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닮은 너에게
09. 그대의 발아래
여느 때와 다를 것 하나 없는 날이었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같은 편집실에 틀어박혀 매번 보는 출연진들의 영상을 편집하고, 마찬가지로 같은 시간에 퇴근할 준비를 하는 그런 평범하고 지루한 하루. 딱 하나 특별한 점이 있다면, 평소와는 다른 생각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는 것이었다. 황 작가님은 기어코 내 머릿속 한구석을 차지하고야 말았다. 사실 황 작가님과 관계없는 일을 하면서도 작가님을 떠올리게 된 지는 좀 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간 안간힘을 쓰며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작가님을 밀쳐낸 나의 행동에 대한 최소한의 자존심 때문이랄까? 하지만 작가님의 로맨스 소설을 읽은 뒤 그 소설이 가리키고 있는 사람이 나라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게 된 이후로는 더 이상 스스로의 감정을 외면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까지 속이기엔 작가님에 대한 마음이 너무나도 커져 버렸기 때문에. 하루가 다르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황민현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완벽히 달아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피디님?”
“아, 작가님이시구나. 어쩌죠, 저 오늘은 점심 같이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아니 이젠 제가 여쭤보기 전에 대답부터 하시네. 괜찮아요. 점심 약속 잡으러 온 거 아니니까.”
“아…….”
“책 다 읽어봤나 궁금해서요. 재밌게 읽었어요?”
“……네. 잘 읽었어요. 마지막 장까지 꼼꼼히.”
“어땠어요? 질문이 너무 노골적인가?”
“저도 진짜 대답하고 싶은데, 방송국 복도에서 하기엔 좀 그런 것 같네요.”
“아…….”
“작가님.”
“네?”
“저녁에도 선약 있으세요? 없으시면 저녁 같이 먹죠. 신간 내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을 텐데, 독자로서 한 끼 대접하고 싶어서요. 좋은 책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처음이었다. 황 작가님과 함께 식사를 한 적은 많았지만, 언제나 약속도 작가님이 먼저, 메뉴도 작가님이 직접 정하시기 마련이었으니까. 그럴 때마다 나는 못 이기는 척 식사 자리에 함께하곤 했었다. 속으로는 그렇지 않으면서, 겉으로는 억지로 나온 척, 함께하는 식사 자리가 달갑지 않은 척을 해가며. 예전부터 난 쓸데없이 자존심이 센 것이 문제였다. 그깟 체면이 뭐라고, 고집 한 번 꺾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네? 글을 쓰는 건 제 직업인데 그것 때문에 연주씨한테 밥을 얻어먹는 건 실례죠. 제가 살게요. 읽어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요.”
“제가 이렇게 먼저 말한 적 없었잖아요. 이번만큼은 작가님과 가까운 독자로서 생색 좀 내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까 편하게 생각해요.”
“……알았어요. 대신 다음번에는 무조건 제가 삽니다. 그때 가서 말 바꾸기 없어요.”
“별걱정을 다 하시네. 누가 다음에 같이 밥 먹어준대요? 오늘 몇 시에 만날지나 정해요.”
두근거렸다. 누군가에게 서서히 열리고 있는 듯한 내 마음이 낯설어서, 이런 기분이 너무나도 오랜만이어서. 익숙하지 않은 탓에 두렵기도 했지만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밀려드는 설렘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
“근데 로맨스 소설은 왜 갑자기 쓰기 시작하신 거예요?”
“그냥요. 로맨스도 한 번 써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서요.”
“그럼 원래 로맨스도 쓰실 계획이 있으셨던 거예요?”
“아예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제가 작가 일을 시작할 때부터 장르를 추리에만 한정했던 건 아니었으니까.”
너무나도 평범한 대답이었다. 원래부터 계획하고 있던 로맨스 소설을 쓸 때가 된 것 같아 썼다는 아주 당연하고도 보편적인 대답. 매번 추리소설만 쓰던 작가님께 로맨스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특별한 계기나 특별한 사람이 있다는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아쉽게도.
“그렇구나. 알겠어요.”
“말투가 왜 그래요? 제가 뭐 실수한 거 있나요? 방금 뭐라고 했죠, 제가?”
“없어요, 그런 거. 그냥…… 그렇구나, 싶어서요.”
“달리 기다렸던 대답이라도 있어요? 난 왜 연주씨가 실망한 것처럼 보이지.”
“……작가님 아직도 저 좋아해요?”
