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 아니 그러니까 들어봐 탄소야?
탄소: 이름으로 부르지마악!!! (기겁)
이현: (마른 세수)
널 좋아한다고 말했으면 어떤 반응이었을까. 지금 이것만으로도 상처 받은 나는 어떡할까. 넌 나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야. 내가 너 아니면 안돼.
탄소: 농담으로도 그런 말은 하는 게 (딸꾹) 아니지!
이현: 내 얘기 좀 들어보라고
탄소: 어디 가서 오해 받기 딱 좋잖아! 혹시 얘가 나를 좋아하나, 뭐 이런 거! (딸꾹) 주변에 남자친구랑 헤어진 여자애한테 다 이러고 다녀?
이현: 아니야
탄소: 정말 세상에, 어쩜...
이현: 김탄소가
탄소: ...알았어 네 말 들어주면 되잖아
현: 어떻게 된 애가 갈수록 난장판이냐
탄소: 뭐야? (딸꾹) ...아 진짜 딸꾹질이 안 멈추네
이현: 객관적으로 연애하기 좋은 사람 맞잖아 나 정도면
찰나였을 뿐인데 나는 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너를 앓는 일이 잦았다. 환절기처럼 꼬박꼬박 잊지 않고 찾아오는 네가 반갑고도 미웠지. 우정이겠다 보내고 사랑이구나 깨달아 보고 싶은 마음은 갈수록 커져서. 다시 만나면 네 옆에 누가 있더라도 내가 먼저였다는 억지를 부릴 생각이었다. 널 흔들고 있는 게 누구든 어차피 네가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리란 계산을 해두지 않았거든. 그러니까 자신 있었어.
설령 흔들린다고 해도 그건 진심에 마음이 동한거지 정말 감정이 생겨난 게 아닐 테니까.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너를 믿었다. 남들이 모르는 널 보여주고 아무에게나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내게 유일했잖아.
이현: 근데 왜...
탄소: 잠깐만 너 울어...?
이현: (여린 마음 와장창ㅇ창)
탄소: ;;; 엄멈머 밥 먹다 말고 무슨 일이래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너에게 한 걸음 늦는다.
탄소: 뭐 어디 좋아하는 여자한테 고백했다가 연애 상대론 별로라고 차이기라도 한 거냐고, 이러지 말고 눈물 좀 닦아 사람들이 나를 쓰레기처럼 보잖아
이현: 네가 나쁜 거야
탄소: ???? 아니 이 자식이
이번엔 늦어도 자신 있었는데 막상 널 보니까 전혀 그렇지 않아. 내 예상을 깨고, 안일한 방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넌 누군가를 열렬하게 좋아하고 있었다.
유일했다고 느꼈는데 그게 정말 우정이었어. 너에겐 내가 정말 이만큼의 무엇도 아니었던 거야. 지치고 약해진 널 위로할 수 있던 것도, 남들관 다른 널 볼 수 있던 것도 전부 다 네가 나를 친구라고 생각해서 내어준 특권이었던 거지. 단 둘만 있는 부실에서도 아무런 경계 없이 편하게 말을 주고 받으며 지냈던 건 한치의 의심을 않았기 때문인걸 왜 지금알았을까.
이현: 내가 그 사람보다 못한 게 뭔데
탄소: 그래 그 여자가 나빴네, 잘못했다 ...네가 나쁜 거래서 나한테 하는 말인줄 알았네... (딸꾹) 아 말을 할 땐 좀 분명하게 하라고!
이현: 넌 남자 보는 눈이 정말 최악인 거 알아둬
탄소: ...진짜 나한테 하는 말이야?
이현: 내가 몇년을 좋아했는데
탄소: (혼란) 아니 서이현 네가 말을 두루뭉실하게 하니까 옆 테이블에서 날 되게 천하의 나쁜년으로 본다고...! (소근)
이현: 김탄소 니 얘기야
탄소: (딸꾹질 멈춤)
이현: 내가 진짜 자존심 상해서 너 좋아하기 싫은데
탄소: 어떡해...
