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대의 생일이오. 그대 없이 처음으로 맞이하는 그대의 생일이오. 그대 없이 이 봄이, 또 그대의 생일이 오지 않을 것이라 굳게 믿었지마는 시간은 잘못 쏜 화살마냥 빠르게도 날아가는구려. 그대 내게 늘 함께 가요, 이 각박한 세상 혼자서 얼마나 외롭겠어요, 하였던 것이 어제 같은데도 그대 나를 두고 먼저 가버리는구료. 어젯밤 그대 생각에 잠 못 이루며 베개를 적시었소. 새벽 찬 바람을 맞으며 그대 생각이 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소. 내 첫 번째이자 마지막 여자인 그대를 내 어찌 잊을 수가 있겠소. 가끔가끔 그대에게 나도 몇 번 연인이 있었다, 장난을 쳤지만은 내게는 오직 그대 하나뿐이었소. 그대에게 내 모든 첫 번째를 주었소. 첫 번째 입맞춤, 첫 번째 데이트, 첫 번째 청혼. 이 모든 기억들과 순간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살아 숨 쉬는 구려. 처음이라 그대와 나는 많이 서툴렀소.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서로를 가르치고 배우며 함께 살아갔소. 20살 막 고등학교를 졸업해 파르스름한 짧은 머리를 가지고 있던 내게 다가온 그대는 큰 축복이었소. 맨 처음 그대를 본 날에 수줍게 웃으며 내게 손 내밀던 그 모습에 나는 첫눈에 반해버렸소. 그 이후 오랫동안 시간이 흘렀지만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에 나는 다른 이를 쳐다본 적이 없소. 내 곁에 가장 고운 꽃이 피어 있는데 어찌 다른 꽃이 곱다 하며 따라갈 수 있었겠소. 그대 지금 내 곁에 없다 하지만은 내 그댈 기억함은 그대 곁에 있을 때와 똑같소. 똑같이 사랑하고 똑같이 그리워하고 똑같이 좋소. 다만 그대 내 곁에 없다는 것이 슬퍼 밤새 베개를 적시며 눈물 흘리지만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날 터인데 이제 그런 부질없는 눈물은 그만 그치려하오. 그러나 그대가 보고 싶소. 참으로 보고 싶소. 둘이 있을 때면 꺼내 볼 때마다 즐겁던 옛 시절의 그 일들이 모두 큰 그리움으로 남아 내 심장을 쥐어짜 내리는 듯 하오. 그리움과 외로움이 내 곁을 부유하며 나를 괴롭히오.
이 날씨 좋은 날에도 나는 추위를 느끼오. 항상 내 곁에서 따스한 체온을 주던 그대가 없어 춥소. 참으로 춥소. 그러나 오늘은 그대의 생일이오. 하느님께서 그대란 큰 선물을 세상에 내려주신 날이오. 그러니 울지 않겠소. 그대 내게 수줍게 웃으며 다가온 날이 그대의 생일이었고, 그대의 생일에 그대에게 청혼하였소. 그런 날이오. 이런 영광스럽고도 훌륭한 날에 우리 눈물 흘리지는 맙시다. 그대가 없으니 아침마다 일어나는 잠자리가 참으로 힘겹소. 나를 깨우며 환한 웃음 짓는 그대의 얼굴이 내 눈에만 보이오. 다른 이들은 보질 못하는데, 나만 그대를 볼 수 있소. 그래서 슬프오. 그것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상상이라 생각하면 참으로 슬프오. 그렇게 나는 그대 없는 세상에서 하루를 시작하오. 하루를 슬픔으로 시작하지만 나는 괜찮소. 그대와의 추억을 돌이켜보며 혼자 즐거워하는 것이 이제는 익숙해졌기 때문이오. 오늘은 그대의 생일이라 홀로 미역국을 끓였소. 생각했던 것보다 먹을 만했소.여기 오는 길에 빵집에 들러 그대가 좋아하던 케이크도 사봤소. 사다가 욕심이 생겨 당신을 닮은 흰 장미꽃도 샀소. 늘 내가 이런 것을 사다주면 입으로는 싫다고 하였지만 그래도 곱다고 좋아하던 그대 모습이 떠오르오.
아, 바람에 벚꽃 잎이 흩날리기 시작하오. 그대 좋아하던 벚꽃이 흩날려 떨어지오. 나는 아직도 그 때에 그대가 했던 말을 기억하오. 벚꽃처럼 살고 싶다 말하던 그대가 떠오르오. 달밤 가로수길 사이로 보이는 그대의 얼굴은 아름다웠소. 그때 당신과의 결혼을 생각했소. 나도 당신과 같이 벚꽃이 되고 싶소. 그대 꽃이 되어 주오, 내 가지가 되어 그대를 잔뜩 품에 안을 테니. 그대 홀로 가버린 세상에 아름다운 것이 없다 생각하였으나 환한 등처럼 내 앞을 밝혀주는 저 벚꽃만은 유일한 아름다움이오. 그대가 좋아하던 그 아름다움이요. 봄이 가기 시작하오. 긴 봄이었소. 참으로 긴 봄을 이젠 끝내려 하오. 내 자리를 마련해 주시구려. 내 곧 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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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도였으나 흔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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