그렇지 않다면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더 이상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의 말에, 행동에, 글에 내가 이렇게까지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억울하고 창피할 것 같아서. 작가님의 입에서 나올 대답이 나를 어떠한 무게로 짓누를지조차 알 수 없지만, 그 순간에는 단 하나의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다. 앞으로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 무엇이든 간에, 그의 입에서 그렇다는 대답이 들려오길 기도하는 간절한 마음뿐이었다.
“연주씨는 내가 하는 말들이 다 장난 같아요?”
“그런 거 아니에요. 작가님을 가벼운 사람으로 본 적 없어요. 오히려 나 자신이 너무 가볍고 변덕스러운 사람인 것 같아서 다시 한번 묻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대답을 듣고 나면 제 마음이 조금이나마 무거워질까 싶어서.”
그리고 이어진 그의 대답.
“연주씨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무겁고 진중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내가 좋아해요. 연주씨를 좋아한다는 내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연주씨가 변덕스러운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만큼 신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여러 번 물어도 좋아요. 아직도 못 믿겠다면 앞으로 수십 번을 더 물어봐도 좋아요. 그때마다 제 답은 같을 거예요. 정말 많이 좋아해요.”
― 작가님 나 좋아해요?
― 네. 많이 좋아해요.
따지고 보면 작가님의 첫 고백은 진심보다는 놀림에 가까웠다. 고백이라고 하기에도 어딘가 부족한 순간이었고.
― '좋아한다'는 감정은 여러가지 방면이나 각도, 형태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음식이 좋다든지 어떤 것이 ‘좋다’든가 누군가가 ‘좋다’든가. 그런 '좋아해'라는 감정이 제가 가진 감정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의 말이,
― 볼일 끝났는데.
― 네?
― 줬잖아요, 커피.
― 이거 주려고 부른 거예요?
― 네. 들어보니까 편집실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 힘들다길래, 커피라도 한 잔 마시면서 좀 쉬셨으면 해서요. 막내라 특히 더 힘드실 것 같은데.
그의 행동이,
사랑은 그대의 발아래 숨어있습니다.
숨을 한 번 크게 내쉰 뒤 천천히 걸음을 옮겨보세요.
그대는 사랑할 자격이 충분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의 글이 가려져 있던 그의 진심을 비추는 순간, 나는 마침내 내 눈을 가리고 있던 가짜 사랑의 안대를 벗어 던질 수밖에는 없었다. 그의 내면에 숨어있던 나에 대한 감정은 서툴지만 온전한 사랑이었다. 그가 내게 보여준 따뜻하고 포근한 사랑의 행동들은 사랑을 믿지 않겠노라 큰소리치던 나로 하여금 다시 사랑을 믿어보게 하는 용기를 가져다주기에 충분했다.
“이 정도면 대답이 됐을까요?”
사랑 앞에 여전히 어리석은 나에게 넘치도록 과분한 사람이었다.
“네. 다 먹었으면 일어나요, 우리.”
사랑이 주는 두려움을 모조리 삼켜버릴 것만 같은 용기와 떨림을 가져다주는 사람의 넘치도록 과분한 고백이었다.
***
“다 왔네. 내려요. 나는 연주씨 집 들어가는 거 보고 갈게요.”
“오늘은 작가님도 같이 내려요. 나, 작가님이 집 앞까지 바래다주면 좋겠는데.”
언제나 같은 패턴이었다. 늦게까지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그의 차를 타고 집 앞 골목길에 도착하면, 나는 차에서 내려 두어 개의 주황빛 가로등만이 빛나고 있는 어둡고 긴 골목길을 혼자 걸어가야 했다. 가로등에서 멀어질수록 길어지는 그림자를 보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것도 일상이 된 지 오래였고. 하지만 오늘은 그 골목길을 작가님과 함께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형체뿐인 쓸쓸한 그림자겠지만 그것조차도 하나 보다는 둘이 낫지 않을까 하는 유치한 핑곗거리도 만들어놓기로 했다.
“갑자기 왜요?”
“그냥요. 작가님이 이제는 로맨스 소설을 쓸 때도 되지 않았냐고 한 것처럼, 나도 이 골목을 작가님과 걸어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서.”
“그게 무슨 말이야.”
“같이 걷다 보면, 내 발아래 있던 사랑이 눈에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요.”
“…….”
“내립시다. 걸어요, 같이.”
