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그와트; 일곱 개의 호크룩스
25.
“아무리 좋아하는 과목이라지만 이건 너무해. 머글들의 대학생활이 이런 기분일까. 과제에 치여 산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네.”
이런 건 몰라도 되는데 말이지. 로운은 수풀을 헤치며 중얼거렸다. 들을 사람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쏟아져 나오는 혼잣말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번 태형과 함께 약초를 찾은 뒤로도 과제가 끝나지 않았으니.
태형의 퀴디치 연습으로 혼자 빗자루를 타고 나온 로운은 기억을 더듬어 숲에 찾아왔지만 어째 점점 미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빗자루를 타고 숲 위에서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봐도 빽빽하게 들어찬 나무들은 푸른색만을 자랑했다. 몇 번이고 길을 잃고 빗자루를 타 숲의 입구로 돌아가기를 몇 번. 온몸에 흙먼지를 뒤집어 쓴 로운은 그냥 되는대로 걷기로 했다. 태형이 알려준 호수가 아니라도 약초는 찾아 볼 수 있는 거니까.
로운은 이곳저곳을 뒤지면서도 그런 제가 신기했다. 쎄하다는 느낌이 들자마자 못된 말을 내뱉었던 아이와 가장 친한 친구가 되다니. 처음엔 미안한 마음이 컸다. 과하게 느껴지는 친절을 경계하느라 도리어 제가 색안경을 쓰고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했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만든 경첩 팬던트를 선물했다.
태형과의 인연은 그 사과를 받든 받지 않든 거기서 길게 이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그냥저냥 아는 사이가 되어 그냥저냥의 관계를 유지할 줄 알았다. 그게 로운이 어렸을 때부터 해왔던 것이었고, 그게 가장 적절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뒤로 항상 빼놓지 않고 팬던트를 차고 있는 태형을 볼 때마다 로운은 마음이 흔들렸다. 의도한 것처럼 종종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도 점점 아무렇지 않게 되었고, 함께 조식을 먹고 점심시간에는 먼저 수업이 끝난 사람이 기다려주거나 주말을 같이 보내는 것도 점점 일상이 되어갔다. 이에 익숙해지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로운은 태형과 함께 머글세계에 나가 있었다.
ㅡ난 돌아다니는 거 좋아해. 안이든 밖이든. 주로 밖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래서 우리 마을에서 아무리 오래 사신 분이라도 나만큼 거길 잘 아는 사람도 없어.
ㅡ그래?
ㅡ응. 빨리 방학됐으면 좋겠다. 우리 마을은 너무 멀어서 기차 아니면 못 가거든.
ㅡ그럼 나 살던 데라도 가 볼래?
태형은 그 길로 로운을 교장실로 데려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교장선생님은 안 계셨고, 벽난로 앞에서 플루가루를 집어 들면서도 로운은 태형의 과감한 행동에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ㅡ우리…… 이래도 돼?
ㅡ왜 안 돼?
ㅡ교장선생님이 아시면…….
ㅡ교장선생님이랑 친해서 괜찮아.
그렇게 플루가루를 내던지며 외친 곳은 다이애건 앨리.
ㅡ너 다이애건 앨리가 고향이야?
온몸에 묻은 플루가루를 털며 거리를 걷고 있을까, 태형은 말없이 웬 골목길의 벽을 톡톡 쳐댔고, 벽돌들이 큐브 돌려지듯 돌려지며 열렸다.
ㅡ여기가 머글세계야.
그리고 또 웬 가게를 지나 나간 곳은 머글세계였다. 로운은 태형이 아는 곳을 쏘다니며 말로만 들었던 머글문화를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했고, 태형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은 머글세계에서 살지 않는 태형이지만, 건너건너 들었던 이야기들이 태형의 목소리로 재현 되면서 로운은 느꼈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 익숙해진다는 건, 이런 기분이구나.
한참을 놀다 돌아오고서는 난로 앞에 서 계시는 교장선생님께 딱 걸리는 바람에 벌점을 받았지만, 로운은 즐거웠다. 태형과 함께 하는 일상에 익숙해지는 것. 이것은 된다 안 된다의 문제나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었다. 로운은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함께’라는 것의 끝이 낭떠러지가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은, 처음이었기에.
“어쨌거나 약초천국인 곳도 알게 됐으니까 말이야.”
로운은 시원하게 펼쳐진 갈대밭과 그 뒤에 넓게 펼쳐진 호수를 보며 걸었다. 드디어 찾았다, 라고 외치는 순간 빗방울이 하나씩 떨어지긴 했지만.
톡톡이 후두둑이 되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흠뻑 젖기 전에 로운은 가까운 동굴 안으로 들어가 비를 피했다. 저쪽에는 해가 떠 있는 게 아무래도 소나기 같았다. 조금만 기다렸다 가야지.
“그나저나 이런 동굴은 처음 보네.”
살짝 젖은 옷가지를 털며 로운은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지팡이로 빛을 비춰보자 그리 깊지는 않아 보였다.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던 로운은 생각보다 빨리 끝이 나와 아쉬워하면서도 반짝거리는 무언가에 발걸음을 멈췄다.