이현: 어디 가서 이렇게 매달리는 사람도 아닌데
탄소: 내가 진짜 다 미안해
이현: 살다가 너 때문에 이렇게까지 미련하게 굴어 단지 너 좋아한단 이유로
탄소는 사람들의 시선보다 눈 앞의 이현이 더 신경쓰이기 시작합니다. 자기가 지금까지 이현 앞에서 무슨 얘기를 한 건가 시간을 되돌리고 싶기도 하네요. 석진도 탄소에게 울면서 좋아한다 말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 행동을 한다 해도 오히려 탄소였을 거고요. 가만 있어봐. 정말 우는 건 탄소가 울었는데요?
그래서 이현에게 무지하게 엄청난 죄책감이 듭니다. 지금까지 저 좋다고 한 사람 중에 그 마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저 편하겠다, 마음의 짐을 덜겠다며 떠넘긴 경우만 숱하게 겪어봐서 더욱 어쩔 줄 모르네요. 사실 석진도 탄소가 좋아하지 않았다면 말만 안했을 뿐이지 행동으론 간섭을 심하게 한다며 탄소에게 불편한 멤버로만 남았을 테니까요.
사람 마음이라는 게 이렇게 간사한데 이현은 무척 오랜 시간을 침묵했다는 걸, 탄소는 그 속앓이가 얼마나 외로웠을지 너무 미안해서 말과 행동이 두서없어집니다. 사람들이 참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나도 너한텐 이기적으로 굴었구나.
탄소: ...무릎 꿇을까?
이현: 뭐라는 거야
탄소: 어어, 야 아니야 내가 실수했다! 무릎 안 꿇을게, 안 할게..!
눈치를 살피며 무릎이라도 내어줄 양으로 조심스럽게 말을 붙여보니 오히려 그게 서러운 듯 고개를 떨구는 것에 탄소는 실수를 깨닫고 두 손을 싹싹 빌었습니다. 그냥 울어도 좌불안석인데 나 좋다고 울면 넋이 나갈 것 같아요. 이렇게 받아본 고백은 처음이기도 하고요.
지민에겐 윤기를 통해 먼저 알게 된 그 마음이 이전의 좋지 않은 기억과 겹쳐 상처 받은 탓에 모진 말을 했지만 이현은 다른 걸요. 상황부터 전부, 모든 게 다요.
온 진심을 다해 좋아하는 김석진도 날 아프게 하고 울게 하면 미워지는데 넌 그게 아니잖아. 너 그냥 나한테 항상 편한 친구였잖아. 내가 박지민한테서 혼자가 됐을 때도 어떤 질문 하나 없이 아무런 말 없이 모두가 날 뭐라고 해도 내가 숨을 곳을 만들어줬잖아. 혼자 있고 싶어하면 혼자 있게 하면서도 그게 싫어지는 타이밍을 무섭게 맞춰 내 옆에 찾아와 있어줬잖아.
처음부터 지금까지 날 진심으로, 한결같이 변하지 않고 대해준 너인데. 정말 나빴던 순간 하나 없이 지낸 너에게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걸까.
탄소: 네가 아니라서 미안해
이현: ...
탄소: 맞아 나 남자 보는 눈 별로야 니 말 틀린 거 없어
근데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좋아하게 되어서 남들이 뭐라건 들리지 않는 걸 어떡해. 주변으로 눈 돌릴 틈이 없는 걸 어떡하면 되는데.
날 정말 싫어했으면서, 제일 못되게 굴었으면서 어느 순간 얼음장 같던 태도를 녹이더니 그게 그대로 나한테 스며들어서. 또 어느 날엔 사람을 지나치게 속박해서 지겹게 만들어놓고 화를 내려 할 즈음 발을 뒤로 빼버려 그만큼 나를 한 걸음 다가가게 만들어서. 그러다 정신 차려보니 좋아하고 있었단 말이야.
