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805254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공지가 닫혀있어요 l 열기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아직도 연락 안 왔어?"

 ".... 응."

 "변백현, 그 새끼 안되겠네. 다음에 귀국하면 나한테 연락해. 한 번 뭐라고 하든지 해야겠어!"
 "......"

 
 가라앉아버린 분위기를 올리기 위해 화가 난 척 과장되게 소리친 종대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찬열의 모습에 입을 일(一)자로 꾹 다물어버렸다. 2주일 째 연락이 없는 애인을 둔 사람치고 찬열의 표정은 무척이나 초연하고 태연했다. 원래 동성애자들은 이렇게 깔끔하게 연애하나? 질투나 걱정 같은 것은 안 하나? 속으로 생각한 종대는 곧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조금 다를 뿐 사람이 사람과 사랑하고 연애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종대는 한 번씩 찬열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이질감을 느꼈다. 여사원과 함께 이야기를 하며 웃고 있는 백현을 보고 있을 때, 지금처럼 오랜 시간 연락이 없을 때. 아무렇지 않은 듯 하늘만 올려다보는 찬열을 보면 둘의 관계가 끊어지지 않고 있는 것에 놀라워하면서도 수긍했다. 어쩌면 둘의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것에는 찬열의 노력이 크게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몰랐다.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찬열이 작게 입을 벌려 소리 냈다.


 "헤어지자고 했어."
 "......"

 
 뒤통수에 무거운 망치라도 맞은 듯 종대는 얼빠진 표정으로 짧은 시간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겨우 정신을 추스른 듯 흠흠 목을 푸는 소리를 내던 종대가 퍽 진지한 표정으로 찬열을 바라봤다. 찬열의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개운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변백현은 그 말 듣고도 아직 연락이 없어?"
 "응."
 "진짜 안 될 놈이네, 그 놈."


 단단히 화가 난 듯 아까와는 비교도 안되는 표정을 지으며 인상을 찌푸린 종대가 곧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당사자도 아닌 자신이 이렇게 화를 내봤자 찬열의 마음만 무겁게 할 뿐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었다. 저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저 속은 이미 썩을 대로 썩어 곪아버렸을 것이 뻔했다.


 "야, 누가 보면 네가 헤어지는 줄 알겠다."
 "......"


 종대의 눈치를 본 듯 어색하게 웃어 보인 찬열이 장난스럽게 말을 건넸다.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려가며 자신의 눈치를 보는 찬열이 애잔해 종대는 자신의 머리를 거칠게 헝클었다.


*


 실연의 아픔은 술로 달래는 거라며 술집으로 향하던 종대를 말리느라 진이 다 빠진 찬열이 힘없이 침대 위로 무너졌다. 평소 청소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찬열답게 방은 이틀 전 입은 셔츠부터 오늘 아침 급하게 벗은 박스티까지 한데 어울려 난장판을 이루고 있었다. 빳빳한 베개에 얼굴을 비비던 찬열이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아직 완전히 헤어진 거 아닌데...  백현에 대한 미련이 담긴 말이었다. 아니라고, 자기는 변백현 없이도 잘 살 수 있다고. 자신을 세뇌했던 것이 무색하게 백현에 대한 찬열의 마음은 그대로였다.
 처음 백현을 보고 느꼈던 감정 그대로. 
 허탈함에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낸 찬열이 마른 세수를 했다. 종대와 함께 있을 때는 느끼지 못 했던 감정이 한 번에 몰려오는 것 같았다. 사실 느끼지 못했다기보다는 외면해왔던 감정이었다. 이래서 혼자 있는게 싫은거야. 혼잣말로 중얼거린 찬열이 침대 옆 탁자 위에 있는 백현의 사진을 바라봤다. 


 '나 보고 싶으면 이 사진이라도 봐.'


