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망자 |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화요일 낮이다. 여느 학교가 그렇듯 흙먼지 나는 운동장에는 축구 하는 남학생들이 있었고 스탠드에는 옹기종기 모여 앉아 남학생들을 훑으며 말을 내뱉는 여학생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어디에도 끼지 않는, 교실 안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한 남학생
김성규
수업은 한창 진행 중이었지만 그는 바깥을 바라보는 데만열중하고 있다. 아니 열중이라기보단 지루한 영어 선생의 수업을 피해 내다보고 있다. 멍하니 보다가도 어느 남학생이 움직이자 가만가만 움직이는 그의 눈동자. 보는듯 안 보는 듯. 그 남학생이 움직일 때만. 열중해서. 그리고 성규의 눈동자가 창 밖으로 맞춰지는 동시에 교실 안 아이들을 향하던 눈동자가 성규에게 맞춰졌다.
“김성규. 일어나서 72페이지읽어봐.”
귀찮게됐네. 성규는교과서를 뒤적거리며 72페이지를 펴서는 속으로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비척비척 일어섰다
“When a patient issuffering from a bacterial infection, common practice is……”
유창한 발음 그러면서도 중간 중간에 섞여 있는 성규 특유의억양과 발음은 그의 영어를 좀 더 매력 있고 멋들어지게 만들었다. 그는 유학파였다. 영어 하나는 자신 있었다. 아니,성규는 모든 과목을 잘했다. 제 누나를 닮아서인지 그리 악착같이 하지는 않으면서도 전교 5등 안은 꼭 유지해내는 학생이었다. 학교가 그리 좋지 못하더라도전교 5등이면 대단한 성적이었으니까, 겉으로 보기엔모범생. 공부도 잘하고 예의도 바른 모범생.
“For now, the focusis on preventing the evolution of superbugs in the first place, meaning morejudicious use of antibiotics.”
“그래…….잘했네. 앉아. 다음엔 수업에 집중해라.”
못내 아쉽고 찜찜한 눈빛으로 저를 훑는 살찐 영어 선생을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자리에 앉는 성규. 그를그의 여자 짝이 콕콕 찌른다.
“이열, 김성규 좀 멋있는데?”
“어. 고마워.”
그리고 오가는 실 없는 대화들. 성규는 생각했다. 못생긴 게 왜 자꾸 귀찮게 들러붙는 거야. 그는 어서 쉬는 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엎드려 잠이나 자야지. 지긋지긋한 수업시간. 영양가 없는 소리만 내뱉는 귀찮은 선생. 쓸데없는 소리만 내뱉는여자애.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영어 선생은 기다렸다는듯 미리 챙겨둔 물건들을 들고 나간다. 그 전에 빠져나간 학생들의 빈자리도 보인다. 교사의 권위와 위엄 같은 건 보이지 않는 교실. 가르침의 열정 또한보이지 않는 학교. 그 와중엔 살아보겠다고 똥통 학교에서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하며 교과서를 국영수 위주로공부하는 학생도 있었다. 그나마 밝아 보이는 교실 앞 교탁 뒤엔 모여 떠드는 아이들의모습이 보인다. 그와는 반대로 교실 뒤 사물함 앞에는 벌써부터 짙은 아이라인을 그리는 소위 말하는 ‘일진’ 여자아이들이 모여있다. 그리고그 주위를 맴도는 ‘일진’ 남자아이들.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족속들.
이렇게 자신의 교실 관찰을 끝낸 성규는 책상 위로 엎드렸다. 아- 피곤해.
*
“야 우현아 오늘 골 넣은 거 좀 멋졌다 새꺄.”
“이 형님이 또 축구 하나는 끝내주지 않냐. 아니 이 형님은못하는 게 없지. 그냥 형님이라 불러라. 해봐 우현이 형님.”
“꺼져라. 빵 사주려고 했더니 하는 짓이 안 귀엽네. 엿이나까쳐먹어라 우현아.”
