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록 콜록
나는 먼지가 뽀얗게 쌓인 창고로 들어갔다.
너도 이제 독립하고 결혼도 했으니까 주말에 집에 와서 창고에 있는 니 물건 다 가져가라, 안 오면 다 버릴 줄 알아!
오랜만에 전화가 온 어머니께서 대뜸 창고를 정리를 하려는데 내 물건 때문에 할 수가 없다며
집에서 나가 에전에 독립한 놈이 왜 자기 물건도 안 가져갔냐며 빨리 가져가라며 득달같이 화를 내셨다.
어머니의 불같은 호령에 오랜만에 내 물건이 잔뜩 쌓여있는 창고로 들어갔다.
콜록 콜록
한동안 부모님께서 창고 청소를 안 하셨는지 물건을 슬쩍 슬쩍 움직일 때마다 마치 물건이 담배를 피는 냥 먼지를 토해냈다.
햇빛에 비치는 나풀나풀 거리며 떠다니는 먼지를 손으로 치워내며 창고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갔다.
계속 일어나는 먼지 때문에 눈이며 코며 입이며 먼지가 곳곳으로 들어가는 느낌에
소매를 쭉 늘려서 코와 입을 막고 물건에 파묻히는 듯이 점점 안으로 들어갔다.
콜록 콜록
아니 이게 무슨 고대 유적지 파헤치는 것도 아니고 뭐 이리 먼지가 많아.
투덜투덜 거리며 발을 옮기는데 딱딱한 무언가에 새끼발가락을 찧었다.
악!!!! 이런 씨!!!
저릿저릿하며 올라오는 고통에 털썩 주저앉아 새끼발가락을 움켜잡았다.
아 진짜 아파... 씨...
찔끔찔끔 눈물까지 나오는 아픔에 도대체 무슨 물건이길래 이렇게 아프지 하면서 물건을 쳐다보니
내가 고등학생 때 쓰던 물건들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상자였다.
와... 엄마는 이런 것도 안 버리고 있었네.
아픔도 잊은 채 상자 옆에 앉아 고등학생 때 썼던 책이며 공책을 보니
짝꿍과 수업시간에 몰래 책에다 낙서와 대화,
우리나라 위인이며 해외의 위인 얼굴에 요상한 그림을 그린 것을 보며 그동안 잊고 있었던 고등학생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런 낙서할 시간에 글자 하나라도 보면 인생이 달라졌을 텐데,
이건 또 뭐야, 와 나 우리나라 위인 얼굴에 낙서가지 한 거야? 완전 무개념이었구만...
하면 혀를 쯧쯧 차고 있다, 뭐 다른 게 또 없나 하며 상자를 뒤적거리자 두껍고 딱딱한 책이 잡혔다.
2005 52회 서울 도화고등학교
라고 쓰여있는 나의 졸업앨범 이었다.
추억 곱씹기엔 졸업앨범만한 게 없지 라는 생각을 하며 가죽커버로 되어있는 두꺼운 앞표지를 넘겼다.
아, 짤랑이다, 예전에 짤랑이한테 졸라게 맞았는데 이 선생님 지금은 뭐하나.
어, 김종대다. 김종대는 예나 지금이나 입 꼬리 올라간 거는 똑같네.
야, 이씨, 와 초딩 때 비하면 박찬열 이 새끼는 진짜 달라졌네, 얘는 정변이 아니지 정변이면 얘는 씹돼지지 씹돼지.
지금보다 앳된 모습이 담기어져있는 계속 졸업앨범을 넘기는데 졸업앨범 속에 어떤 사진이 끼어져있었다.
이건 뭐지? 하며 사진을 들어서 보니 나와 한 남자애가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고 해맑게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이 사진 속에 나와 같이 어깨동무를 하며 웃고 있는 이 아이의 이름은....
도경수
이 아이의 이름은 도경수, 도경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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