 세훈이 그릇 물기를 닦아내는 모습을 쳐다보았다. 세훈은 종인에게 눈길 조차 주지않고 묵묵히 그릇을 닦아내고 있었다.
"세훈아?"
"안된다고. 말했어."
그릇을 다 닦아낸 세훈이 신경질적으로 부엌 찬장을 닫으며 종인을향해 삼백안을 치켜 떴다. 세훈은 왜 과거 기억에대한 얘기만 나오면 민감하게 구는것일까. 사그라들었던 의문감이 다시 들기 시작한 종인은 뒷목을 감싸쥐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꺾어댔다. 어색해진 분위기에 세훈이 먼저 발을옮겨 계단을 올랐다. 가슴이 갑갑해진 종인이 탁자서랍에서 담배를 꺼내물었다. 그 전부터 간간히 피워왔던것인지 탁자서랍엔 같은종류의 담배가 6갑이나 더 있었다. 종인은 쇼파에 누워 담배를 피워댔다. 계단을 다 올라 2층 복도에 있던 세훈이 담배냄새를 맡았는지 다시 내려와 종인에게서 담배를 뺏어들었다.
"피지마."
명령조로 단호히 내뱉은 세훈의 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은 종인이 슬슬 짜증이 났는지 가까워진 세훈의 얼굴에 연기를 뿜어댔다. 덕분에 얼굴에 직접적으로 잿빛연기를 뒤집어쓰게된 세훈이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종인을 내려다보았다. 종인은 지지않으려고 누운채 세훈의 눈을 부라렸다.
"담배도 하나 맘대로 못피워? 내가 고딩이야?"
"…."
여전히 불쾌한 표정으로 종인을 내려다보는 세훈의 눈빛이 차가웠다.
"다시 한번해봐."
빨간 불빛을 머금은채 세훈의 손가락사이에서 얇은 연기를 일렁이며 타들어가고있는 담배는 점점 짧아져갔다. 종인이 세훈의 손목을 잡아끌어 담배를 깊게 훅 빨아들였다.
"…?"
종인은 몸을 일으켜 세훈의 얼굴가까이 보란듯이 담배연기를 뱉어냈다. 눈을 치켜뜨고있던 세훈의 눈이 벌개지기 시작했다. 세훈의 표정은 무표정하게 굳어 한동안 변화가 없었다. 거실엔 정적이 맴돌았다.
"진짜, 씨발 형."
세훈이 종인의 머리채를 잡아 담뱃불을 눈앞에 가져다대었다. 매캐한 연기가 종인의 눈속으로 자꾸만 들어가 눈물이 맺히게했다.
"나 형한테 상처내기싫어."
종인이 인상을 잔뜩 구기며 세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어디한번 해보라는듯한 종인의 표정에 세훈의 손가락에 힘이들어가 부들부들 떨리기시작했다. 세훈은 작게 욕을 읊조리더니, 담뱃불을 재떨이에 비벼끄고선 종인의 머리채를 잡아 쇼파 손잡이에 재차 박아냈다.
"미안하다며, 못믿어서 미안하다며. 씨발 진짜, 사람을 왜이리 못믿는데."
갑작스런 세훈의 과격한 행동에 머리가 정신없이 흔들리는 종인이 세훈의 팔목을 세게 잡아내었다. 종인이라고 세훈에게 악력으로써는 크게 밀리지않았기에, 종인의 머리채에서 세훈의 손이 점차 떨어져나갔다.
"…허?"
종인의 예상치못한 반응에 세훈이 헛웃음을 지었다.
"넌 사랑하는 사람한테 항상 이래?"
눈을 치켜뜬채로 가시를 잔뜩 담아낸 종인의 말에 세훈이 야차처럼 종인에게 올라탔다. 종인은 직감적으로 옷을 벗겨낼것이라 생각해 바지를 움켜쥐었다. 하지만 예상 외로 세훈의 손은 다름 아닌 종인의 목을 감싸쥐어 졸라오기시작했다. 목젖이 강하게 눌리자 토기와 함께 마른기침이 절로나왔다. 켁켁 거리며 세훈의 손을 강하게 맞잡은 두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종인의 얼굴이 터질듯이 벌개져왔다.
"…형은."
"…"
"내 사랑을 자꾸 의심해. 뭔말인지알아?"
목을 졸리고있던 종인이 대답을 제대로 할 수 있을리 없었다. 종인은 여전히 켁켁대며 세훈의 손을 움켜쥘뿐이었다. 의심이아니었다. 종인의 순수한 호기심을 세훈은 자신을 취조한다고 생각했다. 종인은 세훈이 갑자기 왜이러는지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믿을만하면 과격한 행동으로 겁먹게하거나 못믿게만들고, 겁을주고선 언제 그랬냐는듯 다정하게 믿음을 줘온다. 어디까지가 세훈의 진짜 모습일까. 종인이 생각했다.