IU - Loving You cover
하늘은 어두웠고 공기는 차가웠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따뜻하고 편안했다. 그저 해결되지 않은 오랜 숙제 같은 의문만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었을 뿐. 그동안 내가 집까지 걸어가는 모습을 몇 번이나 지켜본 건지, 나보다도 앞장을 서서 걸어가는 작가님을 따라 걸음을 옮기던 나는 결국 제자리에 멈춰 선 채 몇 발자국 앞의 작가님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연주씨? 거기서 뭐 해요. 늦었는데 집 들어가야지.”
“궁금한 게 또 생겨버렸는데, 전에 작가님이 허락 맡지 말고 그냥 물어보라고 했으니 바로 물어볼게요.”
“알았어요. 이번에는 뭐가 궁금한데요?”
“작가님 말대로, 사랑이 정말 제 발아래 있을까요?”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사랑이라는 막연한 감정이 발아래 있을 리 없다는 것쯤은 뻔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고 싶어졌다. 사랑이 정말로 나의 발아래 숨어있다면, 천천히 걸음을 옮겨 그 대단한 사랑이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오르는 모습을 함께 지켜보고 싶은 사람이 생겨버렸으니까.
“당연하죠. 지금도 연주씨 발아래 있는 거 내 눈에는 보이는데.”
“그러면요, 내가 여기서 발을 떼면, 발아래 숨어있던 사랑이 다시 내 앞에 나타날까요?”
“……네. 연주씨가 용기를 내서 한 걸음만 뗄 수 있다면요.”
“그럼 내가 여기서 작가님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작가님은 나를 받아줄 자신 있어요?”
“…….”
“내 사랑은 발아래 숨어버린 지 조금 오래돼서 발을 떼자마자 저 멀리 날아가 버릴지도 모르는데.”
걷는 방법을 알고 있는 모든 아기들이 쉬이 발걸음을 떼는 것은 아니다. 수학 문제의 공식을 알고 있다고 해서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게 아니듯이. 나는 분명 발걸음을 떼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동안 부정해오던 사랑이라는 감정을 직면한 지금,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부모님의 이혼과 사랑했던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로 인해 두꺼워진 두려움의 벽을 허물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까지는 생각보다 큰 망설임이 동반했다.
“연주씨의 사랑이 날아버리지 않게, 내가 꼭 잡고 있을게요.”
나를 가로막고 있던 두려움의 벽이 허물어지는 순간,
“다시는 어디에도 숨지 못하게, 내가 놓치지 않고 잡고 있을 테니까-”
언젠가 내가 허물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겁만 잔뜩 먹은 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있던 나 대신 다른 누군가가 그 벽을 허물어가던 순간, 나는 두려움의 벽으로부터 천천히 손을 떼고는 고마운 그 사람을 향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여전히 위태롭고 불안정한 나지만,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던 이 벽을 무너뜨린 황민현이라는 사람이 휘청이는 나를 붙잡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뭘 어떻게 하면 돼요?”
어느새 가까워진 작가님의 두 눈을 바라보며 건넨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의 허리를 끌어당겨 제 품에 나를 가둬버리는 작가님의 손길이 느껴졌다. 따뜻하고 향기로웠다. 며칠째 나를 괴롭히던 수많은 고민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을 만큼, 그에게 다가가기가 왜 이렇게까지 어려웠을까 하는 생각이 몽실몽실 피어오를 만큼.
“아무것도 안 해도 돼요. 여기까지 와 준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우니까, 우선은 그냥 안겨있어요.”
“잘 한 선택이 맞을까요? 자꾸만 나 같은 사람은 사랑을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그 책 대충 읽지 말라고 했을 텐데.“
“대충 안 읽었어요. 한 글자라도 놓치기 싫어서 정독했단 말이야.”
“그런데 왜 자꾸 그런 걱정을 해요. 혹시라도 못 알아들었을까 봐 맨 마지막에 대놓고 써놨잖아요. 연주씨 사랑할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라고.”
“주어가 왜 나예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지.”
“연주씨는 독자 아니에요? 그리고 그렇게까지 정독을 했으면 알 텐데, 이거 연주씨를 위한 책이라는 거.”
작가님이 새 로맨스 소설을 쓰고 있다는 것을 나에게 말하지 않았던 이유, 소설의 설정에 대한 나의 질문에 작가님이 속 시원히 답하지 못했던 이유, 그리고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시도 때도 없이 헷갈리고 흔들렸던 이유.
“……내 착각인 줄 알았는데.”
“착각을 할 게 따로 있지. 연주씨가 아니면 내가 뭐 때문에 잘 쓰지 못하는 로맨스 소설을 써요.”
