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나고 고삼들 얼굴 볼일 없을 줄 알았더니
한달도 안돼서 우리 학원 찾아왔음ㅋㅋㅋㅋㅋㅋ
"쌤!! 저희 학교 축제 곧 있으면 하는데 놀러오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축제?ㅋㅋ"
"네!! 저희 이번에 뮤지컬해욬ㅋㅋㅋ 담임선생님 주도로 ㅋㅋㅋㅋㅋㅋ"
"헐 진짜?ㅋㅋㅋㅋ 꼭 가야겠다."
축제날에 가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학생한테 문자가 왔어.
[선생님ㅋㅋㅋㅋ 빨리와요 준면샘 교복입었어요 ㅋㅋㅋㅋㅋ]
그리고 사진이 왔음ㅋㅋㅋㅋ
레알 교복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준면 축 회춘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들끼리 으르렁 춘대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말 듣고 더 꾸미려던거 참고 바로 학교로 달려감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빠 담임반 애들이 나 챙겨줘서 같이 앉아서 관람ㅋㅋㅋㅋ
오빠 보기만 하다가 무대 선 느낌이 어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춤실력은 거기서 거긴데 유독 오빠 파트에서만 소리가 우렁챀ㅋㅋㅋㅋㅋㅋ
온 강당에 굵은 저음의 남학생들 소리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빠 파트 하던 중에 내 옆자리 앉은 애가
"쌤!!!!! 여기 쌤 여친!!!!!!"
이래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
나한테 시선 다 쏠리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쪽팔림)
오빠는 나한테 인사하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쉬는시간에 폰으로 동영상 찍은거 확인하면섴ㅋㅋㅋㅋ
학원아이들이랑 아니까 다른 친구들이랑도 금방 친해지더라 ㅋㅋㅋㅋ
"누나 존예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 선생님 기간제라도 우리학교 와주시면 안돼요?ㅠㅠㅠ"
"ㅠㅠㅠㅠ 맞아요 ㅠㅠ 준면쌤이랑 완전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커플오면 난리나겠다"
"저희 학교 안그래도 남고인데 대부분이 남자쌤이에요ㅠㅠㅠㅠㅠ 것도 늙은 할아버지샘들 ㅠㅠ"
"ㅋㅋㅋ 그래서 준면오빠가 그렇게 좋은거야?"
"당연하죠!! 준면샘 별명이 갓준면이에요ㅋㅋㅋ 준까살 들어보셨어요?ㅋㅋㅋㅋ"
"헐ㅋㅋㅋㅋㅋㅋㅋ"
한참 놀고 있는데도 오빠는 오지 않았음.
그러고 보니까 오빠반 학생들도 몇명 안보이더라.
"어? 왜 학생들이 없어?"
"아, 걔들 2부에 뮤지컬 발표한다고 갔어요 ㅋㅋㅋㅋㅋ"
"ㅋㅋㅋ 누나 대박이예요ㅋㅋㅋㅋ 기대 하셔도 좋음."
불 딱 꺼지고 익숙한 전주가 들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뚬뚬뚬뚬뚬
ㅋㅋㅋㅋㅋ아낰ㅋㅋㅋ 여신님이 보고계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학생들 단체로 군복 맞춰 입고 나와서 노래부르는데
올ㅋ 잘하더라 ㅋㅋㅋㅋㅋㅋ
<누구를 위해>부르고 대사치고 진짜 의외로 엄청 잘하는거야 ㅋㅋㅋㅋ
그리고 중간에 <여신님이 보고계셔>부르는데 성량 쩔bbb
순호 역할 맡은 애는 너무 귀엽고 ㅋㅋㅋㅋㅋ
단체로 <그대가 보시기에> 부르고 갑자기 애들이 "여신님!! 여신님!!"
여신님을 애타게 찾음
.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준면 여신님 분장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피부는 하~얘가지고 순백의 드레스 입고 머리에 꽃달고
진짜....... 존예였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순호 맡은 아이 머리 쓰담쓰담 하면서 엄마미소 짓는데
성스러워서 울뻔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공연 보면 잘 운다고 했잖앜ㅋㅋㅋㅋㅋ)
준멘 준멘이시여 ㅠㅠㅠㅠㅠㅠ
준카엘 ㅠㅠㅠㅠㅠㅠㅠㅠ
<꽃나무 위에> 한소절 부르고 아련아련 향기를 남기고 뮤지컬은 끝났음
난 진심으로 기립박수 쳐줌ㅠㅠㅠㅠㅠ
그렇게 축제 구경 다 하고 가려는데
"누나, 가면 안돼요. 저희 뒷정리."
"이거 학교 전통으로 가위바위보해서 진 선생님반 담임이 강당청소 다 하거든요? 근데 준면샘이 졌어요...."
"도와주세요..ㅠㅠㅠ"
그 말 듣고 주위 둘러 보니까 진짜 다 가는거야
오빠 반만 빼고
애들이 쓰레기 줍길래 나도 얼른 도와줬지.
그 때까진 오빠는 등장하지 않음...... 난 여신님 분장 가까이서 보고싶었는데 ㅠㅠㅠ
40명도 안되는 사람들만 모여서 그 넓은 강당청소를 다 하려니까 힘들더라.
그래도 어느 정도 다 치웠음ㅇㅇ 의지의 한국인ㅋㅋㅋㅋ
"아, 누나, 무대도 치워야 하는데...."
"그래? 내가 가서 치울게."
무대 위로 올라가서 청소하려는데 무대 불이 꺼져있었음
"얘, 이거 불 어떻게 켜? 불 꺼져있어서 청소를 못해."
