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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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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텔. 전체글ll조회 729


作. 마카로니


태어날 때 부터 초라했고 관심받지 못했다. 그래서 나이를 들어 먹을 수록 아름답고 싶어 했고 나대기 시작했다. 나는 이 세상에 살아있다고 하고 싶은 메세지 였을 수도 있었다. 어미가 태생부터 몸 파는 년이여서 나도 태생부터 사창가 방구석에서 찍소리도 못하고 살아갔다. 너무 갇혀 있어서 누군가가 와서 열어주길 바랬지만 아무도 나에게 그러지 않았다. 누구나 꿈을 꾸라고 이야기 하지만 그것은 현실과 너무나도 반비례적이었다. 카오스처럼 혼돈이 가득한 곳 안에서 무슨 꿈을 꾸어야 하는지는 나 당사자 조차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십여년이 후닥닥 지나가 버렸다.

나는 그렇게 가버린 십여년을 버거워 했다. 의무교육이라 학교는 어거지로 다녔지만 모든 것을 판도라의 상자 안에 간직한 채로 6년을 웅크리고 살았다. 아무도 내 이름 석자를 외쳐주지 않았다. 담임은 상냥하게 불러 주었어도 어디엔가 가식적인 면이 배어있어 듣기 싫었다. 중학생 때도 마찬가지였다. 수학여행과 수련회도 가지 않았다. 물론 나 하나가 가지 않는다고 나무라는 아이들은 없었다. 의 아들은 몸을 더욱 수그러야 했다. 고등학교는 나 자신 스스로 가겠다고 우겼다.


"니 놈이 정신머리가 빠졌구나."

"하지 마."


좁은 방안이 매캐한 타르연기로 자욱했다. 작은 창 하나 없는 방에서 나의 어미는 담배를 벅벅 피웟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가만히 생각에 빠졌다. 저 여자는 나중에 폐암에 걸려 여기를 뜨겠지. 라고.

고등학교에 간다는 우김은 입학식날 약간의 후회를 물어 일으켰다. 바글바글한 체육관 안의 사람들과 울리는 목소리들에 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을 수 밖에 없었다. 대강 맨 뒷자리에 앉아 몸을 추욱 늘어뜨리고 있었다. 세상에서 사람 많은 곳이 제일 싫다고 다시 한번 되새김질을 했다.


'그래. 잘 배워서 당당하게 살아. 니 어미처럼 험하게 살지 말고.'


증기 기관차 처럼 쉴새없이 타르연기를 훅훅 불어대는 제 어미가 전날 교복 봉투를 내 품에 안겨주면서 충고 아닌 조언을 해주었다. 이럴때는 어미라고. 나는 코웃음을 쳤다. 적어도 당신처럼 되지는 않을꺼라고 말이다. 웅성거리던게 한순간 조용해지고 각 반으로 가라는 안내 방송이 떠서 느릿하게 몸을 움직였다. 이른 봄이라 그런지 코 끝이 시려웠다.

친구는 중2때 멋모르고 사귄 남우현이 전부였다. 이 녀석은 어머니가 아니라 아버지가 창남이였다. 얼핏 보니 여리여리하게 생기긴 했었다. 서로의 처지야 다 아는 사이여서 허물없이 지낼 수 있었다. 고등학교 역시 녀석과 같은 반이였다.


"어이. 김명수."

"나무현이다. 오랜만-."


간단한 손인사. 반으로 들어가는 쎄쎄한 발걸음. 그리고 맨 뒷자리. 다행히 공석이어서 정답게 그 곳에 둘이 앉아 두런두런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기."

"...뭐-."

"거기 내 자리인데 좀 비켜줄래?"

"그냥 앞에 가서 앉아."

"내가 먼저 왔잖아."

"먼저 앉은 놈이 임자야."


키가 크고, 머리는 진한 갈색에 눈은 큰 베이비 페이스의 남자아이. 그것이 피터팬과 웬디의 살벌하지만 설레이는 첫 만남이었다. 피터팬은 날은 세웠고, 웬디는 당차게 대꾸했다. 중간에 낀 팅커벨은 묵묵히 지켜만 볼 뿐이였다.



/



이성열. 결국 제 앞자리에 앉아버린 녀석의 이름. 나는 아니꼬워했고, 남우현은 흥미롭다는 듯이 지켜 볼 뿐이였다. 담임의 소개와 향후 일정을 귓등으로 들어 넘기며 다시 사색에 잠겼다. 고등학교에서 자퇴를 하게 된다면, 사회인 구실 못하는, 나라의 세금을 축내고 사는 버러지 의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괜스레 한숨을 푸욱 쉬어 버렸다.