“또 궁금한 거 있어요.”
“말해요.”
“나 언제까지 이러고 안겨있어요?”
“싫으면 나와도 되는데. 많이 불편했……”
안겨있기 싫다는 말이 아니었는데 이렇게 무작정 팔을 빼 버리면, 내가 다시 안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조금만 더 안겨있어도 되나 궁금해서. 그냥 이러고 있어요, 우리. 얼굴 안 보이니까 말도 술술 나오고 좋네.”
“그러면 말해줘요.”
“뭘요?”
“나 언제부터 좋아했어요?”
”그건 나중을 대비해 대답 안 할래요.”
”나중 없는데? 나 오늘 밤새 이러고 있을 건데요?“
여전히 알 수 없는 사람인 건 분명하다. 언제부터 이렇게 능청맞은 사람이었던가. 시크하고 담백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내 판단이 이번에도 빗겨나간 모양이다. 그렇다고 내 마음이 달라졌다는 건 아니고. 사실 나는 조금 능글맞은 사람을 더 좋아하거든.
“그렇다면 뭐, 말해줘도 상관없겠네요. 내가 하도 스스로 부정을 해서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선배 싸인 심부름 한 날? 그때 작가님이 처음으로 나한테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엄청 설렜는데, 그때.”
“그땐 장난하지 말라고 그렇게 정색을 하더니.”
“누구는 이렇게 될 줄 알았나.”
“이제 나 집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은데.”
“나는 상관없는데, 나 전부터 좋아했다고 말한 거 부끄러워서 나 쳐다볼 수 있겠어요?”
“아 맞다. 그것 때문에 안 되겠네. 어쩔 수 없이 더 안겨있어야겠어요. 괜찮죠?”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그리고 그에게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나니 그 무엇도 두렵거나 무섭지 않았다. 그저 편안했다. 처음부터 이 사람에게 모든 걸 의지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나의 모든 것을 맡길 수 있을 것처럼.
“미치겠네. 원래 이렇게 귀여운 사람이었어요?”
“지금 이거 놀리는 거 맞죠.”
“놀리는 거 아닌데.”
“부끄러워도 잠깐만 참고 이제 나 좀 봐봐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작가님의 얼굴을 마주하니, 어느새 장난기를 거둔 깊고 진지한 눈빛만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나한테 와 줘서 고마워요. 용기 낸 거 후회 안 하게 내가 잘 할게.”
“아까부터 슬쩍슬쩍 말을 놓는데, 불공평해요, 이거. 그러다 나도 확 반말하는 수가 있어.”
“……진짜 고마워요. 정말로.”
오히려 고마운 쪽은 나지. 누구 덕에 사랑을 다시 믿어보게 됐는데.
“알았어요. 부끄러워서 일부러 말 돌린 건데 눈치 하나는 진짜 없어요, 그죠?”
“알았으면 됐어요. 얼른 들어가요. 들어가서 연락하고.”
“원래 구속이 심한 편이에요? 그럼 좀 곤란한데.”
“연주씨가 하지 말라면 안 할게요. 더 좋아하는 쪽이 맞춰야지 별수 있나.”
“누가 더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아요. 내 마음 멋대로 가늠하지 말아요.”
“그럼 그것도 안 할게요. 서로 맞춰가기로 해요.”
“좋아요. 서로 맞춰가자는 것도, 작가님도.”
“응?”
“좋아한다고요.”
결국 이번에도 작가님이 옳았다. 그대의 발아래. 자취를 감춘 줄로만 알았던 사랑이 숨어있는 곳은, 등잔 밑보다도 어두운, 나의 발아래였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예."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예."
"나는 절대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예."
"조만간 가을이겠지요. 추우니까, 안아줘요."
- 이영도, 폴라리스 랩소디 中
+ 드디어! 황 작가를 향한 연주의 마음이 활짝 열렸습니다 여러분☺
++ 오랜 기다림 끝에 사랑의 결실이 맺어진 화라 그런지 오늘따라 보고 싶은 분들이 많네요,, 혹시 제가 독자님을 잊지 않았을까 하여 댓글 남기시는 걸 망설이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주저하지 말고 인사를 건네 주세요! 글을 올린 지 하루 뒤든 한 달 뒤든 독자님들이 찾아와만 주신다면 저는 행복할 겁니다💕
+++ 암호닉 신청에 대한 질문을 꾸준히 받고 있는데, 암호닉은 댓글에서 편하게 신청 가능합니다:) 따로 기한을 두고 있지 않으니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