 처음 백현이 해외 출장을 갈 때 건넨 말이었다. 유능한 회사원이었던 백현은 해외 출장을 가는 일이 잦았다. 백현의 출장은 짧으면 4일, 길어도 2주 남짓이었다. 직접적으로 백현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찬열은 백현의 출장 기간이 비교적 짧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백현은 아닐지 몰라도 찬열에게 있어 백현의 빈자리는 크게 다가와 그 어떠한 것으로도 대처할 수 없었다. 보고싶다.. 속으로 생각한 찬열은 이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백현에게 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다음 자신의 행동을 제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지금이라도 문자를 통해 헤어지자는 말은 그냥 장난이었어. 신경쓰지마.라고 보내려는 것을 간신히 참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마른 세수를 한 찬열이 고개를 천장 쪽으로 향한 후 이불을 덮었다.



 '나는 잠 잘 때 추운 건 딱 질색이야.'



 처음 백현과 동거를 시작하고 잠자기 전 곱씹듯 내뱉은 백현의 말이 환청으로 들려왔다. 처음에는 이러한 백현의 성질때문에 꽤나 고생해야 했다. 여름에도 보일러를 키고 자는 백현과 달리 찬열은 더위에 약했다. 잠을 자다가도 그 후덥지근한 열기에 결국 베개만 들고 거실로 나가 잠에 들었다. 그렇게 잠을 자다가도 백현이 일어날 시간이 되면 잠에서 깨어나 백현의 옆자리를 차지했다. 일어났을 때 혼자 있는, 그 허무하면서도 뼈에 사무치게 느껴지는 외로움을 백현이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찬열의 바람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 행동도 몇 달이 되지 않아 멈춰버렸다. 잠을 잘 때 느껴지는 그 열기에 점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현이 해외 출장을 다니는 일이 잦아지면서 찬열이 보일러를 키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보일러를 키지 않자 찬열은 잠 잘 때 습관적으로 이불을 누에고치처럼 몸에 둘렀다. 익숙했던 보일러를 키지 않자 몸이 추위를 느끼는 탓이었다. 바람이 들어갈 구멍 하나 없이 완전히 몸을 꽁꽁 싸맨 찬열이 그제야 안심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몸이 편안함을 느끼자 곧 졸음이 몰려왔다. 잠이 든 찬열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조용한 방을 채우기 시작했다.


*


 정오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무겁게 가라앉아있었다.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던 찬열이 생각에 잠긴채 제자리에 서서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주머니 속에서 요란하게 울리는 진동에 겨우 정신을 차린 찬열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어색하게 주머니에 손을 넣어 휴대폰을 꺼낸 찬열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휴대폰 액정 위에 올려진 손가락은 길을 잃은 아이처럼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발신인: 백현]

 볼까, 말까. 눈썹을 찌푸린 찬열이 아까보다 더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토록 기다리던 연락이었는데 이상하게 보고 싶지가 않았다.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누른 찬열이 핸드폰을 주머니 깊숙이 집어넣었다. 백현의 연락은 나중에 보아도 괜찮을 거라며 자신을 다독이는 찬열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찬열이 향한 곳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작은 공원이었다. 감상에 젖은 눈으로 공원을 살피던 찬열이 근처 벤치에 앉았다. 여기도 많이 낡아버렸네. 중얼거리는 찬열의 목소리에 씁쓸함이 가득했다. 이제는 낡아버려 색이 바랜 벤치는 지난 기간동안의 험난함을 대변하고 있었다. 찬열에게 이 공원은 무척이나 의미있는 장소였다. 찬열과 백현이 처음 만난 장소였고, 떨리는 마음으로 백현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던 곳이었다. 그 이후로는 발길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변했을 줄이야.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찬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어째 마음만 점점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

 

 '저기요, 혹시 우체국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



 처음으로 만난 백현은 지금보다 더 앳된 얼굴로 자신에게 길을 물어봤었다. 누구나 한 번씩은 다 겪어봤을 평범한 인연이었다. 그냥 그저 그렇게 스쳐 지나갔을 평범한 인연. 그 인연을 붙잡은 사람은 찬열이었다. 길을 물어보는 백현에게 우체국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한 것도, 감사하면 밥 한 끼 사라며 번호를 따간 것도, 이 공원에서 서툴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 것도, 먼저 다가가는 사람은 항상 찬열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을 고한 사람도. 처음과 끝, 그 모든 것이 찬열이었다. 항상 그래왔듯이 찬열은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은 아까 전 본 하늘보다 더 어두워져 지금 당장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어서 빨리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찬열이 핸드폰을 꺼내 백현의 문자를 확인했다.

