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 백예린
경수랑 같이 공부한 후부터 아니 정확히 경수가 내 공부를 도와주기 시작한거겠지만 암튼 그전보다 부쩍 말도 트이고 친해졌다. 아무 주제없이 말을 늘어놓는건 아직이나 이마저도 좋았다. 혼자만 느끼는거면 어쩌나싶기도 했지만 달라진 경수의 행동을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이제는 눈짓이아닌 말로 대화하는 것부터가 나와 경수사이에는 대단한 변화였다. 그리고 나름대로 반 애들들이랑 친해져서 장난도 거는 사이가 되었는데 그에비해 도경수는 아직인듯했다. 이젠 점심시간에도 수정이와 단둘이 아닌 도경수,박찬열,김종대,오세훈까지 다같이 먹을만큼 애들이랑도 가까운 사이가됐다.
이와같이 시간이 지남에따라 내 생활에 작은 변화들이 보였다. 그래봤자 한달남짓한 짧은 시간이였겠지만 그동안 친구사귄다고 노력했었던것 때문에 성격도 전에비해 밝아졌다. 나로썬 케잌에 촛불을 불고 자축하리만큼 기분좋은 변화이자 떨림이였다. 같은반 여자애들은 경수랑 대화하고 가끔씩 장난도 치는 날보면서 둘이 어떻게 친해졌냐고 물어보곤 했다. 이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을만큼 경수와 그 거리가 좁은 것같진않았다. 그래서 항상 더 친해지면 얘기해줄게 하면서 말을 돌렸고 여자애들은 아쉽다는 듯 자리에 돌아갔다. 그 애들중 한명인 김지수라고 경수를 중학교때부터 좋아하는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 역시 다른애들과 마찬가지로 경수와 대화몇마디 나눠보지도 못했다 들었다. 옆에서 보면 그게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다. 평소 조용한 성격은 아닌거같던데 도경수앞에선 둘다 꿀을 한 사발씩 먹어버리니 보고있던 내가 다 답답했다.
도경수 철벽이라며. 아니던데?
"OO아. 나 좀 도와줘 제발 응?"
볼일보러 화장실 왔다가 이게 무슨 봉변인지 모르겠다. 지수가 손을 씻고있던 내옆으로 다가와 애원하듯 얘기했다. 경수가 옆에 있을 땐 부탁하지도 못하니까 일부러 내가 화장실에 올때까지 기다렸다고한다. 어우.... 이렇게 간절할줄이야.... 평소 친한것도 아닌데 이럴정도면 경수를 얼마나 좋아하고 있을지 짐작이 됐다. 어색하게 웃어보이면서 뭘 어떻게 도와주냐고 묻자 지수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경수랑 어떻게 친해졌어? 뭐좋아한대? 말은 어떻게 거는데?"
지수 눈에는 내가 저 모든것들을 대답할 수 있을만큼 도경수랑 친한것처럼 보이나보다. 갑자기 쏟아지는 질문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별다른건 없는데.. 그냥 계속 일방적으로 말걸면 걔도 못이겨서 대답하고 그러더라. 좋아하는건 모르겠는데. 정 그러면 물어봐줄까?"
"진짜? 그럴 수 있어?"
"물어보고 알려줄게."
고맙다고 몇번이나 말하며 교실로 돌아가는 지수를 보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예쁘장하게 생겼는데 도경수처럼 차가운 얘가 뭐좋다고 저렇게 난리인지. 내가 볼땐 지수가 훨씬 아깝구만.. 이해할 수 없어 한숨을 짧게 내쉬며 교실로 들어섰다.
도경수한테 이런걸로 말거는건 처음인데 뭐라고 물어봐야될지 벌써부터 고민이였다. 지수의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말한뒤여서 그런가 자리에 앉으면서부터 계속 눈치를 살피게됐다. 얘가 왜 갑자기 또 이러나 하는 눈빛으로 날 보길래 아니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거운마음을 안고서 수업시작종을 들었다. 나보다 앞자리에 앉은 지수는 가끔씩 고개를 돌려 나에게 눈짓을 했다. 부담돼 죽겠네....
선생님이 수업하시다말고 프린트물좀 가져오겠다고 잠시 자리를 비우셨을 때가 기회였다.
"경수야."
"뭐 모르겠어?"
