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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헿데헿 전체글ll조회 606


여느때와 다를것없는 시시하고 지루한 하루다. 구름 적당히, 바람 적당히, 햇살 적당히. 칠판 위 글들을 부지런히 옮겨적는 익숙한 뒷모습들. 또각또각 칠판에 부딪히는 소리, 간간히 웃음소리, 살랑이는 커튼. 

여느때와 다를것 없이 시시하고 지루한, 그래서 익숙하고 다정한 풍경속에 네가 있다. 

수업이 끝났다. 썰물이 쓸려가듯이 급식실로 빠져나간 덕에 조용해진 교실에서 조용히 일어나 교실밖으로 나섰다. 슬슬 복도를 걷는데 등뒤에서 원식이 "왜 왔어요" 하며 묻는다.


"오, 말도걸어주네? 4교시 내내 쳐다도 안보더니."

"아 씨발"


저 한마디를 내뱉은 원식이는 따라와봐요 하며 앞장선다. 도착한곳은 소각장 조금 뒷편 사람이 거의 발걸음을 하지 않는 장소였다. 소각장에서 지금 누군가 남몰래 담배를 태우는가보다. 담배냄새가 이곳까지 스물스물 기어왔다. 


"원식아 담배있어?"

"장난치자는거 아니니까 잡소리 하지마요. 나지금 진짜 형이고 뭐고 다 엎어버리고싶거든? "

"왜, 무슨얘기가 하고싶은데."


원식이의 눈을 쳐다보며 주섬주섬 담배를 꺼내무니 '가지가지 한다' 라는듯한 표정으로 미간을 구긴다. 한가치 더 꺼낸 담배는 원식이의 입에 물려주었다. 짜증내면서도 얌전히 받아물어 제 라이터로 불까지 붙이는 모습이 웃기면서 귀여웠다.


"원래 담배 안폈잖아요."

"어쩌다보니까 이렇게 됐어."

"그래 어쩌다보니까 연락 끊고 잠수타고 반년반에 이렇게 뻔뻔하게 다시 내앞에 나타났고?"

"응, 어쩌다보니까 그렇게 됐네."

"변명같은건 할 생각도 없어보이네?"

"그렇지 뭐."


원식이는 짜증섞인 한숨을 내쉬더니 깊게 담배를 빨고 순식간에 거의가 잿덩이로 변해버린 담배를 비벼껐다. 


"우리 더 할얘기 없어보이네요. 먼저갈게요."

그리곤 가다가 이내 돌아서며 할말은 해야겠다고  또박또박 내뱉는 말이 참 아리다.

"나는 그래도 복학생이랍시고 쌤이 덷고 들어온게 형이라서 씨발 존나 속으로 멍해지고 눈물날것같고 반갑고 고마웠거든요? 나는 형이 나보러 다시 이 학교 온줄알고, 무슨 사정이 있었다, 하면서 먼저 나한테 와서 사과할줄알았어요. 내가 병신이었네."

나는 이말에 대답하지못했다. 원식이는 잠시간 내 말을 기다리는듯 하다가 씨발, 욕을 내뱉고 분에가득찬 걸음걸이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가슴에 바윗덩이가 얹힌 기분이다. 담에 등을 기대고 쭈그려앉아 담배를 한대 더 뺴어물었다.









-









 

 첫날, 반 아이들은 복학생이라는 타이틀에 기웃기웃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곧 저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놀더라. 학교생활은 대충 무난할것같다.  


 침대위에 배를깔고 누워 핸드폰 액정에 찍힌 번호를 두고 한참을 고민했다.  종례가 끝나고 앞다투어 반을 나서는 아이들 사이에 있는 원식이를 끌어와 번호 안바꼈지? 하고 물었었다. 물론 대답도 않고 쌩하니 가버리긴 했지만, 왠지 안 바뀌어있을것 같은 느낌이라 그냥 전화를 걸었다. 몇번의 신호음이 울리더니 여보세요? 하고 전화를 받는다. 제일 먼저 쿵쿵 노래방소리가 들리고 원식이 목소리가 들린다. 노래방인가보네. 한참을 침묵하고있자 여보세요 누구세요 하던 원식은 어렴풋이 눈치를 했는지 차학연? 하고 찔러본다. 


"응 난거 어떻게 알았어?"


"왜요. 왜전화했는데"


아깐 그렇게 화내고 갔으면서 전화를 끊지는 않는다. 꽤 오랫동안 아무런 말 없었는데 묵묵히 기다리는것에 어떤 간절함같은것이 느껴져서 괜히 울컥 눈물이 차오른다. 그래서 울었다. 이를 악물고 소리없이 눈물만 똑똑 떨궜다. 침묵속에 원식이 다시 나지막이 말을 꺼냈다.