그 ‘무언가’는 칼이었다. 어찌나 깊이 박혀 있던지 길다는 것도 뽑은 후에야 알았다. 박혀있던 깊이나 손잡이에 먼지를 보면 꽤나 오랜 시간 방치된 것 같은데 이상하게 하나도 녹슬지 않았다.
“이런 게 왜 여기 있을까……?”
로운은 칼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물음표를 띄웠다. 손잡이에 박힌 주황빛 수정이 범상치 않아 보였다. 옆에 널브러져 있던 칼집을 주워 조심조심 칼을 집어넣은 로운은 가지고 온 노끈(약초채취용이었다)을 사용해 등 뒤로 멨다.
그러고 있을 동안 빗소리는 점점 멎었고, 로운은 칼을 등 뒤로 멘 채 천천히 빗자루에 올라탔다. 이것이 무엇인지는 태형과 함께 고민할 작정이었다. 그때까지 아무에게도 들키면 안 되니, 눈에 띄지 않은 곳에 내린 로운은 칼을 빗자루와 겹쳐 쥐고는 가방으로 한 번 더 가렸다.
“어디 갔다 와?”
방에는 룸메이트 둘이 있었다. 2학년 동갑내기 한 명과 3학년 한 명.
“아, 약초학 과제 때문에 밖에 나갔다 왔어요.”
“또 김태형이랑 쏘다니다 온 건 아니고?”
“걔는 퀴디치 때문에 바쁘잖아~”
놀 시간이 어디 있겠어. 로운은 룸메이트들의 말에 가볍게 웃은 뒤 침대 아래에 칼과 빗자루를 함께 밀어 넣었다. 말 사이에 묘하게 가시가 박혀있는 것쯤은 아무렇지 않았다. 항상 겪어온 것이었고, 그것은 전부터 로운이 관계에 있어서 적당함을 유지하게 된 이유였으니까.
저녁시간까지 태형은 퀴디치 연습을 했다. 태형이 로운과 함께 저녁을 먹을 눈치여서 로운이 먼저 괜찮다며 태형을 퀴디치 팀과 먹도록 했다. 어중간한 관계라도 유지해야 하는 게 맞는 거니까. 서로로 인해 다른 관계를 깨트릴 필요는 없잖아. 로운의 말에 태형은 고개를 끄덕였더랬다.
모두가 나간 방에서 홀로 침대에 앉아 일기를 쓰던 로운은 문득 침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머리에 피가 쏠리는 것을 참으며 팔을 뻗어 칼을 꺼냈다. 살짝 꺼낸 손잡이에서는 주황빛 수정이 전보다 더 빛나고 있었다. 로운은 다시 칼집을 꼼꼼하게 갈무리하고 침대 밑으로 밀어 넣었다.
일요일. 날씨: 오전 내내 흐리다 오후에 잠깐 비
약초학은 과제가 많아서 힘들다. 그래도 재밌으니 다행이지. 과제 때문에 그 애랑 갔던 호수를 찾다가 길을 잃었다. 하지만 길을 잃었다 생각할 새도 없이 새로운 장소를 발견했다. 비가 와서 잠시 숨은 동굴이었는데, 호기심에 안으로 들어갔다 길쭉한 칼을 발견했다. 어찌나 깊이 박혀 있던지 길다는 것도 뽑은 후에야 알았다. 박혀 있던 깊이나 손잡이에 먼지를 보면 꽤나 오랜 시간 방치돼 있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손잡이가 하나도 녹슬지 않았더라. 나는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들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곧 있으면 열릴 여름축제로 온 학교가 바빴고, 태형도 전보다 더 바빠졌다. 퀴디치 우승후보 팀인 만큼 만반의 준비를 한다고 했으니 태형과 로운이 만날 시간도 자연스레 줄었다.
그 때문에 로운은 태형에게 아직 칼의 존재를 알리지 못했으나, 그간 지켜본 결과 크게 문제 될 건 없어 보였다. 게다가 호신용으로는 딱이라 로운은 등 뒤에 칼을 메고 다시 숲을 찾았다. 이번에는 길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며.
하지만 다짐은 다짐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로운은 또 다시 눈도 오지 않는 숲 속을 환상방황하며 기억을 더듬었다. 이 정도로 공간 감각이 둔하진 않았는데 이 숲만 오면 멍청해지는 기분이었다. 로운은 아까까지만 해도 몇 번을 돌았던 길이 이번에는 두 갈래로 나뉜 것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냥 다음에 김태형이랑 같이 와야겠어.
그리고 뒤 도는 순간 로운은 웬 바위에 코를 찧고 뒤로 넘어졌다. 없던 바위가 생겨서는 갑자기 길을 막은 게 황당해 코를 부여잡고 있을까, 이번엔 또 웬 산짐승소리가 났다.
“어……착하지……?”