"다시는 내 사랑에 의문이나 의심가지지마. 그냥 받기만 하면 돼는거야. 알았어?"
"…."
"끄덕거려."
호흡에 한계를 느낀 종인이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세훈은 여전한 무표정으로 종인의 목에감긴 손가락을 때어냈다. 종인이 헛구역질을 해대며 가쁜숨을 몰아 쉬었다. 세훈은 뒤도 돌아보지않은채 다시 계단을 올라 서재로 향했다.
종인은 벌개진 얼굴로 강하게 졸렸던 목을 쓰다듬었다. 괜시리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적응할수없는 세훈의 반응, 자꾸 드는 호감 또는 동정. 종인의 머릿속에서 여러가지의 감정들이 한껏 대비되며 종인을 흔들어 놓았다. 무릎을 세우고 쇼파에 앉아 소리도 못내고 끅끅대는 종인의 어깨가 사시나무 떨리듯 떨려왔다. 뭐가 잘못된걸까, 내가 뭘 잘못한걸까. 종인은 고민해보았다. 세훈은 안정감이없었다. 겉으로는 빙긋 웃으며 종인을 대해주었지만, 하루에도 몇번씩 변하는 그의 태도가 안정감이 없다는것을 증명했다. 한참을 끅끅대며 울고나자, 종인의 휴대전화에 진동이 울렸다.
'내가 너무 심했지. 미안해 형.'
세훈이었다. 종인은 질렸다는듯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다시한번 진동이 울렸다.
'나 때릴래?'
종인은 문득 지금까지 세훈에의한 상처가 외관상으로만 두개나 된다는것을 떠올렸다. 볼에하나, 목에하나. 억울했다. 그리 큰 잘못이라고 한것도없는데, 항상 호되게 당한건 자신쪽이고 세훈이 금방 사과를해오면 잔뜩 겁먹어 괜찮다고 말해왔던것이다. 여태까지 세훈에게 얻어맞은게 몇번인데도 종인은 자각하지못한채로 있었던것이다. 그래, 몇대만 때리자. 몇대만.
'어.'
답장을 보내자 세훈이 서재에서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세훈이 머쓱하게 종인의 눈앞에 서있었다. 또다, 또. 세훈은 다시한번 언제 그랬냐는듯 순한양이 되어있었다.
"진짜, 미안해…. 아니, 미안해요."
종인이 조용히 인상만 찌뿌렸다. 이제 역겨울 지경이었다. 어제부터 세훈의 감정 변화에 녹초가 되버린 종인은 손을 꼭 말아쥐어 힘을주었다. 세훈이 아무말하지않고 달게 받겠다는듯, 종인에게 다가오며 눈을 질끈 감았다.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퍽- 하는 파열음이 거실에 울려퍼졌다. 세훈의 볼이 얼얼하게 부어올랐다.
"형 화 풀릴때까지 때려."
"…."
"내가 미안해서그래. 응?"
"됐어. 관둬."
종인의 손을 붙잡아 자신의 부푼볼에 가져다댄 세훈이 말했다. 종인은 이제 더 이상의 감정소모는 없어야한다고생각했다. 아마 그게 현명한 선택일거라는 생각을 하며 종인은 아무말이 없었다. 세훈역시 분위기를 살피는듯 정적을 이어나갔다. 종인의 목에 붉은자국이 잔뜩이었다. 목이 졸려 생긴 손자국과, 키스마크는 미묘하게 어우러져 세훈의 감정을 한폭의 도화지에 담아놓은듯했다. 종인의 눈동자에 아무것도 비치지않았다. 아마 생각에 잠긴듯했다. 세훈을 싸이코라고생각하며 이 집을 벗어날 생각을 할것이다. 세훈은 가슴한켠이 저릿한 고통을 느꼈다. 그래… 아직 포기하긴 이르지. 세훈은 내일 아침이 밝자마자 종인이 먹을 밥을 챙겨놓고 사직서를 제출하러 서에 갈것이다. 혹시 세희가 종인을 기다리고 있으면 어떡할까 고민되었지만 세희의 감정따위 세훈에겐 조금도 상관이 없었다. 세훈에게 세희는 단지 종인과의 사이를 방해한 방해물이었고, 방해물이고, 방해물일것이다. 그래, 종인이형의 모든것을 삼켜버리자, 방해물마저 삼켜버리면 될것이다. 곧 경찰 김종인은 죽는다. 세훈의 오랜 애인 김종인만 남아있을뿐이다. 둘사이엔 적막한 고요함만이 깔렸다.