"아 모르는게 아니고... 그니까 아는것도 아닌데.... 너 뭐 좋아하는거 있어?"
만약 수업하다말고 갑자기 도경수가 나한테 저런말을 한다면 뭔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고 앉아있냐고 한소리했을것이다. 경수가 내 말이 끝나자 짙은 눈썹을 으쓱였다. 뭔 개소리를 하고있냐는 뜻이 분명했다.
"아니 먹는거라던가 그런거 있잖아.... 나는 초콜릿좋아하는데 넌 뭐좋아하나해서"
왜그런걸 묻나하고 의심을 살까봐 내 얘기까지했다. 수업듣다말고 갑자기 뭐좋아하냐 난 초콜릿을 좋아한다 이런말을 늘어놓으니 안이상할리가없지. 경수가 무슨 말을 해야하나 하고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무슨 초콜릿?"
"어? 세모난 초콜릿인데 토블론이라고 진짜 맛있어."
"토블론...그래서 사줘?"
내가 이렇지... 초콜릿 얘기가 나오니까 들떠가지고 안해도 될 말까지 다했다. 여기서 더 가관인건 경수의 대답이였다. 초콜릿에 눈이멀어 친구한테 사주라고 조르는 얘가 되버린 것 같아서 그런게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얘기가 어쩜그렇게 흘러가? 얜 돈도 많네 전에 볼펜도 그렇고 뭐만 하면 다 사준대....
"그게아니고, 너 뭐좋아하냐고"
"없는데."
"있을텐데? 잘생각해봐"
"있으면 뭐. 사주게?"
"어?"
"됐다고. 없어."
내가 이런 시시하고 무미건조한 대답을 들으려고 그런게 아닌지만 웬만해선 이걸 좋아해 라고 콕집어 말할 것 같지도 않다. 처음부터 지고들어가는 게임이겠구나 했지만 이정도일줄이야. 내가 경수랑 말하길래 뭔가 소득이 좀 있을까하고 지수가 기대하는 표정으로 보고있다가 내가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흔들자 작게 한숨을 쉬는게 보였다. 처음부터 괜히 도와준다고 대답했나... 도경수랑 조금이라도 친해지라고 흔쾌히 대답은 했다만 작은 희망을 심어주고 꺾는게 되는건 아닐까하고 되려 걱정되었다. 이제 어쩌나 멍하니 생각하다보니 언제 들어오신건지 다시 수업을 이어가시는 선생님의 필기하시는 내용도 빠뜨리고있었다. 경수가 손을 바삐 움직이면서 넌 안적고 뭐하냐 눈치를 줬는데 느끼지도 못했다. 결국엔 내 눈앞에대고 손가락으로 작게 딱소리를 내더니 책을 내옆으로 밀면서 말했다.
"나중에 모른다 하지말고 얼른 적어."
"아.. 감사"
입꼬리를 올려 입만 웃어보이니까 손을 치며 빨리적으라는 시늉을 해보였다. 지수는 수업끝나고 다시 생각하면 되겠지 뭐....
수업 끝종이 울리고 경수가 찬열이와 매점을 간사이 내 앞자리인 종대를 툭툭쳐 불렀다.
"종대야아아아아아"
"왜애애애애"
저런장난 받아주는 애는 종대밖에 없을 거라 장담한다. 도경수한테 저런식으로 말했다간 며칠간 말한마디 못나눌게 뻔하다.
되게 둔할 거 같은데 의외로 눈치빠른 종대가 내가 뭐 부탁할게 있다는걸 단번에 알아맞췄다.
"뭔데? 부탁할게 뭐야"
"에이 뭐.. 부탁까진 아닌데. 경수 뭐 좋아해? 먹을거나 뭐 그런거..."
"경수가..... 아 쟤 우유종류 다좋아해ㅋㅋㅋㅋㅋㅋ 지금도 박찬열이랑 바나나우유사러갔을걸?"
"진짜? 아까 왜 얘기안했지.."
"흰우유도 잘먹긴하는데 바나나우유 되게 좋아해. 중학교때도 애들이 경수우유 뺏어먹으면 막 때릴정도로"
"그정도로?ㅋㅋㅋㅋㅋㅋㅋㅋ"
가끔 매점에 갔다올때 경수가 손에 우유를 하나씩 들고오는 걸 본적이 있는데 크게 신경쓰지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걸 캐치해내지 못했을까싶다.