"이 머저리."

". 뭐?"


쉬는시간 종이 쳤는지 학급 급우들은 서로 친해지며 난리 법석이였다. 옆자리의 남우현은 꿈나라로 가셨고 나 혼자 일어나서 바깥 풍경을 의미없이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디서 욕질이야. 기분이 나빠서 욕질의 근원지를 보니 바로 앞자리였다. 이성열이라고 했던가. 하품을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어따대고 머저리래."

"융통성 없으면 저저리지."

"뭐?"

"앉은 놈이 임자라니. 이건 순 억지 잖아."

이미 앞으로 가놓고선 무슨 논리가 긴지. 귀를 후비적 거리며 기지개를 켰다.


"꺼져라."

"싫어."


아. 어려모로 골치아픈 녀석과 얽히게 되어 답답해 졌다. 제 어미에게 고등학교를 간다며 순 억지를 부리던 내가 조금 회의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였다.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녀석의 얼굴을 무시하고 목도리에 얼굴을 묻어 버렸다. 검고 복슬한게 포근했다.



/



자기 소개서에 꿈을 내라고 했을때 나는 항상 피터팬이라고 써서 담임의 호출을 밥먹듯이 받았다. 초등학교 저학년때 까지는 아직은 애니까, 라는 마인드로 내비 두었던게 고학년까지 지속되자 모두들 다를 나무랐다. 하지만 나는 백프로 솔직했다.

고등학교에 와서도 내 꿈은 그대로였다.

교탁 앞에 서서 자기 소개를 하라고 담임이 지시했다. 이름 순으로 따져 김씨인 나는 앞자리 대에서 발표를 하게 되었다. 저의 꿈은 피터팬이라고 당차게 말했을때 단 셋을 빼고 모두가 웃었다. 나와, 남우현, 이성열. 남우현은 그렇다 쳐도 처음 보는 이성열은 왜?

피터팬이 되고 싶다는 건 이 거지같은 삶에서 벗어나 천국인 원더 랜드로 날아가고 싶어서 였다. 단지 창촌에 사는 의 아들의 작고 조그만 소망은, 자주 비웃음을 당해 밟히고 뭉개지기 일수였다. 남우현은 내 꿈이 왜 피터팬인지 너무나 잘 알았다. 자기도 같은 처지니까. 게다가 나보다 더 심한, 창남의 아들이니까.

그렇지만 이성열은 왜?

너는 왜? 단도 직입적으로 묻고 싶었다. 너는 뭔데 내 꿈을 비웃지 않아 준거니. 피터팬이라는 유치하지만 큰 소망을 담고 있는 단 세 글자. 동화의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


"피터팬은 동경의 대상이니까."

이성열은 그렇게 답했다. 그렇지만 나 따위가 동경의 대상이 될 수는 없었다. 의 아들이고, 이 사회에서는 떳떳하지 못하니까.


"난 동경의 대상이 아니야."

"피터팬은 날 수 있잖아."

"그렇지."

"너도 날고 싶구나."


가슴 한 쪽이 찔려 뭉근히 퍼져 나오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이성열은 비싯 웃었다.


"난 너의 그 소망을 동경해."

"..."

"날고 싶다는 소망과, 한결같은 마음."


이성열은 생각하는게 깊다고 오롯이 느껴진 순간이였다. 피터팬이 되고 싶은 소년은 웬디의 지혜에 감탄했다.



/



5월의 봄날씨에 접어 들었다. 봄이라기 보다는 여름에 가까운 날이여서 훅훅 볶는 듯한 날씨였다. 두툼했던 목도리와 동복은 치우고 시원하고 통풍이 잘 되는 하복을 입었다. 비가 너무 와서 그 많던 목련과 벚꽃잎들은 날려 사라졌다. 세상엔 영원성이라는건 없다고, 새삼 느끼게 됬다.

이성열은 곧잘 나를 따라 다녔다. 동경의 대상이라고 우겨 대면서. 하긴. 나도 얘가 없으면 약간 서운하고 허전한 감이 없지않아 있었다. 요즘들어 자꾸 이성열이 기억의 구석을 파고 들었다는 걸 당사자는 알련지 모르겠다. 남우현은 철없이 출석 일수만 채우고 나가기 일수였다. 방랑벽이 도진건지. 자연스레 학교에선 나와 이성열이 붙어 다녔다. 담임은 남우현에 대해 개의치 않아 했다. 빠지든 안빠지든 자기 재량이라며 출석부에 볼펜으로 줄을 좍 그었다.