탄소: 그러니까 남자 보는 눈 없는 나 말고, 너 같은 애 두고도 다른 사람한테 가는 나 말고 너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면 안될까
이현: 나 좋단 사람을 내가 좋아하지 않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야
탄소: ... (찔림)
이현: 그게 말처럼 되는 거였으면 너부터 날 좋아했어야지
탄소: 그으러니까... 말이야...
이현: 백날 웃게 하면 뭐해 똑같이 툭하면 울리는 놈한테 가는데
탄소: 아무리 그래도 우리 김석진이 그렇게 나쁜 애는 아닌, 아닌데... (눈치)
이현: 알게 뭐야
이현과의 저녁을 끝낸 탄소가 숙소로 돌아와 현관에서부터 바닥에 쓰러져 누워버리니 지나가던 지민이 뽀르르 다가와 말을 겁니다.
지민: 누나 왜 그래요?
탄소: 네 말이 맞았어, 지민아
지민: 네?
탄소: ...맨날 진짜도 아닌 소문이 떠돌아다닌다고 억울하게 여겼는데 오늘 보니까 아예 틀린 말도 아니었나봐
지민: 밖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
탄소: 서이현이 날 좋아한대
지민: ...예?
탄소: 너도 나 좋아하면서 많이 울었어?
지민: ... ...
탄소: 진짜 너무, 나까지 울고 싶은 거 있지 너무 서럽게 그래서
지민: 울었죠 그래도 많이는 아니니까 괜찮아요
탄소: 그랬구나 우리 지민이 고생 많이 했겠네
지민: 정말 조금이었어요
탄소: 좋아한다 말했던 사람들 중에 진심이었던 사람도 분명 많았겠지
지민: 누나
탄소: 너처럼 나 때문에 뒤에서 운 사람도 생각보단 없지 않아 있었을 거고
탄소가 지민에게 팔을 뻗어 목을 껴안고 머리를 쓰다듬네요. 나 좋아해줘서 고맙다고 그랬는데 이젠 막 미안해지려고 하네. 난 정말 내가 힘든 것만 생각했나봐. 나만큼 다른 사람도 나를 통해 힘들었을 건 이해해주려고 안 했으니까 욕 먹어도 상관 없는 것 같아. 뭐라고 할 입장도 아니고.
탄소: 걔가 내 앞에서 울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겠지
지민: ...몰라줘도 돼요 알아달라고 좋아한 거 아니니까
탄소: 그렇다고 해서 계속 모르고 지내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 최소한 날 좋아해준 사람에 대해서 그 정도는 알아줘야 하는 거잖아
사람 마음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그만큼 마음 줬다고 애정하기가 쉬운 일도 아니고. 알아달라고 좋아한 건 아니겠지만 몰라주면 서운한 게 당연하지. 알아줘도 서운할 때가 많은데 몰라주면 정말 서러워서 어째.
탄소: 요즘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큰일이네
지민: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누나가 형과의 관계에서 너무 힘들다면 잠깐 다른 사람을 만나도 괜찮을 것 같아요
탄소: ...진심이야?
지민: 헤어졌잖아요 문제 될 것도 없는 걸
탄소: 아무리 그래도,
지민: 그리고 보통은 연애한다고 무조건 결혼까지 생각하진 않아요
탄소: 그건 그렇지만...