*
같은시각, 마약수사팀
"저기요, 종인오빠…, 종인오빠 아직 소식없는건가요?"
"…."
가뜩이나 흰 피부를 가진 한여자가 한껏 창백해진 얼굴로 경찰서안을 배회한다. 평소에 장난도 잘치고 말도 잘했던 사이지만 경찰관들은 면목이없는듯, 조용히 업무만 볼뿐이었다. 마약수사팀의 인원은 눈에 띌정도로 줄었다. 최대한 빨리 빈자리를 충당해야했지만, 언론이 개입되고 사망자가 있어 장례를 치를때까지는 빈자리를 메꾸지않겠다는 경찰측의 배려였다.
"…제발. 제발 누가 대답좀 해달라구요…."
어찌나 울었는지 눈가가 온통 벌개진것도 모르고 여자의 눈시울이 또다시 붉어지기 시작했다. 빈자리 많은 마약수사팀은 확실히 가라앉아있었다. 모두가 묵묵히 사무를 볼뿐, 일체의 눈길도 세희에겐 허락되지않았다. 이젠 울음소리도 나지 않는 세희가 소리없이 끅끅대며 털썩 주저앉아 고개를 숙였다. 보다못한 종인의 직속선배이자 마약수사반 반장인 준면이 세희를 일으켜 쇼파에 앉혔다. 그리고 진정하라는듯, 따뜻한 커피를 타다주고선 말없이 컴퓨터로 다가가 다시 업무를보았다. 지극히 사무적인 태도였다. 어쩌면 그 태도가 준면이 할수있는 최대의 배려였을지도 몰랐다. 사람 대 사람으로써 세희를 대했다간, 세희는 한껏 준면을 붙잡고 울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질지도 몰랐다. 사실 준면 역시 믿고싶진않았지만 종인과 세훈이 거의 죽었다고 생각되었다. 흑양파가 원채 문제덩어리에다, 인신매매와 마약밀매는 기본으로 여러가지 악질범죄란 범죄는 다 저지르고다니는 탓에, 혹여나 살았다고 쳐도 어딘가로 팔려나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사실상 내일 아침 마약에 잔뜩 찌든채로 종인과 세훈의 시체가 경찰서로 배달된다쳐도, 그것은 그리 이상한일이 아니었다. 흑양파라면.
"…벌써 저녁시간이네. 뭐 시킬까."
드문드문 들리는 타자소리들과 서류넘기는 소리를 깨고 나온건 준면의 목소리였다. 어색하게 깨어진 정적에 다른 경찰관들이 머쓱하게 대답하며 여러가지 음식메뉴들을 내뱉어냈다. 평소, 평소대로라면 메뉴를 물어봐놓고 한가지 메뉴로 통일하라며 핀잔을 주던 준면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준면이 각자 먹고싶은 음식들을 주문하려 수를 세자, 평소보다 급격하게 줄은 인원에 결국 어쩔수없이 한곳에서 시킬수밖에없었다. 평소에는 주문하기 복잡해서 한가지 메뉴로 통일했지만, 인원이 너무 적어 각자 배달이 오지않는 메뉴들이었다. 준면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평소처럼 말했다.
"따로따로 시키기 귀찮다, 불고기백반으로 통일!"
평소처럼 야유를 날리는 경찰관은 단 하나도 없었다. 단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릴뿐, 분위기는 순식간에 다시 가라앉았다. 백반집에 주문을하는 준면의 목소리가 괴로웠다.
"예, 그냥, 평소처럼. 불고기백반 5개요…."
'평소'라는 말이 준면의 입에 찰싹 달라붙어 무게있게 느껴졌다. 빈자리가 많은 마약수사팀에는 준면을 포함해 4명의 경찰관과, 홀로 훌쩍이는 세희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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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하세요 갬갬입니다!
어제쓴걸 오늘보면 이상하고 고친걸 내일보면 또이상하고ㅠㅠ 고민이많네요
완결이 난 후 텍파나눔을 하게된다면 아마 전체적으로 글을 다듬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ㅠㅠ
한참남았지만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쓰겠습니다!
암호닉
멍뭉변백현
봄나
휴지통
황제몽구
녹개
덧쿠
종이
목선
스젤찡
심키
양말
부족한글 읽어주셔서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돌아오신 멍백,덧쿠,종이,휴지통님 환영해요!!! 항상 좋은 댓글 달아주시는 목선님도 늘 특히 감사드립니다!
다른분들도 얼른 돌아와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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