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 Dream 01.
온세상이 하얬다.
경수는 혹 저의 눈에 뭔가가 씌워져 있는것이 아닌가 싶어 눈을 더듬고 비벼도 봤지만 제눈이 잘못된게 아니었다.
확실히 경수가 있는곳은 하얬다.
두눈만 깜빡이던 경수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걸어도 걸어도 혼자일것 같던 세상에서 저멀리 흐릿하게 형체가 보였다.
저 혼자 고립된게 아니라는 게 마냥 기뻤던 모양인지 경수가 힘차게 발을 굴러 그 앞으로 다가갔다.
저멀리서부터 경수가 뛰어오던것을 가만히 보고 있던 남자가 경수가 오자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늦었네. 조금만 일찍오지 그랬어."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목소리가 귓가에 박히고, 경수는 저도 모르게 미안하다며 중얼거렸다.
제가 왜 미안하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체로 경수는 자꾸 미안하다고 중얼거렸다.
미안할 필욘 없어. 경수의 행동에 살짝 웃어보인 그가 다시 한번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더니 꽤나 다급한 표정으로 경수의 두손을 잡아왔다.
갑자기 잡아온 손에 경수가 흠짓 놀라며 어깨를 살짝 떨었다. 그리고 눈을 들어 그의 두눈을 바라보았다.
"내이름은 변백현이야."
변백현,변백현. 그의 밝은 갈색의 머리라던가 쳐진 눈꼬리와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한 경수가 머릿속으로 그의 이름을 다시 되뇌었다.
"차조심해."
응? 고개를 들어 백현을 바라본 경수가 이해되지 않는 말을 머릿속으로 다시 떠올렸다. 차를 조심하라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며 입을 떼려는 순간 맞잡고 있던 두손이 아득히 멀어졌다.
뭔가가 저를 빨아 들이는 듯한는 생소한 느낌에 경수는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얼어 붙었다.
하얗던 세상이 새카매지고 거짓말 처럼 경수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어머, 깜짝이야. 일어나있었어? 일어나서 씻고 밥먹어.아직 시간많아."
동그랗게 뜬 두눈엔 갈색머리의 백현이 아닌 아침을 준비하는듯 뒤집개를 손에 쥐고 계신 엄마가 보였다.
경수가 고개를 들어 방을 구석구석 눈으로 좇았다. 더이상 이곳은 온통 하얗지도,까맣지도 않았다.
몸을 일으킨 경수가 창 밖을 내다 보았다.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벌써 집을 나서는 다소 익숙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눈에 들어찼다.
아,
아침이다.
경수는 제가 대체 무슨 정신으로 일어나 씻고 밥을 먹고 지금 등굣길에 오르고 있는지 몰랐다.
지난밤 보았던 백현이란 아이는 꿈속에 있던 사람이었나.
경수가 영 혼란스러운 얼굴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했다. 깨어난지 한참이 된 지금에도 백현의 얼굴과 그 목소리와 맞닿았던 손의감촉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대체 왠 개꿈을 꾼건가 싶다.
교실에 도착에 1교시가 시작한 와중에도 경수는 꿈속 생각을 떨칠 생각이 없어보였다.
조금 생생한 꿈이라고 치부하고 넘겨버리기엔 뭔가 찝찝했고, 무엇보다 조급해보이던 말투와 눈빛이 떠올랐다.
결국 경수는 1교시를 허망하게 보내버렸다.
오늘 한 내용이 뭐였나 싶어 교과서를 들추어 보았지만,
평소엔 그리 잘 읽히던 글자들이 눈앞에서 흐느적거리며 춤을 추었다.
인상을 찌푸린 경수가 한숨을 내쉬며 교과서를 덮고 책상위로 엎어졌다.
잠이라도 자면 괜찮아 질까 싶어 눈을 감고 가만히 있는 경수였다.
잠이 올듯 말듯 간당간당 거린다. 조용히 지난 꿈을 또다시 떠올렸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니 늦었다고 말했고, 조금더 일찍 왔으면 좋았겠다고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고.
시간을 확인했고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고. 그리고 그다음엔 또, 또..
'차조심해.'
경수가 잽싸게 몸을 일으켰다.
분명히 선명히 들려온 목소리에 뭔가 싶어 주변을 휙휙 둘러보았지만 꿈속에서 보았던 살랑거리던
갈색머리는 보이지 않았다.
그 망할 꿈 생각을 하도 해대니 드디어 헛소리라도 들리는 것 같았다.
다시 인상을 찌푸린 경수가 구겨진 미간을 인식하고 눈썹에 손을 대어 좌우로 늘렸다.
"도경수!"
경수의 이름을 우렁차게 부른 소리에 반아이들 모두가 고개를 돌려 앞문을 바라보았다.
곧,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찬열임을 알고 다들 각자 할일을한다. 굉장히 익숙한 풍경이었다.
"야. 소리좀 지르지마 창피하니까."
경수가 여전히 미간을 문지르며 말하니, 찬열은 경수의 기분이 영 꽝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저도 덩달아 진지해 졌다.
"왜그래?무슨일인데."
그래도 경수는 자신이 입도 뻥긋 하지 않았는데 무슨일이 있는건지는 아는 찬열을 보니 친구가
괜히 친구가 아니라는게 느껴진다.
그래도, 찬열이라면 자신을 또라이로 보면 또라이로 봤지 이해는 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경수가 바싹 마른 입술을 혀를 내밀어 한번 핥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리 친구랄지도 병신쪼다로 보이는 건 경수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다.
경수는 제가 참 한심해졌다. 살아 있는동안 몇번이고 꾸는 꿈따위에 몇시간을 끙끙 대고 있다는 걸
생각하니 기가 찰 지경이었다. 그래, 이게 뭐라고 내가 이러냐.
"어디서 니 똥냄새가 자꾸 나네."
괜히 쓸데없는 말을 한 경수가 씨익 웃어보였다. 심각한 얼굴을 하며 경수의 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던 찬열의 얼굴이 괴상하게 일그러 졌다.
"새끼야. 뒤질래."
경수가 단순히 장난을 치려 분위기를 잡은 줄 안 찬열이 경수를 때리려 손을 번쩍 치켜 올렸다.
그래도 풀어진 것 같은 분위기에 경수가 괜히 하하, 하고 웃었다.
그래 그건 꿈이다. 쓰잘떼기 없는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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