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면/징어] 고등학생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1/f/c/1fc8814f637e658355c429f683104954.gif)
그냥 쓰고싶어서 쓰는 글
| 고등학생 |
봄비가 내리는 거리는 한산했다. 생각보다 어두운 서울의 하늘에 너는 엠피쓰리의 볼륨을 높이며 주머니에 손을 꽂아넣었다. 모의고사 결과가 나왔다. 귓가를 울리는 업템포의 노래에 니트의 손목께를 문질렀다. 아까 외운 영단어를 중얼거리며 집에 도착하니 빗소리가 추적추적하게 귓가에 감겨왔다. 1등급이 하나뿐인데. 비밀번호를 치는 손이 발갛게 얼어붙었다. 삼층의 빌라는 조용했다. 조금만 더 가면 영화관도 나오고 말 그대로 번화가인 거리와는 다르게 맨션이 밀집되어있는 안쪽으로 들어오면 소음은 금방 가라앉곤 했다. 삼층의 집으로 향하기 위해 계단을 밟아 올라가려던 너는 이층의 문이 열리는 것을 보지 못하고 부딫혔다. 아, 단정한 목소리가 짤막한 탄성을 내뱉었다. 프라이머리의 목소리가 귓가에 흘러나왔다. 넌 보일듯 보이지 않아…. 아직까지 교복차림의 너를 내려보던 아래층 남자애는 손을 내밀었다. 그게 처음의 만남이었다. 너의 고등학교는 모의고사 성적을 크게 써붙였다. 문이과로 나눠 오십등까지. 너의 이름은 끝쪽 언저리에 위치했다. 문득 이름 옆으로 시선을 옮기니 얼굴만큼이나 단정한 이름이 검정색으로 단정히 박혀 있었다. 김준면. 10등. 너는 입술을 깨물었다. 학원으로 어디로 나가는 너완 달리 준면은 과외를 하는 건지 말로만 듣던 자기주도학습을 실천하는 건지, 마주치기 어려웠다. 게다가 일찍 나가는 너완 달리 30분에 정확히 출발하는 준면과는 도무지 마주칠래야 마주칠수가 없었다. 너는 그 단정한 얼굴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기는 일이 많아졌다. 종종 준면의 아버지, 혹은 어머니로 추정되는 어른들을 만나긴 했다. 그와 똑 닮은 외모에 무심코 인사할 뻔 했다. 사실 그는 너를 알지도 못하는데. 노란색 고무케이스를 끼워놓은 스마트폰의 잠금을 해제하고 재생되고 있는 노래를 내려봤다. 씨스루. 그와 처음 마주친 날에도 재생되고 있던 노래였다. 반복재생을 걸어놓고 액정을 껐다. 핸드폰으로는 사실 하는 일이 없었다. 단색 배경에 시험 날짜를 세는 디데이와 준면의 등수가 써져 있었다. 10등. 너와 준면의 차이가 이 정도라는 게 확인되는 것만 같았다. 어쩌려고 그러니. 지금 아니면 성적 올릴 기회가 없는데. 선생님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귓가에 걸려왔다. 준면의 얼굴을 떠올린 너는 입술을 깨물고 교복치마에 손을 문질렀다. 드리워지는 그림자에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안타까운 맘에 쳐다만 봤네… 왼쪽 오른쪽을 외치는 귓가를 울리는 목소리에도 너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의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준면이 똑같은 표정으로 너를 쳐다보고 있었다. |
프라이머리 - 씨스루 좋아요..뒤늦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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