나는 딱히 불려다닌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혼나지도 않았고 찍히지도 않았다. 의 아들은 몸을 웅크렸다. 피터팬이 되고 싶고 되기도 한 자는 꿈을 접으려 했다. 그럴때 마다 나를 잡아 준 건 이성열의 동경이였다.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자주 듣기는 했다.


"죽으려는 꿈을 꾸면 정말 그렇게 되버리거든."


이성열이 한탄조로 얘기했다. 그 날도 남우현은 출석만 채우고 홀연히 사라진 터였다. 아이들이 개떼처럼 점심을 먹으러 나가버린 텅 빈 교실에 나와 녀석 둘. 손에는 우유 한팩. 창가에 걸터 앉아 쪽쪽 빨대를 무는 녀석은 어딘가 쓸쓸해 보였다.


"세상이 날 죽게 만들려고 하고 있어."


나는 약간 짜증을 내며 말했다. 비워진 우유곽이 짓눌리는 힘에 우지직 구겨졌다.


"반항해."

"퍽이나."


시도라도 해봐. . 조언을 해 줘도 저 이라는 마냥 이성열의 미간이 구겨졌다. 세상은 널 죽이지 않을 꺼라는 희망은, 나에게서 너무 멀어진 모순이였다. 이성열은 정상적인 가정에서 잘 자랐으니까 라는 관념. 나는 됐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솔직히 해 둘까?"

"뭘."

"난 엄마가 없어. 아빠만 둘."

게이시네요. 창촌에서는 번번히 이루어 자는 일이였기에 그러려니 했다. 같은 성(性)을 가진 사람 둘이서, 아니면 여럿이서 서로를 깔고 올리고 하는 행위를. 나는 수도없이 목격했다.


"피터팬이 날고 싶다는 건, 나에게도 의미가 있어."


쪼르륵. 이성열의 손에 들려있던 우유곽의 내용물이 부드럽게 목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약간은 거칠었다.


"엄마를 만나고 싶다는 날갯짓."


이성열은 여전히 한탄조였다. 나는 새삼 라는 제 어미의 존재에 고마움을 작게 느꼈다. 라고 해도 하나뿐이 제 핏줄이자 동반자. 누구는 어미가 없어 허덕이는데, 어미가 있는 자는 현실을 부정했다. 그래도 나는 정이 가지는 않았다.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



학교에 상이 났다고 전화를 했다. 담임은 대강 알겠다고 대답했고 나는 전화기를 내려 버렸다. 이제 세상은 나 혼자다. 깊은 상복에 삼베 완장을 팔에 끼우며 거울을 쳐다 보았다. 너무나도 덤덤한 김명수 만이 나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앞머리를 가지런히 정리하고 장례식장으로 걸어 나왔다.

나의 어미가 죽었다.

그렇게 애정이 깊진 않아서 눈물을 쏟거나 오열하지 않았다. 모은것을 잃은 공허함이 가득 차버렸다. 죽은 원인은 폐암과 정신 장애라고 의사는 다독였다. 어미가 병원에 갔을 때는 폐암 4기였고 의사가 손을 쓰자고 해도 한사코 거절하셨단다. 그리고 다시 뿜어지는 타르 연기. 폐암환자치고는 매우 당돌한 태도였다고 말한다. 이어폰을 꽂고 생각했던게 트라우마가 되어 버렸다. 하얀 국화꽃 더미에 있는 영정사진. 그저 갔구나 할 뿐이였다.

남우현은 상주인 나를 자발적으로 도우러 걸어 나왔다. 담임은 방랑벽이 도진 놈이 뭘 그런 것 까지 말하고 가냐며 비아냥 거렸을때 한대 쳐주고 싶어 안달이 났다고 증언했다. 고등학교 교사라는 사람이 이끌어야 할 것을 스스로 놓친다는 건 같은 짓이라고 말했다. 화장실 세면대에서 소소하지만 쓴 대화를 나누었다. 찬 물이 뜨겁게 느껴졌다.

하나 둘 문상을 오는 문상객들을 꾸벅꾸벅 인사를 하며 맞이했다. 창촌에서 제 어미의 동료였던 숙이 이모가 먹을 것을 바쁘게 서빙하고 있었다. 유일하게 제 어미를 위해 울어주었던, 심성이 갸륵한 여자. 나올 눈물도 들어갈 슬픔도 없었다. 오는 문상객들은 내 손을 오롯이 잡아주며 같잖은 위로를 건네 줄 뿐이였다. 역내가 폴폴 풍겨서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리고 싶은 충동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이런 정신없는 와중에 네가 왔다.


