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백] 백구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f/b/e/fbea751a6d8b952a5657e6462ea40bda.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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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빛 바다, 눈부신 햇살, 온몸을 감싸는 따뜻한 온기. 아, 이 얼마나 행복한가!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어정쩡한 봄을 지나 드디어 여름이 왔다..! 고 하며 기뻐하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개학한지도 한 달이나 지나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백현은 인상을 찌푸렸다.
"벌써 추워. 씨발. 여름은 존나 빨리 간다고"
"어울리지 않게 갑자기 욕질이야"
쓸데없이 등굣길도 길어선, 걸어서 15분 밖에 안 되는 거리인데 버스도 한 번 갈아타야하고. 짜증나 진짜...
백현이 계속 궁시렁 거리자 찬열은 쥐고 있는 휴대폰 너머로 백현을 자꾸 흘끗거렸다. 가디건이나 입고 오지, 얇게 입고는 바들바들 떠는 백현이 귀여운데 안쓰러웠다.
찬열이 저를 보고 있는 것도 모르고 백현은 괜히 툴툴 거렸다.
"휴대폰만 쳐다보지 말고 나랑 대화 좀 하자고, 게임이 나보다 좋아?"
백현은 아련히 과거를 회상했다. 반 년 전에 찬열은 방글방글 웃어보이며 휴대폰을 흔들고는 최신폰이랍시고 열심히 자랑했는데 얼마 안 되어서 휴대폰 액정이 깨져버렸다.
찬열은 가만히 있었는데 옆에서 아깝다며 울상을 짓던 백현이었지만, 찬열은 곧 깨진 액정을 신경쓰지도 않고 게임에 몰두했다.
"네가 게임 하는 건 좋은데, 게임 초대 좀 그만 하라고."
박찬열을 툭툭 쳐봐도 무심하기만 하다. 개새끼가, 백현은 앞질러 걷고있는 찬열에게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머리통으로 저보다 한참 높은 찬열의 어깨를 쳤다.
"그 쪼그만 머리로 아무리 세게 박아봤자 내 어깬 멀쩡하다."
조그만도 아닌 쪼그만이라니. 안 그래도 중3때는 비슷했던 키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선 갑자기 훌쩍 큰 박찬열 때문에 맘고생이 심했는데. 괜히 같이다니면 제 작은 키가 더더욱 작아 보이고 박찬열만 돋보이는 것 같았지만 같이 다니는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아파트 바로 옆 동인데 뭐쩌라고.
괜히 한숨을 지었지만 키가 작은 건 사실 별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이상하게도 박찬열은 그 키에 그 얼굴로 여자친구 한 번 사귀지 못했고, 백현은 얼마 전 7반 부반장을 하는 귀여운 단발머리 여자친구가 있는 터였다. 백현은 괜히 실실 웃었다.
작고 귀엽고 예쁜 찬미는 제 여친이었고, 그 전에 박찬열의 쌍둥이 동생이기도 했다.
"어, 백현아, 버스왔다."
버스정류장에서 불과 5m를 남겨두고 도착한 버스에 백현은 잠시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앞머리가 휘날리도록 뛰었다.
"백구야!"
백현은 어디서 저를 부르나 휙휙 주위를 둘러보았다. 복도 저편에서 박찬열으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넘어진다 넘어진다 넘어진다"
백현의 중얼거림에도 불구하고 찬열은 멀쩡히 뛰었다. 아,아쉽네. 안 넘어질 것 같긴 했어. 하긴 네가 넘어질리가 없지,
"백구라고 그만 부르라고. 언제까지 그렇게 부를 건데. 내가 네 개냐!"
백현이 따발총처럼 뱉어낸 타박 따위 무시한 찬열은 그냥 백현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우쭈쭈, 해가며.
백현은 언제까지 찬열의 강아지로 살아야하는 지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왜 불렀냐."
"점심 같이 먹자고. 우리 백현이, 친구 없잖아?"
"됐거든, 나 네 동생이랑 밥 먹기로 했는데."
찬열이 제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걔랑 밥을 왜 먹냐며.
"내 여친이랑 같이 먹겠다는데 네가 뭔 상관이ㄴ.."
"그럼 나도 같이 먹어."
도중에 말을 끊어버린 찬열 때문에 잠시 벙찐 표정으로 눈을 마주쳐오던 백현이 곧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그러던가.
나란히 급식실로 향하던 백현은 우물쭈물댔다.
요 며칠 찬열이 이상해진 것 같았는데 그걸 말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고 있던 터였다.
"뭐 할 말 있냐."
"어?"
"할 말 있냐고, 아까부터 계속 강아지 새끼처럼 내 눈치 보잖아."
평소라면 강아지라는 말에 왈왈대며 짖었을 백현이었지만 여전히 백현은 계속 제 눈치를 보았다.
"뭔 일인데."
"그, 찬열아."
다정하게 눈을 맞춰오는 찬열에 백현은 작은 입을 오물거렸다.
"요즘 네가 조금 이상해 보여서."
".."
"아, 그러니까 내 말은, 너 전에는 내가 말 하면 다 들어주고 그랬는데, 지금은 무시하고. 진짜 막.."
우물거리며 조곤거리는 붉은 입술을 빤히 쳐다보던 찬열이 백현의 손을 잡아왔다.
찬열은 코피가 터질 것 같았다. 제가 게이인가 싶기도 했다.
"야, 남자끼리 무슨 손을 잡냐."
기겁하며 손을 뺴내려고 하자 찬열은 더욱 세게 손을 잡아 제 큰 손과 깍지를 꼈다.
"넌 키도 작은데 왜 손도 작냐."
"뭐래, 썅 놈이."
백현은 마주잡은 손을 그냥 그대로 두고 걷기로 했다. 어차피 안 될 거, 괜히 힘 뺴기 싫은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찬열은 깍지를 낀 손을 보다가 섬섬옥수같은 백현의 손이 야하다고 문득 생각했다. 백현은 찬열의 마음도 모르고 옆에서 계속 쟁알거렸다.
"근데 너랑 찬미. 되게 닮은 것 같아."
"그런가."
"응, 눈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느낌이? 그냥 찬미 보면 네 생각 나더라."
찬열은 괜히 두근거렸다. 어차피 이루어지지 않을 마음이었지만 저는 백현이 좋은 것 같았다.
급식실로 향하는 두 발걸음이 참으로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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