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입술 떼고 오빠 얼굴을 봤어.
기분이 되게 묘하더라....
오빠랑 만난게 행복한데, 좋긴한데... 마냥 좋은 느낌은 또 아니였음.
그래, 좀 무서웠나봐.
다시 시작하는게.
난 멍청하게 그 자리를 도망치듯 뛰쳐나왔어.
사랑해, 나도 사랑해.
이 말 한마디만 해주고 올 걸 후회도 했는데
내가 못잊고 지냈단 걸 오빠가 알게되면 붙잡을까봐.
진짜 부족한데 나는, 아직 다시 만날정도로 용기있지도 않았는데 다시 만나자 하면.
난 그 상황이 두려웠어.
오빠도 그냥 나 보내주더라.
그날 저녁 오빠한테 카톡이 옴
[여주야, 내가 하고싶었던 말은 첫공 때 다 했어.]
[우리, 다시 만나자.]
카톡 보자마자 멍하게 십오분은 쳐다보고 있었음.
엄청나게 많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가.
오빠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도 알고 내 마음은 1년 살면서 뼈저리게 더 잘알고.
그런데도 오빠가 먼저 내밀어준 손을 덥석 잡을 수가 없었어.
한시간동안 머리 싸매고 고민하다 답장했어.
[오빠, 오빠는 좋은 사람이야. 좋은 남자고.]
오빠도 전전긍긍 기다렸나봐. 바로 칼답장.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건 사랑밖에 없다. 진심으로.]
[난, 그래서 무서워. 오빠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 지 알아서.]
[......너는]
[........아직도 난 네게 미결이야?]
가슴이 철렁했다.
오빠가 저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줄 전혀 몰랐어.
또 한참 머리 싸매다가.
[.......오빠,]
[오빠는 좋은 사람이야.]
이런 나라서 미안해....
아직은, 나 용기가 안나.
오빠의 손을 잡을 그 작은 용기 조차 없어.
미안해, 오빠
다음 날 종대한테 카톡이 와있었어.
[너 진짜 나쁘다.]
그리고 사진도 하나 보냄.
번점 포토존이 진짜 예뻤거든?
칠판배경에는 분필로 글씨도 쓸 수 있었어.
난 회전문 돌면서 진짜 자잘한거 자주 썼었음 ㅋㅋㅋㅋ
- 준면오빠, 오늘은 보지 말자.
- 오빠랑 처음 만났을 때 생각나. 회전문ㅋㅋ
- 종대야 니가 고생이 많다.
- 준면 오빠, 보고싶다. 오늘 오빠 안옴
이런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구석진데다가 깨알같은 글씨로 나만 알아보게 써놨단 말이야
근데 종대가 보내준 사진에는 거기에 답장이 적혀있었어
- 준면오빠, 오늘은 보지 말자. (오늘 봤잖아)
- 오빠랑 처음 만났을 때 생각나. 회전문ㅋㅋ (나도)
- 종대야 니가 고생이 많다. (ㅋㅋㅋ)
- 준면 오빠, 보고싶다. 오늘 오빠 안 옴 (보고싶어. 오늘은 너가 안왔어,)
누구겠음?
준면오빠 글씨....
그 넓은 칠판과 덕지덕지 그려진 낙서에서 내가 쓴 글을 어떻게 찾아내서 저렇게 적어놨는지.
멍충한 나년은 그 사진보고 또 울었다ㅋㅋㅋㅋㅋㅋ
종대한테 전화함
기다렸다는 듯 다이얼 두번도 안가서 받더라.
"너 진짜 나쁜여자야."
"....... 미안해."
"나 말고 우리 형."
"할 말 없어."
"우리 형 어제 담배 피웠잖아.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길래 그래?"
"..........뭐?"
오빠 담배 절대 안피우는데,
"형 일년이 어떻게 지나갔는데, 공연도 안보고.
내가 계속 작품 올려도 안왔단 말이야. 니 생각난다고."