 [그래, 헤어지자.]

 그 간단명료한 한마디에 7년간 이어온 아슬아슬한 관계가 끊어졌다. 찬열의 얼굴은 담담하다 못 해 텅 비어있었다. 
 끝. 완전한 끝이었다. 








이 시리즈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찬백] 처음과 끝  4
11년 전

공지사항
없음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마음이아파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ㅜㅜㅜ왜그래백현아...ㅜㅜㅜ 혼자남은찬열이가 안됐네요..ㅜㅜㅜ너무해ㅠㅜㅜ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내가 찬백을 좋아하지만 헤어지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관계를 맺느니 그냥 깔끔하게 헤어지는 게 좋군요.
백현이한테 화가 나네요. 보면서 화났어요. 찬열이 좋은 사람 만날거예요. 백현이는 찬열이를 사랑했을까요?

11년 전
대표 사진
물음
백현이는 찬열이를 좋아했었습니다. 사랑이라고 부르기는 조금 가벼운 감정으로 찬열이를 대했을 거에요. 어쩌다 보니 백현이를 매우 나쁜 녀석으로 만든 것 같네요.(죄책감) 백현이 너무 미워하지 말아주세요;ㅅ;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꿈 꾸세요♥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EXO/찬백] 누가 자꾸 우리집 벨튀함 ㅡㅡ 2683
09.15 17:17 l 코뿔소
[EXO/의리에죽고사는그들] 6대천왕, 그들의 이야기.프롤로그76
09.15 17:09 l 신예음마
인티공식게이? 아직 멀었음 1021
09.15 16:54 l 전효성
[인피니트/야동/열종] Return To The Future 184
09.15 16:46 l 유자차
인티공식게이? 아직 멀었음 924
09.15 16:16 l 전효성
[국대망상/이대훈] ㅇㅇㅇ이 익잡에 고민상담하는글 38
09.15 15:20 l 태권요정
[성용자철] 첫만남 156
09.15 13:44 l 기성용대는사랑이다
[성용자철] LUST _428
09.15 13:26 l 마이구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42
09.15 13:25 l 권방앗간
인티공식게이? 아직 멀었음 846
09.15 13:15 l 전효성
[EXO/찬디] 당신은 나의 상사 0132
09.15 12:14 l 됴미노피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30
09.15 11:19 l 권방앗간
[블락비/범권] Unrequited Love 35
09.15 11:11 l 딸바보
인티공식게이? 아직 멀었음 727
09.15 11:03 l 전효성
인티공식게이? 아직 멀었음 618
09.15 10:38 l 전효성
[국대망상] 너를 위해서♪45
09.15 03:06 l 그린티라떼
[인피니트/현성/사극물] 그 날19
09.15 02:51 l 여우
[인피니트] 네이트온336
09.15 02:41 l 귀엽게 받아주세요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67
09.15 02:29 l 에리히
[EXO/찬백] 누가 자꾸 우리집 벨튀함 ㅡㅡ 2588
09.15 01:09 l 코뿔소
인티공식게이? 아직 멀었음 529
09.15 00:21 l 전효성
아무렇게나 쓰는 글-35. 피노키오14
09.15 00:19 l 불면증
[국대망상/기성용] These are the days of our lives. 350
09.15 00:17 l 너구리
인티공식게이? 아직 멀었음 424
09.14 23:37 l 전효성
[EXO/카세] 기분도 꿀꿀하고 감기 걸린 거 같기도 하고12
09.14 22:55 l 오센
[EXO/됴총] An Emperor Mistres : 제왕의 첩-2-40
09.14 22:53 l 라리아
인티공식게이? 아직 멀었음 310
09.14 22:52 l 인티남


처음이전0710720730742075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2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