"근데 갑자기 왜?"
"어......"
이유를 묻는 종대질문에 섣불리 지수얘기를 할 수 없었다. 혹시나 나때문에 난처해지기라도 할까봐 대답할 거리를 찾고있었다.
"너 도경수 좋아해?"
예????? 도대체 왜 얘기가 그렇게 되는거죠?????? 뭐 좋아하는건 맞는데 주어가 틀렸다. 거기에 내가 들어가면 안되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춰 작게 말하는건 뭔지. 비밀을 공유하자 뭐 그런건가? 종대는 저런말을 하면서 꽤나 진지한 눈치였다. 것때문에 더 미치겠는건 나였다. 어떻게 말해야하지? 지금 말해봤자 전부다 변명으로 들릴게 틀림없었다.
"야 무슨!!! 아니거든?"
"왜이렇게 반응해ㅋㅋㅋㅋㅋㅋ 맞나보네 진짜 에~~"
"내가 궁금한게 아니라고!"
빨리 이상황을 벗어나고 싶어서 그게 누군지 얘기안하면 되겠지 하고 종대한테 답답하다는 듯 외쳤다.
종대는 내 말에 조금 실망한듯 자세를 다시 고쳐앉고 나에게 되물었다.
"그래? 니가 아니야? 그럼 누군데"
"그걸 어떻게 말해줘. 안알랴줌"
"그거 알려주는거 뭐그렇게 대수라고.... 누군데? 뭐 김지수말고 또있어?"
?????????
어째서 그이름이 제일 첫번째로 나오는지 그리고 난 왜 내 안면근육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지 이해 할 수 없었다.
놀라지라도 않으면 좀 넘어갈 수 있었을텐데 너무 티나게 놀랐다.
"에이 김지수야? 그거 다 알거든?"
"지수가 말했어?"
"행동으로 다 말하는데 뭘. 같은 중애들은 쟤 도경수 좋아하는거 다알걸?"
아... 나만 알고있는 줄알고 괜히 입방정떨지말아야지했는데 다들 알고있었구나.. 하하..
"근데 그걸 왜 니가 해줘?"
"아니 뭐 부탁하길래..."
'너도 참 사서고생이다. 그런거 해주지마."
훈계가 시작될 조짐이길래 대충 알았다며 종대어깨를 잡고 앞으로 돌렸다.
수업종이 울릴즈음 경수랑 찬열이가 교실안으로 들어왔다. 경수 손엔 바나나우유가 있었고 뭔갈 좀 듣고보니까 귀여운 것 같기도하고ㅋㅋㅋㅋㅋㅋ
"지수야."
"응? 뭐 알았어?"
"경수 우유좋아한대. 저거봐 우유들고있는거."
"아.... 고마워!"
고맙다며 입꼬리를 올리는 지수를 보고나서야 아까보다 마음이 좀 편해졌다.
"야 우유 좋아하는거 왜 얘기안했어."
자리에 돌아와 책상서랍에서 책을꺼내며 저렇게 말하니 눈을 왕방울만하게 뜨고선 쳐다보길래 앞에있는 종대를 한번 쳐다봤다. 경수가 발로 종대의자를 툭 치니까 종대가 다 듣고있다가 억울하다는걸 어필하며 말했다.
"왜! 하도 물어보길래 알려줬는데에!"
내가 물어봤으면 물어봤지 언제또 하도 물어봤어..... 나에 의해 종대의자가 한번더 들썩였다. 종대 옆자리인 찬열이가 종대를 다독이면서 종데렐라 항상 구박받는다며 놀려댔다. 경수는 아까부터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물어보는게 좀 이상했는지 내쪽에서 시선을 멈췄다.
"뭐야 아까부터."
"아닙니다~ 야야 선생님 오셨다."
어물쩡 넘어가긴했다만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둘줄 몰랐다. 손으로 도경수 눈을 가리니까 그제서야 손 좀 치우라면서 고개를 돌렸다.