"오빠가 담배를 피워?"
"아무튼, 너 큰 실수했다."
이 말하고 전화 끊었어.
머리가 멍해져서 아무 생각도 안들고 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멍하게 있다가 시간은 흐지부지 지났어.
3월 말, 중간고사 시작할 쯤에 우리학원에 한 학생이 등록을 했는데,
오빠 학교 학생이였어.
그 애가 첫 수업에 날 보더니
"어, 어딘가 익숙한데....."
난 갸우뚱했지ㅋㅋㅋ
"날, 알아?"
"아니요, 선생님 처음봤는데 어디서 한번 본 것 같아서..."
"그냥 지나가면서 봤나보다. 이런 얼굴 흔하잖아."
"아닌데..... 아! 생각났다."
"뭔데?"
"선생님, 김준면 선생님 여자친구!! 맞죠?"
??? ㅋㅋㅋㅋ 나를 알아?ㅋㅋㅋ
"어? 그걸 ...."
"아 기억났다ㅋㅋㅋ 2년전엔가? 저 1학년 때 공연장 갔다가 봤었잖아요!! 기억 안나요?"
"어?"
"와 ㅋㅋㅋㅋ 나 천잰듯 ㅋㅋㅋ 어떻게 기억해냈지?ㅋㅋㅋㅋ 미쳤다 ㅋㅋㅋ 미친기억력이야 ㅋㅋㅋㅋ"
"아닌데."
내가 좀 무섭게 말하긴 했음.... 그 학생 당황;;
"......네?;;"
"여자친구 아니야."
"그럼요? 그때 분명 여자친구라고...."
"수업하자. 나중에 이야기하고."
그렇게 대충 마무리 되는 듯 싶었는데
일요일 마지막 수업 끝나고 나오다가 그 학생이랑 마주침.
날 기다렸어.
"선생님, 저희 준면샘 알긴 알죠?"
"....... 알긴 알지."
"준면샘이 좋아하는 여자, 선생님 맞죠?"
"....어?"
"선생님 소문 은근히 퍼져서 저희학교 공식 나쁜년이예요."
"내가?"
"아, 암튼. 뭐 그런게 있어요. 저 갈게요."
내가 수소문해서 알아보니까 그 학교에 우리 이야기가 비밀스런 소문으로 다 퍼졌더라...
오빠가 한동안 맥없이 다니니까 저번에 페북으로 우리 연애한다고 이야기 퍼진게
준면샘 깨졌다로 바뀌어서 다시 나돌다가 뭐 그렇게 ....ㅇㅇ
[오빠는 좋은 사람이야.]
그냥 사랑해, 한마디면 되는데.
왜 말은 못하겠는지....
매일 밤을 고민하다, 울다를 반복하며 한달을 보냈어.
중간고사 끝나고 평균 90점 넘으면 고기를 쏘기로 약속을 했었어ㅋㅋㅋ
근데 애들이 공부를 엄청 열심히 하는거야
특히 오빠네 학교 학생들이.
결과는 오빠네 학교 학생들이 다 잘봐서 평균 90점을 넘게됨.
고깃집에서 고기 먹다가 내가 이 애들이 너무 기특해서 특별히 선물 하나씩 더 주겠다 했거든?
애들이 망설이더니,
"선생님, 우리 준면샘이랑 한번만 만나주세요."
이렇게 답하는거야....
알고보니 이 친구들은 올해 오빠가 담임맡은 반 아이들이였음.
공연장에서 마주친 아이를 비롯해 5명이 전부 오빠가 3년 내내 가르친 학생이였는데
오빠가 예전같지 않고 생기가 많이 사라졌다면서 자기들이 더 속상하대.
그래서 알겠다고 했어.
대답하자마자 바로 오빠한테 전화 해서 고깃집으로 부르는 고쓰리의 패기ㄷㄷ
그리고 전화 끊자마자 약속한듯이 사라져버리는 치밀함....
