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너 꺼지? 라며 무표정으로 나에게 음담패설이 가득 써있는 설문지를 건네는 도경수에 나는 오히려 그 설문지를 발견한 도경수보다 더 당황했다. 어? 어어... 그거 내꺼야... 어... 찾아줘서 고마워... 라는 병신같은 대답을 하면서 땀이 축축하게 배긴 손으로 설문지를 받아들었다. 도경수는 얼빠진 표정으로 설문지를 가져가는 나를 보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가벼워진 책상을 살짝들어 안을 본 다음 자신의 책을 넣기 시작했다. 아 씨발, 초장부터 피 봤다.
아 씨발, 존나 쪽팔려. 첫 인상이 국어책에 낙서하고 여자 알몸이나 그리고 다니는 얘 같잖아. 아씨, 나는 그걸 또 왜 못 버린 거야, 썅. 김종대, 이게 가 너 때문이야. 니가 존나 내가 뭐 하나라도 버릴라치면 계속 딴지걸어서 그렇잖아. 이 김종대 이 개새끼야.
뭐어~ 니가 소중한 거라며~ 그래서 내가 소중한 거 안 버리게 해줄려고 친절하게 버리지 말라고 말해준 거 아니야~ 나한테 고마워해야지~
아까 알몸그림 사건 때문에 박찬열은 쪽팔린다며 평소에는 걸신들린 것마냥 먹던 급식을 앞에 두고 두 손으로 이마를 집은 박찬열의 모습을 보곤 김종대가 또 놀리자, 갑자기 박찬열은 자기 식판에 있는 소세지 볶음을 입에 우겨넣더니 김종대 식판에 있는 소세지를 숟가락으로 퍼가 으득으득 씹어 먹었다. 자기 소세지를 사수하지 못한 김종대는 아! 박찬열 이 개새끼야! 라고 소리 지르다, 박찬열이 소세지를 또 가져가려고 하자 박찬열의 얼굴은 손으로 막아 눌러대며 젓가락으로 박찬열의 숟가락을 치워대기 바빴다.
아! 박찬열 이 속 좁은 새끼야! 그거 좀 놀렸다고 소세지 존나 뺏어먹냐? 이 존나 먹성 좋은 새끼야! 아, 그만하라고!!
결국엔 소세지를 하나 더 뺏어먹은 박찬열은 승리의 미소를 지어보이며 밥을 입에 넣었다. 그 모습을 본 김종대는 악!!! 이러면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내 식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소세지를 빛과 같은 속도로 입에 집어넣었다.
변백현 이 존나 치사한 새끼.
라고 말하는 김종대를 보면서 박찬열처럼 씩 웃어주자 김종대는 아! 짜증나아~ 이러면서 입에 밥을 넣었다. 그렇게 밥을 한참 먹고있는 도중 박찬열이 국을 떠 먹으면서 야, 근데 너 전학생한테 급식 실 어딘지는 말해줬냐? 걔 지금 친구도 없어서 밥 혼자 먹을 텐데. 우리가 같이 먹어 줘야하지 않아? 박찬열의 말을 듣고 나는 입을 벌리고 들고 있는 숟가락을 떨어뜨렸다. 아, 씨발. 이란 생각과 함께 먹던 식판을 남겨두고 도경수가 있을 2학년 1반으로 달려갔다.
하아, 하아, 으... 씨발...
1층에서 3층으로 단숨에 올라오니, 비지땀이 관자놀이를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숙이고 있던 허리를 피고 땀을 팔로 닦으며 반 앞으로 오니, 익숙한 내 자리 옆에 도경수가 엎드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도경수에게 서서히 다가가니 고개를 옆으로 하고 눈을 감고 있는 도경수의 모습이 보였다.
얘가 자는 건가? 아, 이걸 깨워야 돼, 말아야 돼. 라는 고민을 하다 나중에 배가 고플 도경수를 생각하니 일단 깨우는 게 낫겠다 라는 생각으로 도경수의 팔뚝을 잡고 살살 흔들었다.
야, 야, 도경수. 일어나. 야, 밥 먹어야지.
도경수는 계속 내가 팔을 흔드는 통에 으으음 거리면서 미간을 좁히다 눈을 떴다. 야, 도경수 밥 먹어야지. 나의 말에 도경수는 미간을 좁힌 채 일어났다.
야, 너는 급식실 어디 있는지 모르면 그냥 나한테 같이 먹자고 하면 되지 왜 그냥 가만히 있냐?
내가 물어보기도 전에 니가 니 친구들하고 뛰어갔잖아.
도경수에 말에 나는 적잖치 않게 당황했다. 그러고 보니 뒤에서 저기 라고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었던 것 같기도...
도경수는 얼빠진 내 얼굴을 보더니 한 숨을 쉬며 시계를 쳐다봤다.
학교에 매점은 없어? 이미 점심 먹을 시간도 없어 보이는데.
매점? 어... 있지, 있어. 1층 급식 실 근처에... 근데 지금 먹을 거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아무것도 안 먹는 것 보단 낫잖아. 너 밥도 다 못 먹고 뛰어온 것 같은데 같이 가자, 내가 너 것도 사줄게.
도경수는 내 팔을 잡고 교실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나보고 앞장서라며 내 팔을 놓고 나와 나란히 걸었다. 아, 씨발 앞으로 얘랑 같이 다녀야 되는데 처음부터 이미지 완전 구리네. 야한 그림에 급식 먹으러 날짐승 같이 뛰어가다니... 하... 변백현 너 진짜 왜 그러냐. 이렇게 속으로 한탄을 하고 있을 무련 매점에 도착했다. 매점 근처에는 사람들이 무슨 물고기 떼 마냥 많았다. 씨발 이 새끼들은 점심을 처먹고도 배가 고프나. 오랜만에 모세의 기적 한번 해야겠네.
야, 도경수 너 여기 잠깐만 있어.
뭐? 야!!
뒤에서 나를 부르는 도경수의 외침을 뒤로 하고 나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빵이 있는 코너의 사람들 사이를 뚫고 앞으로 나아가 대충 보이는 빵 두 개를 집었다. 아줌마!! 여기 계산이요!!
사람들 사이에서 겨우 빠져나와 도경수에게 빵을 건넸다. 근데 내가 사온 빵이 뭐지? 하고 보니 둘 다 뻑뻑해서 음료수나 물 없이 잘 못 먹는 소보로빵이었다. 씨발 이거 싫어하는 사람들도 꽤 있던데, 아 집어도 왜 하필 이거냐. 라는 온갖 생각을 하고 있는 도중에 도경수는 내 손에 있는 소보로빵을 가져가더니 포장지를 뜯고 크게 한 입 물었다.
나 소보로빵 좋아하니까 그렇게 눈치 안 봐도 돼. 그나저나 내가 사준다고 했는데 니가 사줬네. 나중에 매점가면 내가 사 줄게. 무튼 고맙다. 빨리 안 가면 종치겠다.
도경수는 빵을 한 입 더 크게 물며 뒤돌아 앞으로 걸어갔다. 나는 도경수의 뒷모습을 보다 도경수와 같이 소보로빵을 한 입 크게 물고 도경수와 반을 향해 걸어 나갔다.
제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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