*
점심시간이 끝나고 자리로 돌아와서 애들이랑 얘기를 하고있을 때 지수가 경수 옆으로 다가와 등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들였다. 그바람에 6명의 시선이 다 지수를 향했고 지수는 손에 있던 바나나우유를 경수에게 건넸다. 경수가 표정변화도 없이 우유만 내려다보고있자 지수가 민망한듯 귀가 빨개졌다. 지수가 어찌할바를 모르고 날 바라보자 경수 옆에 앉아있던 내가 경수 팔을 툭치며 빨리 받으라고 눈치를 줬다. 그제서야 떨떠름한 표정으로 우유를 받아들었다. 지수는 한번 멋쩍게 웃어보이더니 교실밖으로 나갔다. 경수가 밖으로 나가는것 까지 확인하고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빈 사물함을 찾아 우유를 넣어두었다.
"쟤 한동안 조용하던데. 갑자기 또 그러네."
"오세훈, 쟤 원래도 막 뭐 주고그랬어?"
"중학교때 한동안 빵사서 도경수 주고그랬거든 그러다가 혼자지쳐서 말더니 또저러네."
"ㅋㅋㅋㅋㅋㅋㅋOO이랑 친하게 지내니까 자극받았나보지"
"에이 설마... 얘랑 나랑 누구한테 자극줄만한 사이까지는 아니지"
수정이 말에 자리에 앉는 경수를 보며 말하니 날 내려다보곤 눈길도 주지않는다.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지수는 경수한테 딸기우유 바나나우유 흰우유 할것없이 이것저것 사다바치다시피했고 그때마다 눈치주는 나때문에 경수는 마지못해 받아들고선 지수가 안보는사이 빈 사물함에 우유를 넣었다. 경수가 우유를 넣어놀 때 잠깐 보니까 사물함안에 쌓인 우유가 적잖이 많았다. 아니 우유라면 환장할 것 같더니만 먹지도 않고 아까운거 저거 다상하겠네....
똑같은 날들이 반복되고 오늘 역시 지수가 바나나우유를 손에 사들고 경수 옆에 섰다. 오늘따라 짜증난다는듯 미간사이를 좁혔다. 그러고선 나를 보더니
"야 너 중간에서 좀 그만해."
나에게 하는말같으면서도 은근히 지수 들으라고 하는말이였다. 중간에서 누구편을 들어야하는지 요 며칠간 머리가 아팠었는데 저런식으로 화내니까 당황스러웠다. 옆에서 찬열이가 왜 괜히 OO이 한테 그러냐며 어색하게 웃었고 지수는 교실밖으로 나간지 오래였다. 나 때문에 경수가 화났나 걱정되고 불안하면서도 저런말을 들을정도로 잘못한건지 짜증도 났다. 하지만 그보다 걱정되는 마음이 더 컸는지 눈치보는건 내몫이였다.
수업시간에도 어떻게하면 화가 좀 풀리려나 고민하느라 수업을 듣는둥 마는둥 해도 경수는 신경쓰지도 않았다. 새학기 첫날과 같은 무표정으로 앉아서 수업만 들을뿐이였다. 옆을보며 수정이에게 어떻게 하냐는 표정을 지으니까 그냥 냅두라며 입모양으로 대답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놔둬.... 애꿎은 지수가 원망스럽기도했다. 아 진짜 처음부터 싫다고할걸 괜한 오지랖이 화를불렀다. 야자까지 다해야되는데 그때까지 이상태로 어떻게 버틸지 막막하기만 했다.
도경수 철벽이라며. 아니던데?
석식을 먹은 후 지수가 날 부르길래 사과라도 하는건가 하고 따라나섰다. 매점옆에 작은 벤치같은 공간이 있는데 왠일로 애들이 별로 없어서 조용한게 어색하기만했다. 지수는 아까일을 생각이라도 하는듯 표정이 굳어있었고 난 그저 저 입에서 무슨말이 나올지 기다리기만 할 뿐이였다.
"아까 점심시간에..."
"많이 놀랐지. 걔가 그럴애가 아닌데.."
"응. 그럴애가 아닌데"
뭐야 왠 뜬금없이 말따라하기람. 어젯밤 소설을 읽고잤나 내마음을 설레게 하려고 그러는건가... 경수에서 나로 타겟을 바꿨어?
"생각해보니까 너 때문에 그런거 같아서."
"응?"
"원래 전 같았으면 뭘 주던 받기라도했거든. 니가 옆에서 도와주는 척하면서 방해하는거 아냐?"
"야 너 무슨 말ㅇ...."