그렇게 오빠랑 고깃집에서 (반강제) 데이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민망하게 혼자 남아서 고기굽고 있다가
오빠는 15분? 만에 고깃집 도착했어ㅋㅋㅋㅋ
내가 고기 굽는거 보고 피식- 하고 웃으면서 들어와서 자연스럽게 자기가 내가 들고있던 집게 대신 받아들고 자기가 구움.
뭔가 상황은 내가 먼저 말을 걸어야 할 것 같았음.
"오빠, 좋은 제자를 두었더라."
"응. 3년째. 계속 만나."
"착하지."
"당연하지. 순수해 아이들이."
그리고 나 보더니 또 씨익 웃었어.
"살 많이 빠졌다. 야위었어."
"다이어트 좀 했어."
거짓말.
불판에선 계속 연기 올라오고 치직거리는 소리 들리는 게 거슬리길래 그냥 불 꺼버렸음.
"고기 안먹어?"
"아까 많이 먹었어. 오빠는?"
"난 밥 먹고 왔지."
그렇게 오랜만에 눈 마주쳤어.
여전히 맑은 눈.
내가 스물 일곱이니까 오빠는 벌써 서른이네.
"벌써 오빠 서른이다."
"그러게."
"........오빠,"
"응."
"저번에 카톡 보고 놀랐지?"
"내가 왜 놀라.... 그냥 좀,"
"나 미웠지?"
".......조금."
"나 아직 좋아해?"
"어?"
"오빠는 나 아직 좋아해?"
"........."
"난 오빠 안좋아해."
"........."
"사랑해."
내 말에 눈 동그래지더라.
또 귀여워서 나도 픽 웃었어 ㅋㅋㅋㅋ
진심 내가 인생 살면서 한 말중에 오글거리는 말 top 3안에 든다 ㅋㅋㅋㅋ
"나 일년동안 오빠 단 한순간도 잊은 적 없어. 나도 너무 그리웠고 보고싶었어."
"........."
"종대가 사진 보냈더라? 내가 번점 칠판에 써놓은 글귀에 오빠가 답글 적어놓은거."
"........"
"오빠도 이미 알고 있었지? 내가 오빠 못잊은거."
"........"
허벅지에 손 두번 슥슥 닦고 오빠한테 내밀었어.
"오빠, 나랑 가자. 나랑, 같이 가자."
"......."
"솔직히 이렇게 걸어가다 뭐가 나올지도 모르고 힘들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같이 가자."
한참이나 내 손 보다가 오빠도 내 손 잡았어.
"그래, 가자. 같이."
그렇게 손 잡고 나옴ㅋㅋㅋㅋ
그리고 우리는 고깃집 골목 뒤로 사라지는 그림자 5개를 봤지ㅋㅋㅋㅋ
아무튼, 우리는 우여곡절 끝에 재결합을 하게되었어.
예전처럼 마냥 달콤한 연애는 아니여도 그래도 서로에게 편안함을 주고 행복을 주는
진짜 사랑 있잖아.
고깃집에서 나오고 나서 오빠차 탔어.
새로 이사한 집으로 가는 동안 계속 손잡고 만질만질하고.
새삼 느끼는 건데 오빠 피부 진짜진짜 하얗더라.
그 날 오빠랑 전화통화 하느라 밤 늦게 잤어 ㅋㅋㅋ
난 오후에 출근하니까 괜찮은데 오빠는 어떻게 되었을랑갘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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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얼말럽 (퓨어/화산송이/낯선이/작가님사랑합니다/봄내음/잭프로스트/슈이♥/현수레기/성장통)
암호닉 [암호닉]이렇게 칭하기만 하시면 됩니다.
ㅠㅠㅠ 댓글 하나하나에 힘을 얻고 글을 쓰게 돼요
나중에 뮤지컬용어정리나 작품, 배우 정리랑
해드릴게요!! 아 브금도!!
사랑합니다
모든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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