"먼저 전화했으면서 왜 말이없어요."


"..."


"집 어디야."


"..."


"어디냐고"


입을열면 목소리가 덜덜 떨릴듯 해서 그냥 전화를 끊었다. 득달같이 전화가 다시 걸려왔지만 받지않았다. 

너는 참 한결같이 속을 그대로 드러내버린다. 이렇게 화내면서도 차마 먼저 나를 끊어내지 못하는 네가, 나는 좀 더 영악하고 강해졌으면 좋겠는데.







-





-xx빌라 a동 302호-


엄마는 웬 남자와 살림을 차렸다고했다. 그 말을 직접 전해들은 길로 집을 바로 정리하고 새로 이사온곳이었다. 딱히 새로시작해야겠다던가 살아야겠다는 마음은 없었는데 무언가 미련이 남아 대충 자리잡은곳이었다. 원식에게 문자를 찍어보내자 얼마 안되어 벨이 울린다. 문을 열자 그앞엔 원식이 비장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딴엔 뭔가 담판을 지으려 온듯 해서 귀여운 마음에 웃음부터 터졌다. 











-

 







아무리 그래도 한마디정도는 해줄 수 있었잖아요. 6개월동안을 연락한번없이. 어떻게 그렇게 잔인하게 사람을 돌게만들어. 


갑자기 연락은 안되지, 학교도 안나오지. 쌤한테 물어보니까 자퇴했다그러지. 집까지 찾아갔었는데 그새 집까지 옮기셨더라? 피가 거꾸로 솟고 미치고 팔짝뛰겠는데 조금 있으니까 번호까지 바꾸고 씨발. 그래도 난 형한테 뭔가 사정이 있어서 그랬을거라고 그 사정이란게 뭘까 걱정돼서 환장할뻔했는데 씨발 내가요, 어? 그래 솔직히 많이 원망했어. 연락이라도 되던가. 내걱정은 안됐어요? 그렇게 연락없이 말그대로 사라져버리면 기다리는사람 어떻게 미쳐 환장할지 생각 안해봤냐고. 

 


나한테 의지하는거 바랬지만 기대는 안했어요. 형은 항상 그랬으니까. 그래도 난 형 힘들떄 내가 옆에 있을 수 있는거 그걸로도 고맙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아무말도 없이 내앞에서 사라져버리면 난 뭐라고생각해야되는데요.  난 형한테 뭐였어요?" 


씩씩대며 두서없이 얘기하던 끝내는 원식의 두눈에 눈물이 흘러나왔고 마지막 말은 비수가 되어 내게 꽂힌다. 아냐 원식아. 난 너 되게 사랑했어. 나락에서 니생각밖에 안났어. 니가 생각하는것보다 넌 나한테 훨씬 큰 존재였어. 허겁지겁 내뱉고싶은 변명이고 진심이다. 난 너 되게 사랑햇어 그리고 지금도 사랑해 엄첨. 그래서 하고싶은말을 애써 삼키고 차분한척 너를 불렀다.


"원식아."


"..."


"우린 끝이 존재하는 사이였잖아."


"씨발 누구맘대로 끝이 있다 없다 그딴식으로 지껄여. 형은 나 사귀면서 그딴생각하고있었어요?"


정확히는 나로인한 끝이였다. 매일같이 엄마와 나를 때리던, 그러다가 술에취해 당신 스스로 차도에 뛰어들어 죽어버린, 아버지, 그런 사람에게 코가 꿰인게 나때문이라며 나를 증오하는 어머니. 참 꾸준히도 퍼부어지는 욕설과 폭언에 죽고싶다는 생각은 고질적으로 나를 잠식하는 어둠이었고, 그 죽음이라는 어둠이 되레 나에겐 유일한 안식이자 빛이었다. 

너는 참 여리다. 그리고 어울리지 않게 순애보라, 니말대로 너에게는 우리사이에 끝이 존재하지 않았을것이다.

 날 미워했지만 엄마는 엄마였고 하나뿐인 가족이라, 끝없는 증오를 견디며 가족이라는 관계의 끝자락을 필사적으로 붙들었었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에게 버려졌다는 사실덕에 죽음에 대한 갈망을 더했고, 미안하게도 너는 그것을 막을 수 없었다. 너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그래도 너는 여기까지였다.


"...그러면 왜 돌아왔어요?"


"고졸은 해야겠더라고"


웃음을 지으며 대답하니  네 표정이 허탈함에 물든다. 턱끝까지 치고 올라온 응어리진 울음이 답답한지 방안을 서성거리다가 침대에 털썩 주저앉아 울음에 절어 쉬고 갈라진 목소리로 말한다.