"니가 눈짓을해야 뭘 받던지하고 며칠전에 내가 경수좋아한다고 말한건 기억이나 나? 이런걸로 쾌감을 느끼고 좀 그런성격이야?"
"......"
"도경수가 원체 여자랑 말도 잘 안하던 애였는데 학기초부터 너랑은 뭘했다고 말을 섞나 했는데 둘이 몸도 섞었나?"
쟤 도경수 좋아하는거 아니였나? 무슨 말을 저렇게 개같이 할 수가 있는지 내 귀를 의심했다. 그리고 저 도와준다고 했던 내행동을 저렇게 볼 수도 있구나 하고 기가찼다. 아마 아까 일로 꼬여도 제대로 꼬인 모양이다. 태어나 처음들어보는 말에 당황해서 어버버하고 있는데 김지수는 그런 내반응을 즐기는 모양이였다.
"뭐이렇게 당황해ㅋㅋㅋㅋㅋㅋㅋ 맞아?"
"야 말 함부로 하지마."
"병신같이 허공에다가 돌던지는것도 정도껏이지. 도경수든 너든 다 좆같아 진짜"
당황한마음에 김지수의 말을 따박따박 받아치는건 상상도 못했다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저 가만히 서서 다 듣고있을 뿐이였다. 경수 앞에선 못하니까 내앞에서라도 화내겠다는 심보였을까 온갖욕설과 음담패설을 하다가 제화를 주체못하고 짜증내며 들어가는 걸 보니 그동안 뭐때문에 그렇게 다해줄 것처럼 굴었는지 나자신이 한심했다. 화나고 짜증이 나서 눈물이 다났고 볼을타고 흐르기 전에 손으로 눈가를 벅벅 닦았다. 운탓에 빨개진 코와 눈으로 반에 들어갔다간 애들이 왜그러냐며 물어볼게 뻔서 벤치에 시간을 좀 때우기로했다.
"일어나 얼른."
"아 도경수 저년 왜 들어가게 놔둬어! OOO, 내가 그래서 막 도와주고 그러지마라고 했지 이봐 청승떨고 우는거."
시간탓에 하늘이 어두워지긴했지만 옆쪽 벤치에 누가 있을 거라곤 나도 김지수도 생각못했겠지.
"아 김종대 제발좀. 그럼 거기서 들어가는 애 붙잡고 싸워? OOO 일어나라고 빨리."
도경수가 내 팔을 잡아 일으켰다. 아마 처음부터 다 들었겠지 종대가 저렇게 화내면서 씩씩대는 걸 보면. 도경수말투가 아무런 감정없이 딱딱 끊어지는걸 보면. 자기도 다 들었으면 못참으리만큼 화났을텐데 어떻게 참았을지 알 수 없었다. 경수가 종대한테 먼저 들어가라고 하며 제손에 들려있던 우유와 초콜릿을 건네며 말하니까 종대가 문쪽으로 발걸음을 뗐다. 매점갔다가 잠깐 얘기한다고 벤치에 온거였으리라 어림짐작한다.
"나참..."
"....."
"나 때문에 욕먹은거잖아 지금. 아니야?"
"아니야."
"아니긴 뭐가. 자리라도 피하던가. 그걸 왜 다 듣고있어."
"나 내도록 욕먹을 때 가만히있더니. 왜 이제와서 나한테 짜증이야"
"그럼 나 거기서 똑같이 욕하면서 싸울걸그랬어? 그러면 너 또 중간에서 난처해할거아냐. 지금 김지수 데려와?"
경수가 나한테 왜 그러고있었냐며 화내는데 다독임을 받기는 커녕 하루종일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며 욕만 먹는 게 서러워서 울음이 터졌다. 눈앞이 흐려졌고 울먹거리는 탓에 말을 제대로 끝맺지도 못했다.
"내가 너한테 말걸고 귀찮게굴어서 이렇게 된거잖아. 내가 거기서 뭐라고 해."
"귀찮았던 적도 없었고 니탓도 아니야. 왜 니가 내생각까지 판단해서 욕먹냐고."
모든게 좋게만 흘러가는줄 알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행복하리란 없나보다. 처음 도경수한테 말걸고 웃어보였던 날을 후회했다. 아무런 대답없이 울기만 하는 날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아까와는 달리 내 이름을 불렀다.