“어 고맙다. 빵은 내 돈으로 사 먹고 엿도 맛있게 까쳐먹을게.”
아까 성규가 지켜보던 축구 하던 남학생들이다. 성규 옆 반. 성규 친구 우현이네 반. 말도 없고 냉소적인 성규와는 달리 밝고 활기찬 성격의 우현은 주변에 친구가 많았다. 성규도 친구는 많았다. 우현처럼 두루두루 친하지 않았을 뿐.
땀냄새를 풍기며 요란하게 교실로 들어오는 우현의 무리에여학생들 사이엔 잠깐의 소란이 있었다. 처음엔 풍겨오는 땀냄새와 시끄러운 소리가 싫어서. 그 후에는…….들어오는 인물이 누군지 확인하고 해야 할 말이 생겨서. 꺅꺅 소리가 여러 번 들리던 여학생들 사이에서 얼굴에 홍조를띤 한 여학생이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며 남학생들 사이 우현에게 다가간다.
“저기 우현아…….”
“응? 어 말해.”
“괜찮으면 우리 토요일 날 영화 보러 가면 안 될까?”
뜬금없는 영화데이트 신청.그것도 여자가. 이게 무슨 상황일까 싶겠지만, 우현은 나름 인기남이다.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나름 하는 편이고 얼굴도 괜찮고 키는 작아도 실속 있으니까.
그리고
“정말 미안한데 나 약속 있어. 다음에 내가 표 구해놓든가할게. 그때 가자. 미안”
거절
정말 미안한 듯 강아지처럼 웃으며 말하는 우현에게 여자애는아무 말도 못 하고 자신의 무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여러 번 들리는 우현의 이름. 분명 우현을 욕하고 있겠지.
‘못생긴 게 어디서 데이트 신청이야.’
아. 우리의 남우현은 얼굴을 많이 보는 남자였다. 친구라고 우현과 성규는 닮아있었다. 이런 쓸데없는 것까지.
*
“어? 그래서 내가 존나 미안한 척하면서 다음에 가자고 했지. 그다음은 평생 없을 거다. 아 니미 기분 더러워서.”
“나도 아까 영어 때 옆에 앉은 년이 말 걸더라. 별 실없는소리만 내뱉길래 대충 입 닥치라고 눈치 주고 종 치는 거 기다렸지. 피곤해 죽는 줄 알았다. ”
고고해 보이는 성규와 마냥 밝기만 할 것 같은 우현의 입에서나오는 욕지거리들. 그리고 자신들에게 용기 내어 말 걸었을 여학생들을 씹는 단어들. 안 어울릴 듯 어울리는 그 둘의 대화를 동우는 지켜만 보고 있었다. 저놈 새끼들 철 들은 척은 지네들끼리 다 하는데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면서. 워낙 똥통이라 야자는 뭐 그냥 빼도 별로 관리가 없는 학교라서우현, 성규와 동우는 나와서 놀고 있었다. 걸리면 뭐…….안 걸리면 된다고 태평하게 말하면서. 그리고 이미지 관리 하나는 잘해놔서 선생들 사이에서 나름 평판이 좋은 셋이었다. 대충 뿌잉뿌잉하면 넘어가겠지, 뭐. 안 그래 성규야? 그렇지 장동우 한 번 웃으면 보내주겠지.
그 뒤로도 그들의 대화는 계속 들려왔다. 남학생들의 우정. 꽤 오래갈 듯 보이는 우정. ‘Friend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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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2편까지는 고등학생 때 얘기가 될 것 같아요. 하지만 도망자는 학원물이 아니랍니다 :-) 배경 설명이 끝나고 어서 전개 부분을 연재할 때가 왔으면 좋겠어요. 계속 연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원하시는 그대들이 계신다면 꼭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만, 댓글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 읽으셨다면...귀찮으시더라도 읽었다는 표시 하나만이라도 남겨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어쩌면 3편이 오늘 내로 올라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다시 한 번,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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