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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콩 전체글ll조회 507


  홍빈은 말해놓고 아차, 싶었다. 성의 주인에게. 내가 뭔가 잘못 한 것은 아닐까. 신비한 힘을 가진 남자라는데, 혹시 나를 헤하진 않을까 덜컥 겁이 났다. 
 하지만 그의 걱정과 달리 레오가 느낀 감정은 어떤 부정적인 것이 아닌, 의문이었다. 나를 처음 본 이가 느낄 정도로 스스로의 외로움이 깊었던 것인지. 나는 정말 외로웠던 것인지. 
 너무 긴 시간동안 외로움을 느낀 나머지 그것이 무엇인지는 잊은체 외롭다는 '사실'만이 머리에 남아있었다. 신체의 일부처럼,공기처럼. 그 '의미'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나는... 외롭지, 않아. "
"... ..."

 홍빈은,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의 주위에 흐르는 분위기는 자신이 혼자라는 것을 뽐내고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있는데, 말로는 외롭지 않다니. 그러다가 그런 생각이, 혹시 그는 따뜻한 온기가 흐르는 '사람'과 만난지 너무 오래 된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레오는 홍빈과 살아온 환경이 다른 사람이니까.  모두가 이 남자를 알고있지만, 한번도 얼굴을 봤다고 한 사람은 없었다. 다만 오래전에 남겨진 기록으로 남자라는것만을 정확하게 알수 있었다. 책이 쓰여진 시기가 최소한 몇십년 전이라는것을 생각하면... 이 남자는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혼자였던 걸까.  
 그에반해 홍빈의 주위에는 비록 그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그를 경멸하고 멸시하며 그의 부모님을 힘들게 하는 사람일지라도 몸에 온기가 묻어있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이 성 안처럼 차가운 얼음들로 가득 찬것이 아니라.  

"그랬구나. 레오,씨? 레오씨라고 부르면 돼요?"
"그러던지. 편한대로."
"아,그래요? 그럼 형이라도 불러도 돼요?"

 홍빈은 조금, 대담해져보기로 했다. 성에 도착하고 지금 저녁을 먹기까지 홍빈이 본 성의주인, 레오는 산 아래의 사람들이 말하는 '괴물'과는 거리가 멀었으니까. 레오에게는 정말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줄 사람이 필요했던 거라는게 믿어졌으니까. 이 남자에게 약간의 온기라도 더해줄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나에게는, 온전한 애정으로 다가온 사람이 없었으니까.

"...형? 형이란건 피를 나눈 남자 형제들끼리 부르는 호칭이 아니던가."
"그럼 우리도 그렇다고 치죠,뭐."
"뭐? 그..."
"형. 이거 참 맛있네요. 요리 잘한다. 나 이거 여기 오기 전에도 먹어본 것 같은데, 맛이 전혀 달라." 

 대답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자기 할 말을 하는 홍빈을, 레오는 조금 황당하다고 느꼈다. 황당하지만, 싫지 않은 기분. 그래서 그냥 홍빈을 바라봤다. 홍빈은 잠시 나와 눈을 맞추다 고개를 숙이고 음식을 먹었다. 일부러 시선을 피하려고 그릇만 보고 먹는 것 같은,느낌. 자세히 보니 귀가 살짝 붉어진게 보였다.  

" 귀여워..."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레오의 시선은 홍빈에게 또렷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귀엽다니, 한번도 안들어본 말을. 그건 그렇고, 이렇게 눈치보려고 한게 아닌데. 더 다가가야 하는데. 홍빈은 살짝 고개를 들었다. 레오와 순간 눈이 마주쳤다가, 그가 먼저 자기 몫의 음식으로 눈을 돌렸다. 휴,하고 한숨이 흘러나왔다. 잠깐 마주쳤을 뿐인데, 기가 빨리는 느낌이었다. 

"어?" 

 무심코 레오의 접시에 눈이 간 홍빈에게 접시 한쪽으로 밀려나있는 조개들이 보였다. 나중에 먹으려는건가,싶기도 하고 싫어하는 음식인가, 싶기도 하고. 이렇든 저렇든 이사람도 나처럼 좋아하고 싫어하는 음식이 있구나, 싶어 웃음이 났다. 
 그리고 조용히 식사를 하다 고개를 든 레오가 본건, 뚫어져라 저의 접시를 보다가 혼자서 웃는 홍빈의 얼굴이었다. 왜 웃는가 생각을 하다가, 혹시 제가 먹고싶지 않아 옆으로 빼놓은걸 알아챈건가, 싶어 슬쩍 다시 섞어놓는 레오였다.  연하게, 아주 연하게 분홍빛이 돌기 시작한 레오의 볼처럼, 성 안의 분위기도 조금 따뜻해지지 않았나 싶다.

/
와...기다리신분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정말 오랜만이네요...

느릿느릿,조금씩 이어가고는 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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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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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기다렸어요ㅜㅜㅜㅜ 레오가 더이상 외롭지 않았으면..ㅠㅠㅜ 괴물취급당하고 불쌍해요..
11년 전
대표 사진
눈콩
잘생기고 멋지고 다정한 레오를 모르는 마을사람들이 불쌍해요ㅠㅠㅎㅎ 끝날때쯤 해서 마을로 데고 내려가볼까요? 오해도 풀고 재밌는것도 많이 보고 하게ㅎㅎ 댓글 남겨주서서 감사해요 :^)♥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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