"아 잠깐만요,"
그래놓고선 강당불이 다 꺼진거야.
나 완전 당황해서 어, 어 하고 있었는데
무대에 불 딱 켜짐.
준면오빠가 무대에 서있었음.
교복입고.
꽃 한 송이 들고.
"어? 오빠."
엄청 반가웠음 ㅠㅠㅠ
오빠는 나 보더니 활짝 웃었어.
"여주야,"
그 때 느낌 딱 옴...ㅇㅇ
아, 설마.
오빠가 꽃 내려놓고 뒤에 숨겨 놓은 보온병 꺼냈어.
작년 수능 날 내가 우연히 오빠 만났을 때 준거.
까맣게 잊고있었음.
"이 보온병 뭔지 알지?"
"아, 응...."
"나 네가 이거 건네준 순간 혼란스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어.
우린 헤어졌지만 아직 날 잊지 않았구나. 너도 나 처럼."
"......."
그 뒤로 빼끔빼끔 피아노 등장하심. (학생들의 검은 그림자ㅋㅋㅋ)
"이게 꼭 네가 내게 준 사랑의 증표같았어. 그래서 이제까지 못준거야."
"......"
오빠가 뚜벅뚜벅 다가와서 보온병 건네줬어.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 그냥 우리 사랑하는 거 다 아니까."
"......."
멍하게 받아들고 오빠 눈 봄.
머리 멍해지면서 심장은 쿵쾅거리고 ㅠㅠㅠ 보온병 들고있는 손은 덜덜 떨리고.
오빠가 눈짓하니까 학생 하나는 피아노치고 한명은 기타침.
<참 예뻐요>
참 예뻐요 내 맘 가져간 사람
참 예뻐요 내 맘 가져간 사람
가을 밤 잠 못드는 사랑 준 사람
꼭 한 번만 웃는 얼굴 보여 준다면
꼭 한 번만 내민 손을 잡아 준다면
보이나요 내 두 눈에 흐르는 눈물
느끼나요 타버릴 것 같은 내 심장
참 예뻐요 나와는 다른 사람
가을 밤 잠 못 드는 사랑 준 사람
짧게 웃고 길게 우는 사랑 준 사람
나와 닮은 사람
난 이 노래 전주 듣자마자 울기 시작했음ㅠㅠㅠㅠ
흔한 마이크 하나 없이 내 귀에 속삭이듯이 노래하는데
강당이 쥐죽은듯이 조용하니까 더 크게 울리는 거 알지...
그 은은한 목소리가 내 마음에 찡 하게 울리면서 속에서 메아리치고
내 손 잡고 부드럽게 만질만질 하면서 '예쁘다, 예쁘다' 해주는데
부끄러워서 고개도 못 들겠고 ㅠㅠㅠㅠㅠ
노래는 진작에 끝났는데 오빠는 아무말도 안하고 기다리고 있었어.
그러더니 조심스럽게 나 품에 안아줌.
그리고 귀에 속삭였어.
"애기야, 울지마. 응? 이렇게 좋은날에 왜 울어...."
"........."
"...... 우리 결혼하자."
난 말없이 그냥 오빠 끌어안았어.
내 눈물이 안멈추는거야 ㅠㅠㅠㅠ
오빠는 그냥 머리 쓰다듬어주면서 기다렸어 계속.
어느정도 진정 되고 오빠한테서 떨어져서 눈 마주침.
그냥 웃으면서 고개 끄덕했어.
오빠도 그제야 환하게 웃으면서 내 눈물 닦아줌.
"그동안 너무 고생많았어. 내 사랑아."
"......... 오빠도."
"사랑해."
"나도 사랑해."
그 때 피아노 쳤던 학생이 조용히 걸어와서 꽃 한송이 건네줌.
기타 친 학생도 와서 하나 주고가고.
그렇게 무대 밑에 있던 아이들도 한명씩 올라와서 나한테 한 송이씩 주고 갔어.
오히려 자기가 우는 아이들도 있더라
마지막으로 오빠가 한송이 줬어.
한아름 가득 꽃이였음.
근데 거기까진 좋았는데 꽃 때문에 오빠 손 조차 잡을 수가 없는거야 ㅋㅋㅋㅋ
오빠도 당황하는 듯 했는데
그냥 내가 꽃 다 내려놓고 (박력있게) 얼굴 잡고 뽀뽀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제서야 숨죽이고 있던 아이들도 환호지르더니
센스있게 무대 불 꺼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꺼진 불 아래서 우린 뜨거운 입술을 나눴지....
오빠도 조심스럽게 하다가 내 뒷목잡고 허리안고 ㅋㅋㅋㅋㅋ
이제 우리 진짜 결혼해.
24살에 만나서 한번의 이별도 겪고, 그리워도 해보고 절실함도 느껴보고
서로에게 서로만큼 사랑할 존재가 없다는 걸, 아니까.
그리고 그 존재가 오빠니까.
내가 사랑하는 김준면이니까.
나 지금 너무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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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얼말럽 (퓨어/화산송이/낯선이/작가님사랑합니다/봄내음/잭프로스트/슈이♥/현수레기/성장통)
ㅠㅠㅠㅠㅠ 드디어 행쇼를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시끄럽게 안하고 쩌는 청혼을 안 갓준면 ㅠㅠㅠㅠㅠㅠ
<여신님이 보고계셔> 관련한 뮤지컬 용어는 다음편에 설명 드릴게요
이번은 <참 예뻐요>로~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