"형 나한테 왜이래요 진짜."


"내가 천하에 둘도 없는 개새끼라그래."


내말에 어이가 없었는지 너는 픽하고 힘없는 웃음을 지어보인다. 형이 개새낀거 존나 충분히 와닿았는데, 나는 병신새끼라서 그래도 너 잡고싶어. 잡으면 잡혀줄거예요?

결국엔 눈물이 나고 말았다. 이미 다 바스라진 마음을 그러모아, 그래도 못놓겠다고 내밀어오는 손길때문에 미안해서. 화내고 소리치고 원망해도 결국엔 울며 붙잡는 손길이 아려와서. 

난 너에게 강해지라고 말했지만 사실 약한건 나다. 끝이 두려워 스스로 끝을 만을어내는 나였다.


"원식아"


"말하지마요."


어느새 내앞에 다가선 너는 날 끌어안고 거세게 입을 맞대어왔다. 

꾸역꾸역 삼켜왔던 그리움이 왈칵 쏟아지는 바람에 그저 너를 마주안을밖에. 


 염치없이 돌아와서 미안해. 나는 너와 함께할 남은 시간들에 미련이 남아서 돌아왔어. 내 욕심 채우고 나면 나는 내 안식을 찾으러갈거야. 차마 내뱉지 못한 사죄와 고백이 아프게 가슴을 짓누른다.



"씨발..다 용서할테니까, 다시는 이렇게 없어지지마요."


긴 입맞춤을 끝낸 뒤 다시금 나를 꽉 끌어안으며 말하는 너에게 차마 대답하지는 못했으나, 

사실 어렴풋이 깨닫고있었나보다. 이미 너는 내 삶의 이유일지도 모른다는것을










***







글중에 학연이는 우울증을 앓고있어용

그와중에 어머니가 집을 나가시고 살림을 차리시는 바람에 학연이 멘탈이 바스라져서 

원식이랑도 언젠간 끝날거라고 생각하고 상처받을게 무서우니까, 막 자기가 안식이라고 생각하는 죽음으로써 상처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건데요. 


(물론 아시겠지만 자살은 안돼요 나빠요 제가 한창 우울우울하고 막 스트레스받고 그래서 극단적으로 생각했을떄 막 죽으면 편하겠지 이랬었는데 절대 아니여요ㅠㅠ

주변사람들에게 말못할 상처가 되며 그 주변인의 자살률도 증가한다고 하니 힘드신 분들은 주위를 둘러보시길, 알고보면 도와줄 분들은 아주 많슴니다)


아무튼 그래서 어머니가 집을 나가시고 곧바로 자퇴하고 잠수타고 세상과의 연을 끊으려고했었는데, 원식이가 자꾸 맘에걸리는거죠 그래서 6개월을 갈팡질팡하다가 

'원식이랑 못햇던거 다 해보고 미련없이 상처없이 내 안식을 찾아 떠나겠어' 라는 못된결심을하며 새학기 첫날 원식이 앞에 짠 하고 등장합니다.

 ㅋㅋㅋㅋ근데 계속 학연이가 떠날거다 뭐다 해도, 

사실 이 전부터 원식이는 이미 학연이에게 삶의 이유가 되었으므로 학연이는 원식이를 떠나지 못할거고, 학연이도 무의식중으로 어렴풋이 그걸 깨달았지만

저런 결심을 굳이 한 이유는 일종의 자기합리화?ㅎㅎㅎㅎㅎ 

ㅎㅎ그래서 계속 속으로 '난 널 이용해 미련을 떨치고 널 떠날거야 미안해ㅠㅠ' 하고있는거져

암튼그렇게 학연이와 원식이가 재회하고 해피엔딩


원래는 밑도끝도 없이 우울터지는 글이였는데 급히 해피엔딩으로 노선을 바꾸다보니 어거지스러운 감정선도 많고 

아니 사실은 감정선뿐이 아니라 글 전체가...ㅋ....ㅋㅋㅋㅋ 헤헤 

원래는 여신님들이 올려주신 글들 보며 좋아라 찬양만 하던 겁나 똥손인데 너무 보고싶은 장면떄문에 막 자급자족한 글이라

제대로 표현 못한 부분이 많아서 사족을 길게 달았습니다ㅠㅠ

아마 없으실 듯 하지만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혹여나 있으시다면 매우 사랑해여 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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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ㅜㅜㅜㅜㅜㅜㅠㅠㅠ아원식이박력터지는데너무아련하고ㅠㅠㅠㅠㅠㅠㅠㅠ으ㅠㅠㅠㅠㅠ최고최고에여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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