"힘 내."


담임이 알려주지 않는 걸 이성열은 꼬치꼬치 캐물어서 찾아 왔다고 했다. 간결한 두 언어는 진동하던 역내를 사라지게 했다. 나는 놀랐다. 녀석이 이렇게까지 찾아 올 줄은 아웃 오브 안중이었기 때문이다.


"너희 어머니. 예쁘시더라."

"그래 봤자 야. 동경할 필요는 없지."


목구멍이 뜨끔뜨끔 했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가혹히 대했다.


"세상이 날 정말 죽게 만들려고 하나봐."

"..."

"하나뿐인 혈육을 데려간 것 보면."


피터팬의 비상은 꺾여 추락해 버렸다. 정신차려. 이성열은 따끔하게 충고를 두었지만 내 시선은 멍하니 하늘에 닿아 있었다.


"고작 이깟일로 절망하면 넌 피터팬이 될 자격 박탈이야."


현재 있는 곳은 옥상. 방황하는 의 아들이자 피터팬. 저 난간에 기대면 다시 비상할 수 있을까 하는 망상이 기억속에서 차올랐다. 느릿하게 일어나 옥상 난간 쪽으로 걸어갔다. 파란만장 했던 의 아들은 평탄하게,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자신은 이제 창촌에서 강제로 끌려나와 번화가의 뒷구석을 맴돌게 될 것이야 뻔한 일이었다. 기댈곳이 사라졌어. 쉴 곳이.


"피터팬은 항상 당차고 용감해."

"...이제 난 아니야."

"닥치고. 네가 소원했던 걸 이루기엔 아직 부족하지."

"..."

"피터팬이 되고 싶다면 썩아빠진 정신머리는 지워."

난간에 가까이 다가갔을때. 이성열은 다다다 쏘아 붙이고 옥상을 나가 버렸다. 속 편한 라고 생각했다. 빌딩 숲 사이로 노을이 사라지고 있엇다. 혼자 상을 받고 있을 남우현 때문에 서둘러 내려가야 했다. 이성열도 뒤따라 내려와 둘이 손님을 받는 동안 이성열은 숙이 이모와 음식 서빙을 했다.


'넌 피터팬이 될 자격 박탈이야.'


웬디는 가혹했다. 피터팬은 기로에 놓여 있었다. 죽거나 살거나. 두가지 경우의 수 중 하나였다.



/



눈부시게 빛나는 하늘 아래에서 이성열은 중얼거렸다. 우리 같이 살자고. 결국 남우현은 자퇴를 하고 생업에 뛰어 들 수 밖에 없었다. 남창은 아니였다. 다만 일을 하며 검정고시 준비를 해 나간 다는게 요즘의 근황이었다. 나는 자주 죽고싶었고 이성열은 자주 살으라고 헀다. 피터팬은 죽었다는게 현실화가 되게 할 수단이었다. 죽어도 슬퍼할 사람이야 없지.

학교 옥상에 있는 시간이 늘고 있었다. 열쇠를 수위실에서 몰래 훔쳐 복사해 옥상 문의 키를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난간의 너머에는 어떤 판타지가 기다리고 있을지 호기심이 발동 하였다.


'지켜주고 싶어.'


멍하니 서있는 나에게 이성열이 던진 말이었다. 너 좋아한다고. 이 머저리야. 팔짱을 끼고 새초롬히 날 쳐다보는 녀석이 의아해 했다. 부모의 영향 때문인건가. 그렇게 혼란스러워 하지 않아도 된다는 녀석의 말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뜬금없이 던진 말. 그래도 나에게 관심을 가져 준 아이는 남우현에 이은 외부인중 이성열 하나여서.

'그러지 뭐.'


라고 답했다. 이성열도 배시시 웃었다. 피터팬과 웬디는 수줍은 만남을 시작했다. 그래도 피터팬은 죽기를 소원했다. 영원이란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기억하는 트라우마. 속은 찜찜했지만 서로 선을 맞잡으며 일단은 안심했다. 미래를 생각하면 골치 아프니까 현실만 생각 하자고.



/



태어날 때 부터 초라해서 나이가 들 수록 아름답고 싶어 진다는 작은 꿈. 이성열은 어릴적 제 소망을 듣고 너답다며 배시시 웃었다. 이런 일만 계속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하늘에게 빌었다. 화답이라도 해 주듯 하늘은 매우 맑고 청아했다. 옥상에 누워 있으니 나른한 느낌이 들었다.