"OOO"
"......"
"나 좀봐."
시선을 바닥에 고정시키고 눈도 안마주치니까 체념한듯보였다.
"미안해"
내 고개를 위를 향하게한건 도경수의 힘에의해서도 아니고 연신불러대는 내이름 때문에도 아니였다.
"그런말 듣게해서 미안하고 짜증내서 미안"
"...."
"지금 후회하고 있지. 나랑 있었던 일 모두."
"..어"
"그러지마."
"..."
"후회하지말고"
"..."
"좋았던 기억으로 해."
"...."
"그리고 앞으로도 좋은 생각만 하면 좋겠다."
말수도 적은 애가 저런말까지 서슴없이 하는걸 보고 조금 놀랐다. 내 대답을 원하는건지 눈을 한번 크게 뜨길래 못이긴채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내 눈가의 눈물은 말랐고 경수는 내가 우느라 헐떡이던 숨을 다 고를 때까지 기다리다가 이제 다 울었냐면서 들어가자고 했다.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 둘다 아무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드는 생각에 정적을 깬건 나였다.
"근데 너희 둘이 왜 거깄었어?
"매점갔다가. 종대가 좀 있다가자고해서."
"아..."
"너 나한테 얘기도 안하고 혼자 앓았을텐데 다행이지."
어색한분위기를 깨보려고하는걸까. 경수의 말이 평소보다 길었다.
반에 들어가니까 종대가 이미 말을 한건지 수정이와 세훈이, 찬열이가 내가 자리에 앉기까지 놀란눈으로 쫓았다. 경수가 한번 더 울린탓에 내얼굴은 딱봐도 나 울었어요 써붙이고다니는 격이였다. 괜찮냐며 날 다독이는 목소리들에 울컥해서 눈물이 또 날것같았지만 눈두덩이를 눌러가며 꾹 참았다. 경수가 옆에서 보다가 내가 또 울거같으니까 눈동자를 이리저리굴리며 당황해했다. 그러다가 뭐가 생각난듯 자리에서 일어나 사물함으로 가서 재활용바구니에 김지수가 줬던 우유를 다 담기시작하더니 김지수앞으로 가서 눈을 똑바로 마주보고 말했다.
"그러게 좆같은건 왜 좋아해서."
"아.. ㄱ..그게"
하면서 책상옆에 바구니를 놓아두었다. 무슨 말을 저렇게 차갑게하는지. 내 옆자리에 앉아있는데 한기가 서릴지경이다. 나에게하는모습이 진짜인지 아니면 저게 진짜모습인지 헷갈렸다. 도경수를 보며 찬찬히 생각하는데 왜. 하면서 퉁명스레 대답했다. 다시 돌아온건가. 방금처럼 다정한것도 나쁘지않았는데 아쉽네. 그래도 아까 낮처럼 아무말없이 냉전 치루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다음 수업을 준비하려 책이랑 필기도구를 꺼내놓고 기다리니까 종대가 뒤를 돌아 경수한테 바나나우유와 초콜릿을 건넸다. 받아들고서 능숙히 우유를 뜯어 마시더니 초콜릿은 내 책위에 올려두었다.
"헐 내꺼?"
"어. 니꺼"
금방까지도 울상이였던 표정이 저 작은 조각들이 뭐라고 표정이 풀어지는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너도 줄까하며 경수 입으로 초콜릿을 갖다대니까 난 됐다며 너 많이먹으라고하니 기다렸다는듯 그럼 내가 다먹어야지 하면서 입에 한웅큼 밀어넣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앞으론 우유보다 초콜릿을 사는일이 더 많아질것 같은 경수다.
댓글 하나하나 다 읽어보고있어요 완전완전 힘나는거 알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저번편 처음으로 추천도 받았어요 하핳 ⊙♡⊙
문체도 완벽하지않고 아직 어리숙한부분도 많은데 읽어주시는 거 감사해요
신알신 너무 감사하고 항상 더 발전하겠습니다:)
그리고 암호닉 신청해주신분들이 계셔서 놀랐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암호닉은 항상 받을예정이니 언제나 환영입니다~
☞암호닉☜
가곰/강우/딸기/또륵/똥띄/모나리자/세젤빛/슈이/탕탕/피자/홍홍
힘이됩니다!! 감사해요 쪽쪽♥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