지민: 결혼하기 전에 연애는 많이 해볼 수록 좋다고 했어요 꼭 형이 아니라도 연애를 해볼 순 있는 거고요 누나가 너무 하나에 얽매여서 정작 행복하지 못한 건 싫어요
탄소: 모르겠어... 난 김석진이 좋은 걸
지민: 누나가 형 싫어한다고 하는 말이 아니에요 그냥, 형 말곤 사람을 사귄 적이 없으니까 경험이 없어서 더 방황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 그렇지
탄소: 끙... 생각을 좀 해볼게
지민: 우리야 팀으로 몇년을 함께했지만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잖아요 내 생각에 누난 첫 연애치고 너무 새로운 게 없었어
탄소: 세상에나 (경악) 지민이가 그런 말을 할 줄이야
호석: 둘이 뭔 얘길 그렇게 해요? 신발만 벗고 방바닥에 드러누워서
지민: 누나한테 간만에 예쁨 받고 있었는데요
호석: 아 응...
지민: 부럽죠?
탄소: 정호석은 이런 걸로 부러워하지 않아...
호석: 어 약간 부럽다고 하려고 할랬는데
탄소: ? 부러워??
석진: 하지만 안돼
호석: 아 왜요 형
석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건 막내들까지야
탄소: 저런, 한 살 차이로 이렇게 편을 가르다니
호석: 누나 나 너무 서운해요 형한테
탄소: 이리 와 안아줄게!
몸을 일으켜 호석에게 손을 내미는 탄소를 보며 석진은 어느 정도 밖에 있다 오면서 기분이 제법 풀린 상태로 돌아온 것 같아 다행이라 여기고 안도했습니다. 진짜 하고 있는 생각이 뭔줄은 상상도 못하고서 말이죠.
탄소: 근데 말이야
호석: ?
탄소: 네가 모자를 벗으면 뭔줄 아니?
석진: 무슨 말을 하려고
지민: 뭔데요?
호석: 아냐 지민아 물어보지 ㅁ,
탄소: 호석이가 모자를 벗으면 오비야 흐핳ㅎ하핳!!
석진: 오비? ㅇ, 아.......
호석: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안겨있다가 갔을 텐데...
탄소: 솔직히 말이 안아준다지, 이 정도면 안겨줄게 아니야?
호석: 그렇긴 하죠
지민: 왜요? 다들 이해한 거예요? 뭐길래 그러는, 아! (뒤늦게 이해)
석진: 이번 건 지민이도 웃지 않았어
지민: 오ㅋㅋㅋㅋ빜ㅋㅋㅋㅋㅋㅋㅋ
석진: 뭐람...
탄소: ㅎㅎㅎ핳 재밌지 재밌지!!!
호석: 아유 좀! (찰싹)
탄소: 아 아퍼! 때리지 마!
호석: 이래서 언제 철 드는 거래?
탄소: ??? 나 지금 정호석한테 철부지 취급 받은 거야?
석진: 그래도 예전에 비해선 많이 발전했어, 토막토막토맛토마토도마라고 너네 모르지?
지민: 토맛 토마토는 또 뭐얔ㅋㅋㅋㅋㅋ
탄소: 와 그걸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네
호석과 지민의 사이에 낑겨 재잘대는 탄소를 애정이 가득 묻어나는 눈빛으로 보던 석진은 바닥에 앉아서 계속 그러지 말고 씻고 나오라며 약간의 잔소리를 했고 탄소는 그 말에 얌전히 순응했습니다.
탄소: 나 씻으러 가기 전에 하나만 더!
호석: 그만해요
탄소: 스님이 갈 수 없는 대학교는?
석진: 중앙대
탄소: 중앙대라고... 생각했어? 정답은 없었습니다... 종교를 이유로 배움에 제한을 두는 것은 사회를 병들게 합니다 :(
지민: 얼른 씻으러 가요 누나
탄소: 아 왜 안 웃지? 나 이거 처음에 보고 완전 배 잡고 웃었는데 (시무룩)
호석: 자~ 킨먹금~~
탄소: 요즘 인생의 노잼 시기인가봐
석진: 얼굴이 유잼이니까 걱정마
지민: (질색)
호석: 지민이가 정색을 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인데 말입니다
다시 보니까 그렇게 얌전하게 말을 들은 건 아닌 것도 같궁...ㅎ. 그래도 귀엽게 봐줄만 하네요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