항상 옥상 난간을 보면 저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궁금했다. 누구나 넘어가면 끝없는 높음이 솟아있다며 넌더리를 내겠지만, 우리는 달랐다.


"피터팬은 호기심이 많으니까-."


피터팬은 활기차지만 어두운 구석이 있을 것이라고, 그게 나라고 왈가왈부 했다.


"옥상은 참 꺼림책해."

"난 편한데."

"이 머저리."


지금이라도 저기로 걸어 나가고 싶었다. 창촌에서 강제로 해방된 나는 방황했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하며 세상을 고되게 헤쳐 나가야 하는지. 세상은 나의 숨을 조여오고 있었다. 악의 그림자와 뒷골목의 손길. 차마 이성열 때문에 피하고 싶지 않아도 피해야만 하는 진실. 그래야 웬디는 방실방실 웃을 테니까.

그래도 없을 때 세상을 지나쳐야지.

나와 이성열의 손에 쥐어진 우유곽을 때서 마시며 옥상의 바람을 실감했다. 나의 어미가 죽은지도 벌써 두달이 지났고 삶의 무기력감에 더더욱 빠져든 것도 두달이 넘어 버렸다. 이성열. 연인과는 갓 한달을 넘긴 사이. 우유를 쥐지 않은 손으로 녀석의 손을 잡자 더 세게 잡힌다. 어라. 녀석을 쳐다보자 딴청을 피운다.


"또 이런다."

"내가 뭐얼-.


이 여우. 맞잡은 손을 더욱 세게 쥐며 옥상의 더운 바람을 맞았다. 벌써 7월 말이였다. 여름이였다. 나는 겨울에 가는 것을 동경했다. 이번 여름은 일찍 찾아와서 불쾌했다. 벌레가 드글드글. 온도는 더욱 끓었다.



/



피터팬은 위태롭게 난간에 서 있었다. 웬디는 피터팬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근처 건물의 옥상으로 달려 나왔다. 김명수. 웬디는 애처롭게 피터팬을 불렀다. 여름밤의 위태로운 줄다리기는 계속 이어졌고, 급기야 웬디는 울부짖으며 애원의 어조로 말했다. 제발 살아줘. 제발.


"열린 결말의 이야기야."

"제발 거기서 내려와..."

"성열아. 이성열."


얼마 전까지 둘이서 놀고 살며 세상을 다 가진것 처럼 굴었던 나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의 아들은 수그렸다. 피터팬이 될 수 없는 비극적인 이야기.


"고맙고, 사랑했어."

"...제발."


나락에서 더 내려갈 곳은 없다. 나는 그걸 잘 알기에 더이상 내려가거나 올라가고 싶지 않았다. 더이상 저 녀석에게도 짐이 되기 싫어서, 죽어도 돌봐줄 사람 없으니 여유있게 난간에 기대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김명수 인생사는 이제 종지부를 누를 때가 온 것이다.


"다음에 꼭 보자."

"...명수야..."


녀석을 보고 방싯 웃었다. 울지 말래두. 녀석의 얼굴 위로 낙하하는 눈물을 다가가서 닦아주고 싶었지만 나는 이제 낙원으로 날아가야 하기에 내려오지 않았다. 여름밤의 찬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열린 결말이라. 단순히 관심을 받기 위해서 끄는 행위 일 수도 있고 진짜 죽고싶어서 일 수도 있다. 한 발을 허공에 내딛었다. 검은 나락의 공간에 빨려 드는 듯한 느낌이었다. 눈을 딱 감았다.

웬디의 비명이 들리고 피터팬은 꿈을 실현했다.



/



피터팬은 죽었다.

피터팬은 살았다.



fin-.


문득 넬의 피터팬을죽었다 라는 노래의 제목에 꽂혀
학교에서 종일 잡고있던게 요모냥 헣헣

참 저 백색왜성의 노텔입니다!
마카로니로 닉첸합니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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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와...정말좋아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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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그대 완전 금손이세여..진짜 숨도 안쉬고 본듯...흡입력이 장난이 아니네요...요즘 정말 금손작가님들이 많네요..ㄷㄷ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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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헐 문체 쩔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심 금손이세요 그대ㅠㅠㅠㅠ신알할께요 어서 다음편을 뱉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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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우와우와우와우와우와ㅠㅠㅠㅠㅠㅠㅠㅠ
문체 대박이에요ㅠㅠㅠ 소설책읽는거 뺭치게 좋아요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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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그냥 최고세요 완전 대박이네요 ㄷㄷㄷ;;;
13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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