개 같기도 하고, 늑대 같기도 하고, 곰 같기도 한 것은 도대체가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일단 개과인가 싶어 손을 내밀고 입으로 혀 찧는 소리를 냈지만 오히려 그게 그 짐승의 심기를 건든 것인지 저쪽서부터 달려오는 모습에 로운은 다급히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손에 잡힌 것은 지팡이가 아닌 칼이었다. 분명 등 뒤에 메고 있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가 파악할 새도 없이 짐승은 가까이로 달려왔고, 로운은 칼을 휘둘렀다. 정확히는 휘둘러졌다. 칼을 쥔 손이 짐승을 향해 날카로운 곡선을 그렸고, 곡선을 따라 바람 같은 것이 불어 짐승을 물리쳐냈다. 캥캥거리는 소리를 내며 다리를 절뚝거리는 것이 퍽 불쌍해 보여 로운은 하마터면 다가설 뻔했다. 하지만 이를 막아선 것은 다름 아닌.
“속지 마. 엄살 피우는 거니까.”
“…….”
“저리 안 가? 영역 벗어난 게 누군데 적반하장이야?”
주황머리의 칼이었다. 로운은 분명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칼임을 직감했다. 우선 쥐고 있던 칼이 사라졌고, 칼에 박혀 있던 수정의 색이 머리색과 꼭 닮아있어서. 하지만 깨갱 소리를 내며 멀어지는 짐승에게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소리를 지르는 모습에 로운은 물었다.
“너 뭐야?”
“나? 난 난데?”
“…….”
“그나저나 여긴 저런 놈들 많이 다니니까 조심해. 내가 있으니까 당분간은 안 나타나겠지만.”
“그래…… 일단 고마워. 근데 너 누구야?”
“난 나라니까?”
“그러니까…… 칼이기도 하고 사람이기도 하고 그런 거냐구.”
“응. 잘 아네?”
로운은 주황머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 칼, 아니 이제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칼일 때는 학교에 몰래라도 들고 갈 수 있었지만 사람일 때는 다르다. 칼이긴 해도 남자의 모습 아닌가. 여자기숙사에 데리고 갔다간 무슨 사단이 날지 모른다. 게다가 로운은 제 룸메이트에게 이 상황을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 지금 표정 되게 웃기다.”
“…….”
담담한 척 하고 있지만, 실은 제 자신에게 이 상황을 설명하기가 가장 힘들었다.
“야.”
“…….”
“야아.”
“왜…….”
“나 배고파.”
누가 나 좀 납득 좀 시켜 봐……. 로운은 들리지 않을 말을 속으로 길게, 아주 길게 외쳤다.
손을 들어~ 소릴 질러 벌ㄴ잇어어어업
안녕하세요 육일삼입니다 사실 지금 35화까지 써놨는데요 더 쓰면 한 회에 두 화씩 올릴 것 같아서 약간 자제 중입니다
제 주관으로는 29~31즈음부터 막 재밌어지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그 전까지는 간보고 빠지는 경향이 크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잘 모르겠네요*^^*
천천히 떡밥 회수도 하고 있는데 보일런지 모르겠어요 회수하는 것보다 다시 뿌리는 게 더 많은 것 같기도 하고 하하 잘 모르겠네요*^^*
작가도 모르는 것 투성이인 작품 봐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요즘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어요 아직 낮밤 기온차가 꽤 있지만 이제 낮에 롱패딩 입으면 더운 정도더라구요
북쪽은 안 그렇겠죠 남쪽은 그렇답니다... 이러나 저러나 건강관리 잘하세요 물 많이 마시구... 저 대신 저 걱정해주시는 분들 참... 감사드려요.......ㅠㅠ
뭔가 분량이 적은 느낌이라서 사족을 길게 붙여야 될 것 같아 몇 자 더 붙여보자면
제가 사실 원래 말투가 이런데 여러분들 댓글만 보면 답글 쓸 때 살랑살랑 꽃이 피네요 곧 봄인가 봐요
방금 검색해보니까 입춘이 지난 지 한참이네요 거짓말 치구 있네..(시린 발을 감싸며)
그 뭐냐 여러분들이 가끔 내용 관련해서 댓글 달아주시면 저도 모르게 답글로 스포할까 봐 겁나요(?)
35화까지 자세한 내용을 알고 있는 당사자로서는 자체심의 하고 답글을 달 수밖에 없는데 아악 빨리 연재하고 싶어요 시곗바늘아 달려라
요즘 소장본 작업 때문에 현생에서도 호일호 생각하고 있어요 근데 생각만 하고 오탈자 검사 절대 안 하고 있네요
방학 계획에 언행불일치는 없었는데 제일 잘 지키고 있는 것 같아서 행복합니다 행복한 인생 해피 라이프~!~!~!
근데 입금 받을 때는 예인장터로 가야 하나요,,, 좀 알아봐야겠네요
아무튼 저는 이제 양치하고 자야겠어요 이래놓고 또 유튜브 돌아다닐 거 뻔하지만...
다음 화에는 사족을 좀 줄여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화에서 만나요~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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